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원도심 동네책방 ‘도어북스’ 소통하는 문화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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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원도심 동네책방 ‘도어북스’ 소통하는 문화사랑방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16.07.1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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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책방의 희망과 전략
공동체문화예술 소통공간을 꿈꾸다<4>
▲ 대전 대흥동의 원도심에 자리한 동네책방 도어북스. 이곳은 독립출판 전문서점이다.

책방, 동네의 사랑방이자 모임의 시작점이며 이벤트의 공간
모든 문화에는 역사가 있고, 서점과 책방에도 유행이 있다
문화 공간 자리매김하는 독립책방 독자들의 눈길 사로잡아
실험정신 강한 작가들 책을 만날 수 있는 곳 독립출판서점

 

동네책방이라는 것이 본래 그렇다. 지역 주민과 호흡하고, 책방 주인의 기호를 공유하며, 때로는 책을 고르기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 책방 주인이 있는 곳. 더해서 동네의 사랑방이자 모임의 시작점이며, 이벤트의 공간이 되는 곳이 책방이어야 할 것이다. “책을 많이 읽거나 읽지 않는 이들 모두가 책에 호감이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한결같다”는 책방 주인의 얘기가 그렇다. 그러한 출발에서라면 어떤 식으로든 확장 가능한 공간이 동네 서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척박한 토양에서 아이디어로 돌파하는 동네 놀이터와 같은 책방의 자생력은 누가 뭐래도 긍정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지역에 기반을 둔 작은 동네책방의 움직임은 차차 보다 탄탄한 구조적 기반을 갖추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좀 더 다양한 책방의 형태가 나타나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즐거운 시도일 것임에, 그러한 움직임의 힘은 언제나 막대했기 때문이다.
모든 문화에는 역사가 있고, 서점과 책방에도 유행이 있다. ‘서점’이 신간을 파는 곳이라면, ‘책방’하면 왠지 고색창연한 냄새가 난다. 동네 한 모퉁이에 자리 잡고 오며가며 짬짬이 신간 잡지를 구경하고 소설도 읽던 동네책방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책도 인터넷 구매가 대세인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이런 때 시대적 상황을 뛰어 넘으며 기발한 아이디어와 아름답고 실속 있는 전략으로 새롭게 문을 연 개성만점의 동네책방들이 있어 눈길을 끄는 이유다. 이름하여 독립서점, 독립출판이다. 서점이라는 공간을 이용해 책 판매와 함께 이런 저런 문화 행사들도 꾸려내면서 지역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독립책방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독립출판물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
대전시 중구 테미로 48(대흥동 519-20)의 대전의 원도심 복판에 있는 ‘도어북스(Door books)’라는 작은 동네책방(서점)이 눈길을 끈다. 대전·충남에선 흔하지 않은 독립서점이고 대전에서 독립서점을 처음 시작한 곳이라 외지 사람들의 발길도 잦은 곳이라고 한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간에서 책과 함께 에코백, 음악CD, 엽서, 달력, 사진집 등도 판매하고 있는 곳. 처음부터 소규모공연, 전시, 장소 대관, 세미나,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해 왔다. 책 제작부터 유통까지 작가가 도맡아 하는 독립출판물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인데, 문을 닫으면 마니아들이 찾는 독립적 공간이 되고, 문을 열면 모든 사람이 교류하는 사랑방이 된다는 의미에서 ‘도어북스(Door Books)’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도어북스는 2014년 6월 문을 연 대전 유일의 독립출판 전문서점이다. 올해 서른둘의 박지선대표가 도어북스의 주인장인데, 대전 토박이라고 한다. 대전에서 30년 가까이 살았고 대전에 있는 대학에서 편집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지역의 문화잡지에서 디자인 일을 하다가 서점을 차렸다고 한다. 이곳 서점에는 일반서점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다양한 크기와 색다른 디자인의 책들을 보고 있으면 쉽게 접하던 책과는 다른 느낌을 갖게 된다. 이 책방의 특징이라면 책을 전시한 벽면 외에 10여 평(약 33㎡)의 공간이 더 있는 도어북스는 워크샵이나 전시, 공연도 개최한다고 한다. 또 독립출판물 판매와 워크샵 등만으로는 서점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외주를 받아 편집디자인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곳에 가면 책을 만드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사실도 깨닫게 한다는 것. 자신의 이름으로 책 한권 낼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만드는 곳이 바로 독립출판 전문서점 ‘도어북스’다. 대전의 원도심 대흥동 거리를 거닐다가 도어북스의 문을 열면 색다른 책의 세계가 반가운 손을 내밀 것이다. 최근 신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는 현실에서 원도심에 책방과 출판사를 내면서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독립 출판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독립서점 도어북스 책방의 성공비결이 아닐까.

