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양곡창고 재생 문화예술 꽃피운 삼례문화예술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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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양곡창고 재생 문화예술 꽃피운 삼례문화예술촌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16.06.2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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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문화예술마을조성,무엇을 담아야 하나 〈4〉
▲ 김상림목공소의 안쪽은 작은 목공 박물관이자 갤러리다.바깥 처마 아래에는 목재들이 빼곡하다. 옆쪽으로 삼례성당이 보인다.

삼례문화예술촌, 문화예술로 소통하는 대표적 브랜드 자리매김
낡고 허름한 창고에 뮤지엄·갤러리·카페·책공방·목공소 등 입주
과거 100년 된 건축물들을 보기 좋은 모더니즘 공간으로 부활
창고 개조한 ‘책 박물관’은 무인책방, 고서점 등으로 이루어져

 

전북 완주군 삼례지역은 호남 최대의 역참지이며 조선시대 삼남대로와 통영대로가 만나는 거점으로 역사적·문화적 의미가 매우 큰 곳이다. 이러한 가치가 있는 삼례역사(驛舍)에 무한한 문화예술의 가능성을 더해 지역과 주민 모두에게 의미 있는 진보를 이루어 내고 있다.바로 가치 있는 문화자원을 활용한 문화예술마을(단지)을 조성, 완주의 대표적 브랜드로 자리했다. 또 관광경쟁력 등을 확보함으로써 여가와 휴식 공간, 이용자들에게는 젊음과 사색이 공존하는 열정적인 문화예술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문화와 예술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힘이며, 마을문화는 지역사회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가는 중요한 요소다. 젊음의 활력과 문화와 예술의 사색이 공존하는 삼례문화예술촌은 완주군의 다양한 문화자원을 활용한 마을문화 공동체육성사업과 함께 문화예술의 씨앗으로 성장해 행복하고 희망이 넘치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중요한 시발점이 되고 있다. 삼례문화예술촌이 문화와 예술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어우러지는 문화예술의 중심지, 지역의 대표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창고 벽면에 페인트 글씨와 농협마크가 남아있는 삼례예술촌 비주얼 미디어 아트미술관.

