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소리’ 동·서편제 장점 살려 판소리 본향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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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소리’ 동·서편제 장점 살려 판소리 본향 자리매김
  • 글=전상진 전문기자/사진·자료=한기원 기자
  • 승인 2016.10.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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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지역 중고제와 한성준의 맥, 그 소리와 가락의 복원 <7>
▲ 송만갑 생가.

 판소리 동편제 확립한 근대 5명창 송만갑, 판소리 창극 공연 탄생시켜
 판소리 서편제… 동편제 소리 받아들여 독특한 광주소리·보성소리 형성
 판소리 ‘보성소리’ 확립한 정응민 명창, 완창 판소리와 고제 소리 중시
‘서편제 보성소리축제’… 올해로 19회째, 젊은 판소리 명창·명고수 발굴


■송문(宋門)소리 창조 계승한 근대 5명창 송만갑 판소리사 일대 업적 남겨

송흥록 명창의 소리는 동생인 송광록과 박만순에게 전승됐고, 송광록의 소리는 아들인 송우룡을 거쳐 근대 5명창인 송만갑과 유성준·전도성에게 전승됐다. 그리고 박만순의 소리는 박찬업·오끗준·양학천·유공열·장판개에게 전승됐다. 이 가운데 근대 5명창의 한 사람인 송만갑 명창은 송흥록의 동편제 소리를 계승하고 일제강점기 판소리 부흥과 창극 공연 등으로 판소리계의 영원한 스승으로 우뚝 서 있다. 송만갑(宋萬甲, 1865~1939) 명창은 판소리 명문인 송흥록의 종손이며, 송우룡의 맏아들로, 전남 구례군 봉북리에서 태어났다. 7세 때부터 아버지에게서 판소리를 공부하였고, 천재적 재질이 있어 13세 때에는 소년 명창으로 이름이 자자했다. 어린 나이로 전주대사습에 나가 성인들을 무색하게 하였다.

조선시대 말기에 서울에 올라와 김창환과 함께 원각사 간부로 있으면서 판소리와 창극공연에 힘을 기울였다. 1933년에 이동백·정정렬·한성준 등과 함께 ‘조선성악연구회’를 조직, 제자양성과 창극공연에 힘쓰다가 74세 서울 왕십리에서 사망했다. 그의 소리는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나 ‘아니리’가 부족했다. 일제강점기 판소리교육과 더불어 창극공연을 많이 했으며, 이때 취입한 음반도 많이 남아 있다. 판소리 다섯 마당을 두루 잘했고, 특히 ‘춘향가’, ‘심청가’, ‘적벽가’ 등이 장기다.
 

▲ 송만갑 기념비.

■서편제…박유전 법제 표준삼아 슬프고 원망스런 느낌 처절·정교·화려하게 그려
서편제는 섬진강 서쪽인 광주·나주·보성 등지에서 전승되는 유파의 소리를 지칭하며, 음악적 특징은 ‘애원처절하고 연미부화’한 것으로, 주로 계면조(界面調)를 써서 슬프고 원망스런 느낌을 처절하게 잘 그려내고, 정교하면서도 화려하게 그려낸다. 장단의 변화를 통해 뛰어난 기교를 보여주기 때문에 흔히 ‘갈 데까지 간다’고 말한다. 서편제는 후기 8명창 가운데 한 사람인 박유전의 법제를 표준으로 삼았다. 박유전(朴裕全, 1835~1906)은 조선시대 헌종 무렵 전북 순창에서 태어났으며, 흥선대원군의 총애를 받아 무과 선달 벼슬을 제수 받는 어전명창으로 크게 활약하다가 만년에 전남 보성군 웅치면 강산리로 옮겨 살았다. 판소리에 장식과 기교를 덧붙여 서편제를 발전시킨 인물이다. 그는 애초에 가졌던 소리는 서편제로, 정노식은 “서편제의 분류가 박 씨로부터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본바탕을 서편제 소리로 채운 후, 서울에서 활동하면서 서편제와는 취향이 대조되는 세마치장단을 비롯 여러 장단을 다양하게 운용하는 한편 정연한 붙임새의 기교를 더해 새로운 음악 양식인 다른 유파를 개발하는데, 그것이 이른바 ‘강산제(江山制)’이다. 그의 목청은 뛰어나게 고와서, 당시 세간에서는 안구성이라고 불렀다. 이것은 소리의 기교와 속구성이 세련되고 좋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적벽가’가 장기였으며, ‘춘향가’ 중 ‘이별가’와 ‘새타령’을 매우 잘 불렀다.