▲ 도어북스 내부 모습.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지향
도어북스에서는 책을 팔고 강연과 연주회도 연다고 한다. 작은 공간이지만 사람들의 발길도 이어지는데, 이곳에서 책을 사면 포토존에서 책을 들고 인증샷을 찍는 일은 불문율이라고. 이 인증샷 사진은 책의 저자에게 보내지는데, 작가와 독자를 이어주는 이벤트라고 봐도 좋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책방의 간판 또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얼핏 지나치면 서점인지 알 수도 없는 곳에 책 몇 권 꽂혀있지 않지만 그곳에서는 실험정신이 강한 작가들의 책을 만날 수 있다. 때로는 저런 내용도 책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가벼운 책도 있고 무거운 책도 있는 ‘도어북스’는 자매가 함께 문을 열었다고 한다. 그것도 대전의 원도심 한적한 곳에서 독립출판물 전문서점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 책방에서는 워크숍이나 공연을 개최하기도 하고 있으며, 한쪽에는 디자인사무실도 꾸리고 있다. 대전에서 독립출판물을 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애로사항이었다고 전한다. 서울까지 가야만 하는 어려움을 반복하다가 아예 서점을 개업해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점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함께 둘러 앉아 책을 읽을 수 있기를 지향하는 공간이 됐다.
“서점을 내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는데, 마땅한 장소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젊지만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박 대표의 말에 따르면 대전의 원도심에 서점을 내고 싶어서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고층건물이 들어선 신도심에서 30여분 정도 떨어진 조용한 동네에서 마음에 드는 건물을 찾았지만 건물주가 임대를 내놓지 않아 포기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다른 건물을 찾아 서점을 차리기까지 거의 1년이 걸렸다고 한다. 다행히 대전시 청년창업지원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임대료를 해결했고, 나머지 자금은 직장을 다니며 모은 돈을 보태 서점을 차릴 수 있었다는 것. 원래 이 동네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거리는 아니라는 얘기다. 서점에 온 손님들이 책을 사고 동네 구경도 하면서 ‘골목골목이 참으로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는 것으로 봐서 어떻게 보면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이곳 도어북스 책방은 독립출판서점이다. 독립서점은 주로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이란 의미다. 독립출판물은 셀프 퍼블리싱(자가출판), 소규모출판으로 만들어진 책들이 대부분이다. 제작자가 직접 기획부터 제작, 유통 등의 출판 전 과정을 직접 진행한다. 물론 기성출판사의 상업적인 목적(자본)에서의 독립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도어북스의 책방지기 박지선 대표는 “독립출판물로 제작된 책들은 때로는 날것의 느낌이 드는 것도 있고, 너무나 공감되는 이야기로 위로를 주기도 한다.
새로운 작가들의 글과 아트워크, 사진 등을 만날 수 있어 새로운 영감이나 자극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독립서점에서 만난 책들은 상업성을 떠나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내용과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넘쳐 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를 넘나드는 책들은 찾아볼 수가 없다.
책방에 진열된 책들을 쓴 사람이 선뜻 누구인지를 모르는 저자들의 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구나 봐야 하는, 또 봤어야 하는 책들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길을 지나가다가 무심코 책이 좋아 들어가서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그 책을 사면되는 곳이다. 다시 말해 흔하고도 독특한 주위의 생각들이 특별하게 모인 곳이다. 이곳 책방에 들어서서 책들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무심히 창작의 고통이란 표현이 무색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도어북스에서 만들어지고, 또 모인 책들이 말하는 진짜 가치 있는 출판의 의미가 아닐까.
글=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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