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인, 시골마을 담소·소통장소 동네책방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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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인, 시골마을 담소·소통장소 동네책방 열다
  • 글=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6.11.0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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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책방의 희망과 전략

공동체문화예술 소통공간을 꿈꾸다<11>
▲ 1933년 곡성역이 생겼고, 오후라는 여유와 쉼을 추구하자는 의미에서 책방이름을 ‘1933오후’라 지었다.

동네책방 사람과 사람 만나는 장소, 소통하는 커뮤니티 공간
젊은이들의 잠재력을 통찰 지역사회의 숨겨진 자원 발굴해야
‘1933오후’ 곡성역이 생긴 1933년, 여유 있는 느린 쉼의 의미
귀농 하면 꼭 농사만 지으라는 법은 없지 않느냐는 인식변화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가는 인구가 늘고 있다고 한다.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귀농·귀촌인 통계를 보면,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앞으로 귀농·귀촌인구는 급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도시의 경쟁에 지친 사람들은 시골에서의 안락한 생활을 꿈꾼다. 그러나 시골생활은 결코 낙원생활이 아니라는 점이다. 낙후된 의료시설과 허술한 치안 속에서 견뎌낼 수 있어야 할 것이며, 도시에 있을 때보다 경제적으로 조금은 덜 풍족한 생활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원주민들의 텃세도 결코 우습게 넘길 것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도시보다 더욱 힘겨운 삶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 시골이라고 하는 귀농·귀촌의 대상지역인 농어촌마을과 산골마을인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귀농·귀촌은 이미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와 고단한 도시를 떠나 전원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2030세대가 귀농·귀촌의 붐을 이끌고 있으며, 특히 30대 ‘귀촌 창업가’도 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은퇴이후에 지방으로 내려가 농사를 짓는 것만이 유일한 귀농·귀촌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최근 젊은이들의 새로운 시도는 귀농·귀촌에 대한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기에 충분하다. 귀농·귀촌에 대한 열정과 의지, 남다른 전략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버려지는 산과 논밭들, 농업인의 고령화로 사라져가는 마을, 늘어나는 빈집, 젊은이들의 취업 걱정, 은퇴 예정자들의 노후 걱정 등 불안감이 잠재해 있는 반면,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깊이 통찰해 지역과 사회에 숨겨진 자원들을 발굴해야 할 것이다.

특히 ‘귀촌’이나 ‘귀농’하면 도시인은 낭만을 떠올리지만 현실은 다르다. 모델하우스와 실제 아파트가 다른 것처럼 전원의 삶이 그리 멋진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귀농·귀촌이 늘어나고 있다. 세 가지 이유 때문일 텐데, 우선 도시생활이 경제적이나 정서적으로 각박하고 팍팍하기 때문이다. 또 자치단체마다 인구유치를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점도 한 몫 한다. 여기에 평균수명이 늘면서 은퇴이후 농촌에서 제 2의 인생을 살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골의 농촌마을로 귀농한 젊은 주민이 동네책방을 차렸다고 한다. 전남 곡성군에 귀농한 40대의 주민이 처음으로, 그것도 시골마을에 여행자를 위한 책방을 열었다고 해 화제다. 인구 3만 여명이 살고 있는 곡성군에는 현재 학생들의 참고서 등을 판매하는 서점이 한 곳 있을 뿐 주민들을 위한 책방은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여행자 뿐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도 기대되고 있다. 귀농 이후 녹색농촌체험마을 사무장으로 일한 경험을 살려 농촌관광 체험프로그램 운영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는 것. 귀농 전에 서울의 출판업체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책방을 열 생각을 갖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 바느질공예방과 여행자책을 겸하고 있다.

