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축산단지, 홍성의 미래축산의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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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축산단지, 홍성의 미래축산의 방향은?
  • 글=장윤수 기자/사진=한기원 기자
  • 승인 2016.07.0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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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친환경 축산의 미래, 유기축산에서 답을 찾다 <1>
▲ (주)성우에서 방목중인 돼지들이 밭에서 자유롭게 뛰놀고 있는 모습.

한우 5만여 마리·돼지 53만여 마리 사육 축산도시 ‘홍성’ 

악취·질병·환경오염 등으로 불투명한 축산의 현실과 미래 

불완전한 미래 축산의 대응 방안으로 ‘유기 축산’ 주목돼 

생산자와 소비자, 동물까지 모두 행복한 축산미래 찾는다

홍성군은 국내 최대의 축산단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홍성군내 한우 사육농가는 총 2100여 농가로 사육두수는 5만 3000여 마리에 달하고, 돼지는 315농가에서 53만 5390여 마리를 사육 중이다. 그러나 축산업의 미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해마다 인간과 동물의 건강을 위협하는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많은 농가가 돼지를 살처분 해 매몰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홍성군은 지난 2011년 2월 1일 광천읍 대평리 돼지농장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돼 3월 18일 결성면 무량리 농장을 마지막으로 127농가의 가축 5만 3093마리를 살처분 매몰·소각한 경험이 있다.

올해도 홍성에서는 구제역이 발생했다. 지난 3월 21일 홍동면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1309두를 살처분하고 3km 지역 내 우제류 가축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가 이뤄졌으며, 구제역 이동제한은 4월 26일에 이르러서야 해제됐다. 이렇게 해마다 반복되는 구제역은 농가의 시름을 더할 뿐만 아니라 고기를 구매하고 섭취하는 소비자들에게도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처럼 축산업은 구제역 등 각종 질병에 취약한 실정이며, 악취 및 환경오염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홍성군 갈산면의 한 농장 인근 주민들은 축사 악취가 너무 심해 옷과 집안 내부에까지 퀴퀴한 냄새가 배일 정도라고 고통을 호소한 바 있고, 충남도청 소재지인 내포신도시 이주민들 또한 축사 악취 문제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홍성읍에 거주하다가 최근 내포신도시의 한 아파트로 이주한 박 모 씨는 “축사 악취로 인해 무더운 여름에도 창문 한 번 열 수 없을 만큼 악취가 심각하다”며 “보조금을 지원해 축사를 이동시키거나 폐업하게 하는 등 발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친환경’이 한국 축산정책의 주요 기조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막대한 양의 축산 폐수 발생,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 위기, 농장동물의 대량 폐사를 유발하며 인간과 동물 모두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 확산 등이 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에 축산업의 미래는 과거 생산성 위주의 관점에서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는 쪽으로 서서히 방향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농장 동물의 복지 차원에서도 이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친환경 축산은 가축 사육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거나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경관을 조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축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는 동물 복지의 개념 또한 일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국내 축산 현장의 ‘친환경’ 개념은 대부분 가축 분뇨 처리에 집중된 상황이지만 동물 복지가 언급되는 빈도는 큰 폭으로 늘어났고, 이와 관련된 많은 작업들이 시험 단계를 거치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인 동향, 정부 정책 방향 등을 통해 농장에서의 동물복지가 점차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는 것에 비해 사회 전반적으로 이러한 움직임은 아직 넓은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신뢰성 있는 동물복지 기준이 자리 잡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적 현실을 고려해야한다는 명목으로 자칫 불완전한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이 관행으로 정착할 위험까지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축산업의 불완전한 미래를 타개할 방안으로 ‘유기축산(Organic Animal Farming)’이 주목받고 있다. 유기축산은 전 세계적으로 보다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특히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단위 면적당 적은 마리수로 쾌적한 생활을 하는 돼지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규정한 유기축산의 개념은 축산물 생산과정에서 수정란 이식이나 유전자 조작을 거치지 않은 가축에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전자 조작을 거치지 않은 사료를 근간으로 항생물질, 성장호르몬, 동물약품 등 인위적 합성 첨가물을 첨가하지 않은 사료를 급여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운동장이나 휴식 공간, 방목 초지가 겸비된 환경에서 자연적 방법으로 분뇨 처리와 환경이 제어된 조건에서 사육되고 가공, 유통, 평가, 표시된 가축의 사육체계와 그 축산물을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유기축산물에 관한 우리나라의 인증기준이 마련돼 시행된 것은 지난 2001년 7월 31일이었으나, 유기축산물 생산에 필수 요소인 유기사료의 생산 공급이 이뤄지기 어렵고 현실적인 관련 시책의 개발이나 시행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성군 결성면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성우(대표이사 이도헌)는 바람직한 축산의 방향을 찾기 위한 다채로운 시도를 진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시도는 농장 내 유휴부지인 보리밭을 활용해 총 8마리의 돼지를 방목해 기르고 있는 것이다. 방목에 가장 적합한 돼지의 종류를 찾기 위해 총 3종의 돼지가 방목되고 있다.

