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미영농조합, 평균 76세 할머니들 일자리·꿈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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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미영농조합, 평균 76세 할머니들 일자리·꿈 선사
  • 취재=한기원 기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6.07.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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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홍성, 노인고용에 눈을 돌리자 ⑤
▲ 부녀회원 33명이 200만원씩 출자해 만든 당진의 백석올미영농조합법인. 김금순 대표(사진 왼쪽)가 사회적기업 인증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할머니들의 반란, 손주 사랑으로 만든 매실한과’란 슬로건
2008년 서울에서 남편고향으로 귀농한 김금순 대표 구심점
주 5일 근무 월급 126만원에 4대 보험 보너스·퇴직금 보장
농업·농촌 6차 산업 우수사례 꼽혀, 체험객 5000여명 몰려

 

초고령사회와 100세 장수시대를 앞둔 상황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은 노인복지 차원을 넘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주요 노인복지정책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생산인구감소를 대체하기 위해 노인의 사회참여를 유도하는 상황이고,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을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노인인력의 활용이 중요한 시대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남 당진시 순성면 백석리 매실로 246의 ‘백석올미영농조합’은 모범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일을 하는 할머니들의 평균 나이가 76세이며, 자그마치 57명의 할머니들이 함께 일하는 영농조합이란 점에서다. 이곳 영농조합은 10만 그루에 달하는 마을 공동 소유의 매실나무에서 나오는 매실을 좀 더 가치 있게 팔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는데, 이제는 할머니들의 일터가 되고, 삶이 되고, 꿈이 되었다고 한다.

당진 백석올미마을은 이런 노인들이 뭉쳐서 평범한 농촌마을을 활기 넘치는 곳으로 확 바꿔 놓고 있는 곳이다. 한마디로 70~80대 할매들의 반란이 일어난 곳이다. 할머니들의 성공은 고령화로 침체된 농촌 마을에 일어난 하나의 혁명이었던 셈이다. 반란의 주인공인 할매들조차도 스스로 놀라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백석올미영농조합은 조합원 90%가 여성이고 평균 나이가 76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백석올미마을의 변화는 지난 2011년 마을의 부녀회원 33명이 200만원씩 출자해서 ‘백석올미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5년이 지난 지금 현재 조합원 57명이 연매출 6억 원을 올리는 영농조합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평균76세인 부녀회원들은 ‘할머니들의 반란, 손주 사랑으로 만든 매실한과’라는 야심 찬 슬로건을 내걸고 전통 방식의 매실한과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 백석올미영농조합의 할머니들이 생산한 상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 주5일 근무에 월급 126만원, 보너스까지
할매들의 반란의 중심에는 지난 2011년 영농조합 설립 당시 마을 부녀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데 구심점이 됐고, 지금도 구심점인 김금순(67)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2008년까지 서울에서 대기업을 다니다가 퇴직한 남편의 고향인 이곳으로 귀농을 했다. 2010년에는 마을의 부녀회장을 맡아 홀몸어르신과 불우이웃을 위한 봉사에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과를 팔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사업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주민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마을 개천의 10만 그루의 매실나무가 사업을 위한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 봉사를 위해 판매하기 시작한 한과가 인기를 끌게 되자 아예 매실한과 공장을 설립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여러 여건상 농촌의 장래가 밝지만은 않지만, 우리 마을은 쇠퇴하는 공동체 정신을 살리면서 고령 농가를 위한 실질적인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귀농 이후 마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위해 부녀회장을 맡으면서 새로운 운명의 길로 들어섰다”고 말한다. 부녀회원들을 중심으로 손주들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매실 한과를 만들어 보자며 시작한 영농조합의 생산 품목은 이제 매실 장아찌, 매실 고추장, 매실청, 매실 진액 등으로 확대됐다.

