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예술인이 아름답게 소통하는 서학동예술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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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예술인이 아름답게 소통하는 서학동예술마을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16.07.0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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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문화예술마을조성,무엇을 담아야 하나 〈5〉

빈집이 생기면서 슬럼화 예술인들이 자리 잡으며 활기
예술인이 주인이 아니라 마을주민과 함께 공존하는 곳
예술인마을이라고 하지 않고 예술마을이라 부른 이유?
지역주민과 문화예술인들 소통하며 일상과 예술이 조화

 

▲ 설치미술가 한숙 작가의 작업실 ‘초록장화’는 담쟁이 넝쿨이 집과 하나가 되어 또 다른 멋스러움을 안겨준다. 이곳에서는 주말에 바느질 체험도 진행되며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고 있다. 카페& 푸드 극장 앞 비비안은 이탈리안 원두 드립커피와 친환경식재료 푸드를 사용한 음식을 판매하는데, 주인 비비안씨는 모두 친환경식재료를 사용한다.

전주시의 중심도시였다가 낙후된 지역이 요즘 새롭게 변화하고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 있는 ‘서학동 예술마을’이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과 더불어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남천교나 싸전다리를 지나 전주천을 건너면 서학동이 나온다. 20~30년 전에는 남원으로 통하는 주도로(서학로)가 이곳을 지나며 전주에서 가장 번화한 동네였지만 서부지역에 신시가지가 개발되고 구도심에 있던 전라북도청이 신시가지로 이전하면서 서학동은 급속히 낙후된 곳으로 변했다. 빈집이 생기면서 슬럼화 되었는데, 이곳에 문화예술인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0년부터 문화예술인들이 하나둘씩 모여 살면서 아기자기한 예술촌으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주민들과 함께 모여든 예술인들 40여명 정도가 살고 있는 서학동이 그곳인데, 사람들은 이곳을 ‘예술촌’ 또는 ‘예술마을’이라고 부른다. ‘예술인 마을’이라고 하지 않고 ‘예술마을’이라 부르는 이유는 예술인이 주인이 아니라 마을주민과 예술인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라는 의미에서다.
전주시의 전주천을 사이로 한옥마을과 마주하는 서학동은 원래 ‘선생촌’으로 불렸다고 한다. 마을 안에 전주교육대와 전주교대부설초등학교가 있어 교사, 학생이 많이 살았기 때문이다. 마을 안에 대학교와 초등학교가 있고 교사·학생들이 많아서였는데, 전주시가 팽창하면서 주민들은 떠나고 활기를 잃어가는 옛 도심지역이 된 것이다. 그러다가 2010년부터 예술인들이 하나둘 터를 잡기 시작했고, 지금은 화가·행위예술가·사진가·자수가·색소폰연주가 등 40여명이 활동하는 어엿한 ‘예술인마을’로 변모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학동의  골목길을 걷다보면 예술인들의 작업공간과 갤러리는 물론 카페들이 골목골목 곳곳에 숨어 있다.

▲ 서학동 예술마을 안내도.

