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굴저장법’·‘토굴새우젓’을 전 세계에 알린 장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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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굴저장법’·‘토굴새우젓’을 전 세계에 알린 장본인
  • 한관우·장윤수 기자
  • 승인 2015.07.0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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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전통기업 대를 잇는 사람에게 길을 묻다 <3>

광천은 고려시대부터 옹암포라는 항구가 있던 지역이다. 옹암포는 일제 때만 해도 충남의 가장 큰 시장인 광천시장의 관문으로, 4일과 9일 장날에는 150여 척의 어선과 배가 드나들며 크게 번영을 누렸던 포구였다. 또한 옹암포가 있던 옹암리의 옛 지명은 독배인데, ‘광천 독배로 시집 못 간 이내 팔자’라는 노래가 불릴 만큼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지역이었다. 하지만 옹암포는 1968년 연육교가 개통되고, 사금의 채취로 70년대 포구에 토사가 퇴적됨에 따라 기능이 상실돼 갔으며, 현재는 보령방조제의 건설로 바닷물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고 있다.

허니 대표가 토굴에서 새우젓을 뜨고 있는 모습.

토굴이라는 독특한 저장 방법을 최초로 세상에 알려
직접 토굴에 들어가 새우젓 보고 구매하는 길 열어

또한 광천은 새우젓이 유명한 지역으로, 본래 새우젓은 ‘독아지’라고도 불리는 항아리를 땅을 1m 정도 파서 묻고 저장했는데, 여름에 너무 자주 부패해 고랑젓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제강점기 광부로 일한 경험이 있는 고 윤명원 씨는 약 60독 분량의 새우젓을 지게꾼을 사 오서산 자락의 폐광으로 옮겼는데, 가을까지 부패하지 않고 오히려 잘 숙성된 젓갈이 되어있음을 발견하게 됐고, 그 이후로 마을사람들도 토굴을 파 새우젓을 저장하게 됐다. 현재 광천 옹암리에는 45개 정도의 토굴이 있으며 그 중 30여 개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새우젓은 잘 알려졌음에도 토굴이라는 독특하고 뛰어난 저장 방법은 외지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광천새우젓을 ‘토굴새우젓’이라는 명칭으로 이 세상에 알리게 된 사람이 있다. 가업 잇는 장인들, 그 세 번째 주인공은 신광상회 허니(56) 대표다.

“2대째 토굴새우젓 가게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도 새우젓 장사를 하셨지만, 저는 1992년부터 ‘토굴새우젓’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영업을 시작했죠. 그리고 가게 옆에 위치한 토굴에 손님들이 직접 들어가 새우젓을 보고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했습니다. 그때부터 광천새우젓이 ‘토굴새우젓’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거죠.” 허 대표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온 1987년부터 가업을 잇기 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토굴 안에는 전기시설이 전혀 없어 촛불을 켜야 했다”며 “전기 시설을 하고, 토굴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새우젓은 돼지고기나 찍어 먹는 것’이라는 통념을 깨기 위해 충남대, 순천향대 등 여러 대학교수들과 협력해 새우젓의 효능을 연구하는 동시에, 김치에 새우젓을 사용하면 이로운 점과 토굴에서 발효하는 광천 새우젓만이 갖는 독특한 이점들을 밝혀내기 위해 힘썼다.

신광상회 허니(56) 대표(사진 왼쪽)와 아내인 고명순(51) 씨.

좋은 상품만을 팔겠다는 일념으로 국산 새우젓 고집
토굴의 독특한 저장방법·새우젓 효능 밝혀내는 노력
어느 직업이든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최선을 다해야