■허름한 양곡창고 재생, 문화예술 꽃피워
완주군 삼례는 낡고 허름한 양곡창고의 마을이 있는데, 이를 재생해 지역에서는 문화예술의 꽃을 피운 곳이다. 7동의 건물이 전부지만 하나로 문화예술인들의 터전으로 자리하면서 책과 나무와 예술작품이 사람들과 함께 사는 집들로 변했다. 골목길을 거닐 것도 없이 건물과 건물을 넘나들며 즐길 수 있는 곳이 삼례역 앞에 위치한 삼례예술인촌이다.
이곳은 1920년에 지어진 양곡창고인데, 일제는 호남 각지에서 올라온 양곡을 군산역(항)으로 보내기 전에 삼례역 앞의 창고에 보관했다가 다시 군산으로 옮겨진 양곡들은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넘어갔다. 일제강점기가 지나고 나서는 농협의 소유로 제몫을 다하다가 전라선이 복선화되면서 2010년 그 기능을 상실했다. 이를 완주군이 매입해 문화예술촌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1920년대 지은 창고 5동과 1970~80년대 지은 창고 2동으로 총 7동이 작은 무리를 이루며, 각각 세미나실을 겸한 방문자센터와 디자인 뮤지엄, VM아트갤러리, 문화카페, 책 공방, 목공소, 책 박물관 등이 입주해 있다. 이곳은 가급적 건물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마을이라 부르기에는 다소 협소하지만 문화예술촌의 색깔을 입히자 어엿한 문화예술마을로 변신한 것이다.
본래의 표피를 벗겨내지 않아도 고유한 개성이 두드러지고 있는 지금은 런던 템스강변의 데이트모던이나 일본 가나자와의 방직공장 창고처럼 역사가 깃든 문화예술마을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홍성문화예술인마을 조성에 따른 홍성의 원도심공동화 대책을 비롯해 문화예술마을에 담아야할 장점과 필요한 요소라는 생각에도 변함이 없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대지주에 의해 만들어진 삼례의 양곡창고는 2010년까지는 실제 양곡창고로 사용되었지만 이후 기능을 잃은 채 방치되고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완주군에서는 이 건물을 매입하여 역사와 문화예술을 담은 독특한 공간으로 개조했던 것이다.
이러한 공간은 시간의 결이 그대로 묻어난 낡은 건물들은 그 자체로도 역사이며,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벽면에 여전히 남은 페인트 글씨와 농협 마크가 여느 인테리어 소품샵에서 찾아볼 수 있는 빈티지 사인보드처럼 멋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러한 공간은 바로 과거 농민의 슬픔이 깃들어 있던 곳이다.
땀으로 일군 곡식을 모두 빼앗겨야만 했던 그들의 슬픔을 생각하면 어쩐지 낯선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삼례문화예술촌, 미디어 주제 갖고 있어
삼례문화예술촌은 크게 비주얼미디어 아트미술관, 디자인박물관, 책 박물관, 책 공방 북아트센터, 김상림 목공소, 문화카페 오스 등 여섯 개의 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창고로 쓰이던 예전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에서는 전시를 관람하고, 북아트센터와 김상림 목공소에서는 이것저것 뚝딱거려 볼 수도 있다. 이렇듯 삼례문화예술촌은 미디어라는 분명한 주제를 갖고 있다. 지난 과거의 100년 가까이 된 건축물들을 보기 좋은 모더니즘 공간으로 부활시켰으며, 각각의 공간들이 하나의 마당을 중심으로 밀집되어 있다는 점이 돋보이는 특징이다. 중앙에 펼쳐진 마당 한쪽에는 대형 창고가 우뚝 서 있는데, ‘협동생산 공동판매 삼례농협창고’라는 페인트 간판이 선명하다. 지금은 ‘디자인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삼례문화예술촌의 첫 번째 코스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주차장에서 바로 마주치는 ‘세계막사발미술관(International Maksabal Museum)’이다. 이곳은 전라선 복선화로 삼례역이 신설되면서 폐역이 된 구 삼례역사(驛舍)를 리모델링하여 2013년 8월 15일 개관한 공간이다. 막사발은 막사기라고도 불리며, 우리 선조들이 밥그릇, 국그릇, 막걸리그릇, 다기(茶器) 등 실생활의 그릇으로 사용하던 것이다. 한편 예술촌의 디자인박물관 바로 옆에는 ‘김상림목공소’가 있다. 김상림 목수는 문학을 공부한 사람으로 출판사에서 일하다 액자와 가구를 만드는 소목이 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인사동에 ‘못과 망치’라는 작업실을 만들어 본격 소목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소목이란 집 짓는 목수인 대목과 달리 책상, 의자, 옷장, 거울, 쟁반 등 가구와 생활 도구를 만드는 목수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의 소목 탐구는 끝내 전통 가구 영역까지 이어졌고 끝내 삼례문화예술촌에 뿌리를 내리게 만들었다.
‘책 박물관’ 역시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공간이다. 이곳은 박물관과 무인책방, 고서점 등으로 이뤄져 있다. 실내로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볼 수 있는 무인책방이 눈길과 발길을 이끈다. 박물관 소유 단행본은 물론 일반인에게 기증받은 책들도 서가에 꽂혀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누구나 무인서점의 미니 책상이나 바닥에 주저앉아 독서삼매에 빠질 수 있고 소유하고 싶은 책이 있으면 책 뒤에 적혀있는 가격에 맞춰 돈 통에 돈을 넣고 사면된다. 국내외 인문학서적부터 잡지까지, 누군가의 지적 허기를 채워줄 책들로 가득하다. 실내에 있는 책 박물관에서는 19세기 말 개화기 때부터 20세기 말까지 진화되어 온 출판과 북디자인의 발달사를 당시 단행본들과 함께 전시하고 있어 당시의 문화를 한눈에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한편 인쇄박물관을 겸한 ‘책공방 북아트센터’에는 오래된 인쇄기계들로 가득하다. 이는 ‘낡은 기계 수집가’ 김진섭 씨가 모은 인쇄 도구들로 ‘오로지 손과 간단한 기계’로만 책을 만들던 1940년대에서 1970년대의 인쇄공장 풍경 그대로이며, 이것들은 당시의 주인공들인 셈이다. 활판인쇄기, 압착기, 재단기 등 인쇄에 필요한 기본 기계들과 망치, 가위, 송곳 등은 주름진 세대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새로운 세대에게는 판타지를 선사하는 정겹고 낯선 물건들이다.
삼례문화예술촌의 마지막 코스는 ‘문화카페 오스’로 커피와 빵을 팔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 더해 예술촌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삼례성당은 삼례양곡창고가 생긴지 16년 만인 1936년 익산 창인동성당의 공소(성당보다 작은 예배소로 신부가 상주하지 않는다)로 출발, 1951년 한국전쟁 중에 본당으로 승격한 성당이다. 현재의 건축물은 1955년 8월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벽돌, 종탑, 아치형 문, 소박한 스테인드글라스 등이 삼례문화예술촌을 찾는 사람 대부분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이끌고 있다. 담장도 없고 경계도 없으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방자치시대, 대다수 자치단체에서 너도나도 ‘문화예술의 고장’임을 자임하면서 문화예술의 활성화와 이를 통한 자치단체의 이미지 개선과 산업화로 재정확충 수단으로 삼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화예술의 활성화와 산업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으며, 그들을 실제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둔감하거나 애써 외면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홍성의 문화예술인마을 조성에 있어서도 지역문화예술의 실종 극복과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에게는 가장 절박하고 시급하게 대두되는 문제의 해결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바로 제대로 된 작업장과 그 작업장에서 만든 작품을 가지고 관객과 만나는 일이다. 즉 생존의 문제이자 지역문화의 정체성 확보, 지역문화예술의 결합을 통한 특색 있는 지역브랜드화란 사실임을 명심할 일이다.
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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