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자연의 어울림… 제주 저지문화예술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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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자연의 어울림… 제주 저지문화예술인마을
  • 글=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6.08.1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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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문화예술마을조성,무엇을 담아야 하나 〈7〉
▲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입주한 작가들의 알림표지판.

제주도, 문화예술 이미지마을 부족하다 판단 계획적 추진
문화예술활동 직간접적 경험할 휴식공간이자 관광의 명소
제주현대미술관 중심, 15장르 40여명 예술가들 사는 마을
저지마을, 문화예술을 묶어서 생태자연탐방브랜드화 모색

 

제주국제공항에서 서쪽으로 40여km를 가다보면 한라산에서 가장 가까운 제주시 한경면의 고지대인 저지리에 위치한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제주 올레 13코스인 저지악(새오름)을 중심으로 남동과 중동, 명이동, 수동, 성전동 등 5개동 405가구 1065명이 촌락을 이루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해발 197m의 저지악 분화구와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아담한 시골마을이다. 지역 문화예술 진흥시책으로 지난 1999년부터 특색화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소박하지만 예술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마을로 탈바꿈했던 것이다. 제주문화예술인마을은 제주도가 문화예술의 이미지가 부각되는 마을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계획적으로 추진됐다. 지역주민과 문화예술가들의 창작활동과 재교육, 문화예술의 대중화 등의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설립됐다. 특히 이 마을은 문화예술을 구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작품을 구입하고 실습에 참여할 수 있는 등 문화예술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휴식공간이자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관광의 명소로 꼽히는 연유다. 저지오름과 저지곶자왈 등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유명한 관광지에 문화예술까지.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자연과 사람, 문화와 예술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마을이며, 제주도의 다른 마을과는 분명한 차별성을 간직한 마을임에 분명하다.
 
 

▲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입구 표지석.

■문화관광과 지역소득 연계한 사업 추진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이 처음으로 마을사업에 눈 뜬 것은 지난 2003년 정보화마을로 지정되면서부터라고 한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70%를 차지하는 감귤의 전자상거래 기반구축을 위해 마을정보센터를 건립하였고, 컴퓨터교육장을 설치함과 동시에 마을의 농가에 125대의 컴퓨터를 보급하면서 초고속 인터넷망 등을 깔면서 시작됐다. 이어 2006년에는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되면서 마을 홈페이지와 생태공원 체험농장 등을 조성했다. 여기에 주민들이 40여 년 전부터 나무를 심어온 저지오름(둘레 900m, 깊이 60m의 깔대기형 산상분화구)의 숲길 가꾸기 사업에도 나서 오름 산책로와 숲길을 조성하고 자연생태학습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마을사업을 통해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지난 2006년 전국 정보화 우수마을로 선정된데 이어 2007년에는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연거푸 선정되었던 것. 또한 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숲길과 산책로 등을 가꾼 저지오름은 지난 2007년 제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았고, 그해 12월에는 정부로부터 보물로 지정을 받았다.

이처럼 마을사업에 탄력이 붙은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지난 2007년 농촌종합개발사업과 살기 좋은 마을사업을 따내 문화관광과 지역소득을 연계한 각종 사업에 착수하면서 마을의 리모델링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여 오늘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2012년 8월에 (사)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연합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4호’로 지정됐다. 주민소득사업으로는 청정지역이미지와 연계한 약용작물재배단지와 나눔허브 한방공장을 건립하는 한편 한약재인 총명탕 주원료로 쓰이는 석창포와 오갈피 생산단지를 조성, 새로운 주민 소득창출에도 주력하고 있다. “동쪽으로 바라보면 아름다운 한라산과 서쪽으로 돌아서면 세계 7대 자연경관인 수월봉이 눈앞에 있고 남쪽으로는 산방산과 북쪽으로는 협재해수욕장의 앞바다를 지키고 있는 비양도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저지오름과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우리 마을은 앞으로도 마을 주민들과 함께 더더욱 자연을 보존하고 아름답고 살기 좋은 마을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양원보 저지리 이장은 말한다.
 
 

▲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마을 전경. 중앙에 저지오름 분화구 형상이 보인다.

