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관리 주체 너무 분산돼… 문제 있어도 조율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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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관리 주체 너무 분산돼… 문제 있어도 조율 어렵다
  • 글=한관우/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6.11.0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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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부족 가뭄극복, 빗물활용 물관리가 경쟁력이다<9>
▲ 호주의 각 가정에는 빗물저장탱크를 갖추고 빗물을 잘 활용하고 있다.

물 관리 정부 5개 부처에 분산돼 총괄보다는 개별용도에 집착
용수목적별로 사업주체가 다르다보니 비효율과 중복도 발생해
물 관리 업무 부처성격 따라 정책순위 뒤로 밀려 정책 겉돌아
지방재정 문제로 방치된 노후 상수관 지방에만 맡겨놔선 안돼

 

지독한 가뭄을 경험하면서 물 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 물 고갈의 중심엔 역시 물 관리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물관리가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부처 간 권한 갈등이 빚어지고 부처 이기주의로 인해 중복과잉투자, 지자체간 권한 다툼, 신규 수자원개발에 대한 대응 차질 등 갖가지 부작용이 끊이질 않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물 관리는 세계 134개국 가운데 14위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지만, 네덜란드 일본 등 물 관리 여건이 열악한 국가들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특히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높으나, 관리 부문은 상당히 낮아 유역중심의 통합물관리(Integrated Water Resources Management)체제 기반 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에는 국가 물 관리를 관장할 컨트롤타워가 없다. 수량(국토교통부), 수질(환경부), 농업용수(농림축산식품부), 소하천(국민안전처), 발전용 댐(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5개 부처가 담당하다보니 총괄보다는 개별용도에 집착한다. 용수목적별로 사업주체가 다르다보니 비효율 및 중복도 발생한다. 조정체계 미비로 광역·지방상수도시설이 중복·과잉 건설되면서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와 눈이 안 와서 생기는 가뭄은 천재(天災)다. 그러나 주어진 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는 인재(人災)다. 전문가들은 최근 극심한 가뭄 속에서 충청 등 특정 지역의 물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인재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뭄이 잦아지는 기후변화에 맞춰 우리나라의 물 관리체계와 물 소비문화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통합 물 관리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물 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현재 광역 댐 중심으로 물을 공급하고 지방상수도가 부수적으로 기능하는 구조에서는 특정 지역에서 상습적으로 가뭄이 발생하는 현상이 해소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는 아직도 정책 수립 및 집행 때 체계적인 준비와 전문가 진단, 그리고 당사자인 주민들의 의견 수렴 등에 소홀했던 측면이 많다. 4대강 사업이 완료됐다고 하지만 후속 사업이나 관리에 초기비용 이상으로 예산이 투입돼도 부족할 판이다. 사업의 찬반을 놓고 그동안 진행 돼온 사회적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해 겨울엔 금강보에 갇힌 금강의 물은 흐르지 못한 채 고여 있어 20년 만에 얼었다고 한다. 또한 한겨울에 ‘녹조 얼음’까지 생기기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 지난 해 금강보~보령댐 도수로공사장면. <사진=충청남도>

■부처별 물 관리체계 분산 일원화 필요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종합 수자원기업이다. 하천에서부터 가정이나 공장에 들어가는 물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회사는 드물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는 수자원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 이를 취수·정수해 가정까지 공급하는 ‘스마트 물 관리’ 기업이다. 동시에 가뭄·홍수를 막기 위한 다목적댐 건설·운영·유지관리를 맡고 있는 기관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수돗물·지하수·온천·농업관정(管井) 등 부처별로 관리체계가 분산돼 있는 물 관리 시스템의 손질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엔에 의해 8대 ‘물 부족 국가군’ 으로 분류된 우리나라로선 현재와 같은 물 관리 방식으론 21세기 물 부족 시대에 적절히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부처별로 따로국밥처럼 나뉘어져 있는 수량이나 수질관리 시스템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댐건설 등 수량관리는 건설교통부가, 오폐수처리·지방상수도·먹는 물 업무는 환경부가 각각 맡고 있다. 또 비상급수와 온천은 행자부, 관정 및 농업용 댐은 농림부, 해양수질 관리는 해양수산부로 각각 업무가 분산돼 있다. 물 관리 분산화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다.

