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덕산중·고교 부지에 특수학교 ‘예산꿈빛학교’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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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덕산중·고교 부지에 특수학교 ‘예산꿈빛학교’ 조성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2.05.2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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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지역 폐교의 재발견, 문화예술이 꽃피다 〈2〉
충남지역 군단위 최초 특수학교인 예산꿈빛학교.

2020년까지 충남 265개교 폐교, 210교 매각·자체활용 27교
옛 덕산중·고, 충남군단위 최초 특수학교 예산꿈빛학교 설립
대흥 옛 대률초, 충남도교육청기록원 설립 기록물 통합관리 
대술 옛 장복초, 과학체험캠프 ‘정혜서숙과학아카데미’ 운영

 

농어촌지역의 폐교는 1970년대 탈농(脫農)과 이농(離農) 바람이 몰고 온 후폭풍이다. 폐교는 버림받은 농어촌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슬픔과 아픔의 공간이기도 하다. 198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폐교정책으로 문을 닫은 학교는 전국적으로 1400여 곳이나 됐다. 쏟아져나오는 폐교의 관리는 교육 당국의 숙제이며 골칫거리다. 1982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농어촌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으로 충남지역 소규모 학교도 시름 한다. 농산어촌지역의 소규모 학교가 통합되면서 폐교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 농어촌의 공동화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심지어 일부 폐교는 흉물로 전락하면서 각종 문제점이 양산되고 있는 현실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충남지역의 수많은 시골학교가 문을 닫았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와 도시화로 시골이 텅 비어버린 까닭이다. 아이들이 사라져 버리면서 더 입학생을 받을 수 없게 된 시골학교는 폐교가 됐고 순식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몇 년 후, 버려진 학교에도 또 다른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미술관, 예술촌 등 다양한 문화예술시설과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 등이 들어서면서부터 또 다른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 새 옷으로 바꿔 입은 학교는 소외된 지역에 문화의 씨앗을 뿌렸다. 10년, 2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씨앗들은 어떻게 자라나고 있을까. 충남지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대표적인 폐교 문화예술시설 등의 현황을 살펴보고 충남지역의 폐교활용 방안에 대한 대안 등을 모색해 본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충청권의 폐교된 학교 275개 중 78%인 216개가 매각되고 자체 활용계획이 있는 학교는 28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폐교활용 방안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충청권에서는 충남이 265개교가 폐교됐으며, 이 가운데 210개교는 매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활용 계획이 있는 폐교는 27개교에 불과했다. 대전은 8개교 중 5개교가 폐교돼 5개교가 매각됐으며, 2곳은 교육시설로 1곳은 자체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종은 폐교된 2개교 가운데 1개교가 매각됐고, 1개교는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예산지역의 폐교는 대률초(1949년 설립 1999년 폐교, 대흥면 대률리 476-1, 2022년 자체활용), 장신초(1949년 설립 1999년 폐교, 광시면 서초정리 490, 장래 교육행정 수요대비 보존관리), 만사초(1964년 설립 1992년 폐교, 신양면 만사리 156-8, 소득증대시설 대부), 광시초(1924년 설립 1999년 폐교, 광시면 신대리 195-1, 장래 교육행정 수요대비 보존관리), 덕산중·고(2019년 폐교, 봉산면 효교리 405-2, 장래 교육행정 수요대비 보존관리) 등이다.
 

■ 덕산중·고 부지에 특수학교 조성
옛 덕산중·고등학교 부지에 충남도교육청이 충남지역 군단위 최초로 특수학교인 ‘예산꿈빛학교’가 조성돼 올해 3월 1일 문을 열고 3월 20일 개교식을 갖고 출범했다. 옛 건물을 그대로 리모델링 활용한 것이 아니고 특수학교의 특성상 옛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했다. 

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봉산면 효교리 405-46 일원 옛 덕산중학교 건물을 철거하고 사업비 283억 6517만 원을 들여 특수학교를 신축했다. 부지면적 2만 2897㎡, 건축연면적 1만 2915㎡에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다.

예산꿈빛학교는 다른 지역으로 원거리 통학을 해야 했던 홍성·예산권역의 장애 학생들의 불편과 15개 시·군 가운데 시 단위에만 9곳이 편중됐던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에서는 장애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장애인을 대상으로도 한 단계 높은 종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충남에 하나뿐인 ‘특수도서관’까지 함께 설립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꿈을 가지고 미래 가치를 창조하는 자립인을 교육목표로 첫 문을 열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꿈을 위한 미래가치 핵심 역량을 기르고 진로직업교육으로 사회 전환을 준비하며 예술로 문화를 향유하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꿈의 씨앗을 틔우게 된다. 