 

■서편제… 소리제 따라 광주소리·보성소리로 확립, 보성소리는 동·서편제 혼재
박유전 명창의 ‘심청가’는 이날치에게 전승됐다. 이날치의 소리는 김채만에게, 김채만의 소리는 다시 박동실에게 전승돼 서편제 ‘심청가’의 본류가 됐고, 이른바 광주소리를 형성하는 한편, 정재근-정응민-정권진으로 이어져 보성소리 정립에 기여했다. 또한 그가 정재근에게 전수시킨 ‘심청가’를 특히 ‘강산제’라고 칭한다. 그리고 정재근이 정응민에게 전수시킨 소리의 유파를 ‘보성소리’라고 칭한다. 보성소리는 서편제 가운데서도 특히, 19세기말 보성을 거점으로 형성된 판소리 유파이다. 보성소리 안에는 ‘김세종제 춘향가’와 ‘강산제 심청가’, 그리고 정응민으로 상징되는 ‘정문(鄭門) 내림 소리’가 혼재돼 있다. 보성소리는 ‘춘향가’의 경우 김세종제를, ‘심청가’, ‘적벽가’, ‘수궁가’의 경우는 ‘강산(박유전)제’를 받아들여 자신들의 자산으로 삼았다.

 

▲ 박유전 기념비.

■박유전 서편제 바탕 속 김세종 동편제 받아들여 ‘보성소리’ 확립한 정응민 명창
이 가운데 정응민 명창은 박유전-정재근으로 이어지는 강산제 서편소리에 김세종-김찬업으로 이어지던 김세종 바디 ‘춘향가’를 받아들임으로써, 보성소리라는 독특한 유파를 확립했다. 정응민(鄭應珉, 1896~1963) 명창은 전북 순창군 복흥면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판소리 명창으로, 주로 전남 보성군 웅치면 강산마을에서 활동했다. 명창 정재근의 조카이자 정권진의 아버지,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고법 전수교육조교인 정회천과 대금 연주자 정회완, 명창 정회석 형제의 조부이다. 그가 20세까지 백부 정재근에게 소리를 배웠고, 당시 협률사에 소속된 송만갑이나 이동백 등 대명창들의 영향도 받았다. 이후 낙향하는 길에 부안에서 김찬업을 만나 김세종 바디 ‘춘향가’를 학습했다. 아들 정권진을 포함해, 김연수, 박기채, 김준섭, 김소희, 정광수, 박춘성, 안채봉, 성창순, 성우향, 조상현 등이 그의 제자이다.

그는 타고난 목의 음색이 탁하고 성량이 부족하며, 트이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엄청난 노력을 들여 다단복잡한 기교를 터득함으로써, 선천적인 성음상의 단점을 극복했다. 또 치밀하고 섬세한 음악적 구성 내에서 다양한 붙임새를 쓰고 혀잦힘, 세우목, 아구성 등의 성음을 자주 사용하며, 통성의 덜미소리로 소리를 들고 나가는 웅장하고 남성적인 보성소리식 창법을 확립했다. 그리고 토막소리보다는 완창 판소리를 고집하면서 고제(古制) 소리를 간직하고자 노력했던 점도 특징적인 면모라 할 수 있다. 그는 보성 지역을 근거지로 삼아 많은 제자를 길러냄으로써, 현재 가장 왕성하게 전승되고 있는 판소리 유파인 보성소리를 확립시켰다. 제자들의 교육에 있어 바르고 맑은 마음, 득음의 경지, 품위 있는 동작을 이르는 ‘정심正心’, ‘정음正音’, ‘사채’의 덕목은 이후 보성소리를 전수받은 제자들을 통해 면면히 이어졌다.

