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요로 농민들 애환 달래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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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요로 농민들 애환 달래주고 싶습니다
  • 조 원 기자
  • 승인 2014.12.1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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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성농요보존회 조광성 회장

충남을 대표하는 결성농요는 농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며 농경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결성농요, 대통령상 수상
국가의 기간(基幹)산업인 농업도 세월 앞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선조들이 쌓아올린 농경문화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농업인들이 직접 나섰다. 우리 농업·농촌의 문화를 살리고 농민들의 애환을 달래기 위해서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농요다.

충청남도와 홍성군을 대표하는 결성농요보존회(무형문화재 제20호)를 이끄는 조광성 씨도 사라져가는 농촌문화를 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군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결성농요도 오늘날 이렇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농민들의 땀과 눈물이 배인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조 회장은 말한다.

1991년 창설될 당시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을 펼친 정도로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결성농요는 이후 이렇다 할 행적을 남기지 못해 사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놓였었다고 털어놨다. “군민이라면 우리 결성농요를 모를 사람이 있을까요. 그러나 농요의 소중함에 대해서는 잘 모를 겁니다” 결성농요가 결성면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농요로 자리매김한 것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성농요보존회를 이끌고 있는 조광성 회장이 꽹과리를 손에 쥐고 있다.

조 회장이 결성농요 상록회장을 맡고 있을 당시 농요의 활동이 점차 식어갈 무렵 충남도청으로부터 제안이 들어왔다. 도를 대표해서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참가해 보라는 것. 누구도 이 어려운 일을 맡고 싶지는 않았을 무렵, 조 회장은 면장을 앞세워 움츠러든 결성농요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결성면의 문화를 알리고 나아가 도를 대표하는 농요를 보여주자는데 의의를 두고 구성원들을 불러 모았죠.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열의는 대단했어요” 그해 있을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140명의 인원을 선발해, 6개월간 연습을 거듭했다.

도에서 내려온 예산으로는 준비 여력에 턱없이 부족해 25개 부락이 돌아가며 밥과 음식을 제공했다. 반년의 준비를 끝내고 10월 8일 청주 공설운동장에 입성했다. 모두가 떨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공연은 매우 순탄했다. 감도 좋았다. 실수 없이 무대를 마치고 내려왔다. 예감은 어긋나지 않았다.

대회 말미에 대통령상(대상) 수상자로 다시금 무대에 올랐던 것이다. “말할 수 없이 기뻤어요. 결성농요의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죠. 그 때부터 우리 회원들은 더욱 결속력을 다지게 되었죠”

농사 시작부터 타작까지회원 65명, 여성 20여명
2000년부터 현재까지 회장으로 섬기고 있는 조 회장은 매년 5월이면 65명의 회원들과 연습에 돌입한다. 공연 내용은 크게 변동이 없지만 매번 치밀한 준비를 앞세워 전 회원을 지도한다. 회원 연령층은 65세에서 70대가 대부분. 이들 중 20명 안팎이 여성이다.

비록 고령층이지만 젊은 사람 못지않은 패기와 열정으로 공연 관람객들을 사로잡는다. 꽹과리, 징, 장구, 북 네 가지 기물과 농사 때 사용하는 두레, 가래, 갈퀴 등 부속품을 이용해 화려한 볼거리를 연출한다.


결성농요는 총 아홉 마당으로 구성돼 있다. 용신제를 시작으로 모내기, 건쟁이, 뚝매기, 아시매기, 쉴참놀이, 만물, 일을 마친 후 행진, 한마당 큰놀이 등이다. 농사의 시작부터 수확 후 타작에 이르기까지 농요로 매끄럽게 보여준다. 1시간 분량의 내용을 30분으로 압축해 공연을 펼친다.

관람객들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공연이 끝나면 농민들의 희노애락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노인들의 일사천리한 움직임에서 묻어나는 그들의 향수가 공연장을 가득 메워 종종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관중을 압도하고도 남을 아우라가 공연 곳곳에 숨겨져 있다.

농민들로만 구성된 회원들은 특별히 공연료를 받는 것도 아니다. 농사일로도 바쁜데 이 같은 공연 준비와 참가까지 하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애초 수입을 바라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지 우리 농요가 좋고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게 좋고, 무엇보다 우리 농촌 문화를 알릴 수 있어 좋아서 참여하고 있어요. 옆에서 지켜볼 때마다 존경할 수밖에 없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결성농요는 입소문을 타고 해외까지 진출했다. 중국, 태국, 일본 등에서 초청 받아 홍성의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독특한 창법으로 공연 내년 초에 공연장 완공
결성농요는 이조 영조 때 이곳에 살던 명창 최선달 씨와 김창용 씨가 즐겨하던 일노래를 결성노인회가 기억을 되살려 농요로 재구성한 것이다. 명창들이 만든 독특한 창법 때문에 여느 지역보다 수준 높은 공연을 펼칠 수 있었다.

일본에서 공연 중인 결성농요 회원들.

고령층 회원들로 구성돼 있어 한편으로는 회원 모집에 애로사항이 많을 것 같은데 조 회장은 그런 우려는 기우라고 말한다. “지금도 결성농요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여럿 대기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꼭 필요한 인력이라도 아무나 받아주지는 않아요. 구성원 한 사람으로 인해 전체 분위기를 흐릴 수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을 뽑아도 매우 꼼꼼한 심사를 거치게 됩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고 한다. 프로그램 가운데 초등학생을 무등에 태우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에 대한 인원은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종종 결성초 학생들을 데려다 시키면 무서워하거나 능숙하지 못해 연출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재능 있는 아이들을 모집 중에 있는 결성농요는 내년에는 무등 공연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제는 눈을 감고도 공연을 할 정도로 능숙해져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라고 말하는 조 회장. 그는 “공연을 앞두면 여전히 종일 연습에 몰입해야 매너리즘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어느 회원도 부인하지 않고 있어 결성농요의 연습은 게으른 법이 없다.

내년 초면 결성면에 공연장이 들어선다. 공사는 대부분 끝냈고 이제 마무리 단계에 있다. 조 회장은 “면 단위에 공연장이 들어설 정도면 우리 결성농요가 도와 군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세웠는지 알 수 있겠죠?”라며 웃어 보였다.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면 너나없이 카메라 앞으로 달려가고 싶은 농요회원들. 천진난만한 그들의 모습이 있기에 결성농요는 그동안 커다란 사고 없이 계승되었던 것은 아닐까. 2400여명의 결성면을 대표하는 결성농요는 내년이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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