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 전남 담양 ‘창평국밥거리’등 음식특화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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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전남 담양 ‘창평국밥거리’등 음식특화거리
  • 취재·사진=한기원·김경미 기자
  • 승인 2023.10.0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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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원도심 활성화, 특화거리에서 답을 찾다 〈6〉
전라남도 담양 창평국밥거리의 모습.
전라남도 담양 창평국밥거리의 모습.

한국 가사 문학과 정자 문화의 본고장, 죽향(竹鄕)의 고장
창평국밥거리. 집집마다 특별한 맛으로 문전성시·7곳 성행
담양군, 창평국밥·국수·죽순푸드 등 ‘테마별 먹거리촌’조성
담주다미담예술구·대나무축제·국제예술제 등 공연예술 거점


전남 담양하면 슬로시티 도시로 주목받는 곳이다. 슬로시티의 가입 조건은 인구가 5만 명 이하이고 도시와 주변 환경을 고려한 환경 정책실시, 유기농 식품의 생산과 소비, 전통음식과 문화 보존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구체적 사항으로는 친환경적 에너지 개발, 차량 통행 제한 과 자전거 이용, 패스트푸드 추방 등의 실천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 12월 전남 담양, 신안, 장흥, 완도 등의 지역이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천 마을, 전남 완도군 청산도, 전남 신안군 증도, 전북 전주 한옥마을, 경남 하동군 악양면, 경북 청송군 파천면, 경북 상주시 이안면, 충남 예산군 대흥면, 충북 제천시,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경북 영양군,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충남 태안군, 충남 서천군, 경남 김해시 등이 슬로시티로 지정돼 있다.

원래 슬로시티 기준은 인구 5만 명 이하 도시다. 그런데 60만 명이 넘는 전북 전주시가 2016년 대도시 중 최초로 국제슬로시티에 올랐다. 2010년 전주 한옥마을만 지정됐다가 심사를 통해 시 전역으로 재인증을 받은 것이다. 한옥마을만 해도 연간 1000만여 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으니 슬로시티 인증 덕을 톡톡히 봤다. 

아무튼 전남 담양군은 올해 국제슬로시티 연맹으로부터 4번째 재인증을 받은 가운데 주민 주도형 협업시스템을 강화한다. 담양군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창평면 삼지내마을 돌담길, 고택의 예스러움, 한과·장류 등 전통 음식문화의 보존 등을 인정받아 2007년 12월 아시아지역 최초로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고, 5년 주기로 이뤄지는 평가에서 이번에 4번째 재인증을 받았다.

‘슬로시티(Slow City)’란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지역을 뜻하며, 지난 2000년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그레베의 파울로 사투르니니(Paolo Saturnini) 시장이 ‘느리게 살자’고 호소한 데서 시작된 운동이다. 빨리빨리에서 싸목싸목, 느릿느릿 천천히, 느림의 철학으로 살면서 행복한 삶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국제적인 슬로시티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 전통과 생태가 보전돼 있고, 그 지역만의 전통 먹을거리와 지역 주민들에 의한 다양한 지역공동체(community)운동이 전개되고 있어야 한다. 전남 담양의 창평 일대는 이 세 가지의 조건을 충족하는 곳이다. 담양은 고택과 문화재가 많이 남아 있어, 현대와 전통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도시 인근의 대표적 농촌 마을이다. 창평 삼지천 마을의 고택, 한옥마을에 펼쳐진 돌담길에서의 여유로운 산책은 방문객들의 슬로라이프 체험의 장이기도 하다. 특히 담양은 도시민들의 전통문화체험의 장이라는 점에서 슬로시티의 충분한 이유가 된다. 또한 담양 일대에는 다양한 전통식품이 풍부하다. 창평 국밥, 국수, 떡갈비, 한과 등 다채로운 전통식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여유와 풍성함을 선사한다.

 

창평 5일장 주변의 창평국밥거리 모습.
창평 5일장 주변의 창평국밥거리 모습.

■ 담양 ‘창평국밥거리’ 남도음식거리 조성
전남 담양의 창평은 예로부터 청정 자연과 고즈넉한 분위기, 그리고 풍류가 있던 고장이다. 소쇄원 등 한국 가사 문학과 정자 문화의 본고장이자, 한국의 죽향(竹鄕)의 고장이다. 거리에는 전원 풍경과 전통 고옥을 따라 걷는 슬로 트래블을 즐길 수 있다.

16세기에 형성된 창평면 삼지천(三支川) 마을에는 100여 년의 세월이 깃든 전통 한옥과 3600m에 이르는 운치 있는 돌담길이 잘 보존돼 있다. 이 마을에는 전라남도 민속자료 제5호인 ‘담양 고재선 가옥’을 중심으로 여러 채의 전통 한옥이 즐비하다. 창평은 전남의 명문가 중 하나인 장흥고씨의 집성촌으로 유명하다. 일제강점기 때 조국을 되찾기 위한 민족 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할 때 ‘장흥외숙’을 열어 근대식 교육을 시작했는데, 그 창평초등학교가 개교한 지 100년이 넘었다.

