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세상, 사회적기업이 해법이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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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세상, 사회적기업이 해법이다 -4
  • 최선경 편집국장
  • 승인 2012.10.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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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순환영농으로 사회적 유통 실현



사회적기업이 일자리 창출대책의 대안으로 각광받으면서 국가는 물론 지자체마다 사회적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양적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지만 사회적기업이 우리의 사회적 문제해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척박한 토양에서 창업만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사회적기업의 부실이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따뜻한 선진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지는 사회적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지원체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전국 우수한 농어촌 사회적기업 사례를 소개하고, 어떻게 해야 농어촌 사회적기업이 대안경제의 하나로 올바르게 자리잡을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주민이 모두 주인인 마을기업…홍동면 ‘지역센터 마을활력소’
2. 나눔·공동체·친환경·일자리까지…청주 (주)생명살림 올리
3. 이웃에게 작은 희망을 돌려주는 사람들…시흥 작은자리 지역자활센터
4. 주문자와 생산자가 함께 먹는 ‘사회적 유통’…남원 새벽영농조합법인
5. 흙·농촌·환경 살리는 농업기업…괴산 ‘흙살림’
6. 계약재배·일자리 창출, 농촌재생 기여…강화 ‘콩세알’
7. 사회적기업의 정착을 위한 대안 …충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


△ 양기운 관장





남원 새벽영농조합법인 양기운 관장


전북 남원의 농촌지역을 근거지로 한 영농조합 ‘새벽’은 유기농, 로컬푸드, 농촌살리기,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 등 다양한 가치들을 모두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사회적기업 ‘새벽영농조합법인’을 이끌며 농촌이 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남원지역자활센터 양기운 관장이 그 주인공이다.
새벽영농조합법인(이하 ‘새벽’)의 모태가 된 남원지역자활센터의 양기운 관장은 ‘새벽’에 어떤 직함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이 법인을 만들어 지금까지 이끌어오고 있다.
자활센터의 관장인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조건부 수급자 또는 차상위층을 훈련해서 자활공동체를 만들어 독립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양 관장은 부가가치가 낮아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을 골라 틈새시장을 겨냥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책이라 보고 ‘농업’을 선택했다.

△ 새벽영농조합법인의 다양한 활동들




■ ‘새벽’의 핵심은 ‘순환영농’
‘새벽’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는 버려지는 음식물을 농축산물을 재배하는 밑거름으로 순환시켜 환경을 살리고 고용도 창출하는 것이다. 남원시내에서 음식물쓰레기를 거둬 돼지 먹이로 쓰고 있다. 인간이 남긴 것을 버리지 않고 다른 생물을 통해 자연의 순환과정에 포함시킨다. 이 때 생긴 돼지 배설물에 짚과 왕겨 등을 섞어 자연발효시키면 훌륭한 퇴비가 된다. 이 퇴비를 이용해 유기농채소를 길러낸다.

양기운 관장은 “남원시에서는 연간 4억~6억 원의 음식물폐기물처리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수거해야 하는 지자체나 음식물쓰레기를 버려야 하는 업체나 둘 다 경제적인 셈이다. 남은 음식 재활용사업은 저비용 고효율 순환 영농사업으로 인간과 동식물의 유기적인 관계를 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신뢰에 기초해 공동의 이익을 만든다. 양 관장은 영농사업의 출발점이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에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새벽’이 갖고 있는 장점은 고정 수요층을 형성하고 맞춤형 유통체계를 구축하는 방법에서 발견된다. ‘새벽’에서 키우는 채소는 50여 가지. 남원 일대 약 5만㎡대지의 40여개 비닐하우스에서 키우고 있다. 지속적으로 납품해야 하기에 각 하우스마다 수확시기가 다르다.

‘새벽’은 배달서비스 말고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을 모색했다. 하나는 지역에서 수요를 창출하는 ‘로컬푸드’이고 나머지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사회적 유통’이다.

