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전원이 60세 이상인 성남 ‘책마루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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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전원이 60세 이상인 성남 ‘책마루 카페’
  • 취재=한기원 기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6.06.1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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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홍성, 노인고용에 눈을 돌리자 ③

60세 이상만 근무하는 카페 한 달 월급 30~35만원 뿌듯해
수련관·복지관서 정식 교육수료 자격증 갖춘 당당한 전문가
일주일에 이틀씩 순번 정해 근무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죠”
책마루 카페 손님들은 가족 같은 학부모와 아이들이 대부분

 

▲ 책마루카페 입구 모습.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중원노인종합복지관 1층에 자리 잡은 ‘카페 지음(知音)’에서는 제2의 인생인 바리스타 생활을 하고 있는 열네 명의 실버바리스타가 번갈아 가며 일하고 있다.

성남시는 공공도서관의 지역공동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실버카페와 아이사랑놀이터 설치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성남시는 어르신들이 바리스타로 일하는 중원어린이도서관의 ‘책마루 카페’, 중앙도서관의 ‘카페 애노쉬’ 등 실버카페 겸 담소공간을 다른 도서관에도 설치하거나 확대하려고 한다는 계획이다. 성남시는 올해 1906억 원을 투입해 총 3만9230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성남시에 따르면 올해 고용률 59.5%, 취업자 수 49만780명, 상용근로자 수 30만6100명, 고용보험 피보험자수 30만9300명 달성을 목표로 이를 달성하기 위한 7가지 추진전략과 실행계획을 마련했다는 것. 먼저 성남형 일자리, 성남형 교육을 통한 일자리, 성남시민 순찰대, 체납실태 조사원 운영 등 공공성 강화를 통한 교육, 의료, 안전 분야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 또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조직을 통한 일자리 창출 기반 조성에도 힘쓴다는 것. 이를 위해 예비사회적 기업에 사업개발비를 지원하고, 사회적 경제아카데미 운영, 사회적 경제창업팀 공모, 협동조합 컨설팅과 멘토링 등을 실시한다. 취약계층 취업을 위해서는 노인 소일거리 사업, 노인일자리 사업, 새일 여성인턴 사업, 경력 단절 여성 취업지원, 공공근로,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을 펼친다.

아울러 성남일자리센터의 기능을 확대해 맞춤형 일자리 지원시스템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청년 고용률 향상을 위한 기반 구축 사업도 전개한다. 성남시는 관급공사 성남시민 50% 이상 고용 의무화, 민간 건축 공사장 성남시민 일자리 만들기 상생 협약, 사회적경제융합센터 운영, 전통시장 현대화사업 추진 등 배후지원 사업을 통한 일자리사업 확충 기반도 마련한다. 성남시는 지난해 공시한 고용률 58.4%보다 증가한 59.1%를 달성, 취업자 수 48만9800명을 기록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일자리 목표 공시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임기 중 지역 특성에 맞는 일자리 창출 목표와 대책을 시민에게 제시하고, 고용노동부에서 추진성과를 확인 공표하는 지역고용활성화 대책”이라고 설명하고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생각으로 올해도 일자리 창출에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책마루카페는 실버바리스타가 2인1조로 근무한다(사진 왼쪽 강여실 매니저).

■ 성남 책마루 카페 등 노인고용 모범사례
성남시 중원구 중원어린이도서관 1층에 자리한 ‘책마루 카페’에는 그윽한 커피향이 가득하다. 아담한 카페 공간에 어울리는 은은한 조명 아래 휴일 나들이를 나온 가족 손님들로 북적이는 가운데 실버바리스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성 어르신들은 흰색 셔츠에 앞치마를 두르고 갈색 모자와 명찰을 갖춘 말끔한 모습이었다.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는 경쾌한 목소리와 함께 커피가 든 쟁반을 손님에게 전달하는 솜씨는 여느 커피 전문점과 다를 바 없는 향기로 다가오고 있었다.

지난 2013년 10월 문을 연 중원어린이도서관 ‘책마루 카페’는 지역 내 어르신들을 위해 성남시가 마련한 ‘어르신들의 일터’다. 성남시의 예산 1000만원을 투입해 20평 남짓한 중원어린이도서관의 1층 한쪽을 개조해 꾸몄다.

카페 입구와 메뉴판 정면에는 ‘지역주민 누구나 편히 쉬어갈 수 있고, 책을 통한 생각의 지혜와 소통을 통한 사람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라고 적혔다. 이곳에는 1명의 매니저와 9명의 60~70대의 실버바리스타들이 즉석에서 커피를 맛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바리스타가 2명씩 팀을 이뤄 하루 4~5시간씩 오전과 오후 교대로 일을 하고 있다.

