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축산, 도라지 먹은 동물 ‘사포닌’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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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축산, 도라지 먹은 동물 ‘사포닌’을 품다
  • 글=장윤수 기자/사진=한기원 기자
  • 승인 2016.09.0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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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친환경 축산의 미래, 유기축산에서 답을 찾다 <5>

한국도라지 자체 연구로 도라지 추출물 첨가제 개발
도라지 가공 부산물의 잔존 사포닌 성분 동물에게로
동물 면역력 강화·건강한 축산물 영향 다시 사람에게
연구결과 특허 출원… 유기축산 향한 큰 걸음 내딛다

한국도라지 이장영 대표가 도라지 밭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공장형 축산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사육기간을 단축시키고 고기나 부산물 등 가공품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등 단시간에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장형 축산은 실질적으로는 질병이나 전염병, 환경오염 등 인류와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공장형 축산의 폐해를 막고 인류와 동물에게 보다 근본적 차원에서 이로운 축산을 가능하게 하자는 의미에서 유기축산의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유기축산을 통해 생산된 건강한 축산물은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사료나 첨가제, 각종 약품의 투여가 중요한 이유다. 항생제를 투여한 동물을 도축하게 되면 고기에서도 항생제 성분이 검출되고 이는 이를 섭취하는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 특히 이러한 항생제 성분이 지속적으로 체내에 흡수될 경우, 내성을 높여 다양한 바이러스나 질병에 취약해지는 등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가 ‘영국 항생제내성검토위원회’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유기축산의 진정한 의미는 무분별한 항생제 투여를 자제하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가축을 길러 환경과 인류에 기여하는 것이다. 홍성군 장곡면 소재 ㈜한국도라지(대표 이장영)는 유산균 발효 도라지 추출물인 ‘용각청’을 활용해 동물의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이장영 대표는 도라지의 성분이 가금류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닭이 낳은 계란에서까지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도라지의 사포닌 성분이 날계란에서 다량 검출된 것이다. 이는 ‘먹거리와 약은 그 뿌리가 같다’는 뜻으로 한의학 용어 ‘식약동원(食藥同源)’과도 일맥상통한 것이다.

지난 1960~70년대 한국 사회는 출산율이 높아 산아제한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또 많은 인구가 자급할 수 있도록 통일벼를 개발하고 장려하는 등 식량자급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소량의 음식을 빠르게 섭취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 등이 서구사회에서 넘어왔으나 이로 인한 건강 문제 등이 대두되면서 최근에는 면역체계를 활성화 하는 전통 발효식품 등 슬로푸드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실은 동물사료나 첨가제 등에 접근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도라지의 경우 도라지를 직접 재배하고 이를 가공한 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지속해 왔는데, 가공 부산물이 다량으로 잔존하게 됐다. 이 대표는 부산물 안에도 도라지의 사포닌 성분 등이 남아있는 점에 착안해 이를 활용한 재활용 방안 마련을 위해 관계기관의 지원 등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도라지에서 재배 중인 도라지밭.

이에 한국도라지는 소기업임에도 직접 부산물을 활용한 동물 첨가제 등을 개발했고 독자적인 시험성능분석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사포닌 성분의 검출 등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유기순환농법’이나 ‘순환축산’, ‘순환경제’ 등이 모두 ‘순환’에 핵심이 있다는 일맥상통을 강조하며 지역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가치 창출을 위해 동물 첨가제를 개발하게 됐다. 버려질 수 있는 도라지 가공 부산물이었지만 이를 활용한 제품 개발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재투자가 이뤄지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지역사회와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또 그동안 무분별하게 사용되던 동물 항생제나 첨가제가 아닌 건강한 첨가제로 축산물을 섭취하는 사람에게까지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다송어 사포닌 성능 분석 시험.

이 대표는 시험성능분석을 위해 가장 먼저 바다 송어 양식장에 첨가제를 투여했다. 양식장 첨가제 투여는 사실 모험과도 같았는데, 보조금이 전무한 상황에서 추진을 하다 보니 잘못될 경우 피해를 고스란히 양식 업체에서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놀라웠다. 양식업체에서도 그동안 자체적으로 인삼이나 어분 찌꺼기 등을 활용한 가공품을 만들어 투여해 왔으나 부작용이 발생했는데, 도라지 첨가제에서는 부작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검사기관에서조차 매우 깨끗한 결과가 나오자 어떤 첨가물을 투여했는지 여러 차례 질문을 할 만큼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게 됐다. 또한 송어의 내장만을 제거했을 때와 회로 가공했을 때의 사포닌 함량을 검사한 결과 두 차례 모두 다량의 사포닌이 검출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이 대표는 충남 및 전남의 시험 농가와 연계해 젖소를 대상으로 두 차례의 실험을 실시하고 도라지 첨가제를 투여했다. 실험 결과, 도라지 첨가제를 투여한 젖소가 생산한 우유에서는 체세포 수가 5470수치에서 402수치로 떨어지는 등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고, 원유에서도 다량의 사포닌 성분이 검출됐다. 또한 육계용 토종닭 및 양계 농가에도 도라지 추출물을 투여했는데, 그 결과 고온에 끓인 토종닭 백숙 추출물에서 사포닌 성분이 다량 검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날계란과 계란으로 부친 지단에서도 사포닌 성분이 다량 검출되는 성과를 거뒀다. 돼지의 경우 아직 농가를 선정하지 못해 실험을 하지 못했으나,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험에 함께 참여했던 한 수의사는 “가공품이나 요리에서 사포닌 성분이 나온 것도 중요하지만, 원유에서 사포닌 성분이 나왔다는 것은 이를 섭취한 송아지의 건강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며 이번 실험 결과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실례로 사포닌 성분이 검출된 계란이 부화할 경우 사포닌을 가진 병아리가 탄생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도라지에는 면역력 강화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도라지 첨가제의 경우 동물들의 음용수에 첨가하거나 사료에도 첨가할 수 있어 실제 사용에도 용이할 전망이다.

현재 한국도라지에서는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특허를 출원 중이다. 또 대규모 사료 업체에서도 연구 자료를 요청하는 등 관심을 갖는 기업체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홍성만의 축산 브랜드화 등 가치 있는 연구 개발 과제를 수행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미/니/인/터/뷰 - 한국도라지 이장영 대표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 기억해야”

이장영 대표.

이장영 대표는 도라지를 활용한 첨가제의 시험성능분석 결과 사포닌 다량 검출 및 모두 현장에서 경험한 절실함과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직접 도라지를 재배하고 가공하며 판매하다보니 부딪히게 된 부산물이라는 과제를 통해 유기축산 등 긍정적 방향으로 연구와 실험을 거듭하게 됐고, 이로 인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이 정확합니다. 농업이나 축산업 등은 현장에 오지 않고 절대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직접 땀을 흘리고 체득하는 농업인들과 축산인들의 절박함과 절실함을 유관기관들이 깨달아 도움을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이 대표는 절박함을 통해 깨닫게 된 사실들이 궁극적으로 홍성 유기축산의 발전을 한 걸음 앞당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처럼 행정, 유관기관에서도 적극적인 협조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소규모 기업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연구 및 기술개발 분야에 적극적인 행정력의 투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기관과 현장의 협력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때 현장의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고, 홍성의 농업과 축산업 모두 발전하는 방향을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글=장윤수 기자/사진=한기원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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