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시골의 산골마을이 문화예술관광마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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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의 산골마을이 문화예술관광마을로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16.05.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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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문화예술마을조성,무엇을 담아야 하나 〈2〉

헤이리문화예술마을 1998년 380여명 회원으로 참여
건축물에 페인트사용 않고 지상 3층 이상 규제 규정
일본의 작은 마을 오이타현 유후인과 헤이리 대입돼
헤이리, 예술활동 취지와 달리 상업적으로 변질 비판

 

▲ 헤이리 예술마을은 1997년 김언호 한길사 대표 등 출판인들이 인근에 조성중인 파주출판단지와 연계된 책마을을 구상한데서 비롯됐다. 이를 실현에 옮긴 김언호 한길사 대표의 북하우스엔 1만 2000여권의 장서를 갖춘 북카페 포레스타와 한길책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 파주의 헤이리마을은 미술인, 음악가, 작가 등 예술인들이 한데 모여 만든 예술마을이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둥지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최대 규모의 예술마을로 꼽히는 곳이다. ‘헤이리’라는 이름은 경기 파주지역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래 농요인 ‘헤이리 소리’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헤이리 예술마을’은 문화와 예술의 창작, 전시, 공연, 축제, 교육이 모두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종합적인 예술을 품은 문화의 마을이다. 이곳은 수도권의 대표적 근교 관광지로 꼽히고 있으며,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던 ‘헤이리 예술마을’을 둘러봤다. 마을의 넓이만 해도 약 49만5868m²(15만여 평)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지난 1994년부터 구상해 1998년 창립총회 때에는 미술가·음악가·작가·건축가·영화인 등 380여 명의 문화·예술인들이 회원으로 참여했다는 것. 수많은 갤러리·박물관·전시관·공연장·소극장·카페·레스토랑·서점·게스트하우스·아트숍, 예술인들의 창작공간과 주거공간, 문화예술광장 등이 주를 이룬다.
헤이리 예술마을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맞이하는 것은 꽃과 나무들로 뒤덮여 있는 예술적인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연과 설치물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마을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예술마을 입구의 커뮤니티하우스에서 안내 정보를 듣고 지도와 표를 구해 돌아본 마을의 포인트는 무엇보다 독특한 개성을 뽐내며 자리 잡은 건축물이다. 페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지상 3층 이상 올리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산과 구릉·늪·개천 등 주어진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려 자리 잡은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들은 수십여 명의 국내외 대표 건축가들의 작품이라고 한다. 자연경관을 최대한 살리고 3층 이상의 건축물을 규제하는 규정 등을 마련한 것을 보면 주민주도로 참여를 실천해 세계적 관광지가 된 일본의 유후인이 생각났다.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발전 모델
1950년대 초 일본 정부는 일본의 작은 마을 오이타현 유후인 분지에 댐을 건설하고 리조트 관광지 개발을 계획했다. 댐 건설을 놓고 수몰위기에 처하게 되자 찬반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댐건설을 반대하는 이와오 히데카즈라는 36세의 청년 운동가가 등장한다. 그는 유후인을 산업과 자연, 사람이 공존하는 도시로, 그야말로 마을의 자원을 활용한 살기좋은 유후인을 만들자는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그는 주민들을 한곳으로 결집시키는데 성공하며 유후인 시장으로 선출된다. 그는 일관된 철학으로 경관정책을 밀고 나갔고 이후 당선된 세 명의 시장들도 그와 같은 정책을 펴나가며 유후인을 일본 제일의 테마마을로 육성시킨다. 인구 3만5000여명, 연간 410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으며 한해에 140억 엔(한화 1300억 원)의 관광수익을 올리고 있는 산골마을인 유후인은 철저히 개발보다는 보존을 바탕에 두고 새로움을 추구한다. 유후인 마을의 특징인 자연경관과 상가건축, 도로, 문화, 상가상품 등은 차별화된 상품으로 보존하고 새로 들어서는 건축물과 미술관 등은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건축공간으로 구성한다는 점이다. 경관을 지키고 보존하려는 유후인 사람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마을 경관과 전통문화가 우리를 부유하게 만들고 마을을 살린다는 철학은 경관협정으로 이어진다. 경관협정은 마을주민 누구나 지켜야 할 경관 가이드라인이다. 산의 스카이라인보다 높은 건물은 짓지 말 것, 건물 주변은 숲으로 가랄 것, 건물 벽면은 도로경계에서 1m이상 안에 지을 것, 장소와 크기를 고려한 색채 사용과 유후인 고유의 소재나 촉감을 살릴 것, 가게와 인도의 처리를 자연스럽게 할 것 등 유후인들이 지켜야할 경관 가이드라인은 무수하다. 따라서 1960년대부터 경관 보존을 위해 노력해온 유후인의 노력은 계속돼 1990년 윤택한 마을 만들기 조례가 제정되기에 이른다. 건물 높이와 면적 등을 제한한 조례와 함께 건축 환경디자인 가이드북이 다시 구체적으로 정립된 것이다. 경기도 파주의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인상 깊게 대입되는 곳이기도 했다.
 