 

▲ 정응민 기념비.

■서편제의 또 다른 계통, 근대 5명창인 김창환 명창 소리로 이어져
서편제는 박유전 명창 계통이 아닌 다른 계통으로 정창업 계열이 있다. 정창업은 철종·고종 전기까지 활동한 명창으로 전남 함평 출신이다. 정창업은 ‘흥보가’가 특장이었으며, 이 소리는 근대 5명창의 한 사람인 김창환에게 전승됐다. 김창환(金昌煥, 1855~1937) 명창은 전남 나주군 삼도면(현재 광주광역시 광산구 대산동)에서 태어나 한말~일제강점기에 활동한 판소리 명창이다. 명창 임방울의 외숙이자, 이날치·박기홍과 이종 간, 명고수 김종길(또는 김정길)과 재종간이다. 판소리 명창 김봉이·김봉학 형제의 아버지이다. 그는 어린 시절 이날치를 통해 가문소리를 습득했으며, 이후 정창업에게서 본격적으로 판소리를 배워 기틀을 다졌다. 20대 중반에 신재효 문하에서 이론과 실기에 대한 지침을 받았다. 아들 김봉이·김봉학, 오수암, 조몽실, 정광수, 박록주 등이 제자이다. ‘김창환협률사’를 조직하고 지방을 순회했으며, 경성구파배우조합 창악강사, 조선음률협회 회장, 조선악정회 설립 등 국악계 원로로서 여러 임무를 수행했다.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서는 그를 서편제 명창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그는 우람하고 호방한 성음으로 계면조 선율도 마치 우조 악상처럼 불러, 청승맞은 느낌이 없도록 했다. 또 그는 풍채가 좋고 발림을 잘해 관중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흥보가’를 장기로 삼았으며, 그 가운데 ‘제비노정기’가 그의 대표적인 더늠이다. 그가 새로 짠 ‘제비노정기’는 동편제 명창들도 따로 배워 자신의 바디에 넣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보성소리 명맥 잇기 위한 ‘서편제 보성소리축제’, 올해 19회째 이어져
전남 보성군에서는 해마다 민중들의 삶과 애환이 서린 판소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서편제 보성소리 축제’가 펼쳐진다. 올해로 19회째를 맞이한다. 서편제보성소리축제추진위원회 주관으로 오는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서편제보성소리전수관과 다향체육관, 보성군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지는 축제는 국악명인의 등용문인 전국판소리·고수 경연대회를 비롯해 명창공연, 퓨전국악 등이 진행된다. 먼저 보성 판소리 성지에서 열리는 박유전 선생 추모행사를 시작으로, 전남도립국악단의 ‘판페라 이순신’ 공연, 김덕수 사물놀이패 축하공연, 전국판소리·고수경연대회, 서편제보성소리축제기념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초청공연, 국립남도국악원 초청공연, 중요무형문화재와 명창부 수상자 KBS 특집 축하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보성군은 ‘판소리의 본향’으로 서편제의 비조 박유전 선생과 보성소리를 정립한 정응민 선생, 조상현, 성창순 등 많은 명창을 배출한 판소리 명창의 산실이며, 대한민국 국악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보성군청 이진숙 문화예술담당은 “국악명인의 등용문인 전국판소리·고수 경연대회와 중요무형문화재 공연, ‘보성아리랑’과 바이올린 콜라보 공연 등 다양한 공연을 준비했다”며 “판소리 서편제의 정통 가락과 조화로운 젊은 판소리로 색다른 소리를 체험하고 추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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