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마을 다랑이논, 108계단 유려한 곡선 ‘생존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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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마을 다랑이논, 108계단 유려한 곡선 ‘생존의 흔적’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2.07.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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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경관 농업유산, 다랑이논을 보존하자 〈7〉
경남 남해군 가천마을 다랑이논은 남해바다를 품에 안고 층층으로 일군 108계단식 논이다.
경남 남해군 가천마을 다랑이논은 남해바다를 품에 안고 층층으로 일군 108계단식 논이다.

한반도에서 농업 활동이 시작된 것은 약 5000년 전쯤으로 추정한다. 농업은 반만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의 역사와도 견줄 만큼 오랜 세월 동안 생계를 유지하고 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지금의 농업은 단지 생계수단으로서의 경제적 가치 이외에도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 국민은 이제 농촌을 단순히 농산물 생산 공간으로만 인식하지 않는다. 농업과 농촌이 지니는 다원적 가치는 교육과 관광에서부터 치유와 휴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업유산 지원제도는 보존·규제 중심의 문화재 보전제도와 차별화해 농촌과 농민의 관점에서 농업시스템의 보전과 활용을 중시하는 개념에서 비롯된다. 농업유산을 단순히 자원 또는 물리적 시설로 보전하는 데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전통 농업 활동의 산물로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지역 공동체에 대한 식량 공급기능뿐만 아니라 동식물의 종 다양성이 보전·유지될 수 있는 생명력이 존재하는 농업시스템으로 보전하고 그 가치를 전승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국가중요농업유산은 유행처럼 등장하고 사라지는 정책이 아니라, 농업유산의 보전과 활용을 위해서는 농업유산의 가치를 우리 사회가 공유하고 함께 보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농업유산제도는 등재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등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농민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농업유산의 가치를 인식하고,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에 이르기까지 농업유산으로의 가치가 지속될 수 있는 사회적·생태적 순환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2년부터 농어업유산정책을 도입해 사라져가는 주요한 농어업유산을 지정·보전·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농어업유산은 농어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아름다운 경관과 공동체를 유지하고 보존하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화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농산어촌지역의 활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농업유산은 농업자원의 가치와 지역주민·지자체와의 협력을 기준항목으로 하고 있는데, 농업자원의 가치는 역사성, 생산성, 경관성, 문화성, 농업기술성, 생물다양성을 기준으로 한다. 전통농업 경관환경보전은 생계유지를 위한 식량원으로의 기능과 경관·토지·수자원 관리의 특성을 지닌다. 자연환경과 사회적 한계 극복을 위해 인간의 관리로 형성된 독특한 경관인 계단식 다랭이논과 밭 등은 생태관광이 가능한 유형이다. 경남 남해 가천의 다랑이논은 중요한 가치를 인정받는 대표자원으로 꼽힌다.
 

남해 가천마을 다랑이논 안내판.

■가천마을 다랑이논, 보존·생태경관가치 높아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다랑이논은 비탈진 곳에 층층으로 일군 계단식 논을 말한다. 경사진 산간지역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비탈을 깎고 거기에서 나온 바위와 돌 등으로 축대를 쌓아 만들었다. 그곳에 물을 대고 벼를 심은 모습에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생존을 위한 투쟁의 흔적까지 담겨 있다. 그래서 더욱 가치가 높은 이유다. 하지만 현재 남해 가천마을 다랑이논은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을 남겨두고 있다. 108계단이 유려한 곡선을 자랑하는 ‘다랑이논의 전형’으로 꼽히던 가천다랭이마을의 계단식 다랑이논 전체에서 벼가 자라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황폐화 돼 가는 모습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농촌인구의 감소와 고령화가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벼농사를 짓는 면적은 전체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경사진 곳이라 농기계를 이용하기도 쉽지 않아, 농경지를 다시 활성화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는 점이 안타까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 일원의 가천마을 다랑이논은 남면의 산간지역에서 벼농사를 짓기 위해 산비탈을 깎아 만든 논이다. 설흘산(雪屹山)과 응봉산 아래 남해바다를 향한 산비탈 급경사지에 곡선 형태의 108개의 계단식 논이 잘 조성돼 있다. 이러한 곡선형 계단식 다랑이논은 농촌의 아름다운 경관을 형성하고 있어 경관적(예술적) 가치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마을의 유래는 미륵과 육조문에 대한 전설로 고려시대 이전에 이 마을에 집단주거가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김해 김씨, 함안 조씨 가문에 내려오는 말로는 신라 신문왕 당시의 기록이 언급된다고 한다. 마을명(이름)은 원래 ‘간천’이라 불리다가 조선 중엽에 ‘가천’이라 고쳐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산 위에는 임진왜란 때 사용됐다는 남해설흘산봉수대(경남도기념물 제247호)가 있으며, 마을에는 남해가천암수바위(경남도민속문화재 제13호), 밥무덤 등 민간신앙의 요소가 남아있다. 또한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인 노도(섬)와 같은 문화적 요소는 명승적 가치를 한층 높이고 있는 곳으로, 경관적 가치가 특별하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전통적인 벼농사 문화가 유지되고 있는 ‘남해 가천마을 다랑이논’은 보존과 활용가치가 높고 자연 생태적인 경관으로 지난 2002년 농촌전통테마마을 선정과 함께 2005년 1월 3일 국가 지정 명승(대한민국 명승 제15호)으로 지정·보존되고 있다.

