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파고 넘는 농축산 블루오션, 친환경이 답이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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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파고 넘는 농축산 블루오션, 친환경이 답이다 -3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08.2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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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돼지 축산의 새 장을 여는 예산군 ‘가나안목장’

최근 한우와 육우가격의 폭락, FTA 추진 등으로 축산 농가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등 홍성군 경제기반의 중추를 담당하는 농축산업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아울러 충남도의 경우 한·미 FTA로 인해 축산 분야에서 73%, 과실 18% 등 농업의 전 분야에서 생산이 감소됐으며, 한·EU FTA와 한·중 FTA가 체결 시 최대 263.3%의 생산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각종 FTA체결로 인해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축산업 분야에서 위기를 기회로,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켜 기존 농축산업에서 주목받지 못하거나 전례가 없는 블루오션을 개척한 친환경농법으로 성공한 농가나 기업의 사례는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이 같은 혁신 사례들이 지속가능한 농업모델로 정착될 수 있는 있다는 믿음과, 홍성군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생산자·소비자 함께 웃는 친환경농축산, ‘위기’를 ‘기회’로
②친환경 농축산물은 농촌의 미래, ‘홍성유기농영농조합’
③친환경 돼지 축산의 새 장을 연 충남 예산 ‘가나안목장 
④시장 트랜드를 선도하라…친환경 쌀로 전통한과 만드는 ‘화성한과’
⑤포도 하우스에 인삼 심어 ‘일석이조’ 유기농 일군다
⑥유럽농업, 혁신의 현장을 가다…네덜란드의 유기농 신기술
⑦네덜란드 기업형 유기농 마켓을 가다
⑧농업위기의 대안 ‘친환경농업’ 홍성군의 명암


 

△ 돼지들이 먹는 아마씨를 가리키는 가나안목장 이연원 대표

 

 


돼지 구제역 파동, 돼지 인플루엔자 파동 이후 각종 FTA 협상 타결로 인해 수입산 돼지고기의 공세가 본격화 되면서 영세한 돼지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일반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항생제를 전혀 먹이지 않은 돼지를 길러 일명 ‘블루오션’을 개척해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도 있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위치한 가나안농장의 이연원 대표는 무항생제 돼지 개발에 힘입어 유기농 돼지, 가공 공장, 해외 수출, 사료 및 비료 판매까지 꿈을 키우고 있다.

이 대표가 돼지를 사육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도로 일본수출을 목적으로 한 수출전문농장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여타 일반 농가들과 비슷한 과정으로 돼지를 기르던 이 대표는 2000년도에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발병한 이후 외국으로 수출하던 돼지를 내수로 전환해야 했고, 돼지출하에 있어서도 판로가 막혀 쓴 고배를 마셔야 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이 대표는 국내 여타 축산농가들과 차별화를 시키지 않으면 더 이상 축산업계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유기축산을 시작했다.

항생제의 사용을 중단하고 전환기 유기축산을 시작한 이래 2006년도에는 전국 최초로 돼지 품목에서 유기축산 인증을 받기에 이르렀으며, 가나안 농장에서 사육되는 4500여 마리의 돼지 중에서 현재 50%가 유기축산으로 길러지고 있고, 나머지 돼지들은 무항생제 돼지와 일반 돼지로 사육된다. 현재까지도 국내에서 친환경 축산물 인증을 받고 유기농 돼지를 사육하는 농장은 ‘가나안농장’을 포함하여 총 4군데에 불과한 실정이다.

 

 

 

 

 

△ 가나안목장이 받은 각종 친환경 인증


친환경 유기농 돼지들은 화학적인 물질이 첨가되지 않은 사료를 먹는다. 항생제와 호르몬제, 소독약, 면역증강제 등의 약품뿐만 아니라 유전자가 조작된 작물 등은 사료로 사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유기농으로 재배한 곡물로 만든 사료만 먹이는데 반드시 IFOAM(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에서 인증받은 것이어야 한다. 국내 친환경 유기농 양돈 농장 1호인 ‘가나안 농장’의 이연원 대표 역시 화학 사료나 약품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친환경 유기농 돼지 사육에 대한 특허까지 취득한 것이다. 건강한 돼지의 면역세포를 추출해 새끼돼지에게 주사하는 무항생제 돼지 사육법과 오메가3와 오메가6로 유기 사료를 제조하는 불포화 지방산 강화 돼지 사육법이 그 것. 이런 엄격한 기준으로 만들어진 유기농 사료를 먹은 돼지는 불포화지방 함유량이 높아 건강에도 이롭다.

