홍성 소새울·구항 온요마을 다랑이논, 어떻게 지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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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소새울·구항 온요마을 다랑이논, 어떻게 지킬까?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2.04.1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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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경관 농업유산, 다랑이논을 보존하자 〈2〉
해발 140~260m 높이의 산지에 둘러싸인 구항면 마온리  온요마을의 다랑이논.
해발 140~260m 높이의 산지에 둘러싸인 구항면 마온리 온요마을의 다랑이논.

사라져가고 있는 다랑이논 보존대책 절실하게 필요성 요구돼
국가중요농업유산의 소중한 가치 간직하고 있는 곳 조명받아
다랑이논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마을 예스러운 농촌경관 자랑
홍성 소새울마을·구항 온요마을, 농업유산 다랑이논 잘 보전돼

 

우리나라의 농촌지역에는 자연자원, 문화자원, 경관자원 등 다양하고 소중한 자원들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훌륭한 농촌의 자원들이 ‘개발위주’의 농촌개발정책 기조에 의해 제대로 보전·계승되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자원들은 농촌지역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소멸위기에 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촌지역 본연의 모습과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농촌의 자원이 가지고 있는 가치들을 재해석하고 후세에게도 계승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정책적인 제도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충청남도의 경우 농정의 핵심은 1차 농산물의 생산성 향상과 농촌자원을 최대로 활용한 농촌개발에 집중돼 왔다는 평가다. 이러한 충청남도 농정의 방향을 고유의 농촌자원 발굴과 보전, 농업 생물다양성 보호, 전통적 농업지식체계 보전 등 향후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다움을 복원하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따라서 충남의 농촌지역에 존재하는 농촌·농업자원을 후세에게 제대로 계승하기 위한 제도적 정책과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농촌자원의 보존방안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제안에 주목할 때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국가중요농업유산제도(NIAHS)를 도입했다. 2015년에는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에 제30조의 2항을 신설해 국가중요농업유산의 보전·활용할 수 있는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이 법을 토대로 농업유산자원의 발굴, 전통자원의 복원, 환경정비, 교육홍보 등을 위한 예산을 지원해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농업유산제도는 농촌지역의 유산자원을 국가유산으로 지정해 농촌 다원적 자원의 보전, 생물다양성의 증진, 전통유산의 품격 향상과 더불어 이를 지역관광자원 등으로 활용토록 함으로써 농촌의 부가가치 창출을 비롯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며 농촌의 생태관광자원으로 농업유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은 오랜 기간 동안 형성 진화해온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적 농업 활동 시스템과 그 결과로 나타난 농촌의 경관·문화 등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통칭한다. 사라져가는 농촌의 고유한 문화를 발굴해 농촌 방문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 농촌의 생태관광 활성화 등의 도모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것이 국가중요농업유산이다. 이 중에서 멋진 농촌경관 사례 중 하나로 각광 받고 있으나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다랑이논의 보존대책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해발 140~260m 높이의 산지에 둘러싸인 구항면 마온리  온요마을의 다랑이논.

■ 국가농업유산, 관광자원화·명소화의 중요한 요소
조상들의 문화 중에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흔히 문화유산이라고 한다. 농업 분야에도 후손들에게 물려줄 만한 유산이 있는데 우리는 이것을 농업유산이라고 부른다. 깎아지른 절벽에 만들어진 다랑이 논, 수백 년 된 야생차나무 등과 같이 수 세대에 걸쳐 완성된 독특한 농경활동이나 문화의 산물이 농업유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농업유산이란 인위적이거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민족적 또는 세계적 유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또는 경관적 가치가 큰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농업의 비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이농현상, 농업생태계 훼손 등 농촌의 환경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2000년대가 시작되면서 도시와 농촌의 발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농촌지역을 개발했으나 이 과정에서 오히려 농촌자원을 소멸하거나 훼손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농촌에서 여가활동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농촌의 유·무형 자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농촌유산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농업유산의 다원적 기능과 가치, 국가중요농업유산의 유형화된 특징 등은 향후 국가농업유산을 관광자원화·명소화 하는데 중요한 요소들이라 할 수 있겠다. 농업은 식량을 생산하는 1차 목적을 비롯해 홍수조절, 토양보전 등의 공익적 가치와 농촌 공동체를 이뤄나가는 등 다양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또한 농촌은 도시화 된 현대 사회에서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하는 공간으로도 각광 받으며 여행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전통문화와 전통지식이 계승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농업유산의 소중한 가치를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도 조명받고 있다.