■마을 산책의 구심점 제주현대미술관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제주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약 3만평(9만 9383㎡)에 걸쳐서 40여명의 예술가들이 머물고 있는 마을이다. 화가, 서예가, 음악가, 공예가, 건축가, 조각가, 만화가, 사진가 등 분야도 다양하다. 1000여명이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야외공연장도 있고 어린이야외조각전시장도 있다. 각각의 건물 사이에는 숲이 살아갈 공간을 둬 자연과의 상생을 도모했다. 숲은 예술가 각자의 개성을 지켜주는 담벼락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숲과 예술의 공존을 위해 전기시설 등은 모두 땅속으로 묻었다고 전한다.

이 마을을 돌아보는 산책의 구심점은 제주현대미술관이다. 미술관 본관 입구에 서면 철골로 만든 사람이 손을 내밀고 있다. 이 지역에서 예술의 역할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본관에는 서양화와 한국화를 접목시켜 조형주의를 탄생시킨 김흥수 화백의 특별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아트숍 등이 들어서 있다. 미술관과 이웃해 문인화의 대가로 꼽히는 민이식 작가의 연고제, 서예가 조수호 작가의 탐묵헌, 서예가 조종숙 작가와 현병찬 작가의 작업실과 전시실 등이 위치해 있다. 조종숙 작가의 전시실 글오름집은 때때로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공동으로 전시하는 전시관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것. 단색화로 한국의 추상미술을 이끌고 있는 화가 박서보와 독특한 그림으로 유명한 중국인 화가 펑정지에의 작업실도 나란히 위치해 있다. 이층 구조의 한옥이 돋보이는 선장헌은 ‘TV 진품명품’의 감정위원으로 알려진 양의숙 위원의 집이라고 한다.

독특한 건축 구조와 아기자기한 조각들이 놓여있는 정원이 인상적이다. 대부분 작가의 작업실은 밖에서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지만 운이 좋으면 직접 안을 둘러볼 수도 있다고 한다. 가끔은 작업실을 개방하기도 한다. 갤러리 노리는 화가이자 큐레이터인 이명복과 아내 김은중 관장이 운영하는 갤러리로 언제나 열려 있다고 한다. 다양한 예술 전시가 활발하다. 카페까지 겸하고 있어 잠시 쉬어 가기도 좋은 곳이다. 마을 전체가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인들이 독특한 예술 공간을 보여주고 있어 하나의 미술작품을 연상하게 한다. 이곳은 저명한 예술인들의 작업공간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제주현대미술관과 야생화박물관, 평화박물관, 유리의 성, 오설록 등의 문화예술 공간도 자리하고 있어 볼거리를 더하고 있다.


■ 예술·생태자연탐방브랜드화 모색 특징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지금도 계속 진화 중이다. 김창열도립미술관이 이곳에 문을 열고, 아울러 이 마을의 아쉬움으로 늘 지적되어 왔던 지역작가들의 작품들을 한군데서 돌아볼 수 있는 전시실도 갖출 예정이다. 대부분의 집들이 마당을 개방한 대신 내부를 꼭 걸어둔 곳이 많다. 반면에 몇몇 집들은 작품전시공간으로 방문을 허용하고 있다. 서예가 한곬 현병찬 선생의 집인 ‘먹글이 있는 집’이 대표적으로 작가의 작품들을 비롯해 제자와 동료 작가들의 작품 들이 전시돼 있다. 제주의 자연을 구수한 사투리로 풀어낸 작품들과 낙서처럼 보이지만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한글 작품과 먹향의 그윽한 기품이 전해지는 작품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행운의 집일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집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그것을 집이라는 공간에서 전시를 한다는 점에서 작업과 전시공간의 일원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이렇듯 15개 장르, 40여명의 문화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가까이에서 느껴볼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돌 하나, 나무 한그루, 꽃 한 송이가 모두 살아있는 마을을 거닐며 그들의 집을 찾아다니는 소박함이야말로 진정으로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호사가 아닐까.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문화관광 인프라와 연계해 농촌체험 프로그램과 마을의 민박을 활성화하고, 마을의 펜션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생각하는 정원과 방림원, 유리의 성, 더마파크의 입장권 할인혜택 등을 제공하는 등 사실상 하루 숙박비용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알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제주 올레 마지막 13코스인 용수포구(절부암)와 저지오름을 연결하는 루트(15.3km)와 저지마을을 패키지로 묶어서 ‘생태자연탐방 브랜드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도 특징적이다. 이처럼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이 짧은 기간에 각종 마을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제주도는 물론 전국의 선도마을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주민들의 끈끈한 공동체의식에 기반한 마을 리더들의 헌신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까닭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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