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파고 넘는 농축산 블루오션, 친환경이 답이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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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파고 넘는 농축산 블루오션, 친환경이 답이다 -5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08.3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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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하우스에 인삼 심어 ‘일석이조’ 유기농 일군다

최근 한우와 육우가격의 폭락, FTA 추진 등으로 축산 농가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등 홍성군 경제기반의 중추를 담당하는 농축산업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아울러 충남도의 경우 한·미 FTA로 인해 축산 분야에서 73%, 과실 18% 등 농업의 전 분야에서 생산이 감소됐으며, 한·EU FTA와 한·중 FTA가 체결 시 최대 263.3%의 생산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각종 FTA체결로 인해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축산업 분야에서 위기를 기회로,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켜 기존 농축산업에서 주목받지 못하거나 전례가 없는 블루오션을 개척한 친환경농법으로 성공한 농가나 기업의 사례는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이 같은 혁신 사례들이 지속가능한 농업모델로 정착될 수 있는 있다는 믿음과, 홍성군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생산자·소비자 함께 웃는 친환경농축산, ‘위기’를 ‘기회’로
②친환경 농축산물은 농촌의 미래, ‘홍성유기농영농조합’
③친환경 돼지 축산의 새 장을 연 충남 예산 ‘가나안목장
④시장 트랜드를 선도하라…친환경 쌀로 전통한과 만드는 ‘화성한과’
⑤포도 하우스에 인삼 심어 ‘일석이조’ 유기농 일군다 
⑥유럽농업, 혁신의 현장을 가다…네덜란드의 유기농 신기술
⑦네덜란드 기업형 유기농 마켓을 가다
⑧농업위기의 대안 ‘친환경농업’ 홍성군의 명암

 

△포도와 인삼이 함께 자라는 이옥신 씨의 비닐하우스

 

 

 

 


친환경 재배 농가는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벼를 친환경 재배하는 농가는 2012년 현재 3만2963가구로 5년 전의 약 3배, 10년 전에 비하면 약 8배 수준이다. 채소를 친환경 재배하는 농가도 최근 5년 새 약 3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친환경은 아직 우리 농업의 대세와는 거리가 멀다. 전체 농가 중 친환경 재배를 하는 농가는 6.1%(7만5002가구)에 불과하다. 농약과 화학비료 도움 없이 농사를 지으려면 육체적으로 워낙 힘든 데다 열매도 덜 열려 비용 대비 산출 효과가 무척 떨어지기 때문이다. 웬만한 인내심이 아니고선 친환경 농법을 계속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하지만 난관을 뚫고 성공하면 고소득이란 결실로 돌아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소득이 5000만원 이상인 농가 중 친환경 농가의 비중은 14.2% (2007년 기준)를 차지했다. 전체 농가 중 친환경 농가의 비율은 6.1%에 불과한데, 고소득 농가 중 친환경 농가의 비중은 훨씬 높은 것이다.

전라남도 곡성에서 유기농법으로 포도와 인삼을 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성공적으로 재배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옥신(60) 씨도 친환경농업으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농가 중 하나이다. 친환경 재배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인삼의 유기농 재배에 성공하고 세계유기농업연맹(IFOAM) 유기인증까지 획득하면서 경제적 수익은 물론 국내외에서 벤치마킹을 하고자 찾아오는 이들로 이옥신 씨의 농장은 언제나 분주하다.

한편, 세계유기농업연맹은 작물과 품종, 토양비옥도 유지, 윤작체계, 병해충방제, 잡초관리 등 까다로운 인증기준을 준수토록 규정하고 있다. 인증을 획득한 유기농식품은 유럽연합(EU)과 캐나다에 수출할 경우 별도의 인증절차 없이 수출할 수 있다.

 

 

 

 

 

 



친환경농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 
수십년간 뿌려진 농약과 화학비료로 우리 땅이 병들고 있다. 이런 땅에서 키워진 농산물은 우리 몸까지 병들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농약 사용량(단위 면적 기준)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이고, 화학비료 사용량도 5위에 올라 있다. 이는 우리 토양과 지하수를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오염시키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농업도 지속불가능하다.