예산꿈빛학교는 충남 최초 군단위 특수학교로 지적장애를 비롯한 시각·청각·지체장애와 중복장애를 가진 학생을 대상으로 특수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영·유아, 초·중·고등학교, 전공과 총 6과정, 21학급, 85명 학생이 재학 중이다. 예산지역 특수학교 개교로 예산·홍성군에 거주하는 장애 학생들이 전문 특수교육 기관에서 장애 유형과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개별화된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그동안 예산·홍성 지역의 특수학교 부재로 아산성심학교, 보령정심학교로 통학하던 학생들이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특수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어 원거리 통학에 따른 어려움을 해소하게 됐다.

옛 덕산중학교 부지에 설립한 예산꿈빛학교는 충남도 내 특수학교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영아부터 유·초·중·고·전공(성인)과정까지 총 28학급(186명)으로 운영하는 종합특수학교로, 지적·자폐성·지체·시각·청각장애영역을 담당한다. 장애 당사자 중심 특수교육 기회 제공과 열악한 교육여건 개선, 생애단계별 지원으로 졸업 뒤 성공적인 사회전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이다. 교사동엔 △건강증진실 △감각통합훈련실 △운동치료실 △공예실 △공동작업실 △제품생산실 △심리안정실 등을 조성해 맞춤형 시설을 통한 다양한 특수교육을 제공할 방침이다. 기숙사 없이 통학버스를 운영한다. 아울러,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꿈빛카페와 주민을 위한 운동 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 마을과 학교가 함께하는 새로운 모델이 기대되고 있다. 특히 충남 특수학교 최초로 인공지능(AI) 융합교육 운영을 위한 AI체험실, 실감형 콘텐츠 체험교실, e-스포츠실, 일상생활 체험실 등 다양한 체험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초·중학교 중도중복장애교육과정, 고등학교 직업교육중점교육과정, 자유학년제 등 장애 특성과 사회로의 전환에 중점을 둔 교육과정을 내실 있게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 1999년 폐교된 대흥면 옛 대률초등학교.

■ 옛 대률초등학교에 충남교육청 기록원 설립 
예산지역 폐교활용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지난 4월 15일, 예산군청과 충남도교육청, 예산교육지원청이 ‘충남도교육청 기록원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이날 협약은 지난해 부지 타당성 용역을 자체 추진한 결과 지난 1999년에 폐교된 대흥면 옛 대률초등학교 부지가 선정됨에 따라 이뤄졌다. 충남도교육청은 기록원을 통해 중요 기록물의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도민 교육기록 수집으로 충남도민의 삶이 역사가 되는 과정을 보존함으로써 도내 학생에게 배움의 장을 제공할 계획이다. 예산군은 기록원을 유치해 지역상생 발전과 연계하는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예당호 및 예산읍 원도심 간 관광거점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해 나갈 방침이다. 충남도교육청 기록원은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지며 2동의 기록관과 보존서고가 들어선다. 오는 2025년 7월 개관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예산군은 2010년에는 신암면 신택리에 위치한 옛 동신초등학교를 매입, 장애인종합복지관을 확장 이전했다. 신양면 귀곡리 옛 귀곡초등학교는 ‘느티 북 캠프 작은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예산군 대술면의 옛 장복초등학교는 지난 2010년 과학체험캠프인 ‘정혜서숙과학아카데미’를 설립해 체험중심 과학실험교실, 과학캠프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과학아카데미는 재단 부설 평생교육원으로 어린 학생과 노인이 공유하고 즐기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부부의 꿈이라고 전한다. 재단 정혜서숙은 해마다 예산, 아산, 천안지역의 과학꿈나무 중학생 40∼50명에게 장학금도 지원한다. 국내 나노 반도체 연구와 과학교육의 기틀을 마련한 우종천 서울대 물리학부 명예교수와 최혜미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 부부가 은퇴하자마자 사재를 털어 고향 근처 폐교에 초·중·고교생에게 과학의 재미를 일깨우는 실험교실을 꾸민 것이다. 서울대, KAIST 등에 재학 중인 대학생과 대학원생이 체험캠프 멘토로 참여하고 있지만 지난 2년여 동안은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임시휴업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노년층을 위한 영양 강습, 맞춤형 조리실습 과정도 신설할 계획이라는 포부도 밝힌다.
 

옛 덕산중학교 부지에 조성하는 ‘예산꿈빛학교’ 조감도.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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