‘새벽’은 남원 시내에 ‘새벽유기농식당 만나’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새벽’이 기른 채소와 돼지고기가 포함된 한정식을 판매한다. 원재료 말고 완제품 형태로 파는 전략이다.




사회적 유통도 양 관장이 만들어 낸 새로운 개념이다.
“유기농산물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막상 그것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일정 소득 이상의 사람들뿐이다. 서민들은 비싸서 먹을 수 없고 그렇다고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이 돈을 잘 버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A급이 아닌 B급 이하의 유기농산물을 판매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외양에만 약간 하자가 있을 뿐 조리해서 먹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농산물의 판로를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새벽유통’은 판매되지 않고 처치 곤란인 B급 이하의 유기농산물을 전북광역자활센터와 연계해 복지관·단체급식소에 납품했다. 남원자활에 참여하는 유기농산물 생산자들도 시장에 휘둘리지 않고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저소득층 노인들도 안전한 유기농산물을 먹을 수 있다. 사회적 유통이란 바로 이처럼 단순한 시장거래가 아닌 호혜적, 사회적 관계를 토대로 해서 성립한다.




■ 생산자와 소비자 간 공동의 이익 추구로 신뢰 형성
‘새벽’은 지역사회와 연대하여 기업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는 쉬는 날 없이 당일 수거한다. 주민들이 음식물쓰레기를 정확하게 분리하도록 하기 위해 부추·상추·오리알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홍보활동도 병행했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음식물쓰레기 참여가구를 늘리는 성과를 올렸고 남원지역에서 하루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 18톤 중 1.5톤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사회적기업 ‘새벽’이 생각하는 기업활동은 단순한 돈거래가 아닌 신뢰거래를 만드는 것이다. 신뢰거래는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벽을 해소하고 소비자가 농산물 생산과정을 이해하고 생산자는 소비자에게 최고의 농산물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 일방 주도의 거래는 화학비료·농약 등을 많이 투입하는 생산을 가져와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 생산자 역시 품질보다는 가격, 소비자의 건강보다는 이윤을 앞세우게 된다.
따라서 신뢰거래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양 관장은 “새벽의 경영 철학이라고 한다면 정말 필요한 비용만 취하고 나머지는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부터 먹고 우리부터 살아보자
‘새벽’이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되면서 양 관장은 자신이 농업과 농촌에 가졌던 새로운 비전을 실험할 기회를 갖게 됐다. 그것은 ‘잠자는 구들흙집’을 짓는 일이다. ‘잠만 자는, 초저가의, 초소형 구들흙집’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잠자는 구들흙집은 돌, 나무, 흙을 중심으로 자재의 지역 내 자급을 목표로 우리끼리 최저비용으로 잘 살아보자는 꿈이다. 집 짓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연장, 기구, 장비, 재료를 가장 적은 비용으로 동원하면서 우리들의 순수한 경험인 설계와 시공으로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집주인 누구라도 알 수 있게 해 볼 요량이다. 그러니까 잠자는 구들흙집의 큰 약속은 우리가 생산한 것을 우리가 먼저 먹고 우리가 지은 집에 우리가 먼저 살면서 석유에 지불되는 생활비를 줄이거나 없이 해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실험을 계속하기 위해 양 관장은 다양한 크기의 흙집을 짓고 있었다.
“흙 외에 아무 것도 섞지 않고 그 때 그 때 모양을 잡아 만든다. 흙집 한 채를 짓는데 한 달 정도 걸리며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한다. 특히 귀촌 귀농 도시이주민들을 위해 정형화된 흙집을 만들고자 한다. 흙집은 자연그대로 쌓아 올린 집이므로 폐기물로 버려야 할 것이 적다. 자연이 곧 집인 셈이다. 흙집은 동물에게까지 이어진다. 자활센터의 인프라를 활용해 구들 흙집을 만들고 가마솥에서 끓인 쇠죽으로 소를 기르는 것부터가 그렇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다목적성을 지닌다”



<이 취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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