■ 마을주민과 예술인들 자발적으로 공존
이 마을의 출발은 음악가 이형로·소설가 김저운 부부가 지난 2010년 9월 마을 중심에 있던 한옥을 고친 뒤 이사해 ‘벼리채’라는 문패를 달고 연주와 창작활동을 하면서부터다. 한옥을 고쳐서 ‘벼리채’라는 문패를 달고 연주와 창작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마당 한쪽 별채는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고 방 하나를 글방으로 만들어 놓았다. 한옥의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져 글쓰기에 좋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들 부부와 친분이 있던 진창윤·이경태 화백도 이들을 따라 인근에 입주했다고. 이후 예술인들의 발길이 모여들면서 서학동 골목 입구에는 황연주 작업실이 손님을 맞이하며 골목의 끝에는 서학동사진관과 이소갤러리가 있다.
서학동예술마을에는 김성균 조각가의 서학아트스페이스(김성균아트리에), 설치미술가 한숙 작가의 작업실 ‘초록장화’, 소하작업실, 강금란 작업실, 김승진 작업실(숨), 행위예술가 심홍재 작업실, 최은혜 작업실(마담초이), 유애숙 도예공방, 이소공방, 펴락, 넘놀이, 이대성 음악교실, 양순실 아뜨리에(모과나무), 비파채, 화가 이희춘의 선재미술관(몽유화원), 작가 이적요의 아틀리에 카페 ‘적요쉼쉬다’, 전주교대 기숙사 옆에는 ‘모과나무’ 카페 등이 들어서 있다.
이어 행위예술가, 도예가, 조각가, 색소폰 연주가 등 다양한 직업군의 문화예술가들이 작업장 겸 안식처를 마련했고, 이 동네의 주민이 되면서 활력을 되찾고 있다.
서학동예술마을 골목의 예술마을안내도 맞은편에는 설치미술가 한숙 작가의 작업실 ‘초록장화’는 담쟁이 넝쿨이 집과 하나가 되어 또 다른 멋스러움을 안겨준다. 이곳에서는 주말에 바느질 체험도 진행되며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고 있다. 카페& 푸드 극장 앞 비비안은 이탈리안 원두 드립커피와 친환경식재료 푸드를 사용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한숙 작가는 “많은 예술인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너무 좋으며, 쌀집 아저씨를 비롯해 동네 어르신들이 너무 순박하고 정이 있으시며 나눌 줄 아는 좋으신 분들”이라고 말했다.
교대 길 건너편에는 서학동에서 규모가 가장 큰 ‘서학아트스페이스’는 김성균 조각가가 운영하는 곳으로 건물면적이 495㎡(150평)로 지하 1층에는 작가가 직접 만든 조각품이 전시된 갤러리와 작업공방이 있고 1층에는 카페가 있다. 3층과 4층 옥탑방은 게스트하우스인데 내부가 예스러우면서도 클래식하게 꾸며져 있어 문화예술인의 감각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전북 진안에서 사진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를 운영하던 김지연 사진가는 서학동 골목 끝에 있는 한옥을 개조해 전시장과 카페가 있는 ‘서학동사진관’을 만들었다.
이형로 촌장은 “대부분 관에서 인위적으로 예술인들을 모아 예술인마을을 만든 사례는 많지만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주민의 일원이 되고 작업공방과 갤러리를 함께 운영하면서 현지에 주거하는 예술인마을은 ‘서학동예술마을’이 전국에서 최초일 것”이라고 밝히고 “이곳은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주민의 일원이 된 ‘서학동 예술마을’은 전국에서 최초인 만큼 관에서 인위적으로 예술인들을 모아 예술인 마을을 만든 사례와는 분명히 다르고 가치적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음악가인 이씨는 7~8인조 모던민속밴드 ‘놉’의 대표로 활동 중이며, 피아노와 기타 등 웬만한 악기는 다 다룬다고 한다. 벼리채에서는 1년에 한 번 ‘마당음악회’를 연다고 전했다.
전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서학동예술마을에는 문화예술공간 24곳이 생겼고, 40여명의 문화예술인들이 거주하고 있다”며 “서학동 예술마을은 해를 거듭할수록 활기를 띄면서 외지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데, 한옥마을과 연계해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연간 600만 명이 방문하는 전주한옥마을과 인접해 있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한옥마을 관광객들이 서학동예술마을 방문을 필수코스로 생각하면서 한옥마을 관광객들의 연계 방문 급증으로 새로운 관광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작가 이적요의 아틀리에카페 ‘적요숨쉬다’.
   
▲ 서학동 예술마을의 큰주댕이 갤러리.

■창작과 생활이 공존하는 예술의 향기
서학동 예술마을엔 아기자기한 커피숍과 각자의 개성이 넘치는 카페, 예스러운 건물들이 특히 돋보이는 곳이다.
서로 가족 같은 연대감도 생기며 도시지만 시골의 정취가 흐른다고 할까? 이곳에 정착한 문화예술인들은 지난 2012년부터 매년 주민들과 함께 ‘서학동 예술마을 거리축제’도 열고 함께 모여 한바탕 잔치를 열기도 했다.
또한 ‘2014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사업’에 ‘예술가가 살고 싶은 서학동 예술마을’ 프로젝트가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한편 이웃한 완주의 삼례문화예술촌과 자매결연을 맺기도 했다고 한다. 지역의 주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이 서로가 소통하면서 일상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전주, 서학동 예술마을의 풍성한 볼거리와 풍부한 문화예술적 역할과 기능이 그래서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들이 서로 손을 잡아주고 이끌어주니 상생 효과가 클 수밖에 없는 연유다. 시나브로 가족 같은 연대감도 생겼고, 누군가에게 일이 생기면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돕고 나누는 가치를 실천하는 서학동 예술마을 사람들은 창작과 생활이 공존하는 가운데 낙후가 가속화되는 골목골목에서는 지역의 주민들과 새로 정착하는 문화예술인들이 하나가 되어 문화예술의 향기로 하나둘씩 리셋(reset)이 되고 있는 현장임에 틀림없었다.
글=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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