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인구소멸, 저소득층 아동의 방치 등 전 세계적으로 직면한 문제점 속 일본은 출산율 제고에서 나아가 출생한 아이의 ‘행복’에 초첨을 맞춰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이중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젊은 부부, 일하는 부부들에게 선택받는 도시로 반전을 이룬 도시마구를 찾아 현재 추진하고 있는 보육정책과 인프라를 살펴본다.<편집자주>

맞춤형 아동정책으로 도시이미지 제고
일본에서 ‘아이 키우기 가장 좋은 도시’
일본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 정윤선 씨는 “도시마구가 10여 년 전엔 인구소멸 지역이었으나 현재는 유아원과 공원 건립 효과로 ‘아이 키우기 좋은 지역’으로 인식돼 젊은 부부가 많이 산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육아휴직에 들어간 정 씨는 “이곳 도시마구는 유아원 입소를 기다리는 대기 아동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구에서 수시로 수요조사를 진행해 관련 시설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 건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도심임에도 아이들과 뛰어놀 수 있는 공원이 근교에 조성돼있고 충분한 보육시설과 더불어 보육료가 소득수준을 감안해 책정되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고 지역 인프라를 소개했다.
덧붙여 “육아휴직을 보내고 회사로 복귀해도 승진 누락 등의 제약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젊은 부부들이 일하기에 최적의 지역으로 꼽히며 정부에서 주는 보육수당 5만 엔을 더해서 구에서 지급되는 보육수당은 10만 엔으로 타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3년 기준 도시마구의 유아원 입소 대기 아동은 300여 명에 달했으나 이후 유아원 건립 관련 보조금 지급을 기반으로 각종 보육 정책을 펼친 결과 현재 대기 아동 수는 수년째 ‘0’명을 기록하고 있다.
2030세대의 젊은 여성인구를 유입시키고자 적극적인 아동 대책을 추진한 도시마구는 일본 최초의 구청 내 유아원 ‘글로벌키즈 히가시이케부쿠로’를 개관해 주목을 받았다.

구청사 내 유아원 운영… ‘접근성 뛰어나’
도시마구, 유아원 대기아동 제로(0) 실현
2017년 개관한 해당 유아원은 49층 규모의 구청사 내 2층에 위치해 있으며 이케부쿠로역, 히가시이케부쿠로역 등 3개 노선의 전철역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고 주변 미나미이케부쿠로공원 등 4곳의 공원에서 다양한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이 유아원의 경우 정원은 60명으로 생후 57일부터 취학 전 아동까지 입소가 가능하며 ‘풍족하게 사는 힘을 기른다’란 보육이념 아래 연령별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주요 보육방침으로 △생활의 주체성 △활동 자립성 △개성 존중 △사회성을 강조하는 등 스스로 놀고먹으며 잘 수 있는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교육을 중시한다.
특히 0~1살, 3~5살끼리 각각 혼합반을 이뤄 사회성과 협동심을 기르고 있으며 소위 악마의 시기라고 불리는 2살의 경우엔 자립심과 의사소통이 활발해지는 중요한 나이인 만큼 단독반을 구성해 교육이 이뤄진다.

5살 원아들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시기로 여겨져 부모와의 상의하에 단체활동을 따라가지 않고 선택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독립심을 길러주는 것이 이 유아원의 가장 큰 특징이다.
히가시이케부쿠로 유아원의 전반적인 소개와 안내를 담당한 미나미 원장은 “2014년부터 도시마구에서 적극적으로 유아원을 건립한 결과 현재 면적에 비해 비교적 많은 보육시설이 조성돼있고 편리한 교통편과 보육지원금 덕에 아이 낳기 좋은 지역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며 “유아원 운영 부분에서도 건물 임차료 지급은 물론 유아원 직원들의 주택 임대료 지원도 큰 복지혜택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도시마구는 지역 내 공립유아원 18개소, 사립유아원 75개소를 관리하며 가족참여 행사, 진로체험, 현장학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협력 지원해 호응을 얻고 있다.
한편, 유아원 입소까지 구에서 일괄 관리하는 가운데 입소 접수 신청서를 제출하면 위치(거리)와 소득수준에 따라 시설을 배치해 과열될 수 있는 사전입소 경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등 공공보육의 선순환을 만들어가고 있다.