다랑이논은 다랑논, 다랭이논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익숙한 이름은‘계단식 논’일 터이다. 다랑이논은 비탈진 경사지를 개간해 계단식으로 조성된 농지를 일컫는다. 다랑이논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각국에서 활용돼 왔다. 여기서 쌀을 얼마나 많이 생산할 수 있느냐는 관점으로만 본다면, 평지 논에 비해 기계 투입도 어렵고 가용면적도 좁아 대규모 농사가 어려워 쌀의 수확량은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랑이논은 쌀 생산 이외에도 상당한 공익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해발 140~260m 높이의 산지에 둘러싸인 구항면 마온리  온요마을의 다랑이논.
해발 140~260m 높이의 산지에 둘러싸인 구항면 마온리 온요마을의 다랑이논.

■ 홍성 소새울·구항 온요마을 다랑이논 잘 보존돼
다랑이논은 빗물을 저장함으로써 작은 댐처럼 홍수조절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계단식으로 논이 구성됐기에 빗물의 흐름을 완화시켜 토양 침식을 억제하는 기능도 있다. 또 경작이 이뤄지는 다랑이논은 토사의 붕괴를 방지하며 각종 곤충, 미생물 등이 서식하는 공간으로 생태적으로도 중요하다. 여름철에는 논의 물이 증발하면서 기화열에 의해 주변을 냉각시켜 온도를 낮추는 등 대기오염 방지, 기후변화 완화기능도 가지며, 다랑이논의 아름다운 경관이 사람들에게 주는 심미적 효과도 크다. 

따라서 다랑이논은 경관농업 문화자산이며 생태관광의 자원이기도 하다. 다랑이논의 원형이 잘 보전된 지역의 사례를 통해 소중한 농업유산인 다랑이논을 보전하고 다랑이논이 있는 지역이 가진 다면적 기능의 유지 증진 방안 등이 필요하다. 홍성에도 홍성읍 옥암리 소사마을(소새울마을)에 원형의 다랑이논이 아직도 잘 보존돼 있다.

옥암리 소새울마을은 홍성에서 유일하게 계곡이나 구릉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계단식 논인 다랑이논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마을로 예스러운 농촌경관을 자랑한다. 소새울마을은 깊은 산동네임에도 불구하고 구들골, 중골, 동리골, 하고개골의 넓은 경지가 펼쳐져 있다. 산에서 물이 내려와 물 걱정이 없는 편이었다. 수질이 좋은 샘이 많았는데 옻샘은 옻이 오를 때 씻으면 완쾌된다 했으며, 가뭄이 극심해도 마르는 적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용샘은 허고개 아래 주민들의 식수였는데 이곳에서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샘들의 물이 모여 홍성천을 이루고 있다.

홍성 소새울마을과 함께 구항 마온리의 온요마을은 해발 140~260m 높이의 산지에 둘러싸여 있다. 30가구에 불과한 마을은 산자락을 따라 뿔뿔이 흩어져 윳골(윷골), 온배미, 수리너머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자연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높지 않은 산줄기들 사이에 계단식으로 조성된 다랑이논이 마을 앞으로 넓게 펼쳐져 있다. 정부에서 경지정리를 대대적으로 실시할 때 마을 사람 일부가 반대해 다랑이논으로 남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가을철이 되면 황금들판으로 변해 풍성함을 안겨준다. 

또 장곡면 광성리에는 천연 논배미로 불리는 다랑이 논이 있다. 땅의 형태와 생김대로 굽이 굽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논의 형태다. 이런 다랑이논은 대부분이 사라져 이제는 보기조차도 쉽지가 않다. 대대로 전통 방식의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조성된 다랑이논은 오늘의 현실에서는 오히려 보전해야 할 문화유산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농업문화유산은 농부가 지역의 환경·사회·풍습 등에 적응하면서 오랫동안 형성시켜온 유·무형의 농업자원이기 때문이다. 
충남에서는 드물게 홍성지역에 원형으로 잘 보전된 다랑이논이라는 농업유산을 어떻게 지켜내야 할지에 대한 다양한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다랑이논이라는 지역 농업유산의 다원적 기능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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