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노인에 의한 실버신문 고양 ‘실버타임즈’
상태바
노인을 위한 노인에 의한 실버신문 고양 ‘실버타임즈’
  • 취재=한기원 기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6.06.02 1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령사회 홍성, 노인고용에 눈을 돌리자 ②

편집위원·논설위원, 기자 모두 60대 이상 실버들로 구성돼
신문윤리강령·실천요강의 준수 의무조항 천명 전국지 발행
실버타임즈 기자들 은퇴 전 대학교수·교사 등 직업군 다양
고령화사회, 실버세대들 고용과 일자리창출은 고무적 현상

 

▲ 경기도 고양시 일산노인종합복지관 전경. 노인들의 다양한 욕구충족과 자아실현을 위한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우리나라에서도 60세 가까이 나이가 많아질수록 사회는 의료발달로 인한 수명이 연장된 반면, 좀 더 이른 시기에 직장을 은퇴하게 된다. 오늘날의 60대 노인들은 더 이상 노인이 아닐 정도로 건강할 뿐 아니라, 젊은 시절부터 자기표현과 취미생활의 즐거움, 대중매체의 문화 등에 어느 정도 익숙한 집단이다. 이들은 무엇인가를 새롭게 배우는 자기학습형의 여가를 갈구하고 있으며, 문화·예술적 체험 등을 통해 자신들의 여생을 즐기기를 바라며 살고 있다. 서구사회와 일본사회가 앞서 경험한 것처럼 한국사회도 2000년대 전후에 이르러 베이비붐 세대가 노령인구화 되는 경험을 하고 있는 시기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사회 곳곳에서 노인들이 맹활약하고 있는 현장이 자꾸만 늘어가고 있다. 특히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실버세대들의 사회 진출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오히려 고무적인 현상이다. 나이 들었다고 뒷짐 지고 점잔 빼는 것은 더 이상 이 시대 어르신들이나 노인들의 자화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령화시대 어르신들의 활동상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도 어르신들이 하고 있는 것. 바로 ‘실버기자들’도 그중 한 폭의 자화상이다. 실버세대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는 ‘실버기자들’이 만드는 실버신문인 경기도 고양시의 ‘실버타임즈’. 100세 시대를 앞두고 노인을 위한 노인에 의한 노인들의 신문인 ‘실버타임즈’가 노인고용과 일자리창출에 대한 대안을 던져주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빠른 고령사회로의 진입속도에 비해 실버들의 문제 해결에 대응하는 속도나 대책은 더디기만 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러한 고민과 대책을 노인들이 스스로 나서서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새로운 대안 등을 모색하고 다시 세우기 위한 정론(正論)을 펼치고 있는 신문이 바로 일산종합노인복지관에서 월간으로 만들고 있는 ‘실버타임즈’인 것이다.

▲ 고양실버타임즈 신문


■ 관의 간섭·종교 색채 배제·정치적 중립
지난 2001년 11월 일산노인종합복지관에서 창간한 실버타임즈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복지관에서 발행되는 실버신문이다. 이 신문은 편집위원부터 논설위원, 기자들 모두가 60대 이상 실버들로 구성돼 있으며,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대학의 사회복지학과, 복지관, 지자체 등에 배포되는 전국구 신문이다. 따라서 ‘실버타임즈’의 발행처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장항2동 906번지 ‘일산노인종합복지관’으로 돼 있다.

이 복지관은 고양시의 위탁을 받아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이 운영하고 있다. 실버타임즈는 고양시의 지원금으로 발간되고 있으며, 그래서 신문 발행인은 일산노인종합복지관장이 맡고 있다. 한 달에 한번 8면으로 발행되는 이 신문은 복지 문제를 비롯해 시사 현안, 만평, 생활정보, 인터뷰 등으로 채워지고 있다. 비록 서울 근교의 지방도시에서 발행하지만 이 노인신문은 ‘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의 준수’라는 의무조항을 천명하고 발행하고 있는 전국신문이다. 노인들이 자원봉사로 시작하여 만드는 월간신문이지만 관의 간섭이나 종교적 색채를 배제하고 철저히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원칙아래 제작되고 있다는 설명이 그것이다.

지난 2000년 11월 ‘전국 노인의 대변자로서, 노인사회 참여 길잡이로서, 그 역할과 기능을 다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창간됐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노인을 사회 부적응자 정도로 간주하는 다른 매체들은 노인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측면을 인식하고서 “노인들만의 신문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신문 발간을 결심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당시 초대 윤호중 편집국장 등이 자원 봉사할 것에 동의하면서 내건 조건은 정치와 종교적 색채의 배제였다고 전한다.