가나안 농장에서 길러지는 돼지들이 먹는 사료는 중국에서 전량 수출해온다고 한다. 국내의 사료공장에서 유기축산 전용 사료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 이 대표는 “일반 사료에 비해 2배나 비싼 사료(유기농으로 재배된 곡물의 부산물)를 수입해 먹이고 있지만 국내에도 조만간 유기축산 전용 사료가 생산될 전망이라고 하니 기대를 걸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이야 옥이야 길러진 돼지들은 적정 달수를 채우면, 역시 예산군에 소재한 씨알축산(유기농 축산물 가공업체)에서 가공을 거쳐 서울 각지의 백화점과 쇼핑센터로 납품된다. 현재 가나안농장의 유기농돼지가 판매되고 있는 곳은 서울시 청담동, 압구정, 삼성동 일대의 백화점과 연희동에 위치한 사러가쇼핑센터 등이다. 일반 돼지의 삼겹살이 100g에 1300원~1800원 선에서 팔리는 것에 비해 가나안 농장에서 출하된 유기농돼지의 삼겹살은 100g에 최고 7000원대에 팔린다고 하니 ‘금삼겹살’이 따로 없었다.

서울시내 주요 역세권 소비자들의 반응은 비교적 좋은 편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유기농으로 길러진 돼지가 몸에 좋다는 사실은 많은 소비자들이 알고는 있지만, 높은 가격대로 형성되다보니 많은 소비자들이 쉽게 구매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많은 축산농가에서 유기농 돼지나 소를 기르다보면 자연스레 가격도 내려가고, 같은 유기농 돼지라 하더라도 경쟁이 이뤄지면서 뛰어난 품질의 고기를 많은 소비자들이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돼지농장에서 발생한 퇴비는 친환경 농산물의 거름으로 
유기농 돼지고기는 사료를 비롯해 깨끗한 환경도 중요하다. 돼지는 더러울 것이란 선입견과 달리 깨끗한 동물이고 스트레스에도 약하기 때문. 친환경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면 평당 3마리 이하의 넓은 사육 시설을 확보해야만 한다. 흔히 ‘돼지우리’라 불리는 좁은 케이지는 쓸 수 없다. 또한 딱딱한 바닥을 싫어하는 돼지처럼 굽이 있는 동물들의 습성을 고려해 톱밥이나 왕겨, 볏짚 등을 깔아 바닥을 푹신하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어미돼지들은 모돈사에서 따로 사육되는데, 이들은 철저한 사료 관리를 통해 과식을 방지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이러한 사육 방법으로 키운 친환경 유기농 돼지고기는 건강과 성장에 유익한 리놀렌산(linolenic acid)이 풍부해 쫄깃한 식감과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도 나지 않는다.
더불어 친환경 유기농 돼지 농장은 돈사 특유의 냄새가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유기농 곡물로만 이뤄진 사료를 먹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배설물의 단백질 함량이 낮아져 부패하지 않고 톱밥이나 볏짚과 함께 발효되는데 이것이 바로 ‘퇴비’다. 실제로 유기농 돼지 농장에서 만들어진 퇴비는 주변 농가의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뒤틀어진 국내 축산, 본질 회복이 ‘관건’ 
이 대표의 궁극적 목표는 돼지와 소에게 풀을 먹이며 키웠던 자연상태의 축산방식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2015년 이후 미국산 옥수수의 수입이 중단되면 급격한 조사료값 상승에 따른 축산농가의 위기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국내 축산업계의 방식으로 길러져 오로지 먹기 좋은 고기만을 얻어내기 위해 길러지는 소나 돼지들은 당장에 풀을 먹인다 하더라도 소화시킬 수 있는 장기의 구조를 상실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유기농, 무항생제 등을 따지기 이전에 축산의 본질을 따져 원래대로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유기축산 뿐만 아니라 친환경유기농업에도 큰 관심을 드러냈다. 순환농법에서 축산과 농업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을 뿐만 아니라 가축들이 먹는 것을 사람도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 대표는 “축산에서 각종 항생제와 소독약이 문제가 된다면, 국내 농업의 큰 재앙은 바로 비닐하우스”라고 지적했다. 습도, 온도를 최적에 맞춘 상태에서 각종 약품으로 벌레를 죽이는 비닐하우스 농법은 식물의 항산화를 저해하고 있으며, 항산화 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농산물들은 사람들이 아무리 섭취해도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각종 FTA체결로 위기에 봉착한 농축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은 친환경유기농으로 전화하는 것이며, 이는 결국 국가의 식량주권을 회복하고 국민들의 건강한 식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최적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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