매실 따기와 한과 만들기 등 체험활동 프로그램도 26개로 늘었다고. 지난 2014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개최한 ‘6차 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해 500만원의 상금을 받은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체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후 전국 각지의 농민들이 올미의 사례를 배우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오고 있다고 전한다. 현재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5950㎡(1800평)의 주말농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과·초콜릿 만들기 등의 체험행사도 진행하고 있다는 것. 체험과 견학을 목적으로 이곳을 다녀간 체험객만도 지난해에만 5000여명이 넘었으며,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연계한 직업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조합원도 57명으로 늘었고 매출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미의 성장보다 더 근사하고 멋진 실속은 57명에 이르는 나이 드신 할머니들에게 일자리와 꿈을 선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미영농조합에 출근하는 할머니들은 주 5일 근무에 월급만도 126만원씩을 받는다고 자랑이다. 도시 사람들에게는 약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곳 올미영농조합의 할머니들에게는 큰 수입이 되고 있다는 것. 여기에 더해 4대 보험과 퇴직금까지 보장된 ‘정규직’이라는데 자부심을 갖는다. 또 상품판매 실적에 따라 보너스를 받기도 한다는 것. 남들은 경로당이나 요양원 갈 나이에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과 자부심은 돈보다 더 큰 행복을 안겨준다는 것이 할머니 직원들의 한결같은 자랑이다. 한과를 만들면서도, 공장 청소를 하면서도 할머니들의 얼굴에서는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때 마을의 골칫거리였던 매실이 이제는 한과도 되고, 장아찌도 되고, 진액으로도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매실은 할머니들의 일자리가 되면서 돈을 벌어다 주었고, 보람과 자부심으로 가득한 행복을 안겨주면서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통로를 만들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 초록매실나무 할머니들의 희망·꿈 되다
고려 때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통한과 제조 방식은 100% 조합원들의 수작업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한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쌀, 찹쌀, 매실, 콩 등 원재료 중 95% 이상을 인근 지역에서 직접 조달한다. 특히 10만 그루의 매실나무가 있는 당진시 순성면에서 나오는 매실은 맛뿐 아니라 향까지 좋은 한과를 만들게 해준다.

이렇게 할머니들이 만든 매실한과를 올미영농조합에서는 생산 상품의 판매에 있어서도 전 조합원이 나서서 직거래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다문화 가정이나 자매결연을 한 학교, 공공기관 등을 통해 초청한 사람들에게 전통 한과 만들기 체험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체계적인 사업 관리로 농가 소득을 증대하는 모형은 1차(생산), 2차(가공), 3차(판매와 체험)산업이 결합한 농업·농촌 6차 산업의 우수사례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올미영농조합에서 일하고 있는 부녀회원들은 5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하다. 70대가 제일 많아 평균 연령이 높지만 함께 일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한다. 올해 쉰한 살인데 막내라는 유희숙 씨는 “남편이 백석리 이장인데 5년 전에 올미영농조합이 설립될 때 저도 200만원을 내고 조합원으로 가입했어요. 그런데 집에 농사가 바빠서 영농조합에 출근은 못 하다가 젊은 사람이 부족하다고 도와 달라는데 모른 척할 수가 없어 직원으로 합류했다”고 한다.

올해 집 나이로 여든 한 살이 돼 최고령인 성정옥 할머니는 “올미영농조합은 정년퇴직 나이가 80세인데, 내 주민등록 나이가 아직 78세라 더 일할 수 있다”며 “올미에 취직할 줄 미리 알고, 우리 아버지가 출생 신고를 3년 늦게 해 준 덕”이라고 했다. 한편 판매왕으로 통하는 일흔 한 살의 권탁 할머니는 “우리 아들, 딸들이 7남맨데 자식들이 100박스, 200박스씩 팔아주는 게 비결”이라며 “명절만 되면 한과 주문을 받느라 전화통에 불이 나유. 그래서 내가 보너스만도 300~400만원씩은 거뜬히 받는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아무튼 당진의 시골마을에서는 지금 반란을 일으킨 칠팔십이 넘은 시골 할머니들의 삶에 초록빛 매실이 희망이라는 초록 불을 환하게 밝혀 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것이 할머니들의 희망이었고 꿈이 되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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