빈곤가정 고립 막는 지역 커뮤니티의 장
주민중심의 와쿠와쿠네트워크 활동 활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아동·청소년들이 빈곤과 가난에 노출되면서 각 지자체와 기업에서는 사회적 격차 해소를 위한 양육지원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일본 도시마구 또한 저소득층을 비롯해 한부모·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고립과 방치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비영리법인(NPO) ‘도시마 어린이 와쿠와쿠네트워크(이하 와쿠와쿠네트워크)’를 설립해 다양한 아동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와쿠와쿠네트워크는 빈곤가정 아동의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주거환경, 영양과 건강, 보육·교육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실질적인 지원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주요사업으로 △플레이파크(놀이터) △어린이식당 △와쿠와쿠홈(공용숙소) △공부방 등을 조성해 아이들과 관계망을 형성하고 올바른 사회적 진출을 유도하고 있다.
취재차 방문한 이케부쿠로 혼마치공원 내 플레이파크에서 만난 아이들은 지역주민인 자원봉사자들의 보이지 않는 관리하에 삼삼오오 모여 공을 차고 흙놀이, 나무타기 등으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이곳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지역 빈곤가정의 현황을 파악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교류의 장으로도 쓰인다.
‘어린이식당’의 경우 2009년 일본 정부가 상대적 빈곤율을 발표한 후 어린이 빈곤층의 증가문제가 대두되면서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한 끼를 제공코자 시작된 하나의 사회운동으로 여겨지고 있다.
2010년부터 산발적으로 시작된 어린이식당은 지역별로 상이하나 아동들에겐 무료로, 지역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영양가 있는 식사를 제공하며 도움의 손길을 전한다.
NPO무스비에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319곳이었던 일본 내 어린이식당이 2019년엔 3000여 곳으로 급증한 이래 현재는 9000여 곳에서 운영되며 빈곤가정들의 폭발적인 수요를 담당하고 있다.
도시마구에만 700여 곳이 있는 어린이식당 운영의 중심엔 와쿠와쿠네트워크 이사장인 구리바야시 치에코 씨가 있다.
구리바야시 이사장은 어린이식당 시스템을 도시마구에 처음 도입시킨 장본인으로서 어린이의 권리 보장을 위해 다양한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구리바야시 이사장은 “일본의 각 지자체는 ‘어린이의 권리’라는 조례에 따라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나 이른바 빈곤가정의 아동들에 대해 실질적인 보호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현재의 와쿠와쿠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며 “도시마구로부터 위탁운영을 받아 주민들과 함께 아동들을 위한 안전시설과 돌봄 프로그램 운영하며 고립된 아이들에게 학습, 문화, 사회관계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부모여성 가구의 돌봄 공백과 다문화 가정 아동들의 교육 격차가 심화되면서 이들의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는 와쿠와쿠 홈, 공부방과 같은 인프라를 적극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부모 가정은 비교적 아동들의 고립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와쿠와쿠네트워크에서는 와쿠와쿠 홈이란 공용숙소를 마련하는 주거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호자가 없거나 전반적인 주거상태가 좋지 않아 잠재적 위험에 노출된 아동들은 이곳에서 생활하며 지역사회의 소중한 일원으로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와쿠와쿠 공부방 역시 다문화 가정의 학습 향상을 주도하며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가운데 심리적 상담과 일자리 연계 등 아동·청소년들의 사회진출을 위한 기반을 닦아주고 있다.
이처럼 와쿠와쿠네트워크에서 추진하는 모든 사업은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봉사와 헌신으로 이뤄지며, 각 시설에 관리자가 상주해 아동들의 상황을 수시로 점검한다.
도시마구 어린이가정부 어린이청소년과 관계자는 “지역과 주민들의 협력관계 속에서 빈곤가정의 아동·청소년을 미리 보호하는 예방책으로 해당 사업들을 적극 추진 중에 있다”며 “전수조사와 적극적인 홍보(안내)를 통해 빈곤가정을 발굴하고 교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단순히 먹이고 입히는 의식주 개념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연계망을 설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