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영토경계분쟁, 해결의 실마리를 찾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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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영토경계분쟁, 해결의 실마리를 찾자 <2>
  • 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15.09.1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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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태안군, 천수만 죽도 해상경계 관할권 5년 만에 결론

 

▲ 죽도 주변의 갯벌.


헌재, 해안선 기준 등거리 중간선 원칙에 따라 해당 어장 나눠
국토지리원 발행 국가기본도 상의 해상경계선을 근거로 제시해
홍성군 ‘일단 만족한다’는 반응, 태안군은 ‘현실을 무시한 결정’
상펄어장, 천혜의 바지락종패·꽃게·어패류산란지역 고소득 창출


청정해역인 서해안 천수만에 있는 ‘대주(일명 상펄어장, 죽도 어장)’ 관할을 두고 벌어진 홍성군과 태안군 간의 권한 다툼이 5년 만에 결론이 났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30일 홍성군이 태안군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에서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해안선을 기준으로 등거리 중간선 원칙에 따라 해당 어장을 나눠 가져야 한다”고 일부 인용했다. 헌재는 “홍성군 관할 해역에 어업을 할 수 있게 한 면허는 무효”라고 결정했다. 해상경계선을 나누는 관련 법률이 없는 가운데, 등거리 중간선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앞으로 이와 유사한 해상경계 갈등해결에 있어 주목되는 결정이다.

홍성군과 태안군 사이에는 천수만이 있다. 천수만 한가운데에 죽도라는 섬이 있는데, 죽도는 1988년까지 서산군 소재였다. 그러다 1989년 서산군에서 태안군이 분리될 때, 죽도는 홍성군 소재의 섬이 됐다. 죽도 인근에는 상펄어장이 있다. 태안군은 그동안 줄곧 해오던 대로 주민들에게 상펄어장의 어업면허를 내줬다. 그러나 홍성군은 죽도 관할이 홍성군이기 때문에 죽도 일대에서 어업을 할 수 있도록 태안군이 발급한 면허는 무효라며 반발했다. 홍성군은 국토지리정보원(옛 국립지리원)이 1991년 발행한 ‘국가기본도’상의 해상경계선을 근거로 제시했다. 홍성군은 2010년 5월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냈다. 문제는 해상경계를 나누거나 기준을 정하는 관련 법률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헌재는 2011년 4월 공개변론을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 후 헌재는 재판관들이 바뀌는 바람에 지난 4월 두 번째 공개변론을 열었고, 3월에는 재판관이 천수만을 찾아가 현장조사를 하기도 했다.

이번의 홍성군과 태안군의 해상경계 분쟁은 천수만 해역 중간 지점에 있는 홍성군 서부면 죽도 주변의 해상관할권을 놓고 발생했다. 죽도는 과거 서산군 안면읍 죽도리로 편제돼 있었다. 하지만 1989년 서산군에서 태안군이 분리되면서 이곳은 홍성군 서부면 죽도리로 편입됐다. 이후 태안군이 바지락 양식이 가능한 인근 어장에 대한 어업면허를 태안군 주민들에게 내주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결국 서해 천수만의 ‘죽도’주변 어업면허를 둘러싸고 홍성군과 태안군이 다퉈온 권한쟁의 사건이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통해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된 것이다.

 

 

 

 

▲ 죽도 마을 안내도.


홍성군과 태안군은 해상경계선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를 두고 공방이 계속되면서 결국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최종 결론이 내려졌다. 홍성군은 ‘지방자치단체가 해상에 대해서도 관할권한을 가진다는 헌법재판소의 선례에 따라,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작성한 국가기본도상 경계선(지형도)을 죽도 인근에 대한 해상경계선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죽도 어민들은 원래 상펄어장에서 어업활동을 해 왔지만, 행정구역의 변경으로 인해 더 이상 그러한 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분쟁의 핵심이었다. 따라서 죽도의 행정구역이 변경됐다면, 해상지역의 경계도 변경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는 것이 홍성군과 홍성지역 어민들의 주장이었다. 따라서 중간선 원칙을 적용할 때 무인도를 배제하고 유인도만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하지만, 현재 무인도라 할지라도 장래에 사람이 거주하게 될 수도 있고, 현재 유인도라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무인도가 될지도 모른다며 유인도만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은 결국 해상경계선이 유동적이고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따라서 유인도이든 무인도이든 지번이 부여된 모든 섬을 고려하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태안군은 ‘영해구역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이 정해진바 없고, 이는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죽도가 홍성군에 편입되기 전에 발행된 지형도를 보면, 죽도는 태안군의 소속으로 표시돼 있다. 1989년 죽도가 홍성군에 포함되는 것으로 법령변경이 있었지만, 해상지역에 대해서는 어떠한 변경도 규정된 바 없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을 보였다. 홍성 서부면 죽도리 인근 상펄어장은 천수만 중 간조 시 물이 빠지는 갯벌지역으로 새조개 등 수산물이 풍부한 수산자원의 보고다. 홍성군에서는 해상경계가 없는 공유수면임에도 태안군 어민만을 위한 어업면허 처분이 심히 부당하다는 권한쟁의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황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30일 서해 죽도 인근 ‘상펄어장’을 둘러싼 홍성군과 태안군의 권한쟁의 사건에서 ‘등거리 중간선’ 원칙에 따라 해역을 나눠가져야 한다”고 결정했다. 헌재에서 새로 결정된 경계선 기준에 따라 상펄어장 오른쪽은 홍성군, 왼쪽은 태안군이 관할하게 됐다. 이에 따라 태안군은 전체 72㏊의 어장 중 40% 정도를 홍성군에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해 홍성군은 ‘일단 만족한다’는 반응이지만, 태안군은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해당 자치단체와 어민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이유다.

