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생태마을 실현한 무주 구름샘문화예술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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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생태마을 실현한 무주 구름샘문화예술인마을
  • 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6.08.0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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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문화예술마을조성,무엇을 담아야 하나 〈6〉
▲ 무주 구름샘예술인마을의 전경.

문화예술인들이 주축 자발적으로 청사진을 만들어
생태를 테마로 한 흙 건축 마을 공동체를 이룬 곳
공생하고 상생해야 할 농촌마을 점점 망해가는 듯
예술인마을은 미래 공동체 문화를 위한 실험 공간



전라북도 무주군 안성면 죽천리 신무마을, 일명 무수동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에 때 묻지 않은 원색의 자연과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해나가고 있다. ‘구름샘 문화예술인마을’이 바로 이곳이다. 지난 1997년 당시 장의균 문화예술기획가는 안성청년회와 함께 예술인마을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무주구천동과 덕유산의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자는 취지로 골프장 건설 계획을 반대하기 위해 안성청년회와 장의균 기획가가 대안으로 제시한 이곳의 예술인마을과 전문가적 식견가들의 조우로 이루어진 것이다. 무주군 안성면 죽천리 산기슭에 세워진 일명 무수동 예술인마을은 지구와 생명의 위기에 특히 민감한 문화예술인들이 주축이 돼 자발적으로 청사진을 만들고, 지역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문화예술의 생산 기지로 뿌리 내리고 있어 관심을 끈다. 왜곡돼 있는 이 땅의 공간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구성된 ‘공간 정의 실천협의회’(공정협) 준비모임의 첫 작품이 이 예술인마을이었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 마을입구의 자연생태재료로 건축한 집.

■생태계 순환기능 실현한 예술인마을
지난 2001년, 정기용 건축가의 ‘생태를 테마로 한 흙 건축 마을’이라는 아름다운 설득에 매료된 서울지역의 문화예술인 11가구는 전북 무주군 안성면 죽천리 신무마을에 모여들었다. 부지 선정부터 3년여 공을 들인 끝에 지난 2001년 9월, 이른바 문화예술인촌 ‘구름샘마을’이라는 마을공동체를 이룬 것이다. 이곳 구름샘 예술인마을은 해발400m 높이에 3만5000여 평의 청정분지인 이곳의 부지위에 흙으로만 지어진 45가구의 건축이 설계되어 11가구가 입주했던 것이다. 지난 1998년 문화예술인 20명이 자연환경에 철저히 틀거지를 맞춰 생태계의 순환기능에 따른 환경건축개념을 실현키 위해 추진, 국내 첫 번째로 실현된 것이다. 당시 예술인마을 설계를 총지휘하며 “건축자체가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지배하는 일을 가급적 막아보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됐으며, 또한 특수층의 배타적인 호사취미가 아니라 생태를 테마로 한 흙 건축 마을을 만들겠다는 본래의 기본적인 뜻 이었다”고 밝힌 당시 이 마을의 건축 코디네이터였던 정기용 교수는“자본의 논리로 자연이 개발되는 것을 막고 생태학적 맥락에서 더욱 유기적인 문화공간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곳 예술인마을은 당시 건축가 정기용을 비롯해 문화관광부장관을 지낸 김명곤, 영화감독 이장호, 성완경 미술평론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심광현 미술평론가, 소설가 최윤, 문화기획가 장의균, 강내희 중앙대 영문학과 교수, 조명래 단국대 지역개발학과 교수, 고고학자인 서울대 이선복 교수, 마을학자인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 등이 마을의 이웃들로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 정기용 건축가가 이끈 생태마을답게 모든 집은 흙과 돌, 나무로 주로 지었다. 부지는 200평 안팎, 건평은 30평 안팎의 생태주택들이 덕유산 자연의 품인 듯 자리 잡았던 것이다. 3만 여평이 넘는 마을 안에는 문화예술행사를 치르기 위한 회의·전시공간, 3000평 규모의 야외 공연장도 갖췄다. 마을의 이름인 ‘구름샘’은 마을의 무게중심을 잡고 있는 700여 평 크기의 저수지에서 따온 것이다. 계곡 물을 담지 않고 스스로 샘을 가진 이 구름샘저수지를 생태 및 문화예술 기지의 상징으로 삼았던 것이다.

샘에서 솟아나온 물처럼, 신무마을을, 안성면을, 무주군을, 전라북도를, 그리고 세상을 문화예술 공동체의 상서로운 기운으로 스며들겠다는 각오를 마을 이름에, 마을주민 저마다의 가슴에 새긴 것이다. 하지만 ‘구름샘 예술인마을’의 현재 모습은 애초 정기용 건축가가 설계했던 청사진의 원형과는 많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애초 계획대로, 각오한대로 마을이 진화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일단 상주하는 주민이 많지가 않고, 40가구 정도를 염두에 두었지만 11가구에 그쳤다는 점도 아쉬움이다. ‘도시와 농촌,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새로운 모듬살이의 원칙을 재점검하는 곳’으로서 마을의 모습도 아직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일을 벌였던 정기용 건축가도 세상에 없다고 한다. 더불어 공생하고 상생해야 할 농촌마을도 점점 망해가고 있다는 설명이 참으로 아파온다. 농민이나 귀농인이나 각자, 또는 더불어 살아가기 어려운 ‘위험사회’의 증상이 이 ‘마을 안’에서도 목격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공동체가 무너지는 아픔의 소리다.