지금까지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겠다는 창간의지는 살아있다고 강조하는 설명에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전국 시군구에는 노인복지관이 있는데 ‘실버타임즈’는 단순한 내부 소식지나 홍보지의 성격을 극복한 유일한 신문으로 꼽히고 있다. 신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두 노인들인 만큼 노인을 위한 노인들에 의한 노인들이 만드는 신문인 고양 ‘실버타임즈’신문의 취재·편집·제작 인원은 노인기자단을 비롯해 사회복지사 1명을 합쳐 10여명 정도로 운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30대의 사회복지사를 제외한 자원봉사자 편집진 전원이 실버세대로 80대, 70대, 60대 노인들이 제작에 참여한다는 것. 월 발행부수 5000부인 ‘실버타임즈’신문은 노인들을 위한 노인들이 만드는 신문, 노인들의 신문으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 송재운 편집국장

■ 실버세대 가치와 존재감 찾는 역할 매진
일산노인종합복지관에 있는 실버타임즈 사무실은 기획에서 기사작성, 편집, 교열 교정까지 60대 이상 실버들이 만드는 ‘실버타임즈’의 산실. 하지만 분명 이 신문은 노인들의, 노인들에 의한, 노인들을 위한 신문만이 아니라는 것. 빠르게 변화하는 고령화 사회 속에 발생되는 노년층의 제반 문제를 언급하고 풀어내는 것은 물론 다음 세대들이 더 나은 노후를 대비하도록 도움을 주는 정론지가 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는 더욱더 실버세대들의 가치를 세우고 그 존재감을 찾아가는 역할에 매진할 것이라는 실버타임즈 실버기자들의 각오를 읽을 수 있다.

신문발행을 앞두고는 교정과 편집에 여념이 없는 모습에서 마감을 앞둔 여느 신문사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다. 오히려 신문에 실릴 기사 하나하나를 꼼꼼히 짚어 내려가는 열정이며, 오자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예리함은 젊은 기자들과 비교해도 진배없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다. 매호 발행되는 신문을 보면 알 수 있듯 자신들도 실버지만 ‘요즘 노인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그들에게 당면한 문제들, 예를 들어 노인취업이나 노인들의 사회참여에 대한 문제점들을 서술한 기사의 수준이 상당한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이다. 실버타임즈 기자들은 은퇴를 하기 전에는 대학교수, 회사의 사장이나 대표, 학교의 교장과 교사, 소설가, 수필가, 시인, 공무원 등은 물론 신문기자 출신 등 사회의 다양하고 각기 다른 분야에서 서로가 인정받는 사회인으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기자를 하는 것도 힘들고 보수도 없지만 어르신들이 기자가 되기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일을 한다는 자체가 즐겁고 기자로서 보람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젊은 시절 대학에서 학보사 기자로 활동한 적도 있다는 동국대학교 동양철학과 교수를 지낸 송재운 편집국장은 “대학교 때 학보사 기자를 해봐서 신문제작이 생소한 일은 아니다보니 자연스럽게 실버타임즈와 함께 하게 됐다. 실버타임즈는 기사 위주가 아닌 기획 위주의 신문이 되고자 합니다. 그러려면 더 심층적인 취재가 필요하지만 쉽게 만드는 신문이 아니라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며 “우리 신문은 노년은 물론 청장년층까지도 대상으로 기사를 씁니다. 우리 세대는 물론 젊은 세대들에게는 노후를 대비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에서 일반적인 실버신문과는 차별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한 달에 2~3번 회의를 하고 때로는 전국에 있는 취재원을 찾아다니다 보면 힘든 일도 있다”며 “그래서 때로 주변에서 돈이 생기지도 않는 일을 왜 애써서 하느냐고 하는 이도 있지만 내 이름 석 자 걸고 쓴 기사에 대한 반응이 좋을 때 그 희열과 보람은 이 일을 해보지 않으면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변의 반응도 그렇지만 기사를 통해 이 사회에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는 그런 자부심으로 또 다음 달 편집회의를 기다리고 있는 송재운 편집국장, 홍석중 기자, 이진영 기자, 김재걸 사진기자, 문학에 대한 꿈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었고 2006년에는 수필가로 등단해 보다 문학과 가깝게 지내는 계기가 됐다는 실버타임즈의 기자로 활동한지 3년차라는 문정혜 기자 등은 ‘실버타임즈’의 기자들이다. 이들의 활동상을 통해 다시 한 번 멋진 인생과 인생의 멋진 노후를 대비하는 노인들의 귀감은 아닐까. 오늘날 실버세대의 가슴에 담긴 한(恨)과 소망의 메시지를 실어주는 실버타임즈, ‘노(老) 하우’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