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3년 전 위대한 승리와 함성, 통영한산대첩축제로 되살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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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년 전 위대한 승리와 함성, 통영한산대첩축제로 되살아나다
  • <공동취재단>
  • 승인 2025.09.25 07:03
  • 호수 910호 (2025년 09월 25일)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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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축제 포화시대, 지역성을 담은 축제로 변해야 한다⑥

지역축제를 둘러싼 논란과 비판은 해마다 반복된다. 과도한 상행위, 주민 동원, 유사 콘텐츠, 과장된 실적 등은 축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축제는 관광을 넘어 지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담는 공공의 장이어야 한다. 이에 홍주신문을 비롯한 5개 지역언론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2025 공동주제심층보도지원 사업을 통해 국내·외 축제 현장을 공동 취재·보도함으로써 지역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올해로 64회째를 맞이한 통영한산대첩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는 모습. 매년 이순신 장군 역으로 시민 중 한 명을 선발하고 있다. 

제64회 통영한산대첩축제, 지난 8~14일 개최… 군점·한산해전 재현
대한민국 대표 호국·역사·인물축제… 역사 재조명·정체성 강화 시도
‘사전홍보 부족 지적’, ‘역사성과 대중성 사이 균형 잡기’ 과제 남아

 

“한산대첩은 그 해전 자체의 승첩이 아니라 임진란 전체 역사를 우리 편의 승리로 돌려놓은 결정적인 승첩이었다.”

한산대첩은 충무공 이순신(1545~1598) 장군이 이끄는 조선수군 연합함대와 일본 최강의 전투력을 보유한 와키자카 야스하루(脇坂 安治)가 이끄는 일본수군 함대와의 전략·전술을 겨루는 총력전이었다. 이 전투는 임진왜란 전체의 흐름을 조선의 승리로 돌려놓은 결정적 분수령이었다. 당시 일본군이 승리했다면, 제해권을 장악하고 남해를 거쳐 서해로 진출, 한양을 점령한 뒤 명나라로까지 진격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산해전에서 패한 왜군은 ‘앞으로 이순신 함대와는 싸움을 피하라!’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엄명을 받게 된다. 한산대첩은 임진왜란 7년 전쟁 중 의기양양했던 왜적의 기세를 여지없이 꺾어놓음으로써 전쟁의 방향을 조선의 승리로 돌려놓은 분수령이 되는 승첩이었다. 이 해전에서의 패배로 보급로가 차단돼 평양까지 진출한 고니시 유키나가 부대를 포함한 모든 왜적은 애써 점령한 조선 수도 한양을 포기하고 남쪽으로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충무공의 위대한 승리 한산대첩을 기념코자 1962년부터 삼도수군통제영의 본영, 경남 통영시에서 해마다 축제를 열어 승첩을 기념하고 있으니 올해로 축제 제64회, 임진왜란의 한산대첩 433주년이 되는 해다.

 

“장군 납시오!” 삼도수군 행차부터 한산해전 재현까지
한산도 제승당 고유제 봉행, 축제 정체성·역사성 강화

제64회를 맞이한 통영한산대첩축제는 지난 7일 한산도 제승당에서 올린 고유제를 시작으로 8~14일 7일간 통영한산대첩광장·강구안 문화마당·이순신공원·무전대로 등 시 전역에서 펼쳐졌다.

올해 주제는 ‘한산도!! 최초의 통제영!’으로, 통제영이 있던 한산도의 역사성을 재조명하며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되새기는 장을 마련했다.

이번 축제는 축제의 정체성·역사성 강화, 완성도 제고, 야간관광 사업 연계,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방향성 아래 기획됐다. 축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돋보였다.

우선 축제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한산도 제승당으로 고유제 행사 장소를 옮기고, 대표 프로그램을 역사 고증에 기반해 각색하며 시나리오 개편 등을 통해 축제에 의미를 더했다. ‘통영한산대첩축제 주제관’ 신설과 더불어 통영의 유·무형 유산을 활용한 국가유산 문화자원 홍보도 강화했다.

또한 총감독을 위촉해 기획과 연출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주무대 운영을 전문 대행사에 맡겨 효율성과 품질을 동시에 확보했다. 해양관광도시 통영의 여름 특성을 고려한 무더위 대응 프로그램도 마련, 폭염에 대비했다. 관객 몰입도를 높이는 이머시브(Immersive) 공연은 현장 만족도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새롭게 개발된 축제 캐릭터가 더해져, 축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홍보 효과를 강화했다.