 

▲ 구름샘예술인마을이 있는 신무마을 안내도.

■공동체적 삶, 마을 내규로 제한
구름샘 문화예술인마을에 대한 특징을 몇 가지로 정리 해 보면, 구름샘 문화예술인마을은 우리의 현실에 맞는 생태주거단지 개발이라는 전제로 이루어져, 건축의 기본을 전통 건축에서 실마리를 찾아 건물의 배치와 형태, 평면, 그리고 재료 등에서 이를 풀어 나갔다. 또한 기존의 산세를 그대로 이용하기 위해 산의 형태와 산림 훼손을 최소화 하는 방안으로 마을을 골짜기를 따라 계란형으로 조성하였다. 건축물의 배치는 골짜기를 따라 상자형 건물을 여러 겹으로 중첩시키는 평행형과 계단식, 도자 가마 형태의 공동주택형, 탑형, 곡면형 등으로 모두 대지의 지형에 맞게 설계 되었다. 건축물들은 모두 남쪽을 향하고 있어 자연채광과 통풍이 원활하게 하였다. 마을의 중심을 흐르는 계곡과 구름샘은 마을의 식수로도 쓰인다. 마을 안의 주도로는 예전부터 있었던 오솔길을 확장한 도로로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지나다니던 길로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구름샘 예술인마을의 건축들은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목구조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건물의 층고도 2층 이상의 건물이 없다. 건축의 지붕이나 구조형식은 자연적인 소재에서 자유롭게 취하고 있다. 구름샘 예술인마을의 모든 건축물들은 전통의 목구조물을 기본으로 거의 흙벽돌과 흙으로 지은 ‘흙집’이다.

콘크리트 타설은 기초공사에 사용하고 나머지 소재, 즉 구조, 지붕, 벽체, 기타 부재는 나무와 흙, 돌들의 자연소재로만 이루어져 있다.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에너지 공급을 자연에서 얻고자 태양열 집열판을 각각 설치하여 에너지원을 자체 조달하고 있다. 남향의 창을 최대한 크게 하여 자연 태양광을 실내로 최대한 받아들여 겨울철 난방비의 절약효과를 보고 있다. 세제나 비닐, 1회용 플라스틱 등의 제품 사용이 마을 내규로 제한되어 있고, 재생 가능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우선시 하여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있다. 한편 구름샘 예술인마을의 내규에서 하수처리는 1차 정화시설로 집집마다 마련된 오수정화시설은 인공적이라기보다는 자연 상태의 정화 방법을 택하여 연못을 꾸미고 이곳에서 자연 정화되도록 하고 있는 것이 마을의 독특하고도 자연스런 특징이다. 이렇듯 구름샘 예술인마을에는 소유와 공유, 그리고 향유 개념이 들어가 있다. 대전과 전주 지역 등지로 출퇴근이 가능하고 지역 문화발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상주하며, 창작과 연구는 물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정책을 제공하는 문화예술인들이 이 마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컨벤션센터나 야외 음악당 같은 공공시설물은 이 마을 자체가 향유할 대상이다. 또 무수동 예술인마을은 미래 공동체 문화를 위한 실험 공간이 되고자 했다. 현재 농촌은 이미 공동체가 아니다. 농업이 궤멸하고 젊은이들이 도시로 모두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세계 제일의 인구밀도가 말해주듯 이 땅의 대도시는 인간을 위한 정주 공간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래서 공정협은 이 마을에서 도시와 농촌,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새로운 모듬살이의 원칙들을 재점검할 참이었던 것이다.

구름샘 문화예술인마을은 무수동이라는 지명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춤추는 신선의 소맷자락 모양’이라는 ‘선인무수형(仙人舞手形)’의 명당지로, 마을이 계란형으로 형성되어 있다. 산골오지였던 무주군이 민선시대에 접어들면서 자연의 나라 무주를 선포한 이후 그 위상에 걸맞게 생태문화도시 조성에 나섰던 것이다. 이미 반딧불축제로 명성이 나 있는 무주군이지만 환경 파괴와 심각한 자연 훼손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건설과 개발 방식에 이 구름샘 문화예술인마을의 계획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러한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에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을 선도하는 문화예술인들이 모여들어 새로운 문화와 예술의 발원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동체적 문화예술과 맞물리면서 지속 가능한 삶과 문화를 앞당기는 하나의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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