담양 창평의 특산품으로는 창평 쌀 엿과 한과가 유명하다. 생강과 조청을 섞어 밤새 푹 끓여 만들어 입에 붙지 않는 엿과 한과는 찹쌀을 삭혀 가루를 내고 다시 찐 다음, 공기가 골고루 배도록 공이로 쳐서 만드는 정직하고 투박한 손맛이 배어있다. 기순도 전통장(醬) 명인은 고씨 종가의 며느리로서 10대를 이어온 발효 전통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담양 창평에서는 맛과 영양 만점인 대표적인 슬로푸드 ‘창평국밥’을 만날 수 있다.

5일과 10일 창평 5일 장이 서던 날이면 시장 한편에서 시장 상인과 장을 찾은 사람들을 상대로 국밥을 팔던 국밥집들이 담양군민을 비롯해 서울과 부산 등 전국에 입소문이 나면서 찾아오는 손님이 늘자 몇 년 전부터는 매일 영업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곳 국밥집들은 집집마다 특별한 맛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며 지금은 7개소가 성행, 창평국밥거리를 형성했다.

‘창평국밥거리’에 자리 잡은 국밥집들은 기본적으로 농밀한 국물이 우러날 때까지 사골을 오랜 시간 동안 고아낸 육수를 사용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또한 국밥집의 수만큼 국밥 종류도 다양하다. 순대국밥, 선지국밥, 머리국밥, 내장국밥, 새끼보국밥, 콩나물국밥 등 입맛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까지 갖췄다. 하지만 어느 곳이나 기본 메뉴로 모둠국밥과 따로국밥이 있다. 특히 모둠국밥은 뜨끈하고 개운한 암퇘지 내장으로 만든 암뽕순대와 내장이 듬뿍 담겨있어 별도로 주문하지 않아도 순대까지 맛볼 수 있어 인기다. 그래서 떡갈비, 대통밥, 돼지숯불갈비 등 맛의 고장으로 통하는 담양이 지역의 대표 음식만을 골라 선정해 놓은 ‘담양 10味’에도 ‘창평국밥’이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담양군은 ‘창평국밥거리’를 ‘국수거리’, ‘죽순푸드빌리지’와 함께 담양을 대표하는 전국적인 ‘테마별 먹거리촌’으로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담양 슬로시티를 상징하는 창평 삼지내마을 조형물.
담양 슬로시티를 상징하는 창평 삼지내마을 조형물.

■ 담양 원도심 곳곳, 활력있는 관광거리
담양의 ‘창평국밥거리’는 전라남도의 ‘2021년 남도음식거리’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2년간 10억 원을 투입, 거리 상징물 설치, 음식점 간판 정비, 보행로와 주차장 확보 등 관광객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주변 환경개선도 추진했다. ‘창평국밥거리’는 100여 년 전통을 이어온 창평전통시장의 역사성과 창평 슬로시티, 소쇄원 등 담양의 대표 관광지가 인접한 지리적 이점이 있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창평국밥거리’는 남도음식거리 조성사업이 마중물이 돼 새로운 음식 관광지로 자리매김토록 함으로써 남도음식을 계승 발전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여기에 ‘창평전통슬로푸드축제’도 힘을 보태고 있다. ‘창평국밥거리’는 1919년 ‘창평 전통시장’ 개설과 함께 10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오고 있으며, 슬로시티와 함께 담양군 창평면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담양군은 지난 2013년 공모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음식테마거리 관광 활성화 사업공모에 ‘죽순푸드빌리지’음식 테마특화거리가 최종 선정됐다. 죽순푸드빌리지는 웰빙 음식 특화거리로 죽녹원 갈비, 대통밥, 떡갈비를 비롯한 한국음식 전문점들로 구성돼 한국 음식의 대표성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 평가됐으며, 또한 연간 11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죽녹원에 인접해 있다는 점도 높게 평가됐다. 또 담양군에 따르면 지난 5월 4년 만에 개최된 대나무 축제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려지면서 6일간 역대 최다인 63만 명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담양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농특산물 판매장 등은 군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경제적 파급효과도 310억 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한편 담양군은 내년부터 10년간 추진되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남부권 광역관광개발사업’에 709억 원의 예산이 확보돼 2024년부터 2027년까지 4개년의 1단계 사업으로 ‘담(潭)관광스테이’와 문화접목 야행공간 연출 등 사업의 기본계획을 수립해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입힌 담양읍 원도심 곳곳도 활력있는 관광거리로 조성되고 있다.

지난 2월 문을 연 담주다미담 예술구는 현재 15동 30실이 입주, 청년상가와 공방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매주 거리 공연과 문화행사가 거리를 채우며 매력을 뽐내고 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담양문화회관도 들어섰다. 지난 4월 준공된 담빛음악당은 죽녹원과 관방제림이 조화를 이루는 추성경기장 일원에 자리잡고 대나무축제 주 무대와 남도국제예술제 공연장 등 군민의 공연예술 거점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담양군은 안심식당 확대를 위해 수저집 사용과 소규모 음식점 주방 시설 개선사업, 음식관광해설사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청결한 음식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시행하는 2023년도 음식문화개선분야 업무평가에서 전국 우수기관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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