■헤이리, 통합적 개념의 특수한 마을공동체
지난 1998년 창립총회를 시작으로 ‘문화예술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꿈을 모은 지 20년이 흐른 지금, 헤이리는 주말이면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1997년 김언호 한길사 대표 등 출판인들이 인근에 조성중인 파주출판단지와 연계된 책마을을 구상한데서 비롯됐다.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이 대거 동참하면서 문화적 담론을 생산해 내는 종합문화공간도시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헤이리 예술마을은 문화예술의 생산, 전시, 판매, 거주가 함께하는 통합적인 개념의 특수한 마을공동체다. 헤이리가 위치한 파주 통일동산은 원래 서화촌부지로 계획되어 있었으나 예술인들이 모여 특화된 마을을 만들고자 자체적으로 회원을 모집하고 토지를 공동으로 구매해 꿈을 현실로 만든 도시다. 1998년 창립총회, 2001년 토목공사 시작, 2003년 개별건축으로 이어지면서 현재까지 집과 작업실 등 180개 동이 들어서 있으며 작가, 미술가, 건축가, 음악가 등 다양한 분야의 380여명에 이른다. 최종적으로 350개 동을 목표로 진행 중에 있다는 설명이다.
헤이리 예술마을에 입주하려면 주민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회원 신청을 한 사람들에 대한 자격 심사를 한다. 이를 통과한 사람에게만 땅을 구매할 자격을 부여하기 때문에 ‘그들만의 공간’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누구든 땅만 사면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마을의 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예술마을의 가치와 맞지 않으면 통과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헤이리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만든 곳도, 돈 많은 개인이 땅을 내놓아 만든 곳도 아닙니다. 뜻을 같이하는 수많은 개인이 모인 곳이죠. 여러 담론을 하나로 만들어 내는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는 설명이 그것이다.
헤이리 예술마을에는 건축설계지침이 마련돼 있다. 지침은 마을내 건물 볼륨과 높이, 간판 등의 제한과 건물과 건물사이 울타리를 없애고, 건물에 페인트칠을 금지해 최대한 인공미를 자제시키는 세부지침들이 있다. 또 쾌적한 환경을 위해 공원광장 등 공유면적을 45%로 규정하고 개별건물의 3분의 1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만든 지침에 충실한 결과 헤이리는 예술인들이 꿈꾸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인식되는 요인이다. 예술인들 스스로 살고 싶어 하는 마을이면서도 예술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한번쯤 찾아가보고 싶은 마을로 성장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헤이리 예술마을은 일반 도시에서 보는 건축물처럼 특색 없고 밋밋한 것이 아니라 모두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지어져 있다. 거리의 중간 중간에 있는 설치작품들도 자연과의 조화를 고려한 예술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예술활동 취지, 상업적으로 변질했다 비판
하지만 헤이리 예술마을이 당초 예술활동을 장려한다는 취지와 달리 상업적으로 변질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헤이리 예술마을에 가면 실상 볼 것도 없는데, 가는 곳마다 모든 곳에서 입장료를 받는다’는 불평과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헤이리 예술마을 관계자는 이곳은 국립박물관이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박물관과도 같은 곳이란 점을 방문객들이 이해해 주기를 당부하고 있다. 서로에 대한 관용과 배려가 필요한 대목이다.
헤이리 예술마을 이안수 촌장(59·작가와 사진가를 겸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모티프원 주인장)은 “개인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은 방문객이 늘어나는 것을 원치 않지만 문화 비즈니스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야 한다. 헤이리에는 예술만 있는 게 아니라 먹고사는 삶의 문제도 존재한다”고 말하고 “서울의 인사동 갤러리는 컬렉터에게 작품을 팔아 수익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입장료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이곳은 컬렉터가 아닌 방문을 목적으로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하며 “개인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 만든 갤러리는 입장료만으로는 운영이 안 되는데 방문객들은 불만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갤러리를 운영하면 작품이 팔려야 하는데, 아직 헤이리 예술마을은 컬렉터들이 활발히 찾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촌장은 여행 관련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30여 년간 세계 각지를 돌았다. 지난  2003년 헤이리에 들어와 2006년 게스트하우스 ‘모티프원’을 열었다. 2014년 1월 마을 촌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203가구가 살고 있는 헤이리에서 촌장은 입주자들을 대표해 마을 전반의 살림을 맡고 있다. 입주자들은 창작자와 예술문화 경영인들로 갤러리, 아트숍 등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결국 헤이리 예술마을은 입주자들의 생활공간이자 사업공간인 셈이다.
글=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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