대한민국 제1호 야간관광 특화 사업과의 연계도 주목받았다. ‘2025 투나잇 통영 불꽃쇼’를 비롯 각종 야간 공연과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특히 ‘2025 투나잇 통영 불꽃쇼’는 경남 최대 규모를 자랑했는데, 20분간 장대한 불꽃이 여름 밤하늘을 수놓았다. 

관람 편의성을 위해 주무대 1800석, 다목적 부두 5천석 등 총 6800석의 관람석을 확보했으며, 주·보조 관람석 이원화로 혼선을 줄였다. 입·퇴장 시 전광판 안내와 안전요원 배치로 질서 유지에도 힘썼다. 또 지역 소비 촉진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외부 관광객이 통영시 내에서 5만 원 이상 소비하면 영수증이나 결제내역을 제시해 입장 팔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통영 시민은 신분증만으로 선착순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한산해전 재현’은 이순신공원과 한산도 앞바다에서 펼쳐졌다. 이순신 장군의 전술인 ‘학익진’이 실제로 구현되며 조선 수군이 왜군 선박을 격파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재현돼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마지막 날인 14일에는 무전대로에서 시민 거리 퍼레이드가 열려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함께 한산대첩 승전을 기념했다. 이어 승전축하주막에서 음식을 나누며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찾아가는 통영한산대첩축제’ 프로그램을 통해 한산·사량·욕지 등 도서지역에서도 소규모 공연과 체험 행사가 열렸다. 이를 통해 문화 접근성이 낮은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를 넓히고, 축제의 의미를 지역 전체로 확장했다.

친환경 실천도 강화됐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기를 도입했으며, 탈플라스틱을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축제로 나아갔다. 또한 장애인·어린이·고령층을 위한 객석 배치, 휠체어·유모차 대여 서비스도 운영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포용적 환경을 마련했다.

이 밖에도 EDM 워터밤 파티, 청소년 댄스대첩, 승전고를 울려라, 특별기획공연 통제영 사계, 청소년 뮤지컬 등 젊은 세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이 풍성하게 펼쳐졌다. 또한 △고양시·과천시 교류 공연 △남해안별신굿 △통영오광대 △승전무 △지역예술인 공연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무대가 이어졌다.

 

관람객 유치·홍보 전략, 역사성-대중성 균형 과제
콘텐츠 혁신·사전홍보 강화·지역민 참여 확대 필요

올해 한산대첩축제는 오케스트라 공연, 무예 시연, 역사 퍼레이드, 청소년 댄스대첩, 학생 노 젓기 대회, 이순신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등 다채로운 장르를 아우르며 풍성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하지만 일부 시민과 관광객들은 “매년 구성의 큰 틀이 비슷하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이순신’이라는 테마를 유지하되 세부 콘텐츠에서 참신함을 더해 재방문 동기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통영을 찾은 한 관광객은 “축제의 완성도는 높지만, 2~3번 반복해서 축제를 보기 위해 통영을 찾지는 않을 것 같다”고 평했다.

또 “이순신 장군 역 배우의 존재감이 약했고, 관객 기억에 남을 만한 명대사나 상징적인 장면 연출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뒤이어 나왔다. 이순신 장군의 시각 이미지 활용으로, 축제 주제의 장엄함을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긍정적인 변화도 눈에 띄었다. 통영지역의 청소년들을 비롯한 지역민들은 뮤지컬, 댄스대첩, 노젓기 대회, 한산해전 재현 등 주요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 축제 현장을 활기 있게 만들었다. 이러한 지역민 주도형 축제 구조는 축제의 정체성과 지속성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됐다.

축제 명칭이 전국적 인지도에 비해 직관적 매력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특히 한산해전 재현 같은 축제 대표 프로그램은 사전에 더 적극적으로 홍보됐다면, 외부 관광객 유치에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역사축제는 늘 역사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역사성을 강조하면 재미가 줄어들고, 대중성을 강화하면 역사적 메시지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산대첩축제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기존 역사 콘텐츠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관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올해 도입된 이머시브 공연은 이런 변화를 향한 긍정적인 첫걸음이었다.

통영한산대첩축제는 64년이란 역사를 이어온 전통이며, 이 자체로도 강력한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축제의 명성과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혁신, 관객 편의성 강화, 전략적 홍보, 참여형 프로그램 확대가 필수적이다. 역사적 승리를 기념하는 데서 나아가 현재와 미래의 전 통영시민이 함께 즐기고 기억할 수 있는 축제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이 올해 축제가 남긴 메시지였다.

공동취재단.
공동취재단.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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