건교부는 댐건설을 통한 수급계획을, 환경부는 수질관리, 행자부는 전쟁 등 비상사태를 위해 물 관련 업무를 내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체제에서는 물 관리 업무가 부처성격에 따라 정책순위에서 뒤로 밀려 정책이 겉돌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수량·수질 이원화로 업무효율성 저하△대청호 등 수질오염사고 시 책임주체 불분명△수량개발과 환경 파괴 등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조직 개편 초안에는 물 관리 일원화 안이 포함됐었지만 부처 간 밥그릇 싸움에 밀려 최종안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광역·지방상수도 통합 등 수량·수질관리 일원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선진국도 물 관리를 일원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처 간 이기주의 넘어 통합 물관리 필요
지난해 충남서부지역이 겪은 가뭄이나 올해에도 여름철 계속된 가뭄을 겪으면서 확인된 가장 큰 문제가 물 관리 주체가 너무 분산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가뭄이 심각했던 충남지역만 해도 담당 주체가 6곳으로 나뉘어 있고, 여기에 정부 산하기관도 여러 곳이 있어 문제가 있어도 조율이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합이 힘들다면 최소한 협의하고 조율할 수 있는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에도 국가와 권역별 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국가 물 관리 종합계획 등을 정기적으로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의 물관리기본법 제정안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물관리기본법 제정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7년 이후 8번이나 시도됐지만 기관·부처·지역 간 조율이 쉽지 않아 번번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물관리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전통적인 물관리 방식을 통합물관리 방식으로 전환하여 지속가능한 물순환 체계의 확립을 위한 ‘물관리기본법’을 대표 발의한 정우택 의원(청주 상당)은 “물관리기본법 제정을 통해 깨끗하고 건강한 물의 안정적인 확보와 수질 및 수생태계의 보전·관리, 가뭄·홍수 등 자연재해의 예방 등을 지속가능한 물순환 체계를 확립해 물관리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통합 물 관리 필요성이나 물관리기본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이론적으로 공감하지만 실무로 들어가면 문제가 쉽지 않다”면서 “통합관리위원회가 설치된다 해도 실질적 권한이 부여되지 않으면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을 통과시키고 기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각 부처 공무원,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내에서 기능을 나눠야 각자 제대로 일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듯 통합 물 관리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물 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현재 광역댐 중심으로 물을 공급하고 지방상수도가 부수적으로 기능하는 구조에서는 특정 지역에서 상습적으로 가뭄이 발생하는 현상이 해소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대형 규모의 다목적댐에서 물을 공급받아 지류로 내려 보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형 댐과 4대강 보 같은 지류의 시설 사이에 지역별 중소 규모의 댐을 만드는 방법 등 근본적인 차원의 용수 공급체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해 가뭄을 계기로 4대강 보에 저장된 물을 활용키로 했지만, 단순히 있는 물을 쓴다는 차원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4대강의 보는 하류의 물이기 때문에 이곳의 물을 가뭄지역에 보내기 위해서는 상류의 물을 공급하는 방식부터 손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재정 문제로 방치된 노후 상수관 문제를 지방에만 맡겨놔선 안 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충남 보령지역의 경우 누수율은 25∼40%에 달할 정도여서 개량공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데도 실제로 지자체에는 돈이 없다는 것이다. 예산이 없는 지자체에 누수 문제를 지적해봐야 투자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편 현재의 수도요금 체계 등을 고려할 때 지자체가 스스로 누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지방에 자치권을 주려면 그에 걸맞은 예산도 함께 지원하고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다목적댐에서 물을 받는 광역시·도의 경우 상수도 보급률이 98%에 달하지만 농어촌 면 지역의 상수도 보급률은 4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지방에선 노후 수도관이 방치돼 누수율이 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을 100만큼 공급할 때 15의 물은 주민에게 도달하지 못하고 새나가는 셈이다. 지난해 가뭄이 가장 심각했던 충남 서부권 8개 지자체의 경우 유수율(누수되지 않고 주민에게 도달한 물의 비율)이 50∼60%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역과 용도 등을 총괄해 물을 관리하는 ‘통합물관리’가 답이다.

<이 취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사업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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