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집에서 책을 파는 괴산 농촌마을 ‘숲속 작은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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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집에서 책을 파는 괴산 농촌마을 ‘숲속 작은 책방’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16.07.2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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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책방의 희망과 전략
공동체문화예술 소통공간을 꿈꾸다<5>

파는 책만큼이나 다양한 빛깔을 선보이는 작은 책방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는 책 덕분에 유명세
서점이란, 들어가면 반드시 책을 한권 사들고 나와야
지역주민들과 지인들이 함께 책 읽는 북클럽·콘서트

 

▲ 충북 괴산군 칠성면 미루마을 농촌의 전원주택 살림집에 차린 가정식 서점 ‘숲속 작은 책방’에는 방문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충북 괴산군 칠성면의 미루마을. 이 마을에 가면 부부가 운영하는 아담한 가정식 서점인 ‘숲속 작은 책방’이 있다. 이곳은 다양한 책문화 활동으로 잘 알려진 김병록·백창화 부부가 함께 만들고 운영하는 서점이다. 미루마을은 한 대학교 동창들이 만든 전원마을이다. 단독주택을 지어 분양하는 방식으로 추진한 마을인데, 57가구가 모여 살고 있다고 한다.
태양열과 지열로 전기를 만들어 쓰는 저탄소 녹색마을이기도 하다. 김병록·백창화 부부는 경기도 일산에서 10여 년간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며 다양한 책 문화 활동을 하다가 지난 2010년 이곳에 내려왔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마을회관에 어린이도서관을 만들려던 당초 계획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무산되자 아예 살림집을 서점으로 만들었다는 것. 현재 괴산군 인구가 4만 명이라지만 ‘숲속 작은 책방’은 읍내가 아니라 한적한 농촌마을 초입에 터를 잡았다. 이곳 마을의 주민은 100명 남짓이라는 설명이다.
이들 부부는 척박한 출판시장에서 치열한 규모의 경쟁을 버티며 책으로 가득 찬 작고 예쁜 집에서 사람들과 함께 책과 문화를 나누는 따뜻한 삶을 실천하며 살고 있다. 이들이 파는 책만큼이나 다양한 빛깔을 선보이며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숲속 작은 책방을 보면서의 느낌은 동네에 책방이 없으니 책을 읽지 않고, 책을 안 읽으니 서점도 출판사도 사라지는 시대, 특별한 동네책방들이 다시 생겨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유다. 규모나 가격 면의 경쟁력이 아닌, 특별한 테마와 체험, 세상 하나뿐인 공간들과의 결합으로 다시 돌아온 동네책방의 역습이라는 생각이다. 이 역습을 이끄는 책방 중 하나가 이곳에 있는 ‘숲속 작은 책방’인 것이다.
지난 2011년 문을 연 ‘숲속 작은 책방’은 책을 좋아하는 누구나 꿈꾸는 로망이 실현되어 있는 동네책방이다. 괴산군의 시골면 한적한 작은 농촌마을에서 동네책방의 대안을 직접 실천하고 있는 백창화·김병록 부부가 시골마을에 동네책방을 연 사연과 비결 등을 들어보며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 올려본다. 한적한 산골마을 같이 보이는 동네인 괴산 칠성면 미루마을의 숲속 작은 책방엔 요즘 찾아오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주인 부부가 최근 펴낸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남해의 봄날)’라는 책 덕분이라는 것. 이 책에는 숲속 책방 이야기를 비롯해 전국의 동네책방 70여 곳의 순례기가 담겨 있다.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에 밀려난 지역의 서점들이 저마다 살길을 찾는 모습이 담긴 책을 보면 대체 숲속 작은 책방은 과연 어떤 곳일까?

▲ 숲속 작은 책방의 내부 모습.

■살림집을 책방으로 만든 ‘가정식서점’
숲속 작은 책방은 살림집인 전원주택(약 96㎡)의 일부를 서점으로 만들어 ‘가정식 서점’이라 불린다. 가정식 서점이 탄생한 사연은 좀 복잡하다. 책을 좋아해 일산에서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던 부부는 시골로 내려가 책 마을을 만들고 싶은 꿈을 오랫동안 품어왔다고 한다. “서울의 동네마다 공공도서관이 들어서면서 이제 민간도서관이 필요한 곳은 농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화 여건이 열악한 시골마을에서 책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싶었지요. 그래서 도서관을 할 만한 곳을 찾다가 교육문화마을을 테마로 조성 중이던 이 마을을 발견했는데, 그만 일이 꼬여버린 거죠.”
지난 2011년 부부가 정착한 미루마을은 57가구가 모여 사는 전원마을인데, 분양 당시 부부는 마을회관에 도서관을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공사가 지연됐고, 우여곡절 끝에 집은 완공돼 입주했지만 마을회관이 제대로 되지 않아 도서관을 운영할 수 없었던 것. 도서관을 세우지 못한 채 허송세월을 보내던 어느 날, 참다못한 남편 김 씨가 톱을 들었다. 잠깐 배운 목공 실력으로 책장과 책상을 짜고 정원에 오두막 2채까지 지은 것이다. 집 안팎을 책 읽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고 책으로 채우자,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책을 팔라는 요구가 생겨나면서 문득 ‘도서관 대신 서점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농촌마을인데도 불구하고 집에서 직접 책방을 열게 됐다는 것.