따라서 친환경 농법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FTA(자유무역협정)로 외국에서 밀려들 수입 농산물과의 험난한 경쟁에서 우리 농촌이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유기농으로 포도와 인삼을 재배하는 이옥신 씨는 퇴비에 대한 자부심이 특히 남달랐다. 그는 화학 물질을 넣지 않고, 낙엽과 우드칩(woodchip·톱밥) 등을 원료로 자연 퇴비를 만들어 쓴다. 그는 “지렁이 같은 땅속 벌레가 잘 살 수 있도록 해주는 퇴비가 좋은 퇴비”라고 말했다. 벌레가 돌아다니면서 땅속에 구멍을 내 작물의 뿌리가 쉽게 숨 쉬게 하고, 벌레 배설물은 천연 비료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농약과 화학비료가 사용되지 않는 이 씨의 인삼은 200그램(g)당 7만5000원에 팔린다. 일반 인삼의 3~4배에 이르는 가격이다. 그는 “친환경으로 재배하다 보니 물량이 많지 않고, 가격이 비싼데도 주문이 계속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 씨의 인삼재배는 저투입·저비용 영농방식이다. 2007년 세계유기농업연맹 유기인증을 획득한 포도시설 재배 포장을 이용해 인삼을 재배하기 때문에 차광막 설치 등에 필요한 150여만원의 별도비용이 투입되지 않았다.

그의 농사법은 먼저 비닐하우스 양쪽 가장자리를 따라 폭 60㎝, 높이 30㎝짜리 고무틀을 한줄로 묻는다. 틀 속엔 나무껍질·톱밥·계분·쌀겨·발효제 등을 혼합해 4개월간 발효시킨 뒤 3개월 숙성시킨 친환경 퇴비와 점질토를 1대 1 비율로 넣는다. 그는 여기에 ‘캠벨얼리’ 품종의 포도나무를 2.5m 간격으로 심었다.

포도나무를 심은 후 1년 뒤에는 고무틀 속에 넣은 것과 똑같은 퇴비를 3.3㎡(1평)에 30㎏ 정도 뿌리고 인삼을 정식했다. 비닐하우스 중간에 4줄의 두둑을 만들어 인삼을 심은 것이다.
평소에는 포도와 인삼의 재배관리를 달리한다. 포도나무엔 60℃에서 4일간 발효시킨 유기질 비료를 가끔씩 살포해 잎을 비교적 무성하게 키운다. 인삼에는 그냥 물만 준다.

 

 

 

 

 

 

△이옥신 씨


이 씨는 지난 2010년 4년근 인삼을 처음 수확한 이후 올해부턴 6년근을 캐내고 있다. 인삼 재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인삼의 경우 수확량이 일반재배보다 20% 정도 많고, 포도는 20% 적단다.

그는 “인삼은 일반재배보다 2~3배, 포도는 30% 정도 높은 값에 판매하고 있다”며 “조금 더 고민해서 농사를 지으면 ‘일석이조’란 표현이 어울리는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삼재배 농가들은 햇빛 투과율을 30% 정도로 맞추기 위해 차광막을 씌우지만 저는 차광막 대신 포도나무 잎으로 그늘을 만들어 인삼을 재배합니다” 그의 독특한 아이디어는 큰 돈 들이지 않고 토지생산성을 극대화시킬 뿐만 아니라 부농의 꿈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발상 전환으로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것이다.

이 씨의 유기농 인삼은 포도와 함께 재배하기 때문에 장기간 재배해야 하는 인삼의 특성에 따른 경영비 확보 문제도 자연히 해결된다. 농지의 효율적 이용과 단위면적당 생산성도 크게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인삼재배 시 자주 발생하는 노균병·잘록병 등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천연물질로 만들어진 유기농자재와 포도밭에 사용되는 보르드액만으로 1년에 1회 정도 살포해 방제한다.

저비용의 유기농 인삼이 재배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표준화된 재배법 보급이 필수다. 이는 유기농 인삼 생산의 조직화·규모화를 촉진함으로써 생산기반 확대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 씨는 “앞으로 노동력과 비용이 적게 드는 유기농 인삼재배 기술을 보급하는데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전남도는 ‘생태전남’의 지렛대 역할을 할 유기농 명인 12명을 지난해 선정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는데 이옥신 씨 역시 유기농 명인에 포함돼 있다. 전남도는 친환경 농산물 인증면적이 전국 51%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유기농 생산지로 친환경농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벼와 밭작물 등 6개 품목에서 12명의 명인을 선정, 지원하고 있다.

도는 이들 명인들이 분야별로 자신이 개발한 농자재와 농법을 도내 인근 농가들에게 전수할 수 있도록 도내 3개 교육관에서 유기농 전문기술 강좌를 실시해 유기농업 확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옥신 씨는 “유기농업이 시작단계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해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유기농업 지원책이 발굴·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취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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