■귀농인이 여행자 위한 동네책방 열어
‘1933오후’라는 이름의 이 책방은 지난 2014년 귀농한 추선호(43)씨가 곡성읍내의 곡성역에서 직선거리로 800여m 지점(곡성읍 읍내18길 6번지)에 지난 4월  문을 열고 어머니와 함께 여행자들을 맞고 있다고 한다. 책방 주인 추 씨는 도시가 아닌 농촌에서도 동네 빵집, 동네 서점 등을 열어 색다른 지역문화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는데 착안했다고 전한다. 추 씨는 곡성역이 생긴 1933년에 ‘여유 있는 느린 쉼이 있는 시간’이라는 의미로 ‘오후’라는 단어를 붙여 책방 이름을 정했다는 설명이다. 추 씨는 귀농 당시부터 곡성군 죽곡면 봉정마을 녹색농촌체험마을 사무장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농촌관광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감각과 추진력이 남다르다는 평을 듣고 있다. 추 씨는 지난해 한국농촌관광대학 11기로 입학해 1년간 대학을 다니면서 여행자 책방을 생각했다고 한다. 이어 졸업논문 발표회에서 ‘1933오후’라는 사업계획서로 최우수 논문상을 받은 뒤 여행자 책방을 열게 됐다. 추 씨는 책방 이름에 대해 “1933년에 곡성역이 생겨났고, 오후라는 여유 있고 느린 쉼을 추구하자는 의미에서 이름도 ‘1933오후’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책방은 ‘당신의 시간은 느리게 갑니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편안하고 정감 넘치게 꾸며져 있다. 특히 ‘여행자들의 고단한 팔과 다리를 머물게 해주자’는 주인장의 배려가 물씬 풍긴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여행 에세이를 비롯해 인문서적, 여행하면서 읽기 좋은 책, 주인장이 소장한 책 등이 장르별로 두루 갖춰져 있다. 책방 내부로 들어가면 여행 에세이, 인문서적 등 여행하면서 읽기 좋은 책이 빼곡히 꽂혀 있는 책장 사이사이로 딱딱하고 푹신한 의자가 무심한 듯 놓여있고, 향긋한 커피 향이 퍼져 나와 세상살이의 짐을 내려놓게 만든다.

책방 ‘1933오후’는 특히 여행자의 쉼터뿐만 아니라 곡성여행 안내, 물품 보관, 만남의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곡성군 여행자 책방 ‘1933오후’에는 여행안내서와 여행자들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 단편소설, 인문학서적 등 400여권을 진열해 두고 있다. 인구 3만 여명이 살고 있는 곡성군에는 현재 학생들의 참고서 등을 판매하는 서점이 한 곳 있을 뿐 주민들을 위한 책방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행자 뿐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는 책방을 열었다는 설명이다. 여행자들이 들러 추 씨가 내놓는 직접 내린 커피와 발효차, 쌍화차 등을 마시며 책과 마주하도록 꾸민 것이 특징이다. 책방 ‘1933오후’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열어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곡성군청 농정과 서민호 귀농귀촌팀장은 “1933오후는 사람 사는 동네를 꿈꾸게 하고, 느림과 쉼, 소통과 살아가는 이야기, 여행객과 주민들을 하나로 만드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하고 “앞으로 미술품 등 기획 전시행사 등을 열기도 하는 등 지역사회의 복합 문화공간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 ‘1933오후’ 책방의 내부 모습.

■책방, 사람들이 살아가는 커뮤니티 복합공간
한편 책방 옆에는 추 씨의 어머니가 ‘노리개’ 등을 만드는 작은 공방을 열고 있어 여행자들의 흥미를 돋우고 있다. 이 공간에서는 주인장인 추 씨의 어머니가 앉아서 손바느질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추 씨의 어머니는 찻잔 받침, 잔 싸개, 장미 팔찌, 천연염색 손수건·스카프 등 옛날 시골 방에서 어머니가 여인들의 노리개를 만들던 추억을 방문객들에게 선사하거나 싼값에 판매도 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 안에서 책을 하나 펼쳐 들고 앉아 있노라면 ‘당신의 시간은 느리게 갑니다’라는 책방 주인의 목소리가 거짓이 아님을 느끼게 될 것이다.

추 씨는 책방을 느림과 쉼, 소통과 살아가는 이야기, 여행객과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작은 시골마을의 사람들이 살아나가는 조그만 커뮤니티 복합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추 씨는 “귀농을 하면 꼭 농사만 지으라는 법은 없지 않느냐”고 말하고 “책방을 비롯한 공간이 지역주민들의 담소 장소로, 또는 귀농·귀촌인들의 소통 장소로 사람들의 냄새가 풀풀 나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며 “1933오후는 그런 작은 시골마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조그만 커뮤니티 복합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기대감도 밝혔다.

결국 옛날부터 동네에 있는 작은 책방은 단순히 책만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었다. 동네책방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소,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는 장소가 돼야 한다. 주인과 손님이 인간적인 관계로 만나고 손님과 손님이 만나고,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이 책과 함께 어울리는 사랑방이 되어야 한다. 책방에서 만난 사람들이 모여서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동네책방은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이 모여서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 내는 장소와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고 그것이 동네책방의 존재 이유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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