이 마을 안내판에는 ‘다랑이논은 벼농사를 짓기 위해 산비탈을 깎아 만든 논으로 인간의 삶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이곳은 바다를 앞둔 설흘산과 응봉산의 가파른 산비탈에 지형에 맞춰 100여 층의 논을 계단 모양으로 만들어 높은 산과 넓게 트인 바다가 매우 아름답다. 가1)
천마을은 자세한 기록은 없으나 대대로 마을에서 살아온 김해 김씨, 함안 조씨 가(家)에 전해오는 자료로 미루어 볼 때 신라 신문왕 즈음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륵전설과 육조문에 대한 전설을 볼 때 고려시대 이전부터 마을이 있었으며, 임진왜란 때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설흘산 봉수대(烽燧臺)는 이미 그 전에 이곳에 마을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을 이름은 간천(間川)으로 불리다가 조선 중기에 가천(加川)으로 고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논, 산림 및 바다의 자연적 요소와 가천암수바위, 밥무덤, 설흘산 봉수대,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인 노도(섬)와 같은 문화적 요소는 명승적 가치를 한층 높이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108계단 다랑이논, 남해 푸른 바다와 조화
가천다랭이마을 뒤로 우뚝 솟은 설흘산이나 계곡 사이로 모여 있는 정겨운 농가들의 풍경, 해변의 기암괴석을 끼고 펼쳐진 남해바다는 한 폭의 그림이다. 들쭉날쭉 곡선 따라 제멋대로 생긴 논들이지만 그 사이사이로 산뜻한 산책로와 전망대가 마련돼 있어 편안히 돌아볼 수 있다. 또 가천마을의 명물인 암수바위와 밥무덤, 구름다리, 몽돌해변 등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가천마을의 다랑이논은 ‘옛날 한 농부가 일을 하다가 논을 세어보니 논 한 배미가 모자라 아무리 찾아도 없기에 포기하고 집에 가려고 삿갓을 들었더니 그 밑에 한 배미가 있었다’는 일문이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의 논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지난 2005년에는 문화재청이 가천마을 다랑이논의 아름다움에 반해 명승 제15호로 지정하고 다랑이논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마을 전체를 보존구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특히 마을의 바닷가에는 가마우지가 날아들고 얼레지, 용담, 참게, 전복, 소라, 멍게 등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해마다 6월 초에는 다랑이논 축제를 여는데 전통농법인 소가 끄는 써레질 체험행사와 사람이 직접 써레질을 하는 행사가 이색적이라고 설명한다. 그밖에 모내기, 미꾸라지 잡기, 논 썰매 타기, 전래놀이, 타악공연 등 다양한 체험행사와 전통놀이가 진행되기도 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체험은 가족단위 관광객들과 외국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편 마을 남쪽 바닷가에서 마을로 올라오는 입구에는 두 개의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오른쪽에 서 있는 바위를 수미륵, 왼쪽에 누워있는 바위를 암미륵이라고 부른다. ‘자식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바위에 기도를 올리면 옥동자를 얻는다’는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전한다. 남해 가천마을의 길이나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108계단의 다랑이논과 마을의 지붕들, 남해의 푸르른 바다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은 가히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기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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