자신이 근무하는 날이라 “오늘 취재날짜 참 잘 잡았다”는 덕담을 건네는 강여실 매니저는 11명의 직원을 관리하며 카페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할아버지를 포함해 이곳 카페 직원은 모두 60세가 넘은 어르신들이라고. 강 매니저는 머리가 하얗게 세거나 나이 드신 어르신 직원들이 자신을 ‘매니저님’이라고 높여 부르는 게 아직 쑥스럽고 어색하다고 전한다. 이제 예순여덟, 법적으로도 할머니가 된 강 매니저는 이래봬도 커피 경력이 햇수로 6년째라고 말한다. 자주 다니던 중원노인종합복지관 내에 있는 카페에서 일하기 시작해 이곳 ‘책마루 카페’의 매니저까지 된 것이다. 노인종합복지관의 기자와 홍보도 겸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책마루 카페에서 함께 일하는 김필모(78) 할아버지에 대한 열정에 대해 칭찬을 잊지 않는다. 함께 조를 이룬 경 실버바리스타도 칭찬을 거든다.

강 매니저를 포함해 이 카페 근무자들은 순번을 정해 일주일에 이틀 정도씩 일을 하고 수익금을 나눠 갖는다고 한다. “순번을 정해 하루씩 번갈아 가며 출근하기에 업무량이 부담되거나 힘들진 않다”는 말이다. 카페 수익금은 바리스타들의 수입이 된다. 매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인당 수입은 보통 30~35만원 꼴이라고. “손에 쥐는 돈의 액수는 적지만 젊었을 적 돈을 벌 때보다 뿌듯함은 더 크다”며 환하게 웃는다. 일을 하면서 얻게 된 선물이 또 있는데, 이는 “카페에서 일을 하면 다들 예전보다 예쁘고 멋있어진다”는 것이다. 중학교 3학년인 손녀가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들하고 다른 것 같아”라고 말한 걸 떠올리면 웃음이 난다는 설명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어르신들은 바리스타 자격증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고 한다. 운영과 서비스 모두 어르신들이 책임지고 있지만 그럴듯한 모습으로 구색만 갖춘 카페는 아니다. 메뉴도 따뜻한 것과 시원한 것을 구분해 제법 다양하게 갖췄다. 아메리카노(HOT 1500원, ICE 2000원)와 카푸치노(2500원, 3000원), 캐러멜 마키아또(2500원, 3000원), 카페 모카(2500원, 3000원), 카라멜모카(2500원, 3000원)와 같은 인기 품목은 물론 ICE 딸기 라떼(3500원)나 바나나 라떼(3500원), 고구마라떼(4000원), 에이드-레몬, 자몽, 딸기, 블루베리(3000원), 요거트-플레인, 딸기, 불루베리(3000원), 아이스티-복숭아, 레몬(2000원), 미숫가루(3000원)등 과일을 이용한 여름 메뉴도 준비했다. 샌드위치나 빵과 같은 간단한 간식거리도 갖춰져 있다. 커피와 음료 등을 어르신들이 직접 만들어 시중가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운영은 매주 화~일요일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다.


■ 지역주민의 사랑방, 소통 공간 역할
이곳에서 일하는 실버바리스타들은 “일이 힘들고 쉽고, 월급이 많고 적음을 떠나 직업인으로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경험한 성취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크나큰 행복”이라며 “쉰다고 편하지도 않고 일한다고 힘든 건 아니거든요. 돈을 벌기보다 즐거움을 위해 일하는 겁니다.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책마루 카페를 찾는 손님 중에는 학부모와 어린이들이 단연 많은 게 특징이다. 가족 손님들에게 ‘실버바리스타들’은 더욱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어르신들의 친절한 서비스와 환한 미소, 즉석에서 만드는 신선한 커피와 음료 덕분에 ‘지역주민의 사랑방, 소통 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렇듯 성남시는 시장형, 공익형, 복지형, 교육형, 인력파견형 등 단위사업별로 노인일자리사업을 통해 노인에게 일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뻥과자사업단, 실버카페, 천연비누사업단, 실버택배단, 두부사업단, 초등학교 급식도우미, 스쿨존 교통지원, 노인여가지도사, 다문화가정 아이보육지도사, 베이비시터, 학교보안관 등 다양한 일자리가 있다고 밝혔다.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에는 노인을 요리사로 고용, 손으로 직접 만든 국수를 파는 음식점이 있다.

만 60세 이상 노인 12명이 조리팀·매장운영 팀으로 나뉘어 멸치국수·비빔국수·수제 돈가스 등을 판매하는 ‘국시랑’이다. 국시랑은 만들기 쉽고, 노인의 손맛을 살릴 수 있는 국수를 주력음식으로 한 것이 성공비결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시원한 국물 맛으로 지역에 입소문이 났고, 근처 도서관 이용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쿠폰 등을 활용한 마케팅 방법으로 단골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노인들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는 복지의 실천이라 하겠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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