■ “책방에 가면 반드시 책을 한권 사야”
숲속 작은 책방은 농촌마을에 자리 잡은 가정식 책방이라는 특징과 함께 이에 따른 운영규정도 특별하다. 책방이 문을 여는 시간은 수요일~일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쉬고, 문을 여는 다른 요일에도 오전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또한 대문 입구에는 ‘시골마을 작은 서점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커피와 음료는 판매하지 않고 책방에 들어오시면 누구나 꼭 책을 사 가셔야 합니다. 사진 찍고 구경만 하는 분, 부동산에 관심 있는 분들의 방문은 사양합니다!!’라고 적고 있다.
이 책방의 문을 들어서는 순간 공간 구성부터가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두막과 해먹이 있는 정자,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데크 모두 책을 고르고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집의 거실은 책방의 중심이다. 다락방은 어린이 서가로 구분했는데, 집안 곳곳이 책 천지이며 바로 도서관이다. 책의 표지가 온전하게 보이도록 진열한 것도 책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책방에는 3000여권의 책이 진열돼 있다. 부부가 직접 골라 구입한 책들인데, 자연과 평화를 주제로 한 것들이 많다. ‘좋은 책을 고르는 일이 늘 숙제’인데, 부부가 추천하고 싶은 책과 인기 있는 책 등으로 구분해 놓았다. 이 책방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것은 집을 서점으로 꾸몄기 때문만은 아니다. 독특한 운영전략의 영향이 소문으로 크게 퍼졌다는 설명이다. “서점이란, 그 곳에 들어가면 반드시 책을 한권 사들고 나와야 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내게 필요한 정보를 얻었거나 친구와 만남의 장소로 이용했다면 더더욱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책 구매행위로 치러야만 하는 곳이다.” 김 대표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책 문화의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서다. 책이 팔려야 출판사와 서점, 작가가 공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숲속 작은 책방을 방문하는 이들은 의무적으로 책을 한 권 이상 구입해야만 한다. 이곳에 방문하면 누구나 한권씩 책을 사야 한다는 것이 작은 책방으로서 무척 의미 있어 보인다. 좋은 책과 작은 책방을 살리고자 하는 부부의 철학이 담긴 원칙이라는데, 다들 ‘행복한 소비’로 생각하며 사간다고 전한다. 무엇보다도 시골의 작은 책방으로서의 좋은 점은 2층의 아늑한 다락방에서 책을 읽으며 하룻밤 쉬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농촌마을의 작은 책방에서 책을 고르고, 하룻밤 지내며 이들 부부와 함께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북스테이’도 작은 숲속 책방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부부가 일일이 고르고 감상평을 곁들인 ‘띠지’와 동화책 파지로 만든 귀여운 책 봉투, 손 편지 등도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날로그 소품이기 때문이다. 글자만 빽빽하게 인쇄된 책이 아니라 때로는 장난감 같고 생활용품 같은 이색 서적으로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책꽂이 만들기와 마을투어 같은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 책방에서는 매달 한 번씩 지역 주민들과 지인들이 함께 책을 읽는 북클럽이 열리는가 하면 북 콘서트도 계절마다 열린다고 한다. 또 지역의 아이들이 다양한 책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책 나들이도 추진 중인데, 책방을 방문한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역의 교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종종 놀러오는데, 좀 더 체계적으로 책 나들이를 할 수 있도록 교육청과 얘기 중입니다. 농촌의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습관과 책을 고르는 눈을 키워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날도 인근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선생님의 손을 잡고 이 책방을 찾았다. 백창화 주인장은 아이들에게 화장실 안내서부터 책과 책방에 대한 설명으로 바쁘다. 이들 부부는 작은 서점과 작은 출판사가 공생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한다. 농촌마을에 있는 숲속 작은 책방이 있는 곳은 외진 농촌의 산골마을이지만 이 책방 덕분에 오늘도 방문객들이 줄을 잇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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