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규모의 석면광산이 있었던 ‘광천석면광산’
상태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석면광산이 있었던 ‘광천석면광산’
  • 취재·사진=한기원·김경미 기자
  • 승인 2023.07.30 0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최대 석면피해지역 충남, ‘석면피해기록관’을 세우자〈2〉
아시아에서 가장 큰 석면광산인 충남 홍성군 광천읍 소재 광천석면광산의 2009년 모습. 지금은 폐쇄복구됐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석면광산인 충남 홍성군 광천읍 소재 광천석면광산의 2009년 모습. 지금은 폐쇄복구됐다.

광천석면광산, 일제강점기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석면광산
장항선 개량 2단계 사업, 광천지역 석면문제 본격적으로 제기
충남지역 석면광산 홍성·보령·예산·서산·청양 등 18곳으로 확인
2011년 ‘석면피해구제법’ 시행 결실, 전국에 석면 피해 이슈화

 

홍성군 광천읍과 보령시 오천면 등 과거 석면광산 주변의 5개 마을 주민 100여 명에게서 석면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폐질환 집단발병이 2009년 처음 확인됐고, 사회문제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후 홍성군 광천읍 상정리 덕정마을 10여 명의 마을 주민들에게 내려진 진단결과에 공포가 시작된 ‘광천석면광산’은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의 광산이었다. 아시아 최대의 석면광산이 있었던 광천 상정리 덕정마을 등의 석면광산은 1970년대 문을 닫았지만 마을 어르신 대부분이 환갑전인 50대에 돌아가시곤 했다. 

그때는 그냥 폐병이 심해서인 줄만 알았지, 석면 때문인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광산이 폐쇄된지 30여 년이 넘어 마을에서는 석면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주민들 상당수가 ‘석면으로 인한 폐질환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으면서 마을 전체가 ‘폐에 기종이 있고, 석면 노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흉벽 석회화 소견과 폐섬유화 소견이 보인다’는 소견과 ‘폐섬유화는 호흡곤란 등을 일으킬 수 있고, 폐에 크고 작은 결절이 많아 큰 것은 조직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제시됐다. 그러면서 마을 전체가 공포감에 쌓인 ‘아시아 최대 규모의 광천석면광산이 있던 지역’으로 전국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1930년대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충청남도 홍성군 광천읍 삼정리 소재 광천 석면 광산 사진.
1930년대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충청남도 홍성군 광천읍 삼정리 소재 광천 석면 광산 사진.


■ 대흥광산 석면 함유, 1% 이상 정화대상
광천지역에 석면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장항선 개량 2단계 건설사업과 관련한 실시계획에 홍성역에서 광천역으로 향하는 예정 노선에 과거 석면을 캤던 대흥광산(광천읍 신진리 산 1-1번지 일원)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항선 개량 2단계 사업은 홍성 신성~보령 주포 18㎞ 구간과 보령 남포~간치 14.4㎞구간을 직선화하는 사업이다. 

철도시설공단은 지난 2011년 광천역을 홍성군 광천읍 상정리 홍주미트 앞으로 옮기고 노선은 벽계마을~홍주미트~포항마을을 잇는 내용의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이후 2013년 광천역을 신진리 광신철재 뒤편으로 옮기고 노선을 직선화해 최단 거리로 추진하는 실시설계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시설계안의 노선이 과거에 석면을 채굴했던 대흥광산을 지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광천읍 주민들은 기본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주민들은 이 노선을 고수할 경우 석면광산을 지나는 구간은 터널로 공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석면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발단이 됐다. 이 광산은 1985년 12월 폐광될 때까지 150여 톤의 석면이 채굴된 곳으로 지난 2013년 8월 환경부가 한 정밀조사 결과에서도 석면이 검출됐다. 당시 대흥광산에서 채취한 토양 시료를 분석한 결과 1∼3% 이상의 오염이 확인돼 토양정화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석면 오염이 1% 이상이면 정화대상으로 우선 분류된다. 대흥광산 주변에는 석면을 함유한 암석 일부가 노출돼 있고, 폐(광)석들도 산재해 있는 상황이었다.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땅속에 있는 석면이 대기 중으로 비산할 수 있고, 열차가 운행되더라도 진동에 따른 석면류 물질의 비산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곳이기 때문에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석면은 불에 타지 않고 열을 차단하는 성질 때문에 매우 중요한 산업자원이자 군수물자였다. 군함의 경우 뜨거운 보일러를 덮는 단열재로, 온수를 공급하는 파이프를 이어주는 개스킷으로, 용접작업을 할 때 불꽃을 막아주는 용접포로, 석면실을 엮은 각종 석면섬유용품 등으로 사용됐다. 세계의 석면은 캐나다 퀘벡에 있는 대규모 석면광산에서 주로 공급됐는데, 전쟁을 일으킨 일제가 석면 수입을 못하게 되자 일제강점기 일제의 식민지가 된 우리나라에서 석면광산을 찾아냈던 것이다.
 