연구 결과 토굴은 항상 14~16도의 온도와 85%이상의 습도를 유지하는데, 이는 인위적으로 온도를 조절해 저장하는 다른 새우젓과 다른 독특한 맛을 갖게 하며 토굴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새우젓 맛이 그대로 유지되게 한다. 또한 그렇게 토굴에서 발효된 새우젓은 무기질 함량이 풍부하고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으며, 혈청지질 감소, 혈관확장, 혈압강화, 두뇌성장 발달에 관여하는 오메가3 지방산인 EPA, DHA 함량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허 대표는 “1992년에 처음 토굴새우젓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시작할 때는 가게가 우리 집을 포함해 7군데밖에 없었다”면서 “지금은 옹암리는 물론 광천시장까지 120여 개의 가게가 토굴새우젓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토굴새우젓 장사를 시작하고 3년 뒤, 당시 광천읍장이었던 현필재 전 군수와 함께 ‘광천토굴새우젓축제’를 개최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외지인들에게도 광천 새우젓은 ‘토굴새우젓’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광천지역 경제발전에도 큰 도움이 됐다. 허 대표는 “처음 토굴새우젓이라는 타이틀을 만든 사람으로서, 제일 좋은 상품만을 팔겠다는 일념으로 오로지 국산 새우젓만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나쁜 새우젓을 팔았다면 돈은 쉽게 벌 수 있었겠지만, 광천 토굴새우젓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좋지 않았을 것”이라며 “좋은 상품을 비싸지 않게 파는 업소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고, 지금까지도 우리 가게만 찾는 오래된 단골손님들이 많은 비결”이라고 말했다.

토굴과 저장중인 새우젓의 모습.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해도, 군청에 새로운 공무원이 발령을 받으면 허 대표에게서 광천 토굴새우젓에 대한 교육을 받기도 했다. 홍성에서 일할 공무원이기에 지역 특산물에 대한 교육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는데, 허 대표는 10여 년 간 토굴새우젓에 대한 교육을 전담했다. 허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다른 사업을 하려고 맘을 먹기도 했다. 그러나 연로한 부모님이 편찮으신 모습을 보고 가까이서 살며, 일을 돕다보니 가업을 계승하는 후계자가 됐다. 물론 허 대표의 형인 허민(67) 대표도 아버지의 일을 이어받았고 지금은 경성식품이라는 액젓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형 허 대표의 아들 진영(44) 씨도 광천시장 내에 위치한 ‘형제상회’ 새우젓 가게를 운영하며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또 허 대표의 작은아버지인 허동구(77) 씨도 광천 시장 내 ‘인천상회’에서 새우젓을 파는 등 일가족이 ‘토굴새우젓’과 함께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허 대표는 “요즘 젊은이들은 시골에서는 소돼지를 키우거나 농사짓는 일 말고는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하고 최선을 다하면 어떻게든 길이 열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짜고 냄새나는 새우젓을 파는 일은 과거엔 수입마저 별로인 힘든 업종이었다”면서 “지금은 토굴새우젓의 창시자라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도 ‘토굴새우젓’이라는 브랜드는 우리 한국만이 가진 것이고, 저 허니 대표가 만든 것이기에 자긍심을 갖게 된 거죠. 이전부터 토굴이 있긴 했지만, 그것을 알린 장본인은 바로 저니까요.”

허 대표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고 윤명원 씨를 비롯한 광천의 옛 주민들이 토굴을 만든 ‘아버지’라면, 그것을 알린 저는 출산을 한 ‘어머니’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현대인들이 짠 음식을 피하는 경향을 보고 토굴에서 연구를 거듭했다. 소금을 줄이고 염도를 낮춰보기 위해 실험을 하다가 수 십 드럼통의 새우젓을 버리기도 했다. 허 대표는 “항상 한 자리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도전하고 개척할 때 더 큰 가치를 얻고 길이 열리게 되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 대표는 “어느 나라나 동일하겠지만 가업을 잇는다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26살 때부터 새우젓 장사를 시작해 30년에 이르고 있는데, “이른 나이에 장사를 시작하다보니 광천에서 저보다 나이가 많은 새우젓 장사들도 딱 세 사람 빼곤 전부 후배”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지금도 1970년대에 열었던 낡은 가게에서 장사를 하고, 1920년대와 1960년대에 지어진 집에서 살고 있다. 허 대표는 “주거환경이나 가게의 환경보다는 어떻게 토굴새우젓을 더욱 발전시키고 좋은 상품을 팔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 또 허 대표는 “남의 돈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법”이라면서 “다른 사람을 두려워할 줄 아는 사람이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허 대표는 “어느 직업이든 자존심과 긍지를 가져야한다”면서 “내가 하는 일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지 그것에 연연하지 말고 누가 봐도 신뢰를 받고 인정할 만큼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소한 새우젓을 팔면 ‘그 집 새우젓을 먹었더니, 참 맛있고 먹을만하다’는 소리는 들을 수 있어야죠. 이처럼 신뢰를 받게 되면 자연스레 돈도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사랑하지 않는 기본적인 이치와 같이, 스스로에게 주어진 일을 사랑하는 모두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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