방목하는 돼지는 상대적으로 운동량이 많아 지방의 비율이 줄어들고, 판매에 적합한 무게에 이르기까지 약 1달의 기간이 더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육질이 일반 돼지와 달리 쫄깃해지는데, 이도헌 대표는 이러한 돼지의 특성을 파악하고 소비자들을 위한 적합한 요리법을 개발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푸드 비즈 랩과 업무협약을 체결, 다양한 연구에 나서고 있다. 특히 유명 쉐프들을 통해 다채로운 요리방법을 연구 및 개발, 육질의 특성에 적합한 레시피를 개발해나가고 있다.

▲ 유명쉐프를 초청해 마을주민들과 함께한 바베큐 잔치.

농업회사법인 ㈜성우의 또 하나의 특징은 마을과 친화적인 축산 환경을 조성해나간다는 것이다. 돼지의 방목을 단순히 품질이 좋은 돼지의 생산이나 판매의 확대만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과의 상생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도헌 대표는 방목 시도가 자리를 잡게 될 경우, 이를 마을 주민들의 수익 창출을 위한 모델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축산업은 악취와 환경오염 등 마을에 피해를 입히는 시설이라는 인식을 개선하고 마을과 협력하며 상생 발전하는 모델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방목 외에도 ㈜성우에서는 냄새를 저감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추진 중이다.

지하로 공기를 순환시키는 시설부터, 일반 축사와는 달리 모돈과 자돈이 보다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표준 규격에 비해 단위 면적당 돼지 수를 줄인 것도 특징이다. 또한 이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에너지의 재활용과 순환(Recycling)이다.

이를 위해 축사 내 모든 조명은 LED로 설치하고, 가축 분뇨를 최대한 에너지화 해 소득으로 연계해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축사 주변에 편백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식재해 공원 형태의 축사를 만드는 등 생산자와 소비자, 마을 주민 모두가 만족하는 축산 환경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유기축산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히 누군가가 추진하고 진행하는 것을 모방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환경 안에서 최선의 대안을 찾아내는 것에 있다고 강조한다. 주어진 기후나 환경, 상황이 다른 만큼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을 찾아내 적용하는 것이 더욱 큰 의미와 넓은 범주의 유기축산이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미/니/인/터/뷰 - 농업회사법인 ㈜성우 이도헌 대표

   
이도헌 대표.
   

“동물 복지 중요하지만 사람 복지도 중요”

농업회사법인 ㈜성우 이도헌 대표이사는 동물복지를 염두에 두고 친환경 축산의 영역을 넓혀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복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희 축사는 넓은 공간에서 적은 마리수의 돼지를 길러 스트레스를 줄이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사람이 오가는 복도의 폭도 넓다는 것입니다.

욕심을 낸다면 폭을 줄이고 최대한 많은 마리수의 돼지를 기르겠지만, 동물과 사람의 복지가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복지가 중요합니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는데 어떻게 돼지에게 잘 할 수 있겠습니까? ‘돼지가 우리를 먹여살린다’라는 모토로 우리 회사를 이끌고 있는 만큼, 사람의 복지를 중요히 여기고 돼지의 복지도 함께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의 유기축산의 기준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유기축산의 기준에 부합하려면 100% 무농약, 무항생제 유기농 사료를 돼지에게 먹여야 합니다. 사람도 유기농 식품만 섭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돼지들에게 유기농 사료를 먹이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유기 축산의 기준은 보다 넓은 의미에서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글=장윤수 기자/사진=한기원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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