전국 석면광산 현황.
전국 석면광산 현황(자료:환경부).


■ 충남지역 석면광산, 국내 전체의 86%
일제강점기 충남지역에는 석면광산이 가장 많았다. 특히 지난 2009년 당시 충남도내 석면광산이 국내 전체의 86%인 18곳으로 드러나면서 ‘잠재적 석면 재앙’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됐던 지역이기도 하다. 충남지역 석면광산의 절반은 1990년대까지 운영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통상 잠복기가 10~40년의 석면 피해를 감안하면 인근 지역의 마을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함께 이들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충남지역의 석면광산은 홍성, 보령, 예산, 서산 등 4개 시·군에 모두 18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확인 이후에도 청양지역에서도 석면광산이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홍성지역에는 광천석면, 홍동석면, 충남석면, 홍성석면, 금마석면, 월림석면, 대흥석면 등 8곳으로 가장 많았다. 보령은 청소석면, 오천석면 등 7곳이며, 예산은 2곳, 서산은 1곳이다. 홍성군의 경우 광천읍과 홍동면, 금마면 일대에, 보령시는 오천면과 청소면 일대에, 예산군은 광시면과 응봉면에 석면광산이 집중 분포돼 있다. 

청양의 경우는 비봉면 등에 석면광산이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충남지역 석면광산의 총 광구면적은 4531㏊에 달하고 지난 1971년부터 2006년까지 모두 33만 5000여 톤이 채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충남지역에 석면광산이 많이 분포된 것은 석면광맥이 이어지는 지질 특성 때문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유해성이 높은 청석면, 황석면 등 서문석계의 석면이 주로 생산돼 왔다. 이들 석면광산은 1970~80년대 집중적으로 채굴이 이뤄졌고, 일부는 2000년대까지 채굴된 것으로 확인돼 잠재적 석면 피해에 대한 조사가 시급한 실정으로 대두됐다. 홍성 광천석면의 경우 1971년부터 1986년까지 19만 379톤이 채굴됐고, 보령 대보석면은 1971년부터 1984년까지 7만 4741톤이, 예산 홍동석면은 1976년부터 1980년까지 1만 571톤이 채굴됐다. 이 가운데 보령 중앙석면은 1980년부터 1992년까지 2만 2255톤이, 보령 신석석면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5118톤이 채굴되는 등 불과 수년 전까지 석면 채굴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심각성을 더했다. 또 이들 석면광산의 절반은 1990년까지 폐광되지 않고 방치돼 오다가 석면 피해가 이슈화되자 복구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1930년대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충청남도 홍성군 광천읍 삼정리 소재 광천 석면 광산 사진.
1930년대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충청남도 홍성군 광천읍 삼정리 소재 광천 석면 광산 사진.

이처럼 충남지역에는 석면광산이 대규모로 분포하고 있는데다 최근까지 채굴작업이 이뤄지면서 10~40년인 석면 잠복기를 감안하면 광산에서 일했던 노년층뿐만 아니라 광산 인근지역 마을의 주민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비롯해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됐다.

석면은 광물이지만 섬유 형태를 띠고 있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고 매우 가벼우며 부드럽기 때문에 공중에 떠다니다가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와 폐조직에 박히게 된다. 불에도 타지 않는 강한 성질 때문에 녹지 않고 염증반응을 일으키며,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암조직으로 변한다. 석면이 일으키는 질환은 악성중피종암, 폐암, 진폐증의 일종인 석면폐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석면피해자의 구제를 위해서는 특별법의 제정이 절실히 필요했다. 충남도는 2010년 1월 14일 석면피해구제 특별법 초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고, 2011년 1월 1일 ‘석면피해구제법’ 시행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석면피해구제법은 앞에서 말한 세 가지 질병을 공식적인 석면질환으로 인정하는 법이다. 2014년부터는 폐를 둘러싼 조직이 두껍게 되는 미만성흉막비후도 인정질환이 됐다. 세계보건기구는 후두암, 난소암도 석면질환으로 인정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부터 모든 종류의 석면사용은 물론 석면 원료나 석면이 함유된 제품의 수입과 사용도 금지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일본에 이은 아시아 두 번째 조치였다.

정부가 인정한 전국 석면피해자 3명 중 1명은 충남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인구(210만 명)는 경기인구(1272만 명)의 6분의 1, 서울인구(993만 명)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함에도 석면 피해 인정자가 훨씬 많다는 점에서 석면 피해의 심각성을 반증하고 있다. 충남도내 석면 피해 인정자의 질환별 비중을 보면 석면폐가 716명으로 가장 많았고, 석면 폐암(125명), 악성중피종(59명), 미만성흉막비후(3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우려가 되는 부분은 도내 석면 질환자 중 석면폐 환자가 가장 높게 조사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국내에 개발했던 석면광산 중에서 특히 홍성 광천지역에 개발됐던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석면광산인 ‘광천광산’을 비롯한 보령 등 인근 지역의 석면광산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충청남도 지역미디어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