한편 지난 2009년 3월 30일 열린 제173회 홍성군의회임시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대주(상펄)어장을 700여 홍성어민에게 권리를 찾아 주자고 제안한 홍성군의회 오석범 전 부의장은 “2010년 5월, ‘죽도가 홍성군 관할로 변경됐으니 그 일대의 해역도 홍성관할’이라며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냈다”고 설명하며 “대주(상펄)어장 찾기가 본격적으로 점화된 계기는 지난 1991년 충청남도가 태안군수에게 어장 이용허가를 내주면서 단초가 됐습니다. 이후 안면수협이 태안군수에게 어장 면허를 요청하였고, 태안군수는 충청남도에 요청하면서 안면수협에 ‘충남공동 제465호(320헥타르)’와 ‘충남공동 제466호(260헥타르)’ 등 총 580헥타르의 면허를 내주게 되면서 문제가 촉발되기 시작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2002년 3월 이전까지는 주변의 보령, 서산, 태안, 홍성군이 공동으로 어로작업을 해오면서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홍성지역 어민들은 어장(바다의 해상경계)의 주권에 대한 문제와 관련한 의식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2002년 3월 태안군 안면수협에서 자신들의 바다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면서 홍성지역 어민들은 상펄어장에서 어로행위를 못하게 하면서 촉발됐다고 봅니다. 이때서야 홍성지역 어민들이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게 된 것입니다. 태안군과 안면수협이 부린 과욕이 거꾸로 홍성지역 어민들의 정신을 깨워 준 셈”이라고 지적하며 “이번 결정은 홍성군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승소나 다름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상펄찾기 어촌계공동대책위원회에서 간사를 맡아 업무를 총괄했던 정충규 씨는 “사실 상펄어장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은 없었던 상황인데, 2009년 군수와의 대화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었고, 당시 지역구 군의원인 오석범 전 부의장과 간담회에서 바다에서의 홍성군 경계를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촉발됐다”고 설명하고 “당시 죽도의 경우 섬만 홍성군으로 편입됐지 해상경계가 어디까지인지는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오석범 의원의 노력으로 국립지리정보원 의 지형도상 해상경계 표시를 통해 좌표를 찾고 이를 해상경계선 측량을 하는 등 홍성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조직적으로 대응을 펼쳐나간 결과”라고 밝히고 “홍성군 어민들의 입장을 전혀 헤아리지 않고 충남도에서 일방적으로 어장이용개발계획을 통보한데서 문제가 발단됐다면, 오석범 부의장의 수차례에 걸친 상펄어장에 대한 홍성군의 권리를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제시하는 등 결정적 역할을 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상펄어장을 되찾기까지의 실무적 과정과 상황, 공로 등은 내가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부면 어촌계 주민들은 “전부 찾아오지 못해 다소 아쉬움은 있지만, 썰물 때면 장화를 신고 출입할 수 있을 정도로 코앞의 황금어장인 상펄어장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된 점은 참으로 다행”이라며 환영일색의 분위기다. 반면 태안지역 어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어민들은 “태안과 홍성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이런 분쟁의 소지가 있는데 헌재에서 법률적 근거도 없이 공유수면에 대해 경계를 긋는 결정을 내린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종전의 실효적 어업권을 인정하는 결정이 나오기를 기대했는데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 40여 년간 상펄어장을 관리하며 바지락 채취 등으로 생계를 이어왔는데, 이제 와서 어장을 나누라고 하니 어떻게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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