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위한 사회적 기업, 행복가게 ‘경주서라벌찰보리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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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위한 사회적 기업, 행복가게 ‘경주서라벌찰보리빵’
  • 취재=한기원 기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6.11.1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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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홍성, 노인고용에 눈을 돌리자 ⑬
▲ 경주시니어클럽의 노인일자리창출 사회적기업 ‘경주서라벌찰보리빵’ 전경

하루에 4시간씩 주3일 일하는 65세 이상 어르신 22명의 일터
무농약찰보리·1등급 우유 등 최고품질 재료에 할머니 정성이
서라벌찰보리빵 가게 직장 이상의 보금자리, 세상 소통 공간
노인일자리 창출사업의 좋은 사례, 갖춰야할 조건 등 잘 갖춰

 

경북의 경주역 근처에는 경주의 특산물 ‘경주찰보리빵’가게들이 즐비하다. 경주역 주변에만 무려 1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원조집에서부터 3대째 빵집, 웰빙빵 등 가게들마다 화려한 수식어로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저마다 최고를 자부하는 가게들 중 특별한 사연이 있는 ‘서라벌찰보리빵’이 있다. 올해 들어 지진이 경주를 강타한 이후라서 경주역 인근의 골목상권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세상엔 두 가지 소비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환경 혹은 사람에게 해로운 소비, 또 하나는 환경 혹은 사람에게 이로운 소비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 주변을 조금 돌아보면 환경과 사람을 살리는 상품과 서비스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소비를 말하면서 관심이 가는 곳이 경주의 ‘서라벌찰보리빵’이다.

서라벌찰보리빵 가게는 지난 2005년 3월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서라벌찰보리빵은 경주시니어클럽이 노인일자리를 만들려고 운영하는 점포다. 점포 두 곳에서 하루 4시간씩 주3일 일하는 방식으로 65세 이상 어르신 22명이 일하고 있다. 한명의 일자리를 노인들 10~12명이 나누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운영진은 불경기에도 최대한 일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이유다. 서라벌찰보리빵은 보건복지부지정 노인 일자리 창출가게이기 때문이다. 신라문화원의 경주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라벌찰보리빵 가게는 수익금 전부를 노인 일자리 창출과 가게 운영비 등으로 쓰이고 있다.
 
 

▲ 노인들이 직접 만드는 다양한 찰보리빵.

■할머니들 일자리 위해 매일 빵을 굽는다
서라벌찰보리빵은 100%무농약 찰보리를 비롯해 1등급 우유에 신선한 계란 등 최고품질의 재료들에다 할머니들의 정성으로 빵을 굽는다. NO트랜스지방, NO 방부제를 자랑하는 영양만점 웰빙식품인 것이다. 사업의 기본은 수익창출이지만, 서라벌찰보리빵은 수익을 내기위해서 보다는 할머니들의 일자리를 위해 매일매일 빵을 굽는다. 하지만 주문이 몰려든다고 서라벌찰보리빵 운영자인 신라문화원의 경주시니어클럽이 돈을 버는 건 아니다. 수입은 모두 양질의 재료와 할머니들 일자리 창출에 쓰이기 때문이다. 돈을 벌려고 빵을 굽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어 주려고 빵을 굽는 것이다. 이곳 할머니들이 한 달에 받아가는 돈은 20만원에서 60만 원 정도라고 한다. 할머니들에겐 소중한 돈이다. 돈의 액수를 떠나 일할 수 있는 즐거움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땀을 흘려 일해서 버는 돈이기에 그 가치는 1억 원 버는 사람 부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벚꽃철에 주문량이 많아지면 많이 일해 많이 받아가고 비수기인 여름이나 겨울철에 주문이 줄어들면 급여도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서라벌찰보리빵은 심지어 비수기에도 매일 빵을 굽는다. 할머니들의 시급을 챙기려는 배려에서다. 팔고 남은 빵은 아동시설이나 양로원 등에 간식으로 기증한다는 설명이다. 할머니들에게 서라벌찰보리빵 가게는 직장 그 이상의 보금자리다. 빵을 구우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고, 서로의 고민 등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일이 끝나면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아쉬운 직장이라며 환한 웃음을 짓는 할머니들이 있는 곳이다. 실제로 얼마 전 건강 문제로 그만둔 할머니 한 분이 무척이나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전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빵을 굽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밝고 환하다.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 일할 수 있다는 당당함과 자신감이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씩 주문이 밀려들어 바빠지면 힘들만도 한데, 누구 하나 힘든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서라벌찰보리빵 가게가 잘 되는 것이 기쁘다는 이유에서다.
 

▲ 동국대에서 후원하는 집 ‘경주서라벌찰보리빵’.

■노인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에 기여 큰 몫
서라벌찰보리빵 가게는 지난 2005년, 문화유산해설사, 문화유적정화 사업 등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을 하고 있던 경주시니어클럽이 새로운 사업을 찾던 중 경주의 찰보리로 빵을 만들어 팔기로 결정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마침 경주역 앞에 목 좋은 자리가 생겨 바로 계약에 나섰고, 빵 굽는 기계도 일본 식품박람회에 다녀온 뒤 좋은 것으로 구비해 놓았다. 그러나 빵 가게에서 빵을 굽는 기술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등장했다고 한다. 직원들 중에서는 누구 하나 빵을 구울 줄 아는 전문가는 없었다는 것. 책을 보고 빵을 만들 수도 없는 일이었는데, 다행히 인근 서라벌대학 호텔조리학과 교수와 현대호텔 제과제빵장 등이 도움을 주면서 무사히 문을 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의외로 좋았는데, 그 해답은 그동안 맛에 투자한 결과였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이상운 점장은 “서라벌찰보리빵은 경주 건천에서 전량 계약 재배하는 찰보리로만 만듭니다. 찰보리 반죽에 단팥 고명을 넣어 구운 찰보리빵은 무농약 무방부제 식품으로 찰보리의 고소함과 찰진 씹는 맛, 단팥 고명의 은근한 달콤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맛이 미묘하게 다른데, 보통 구운 지 하루 정도 지나야 촉촉하고도 찰진 찰보리빵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부제를 전혀 쓰지 않아서 상하기 쉬워 판매가 제한적이라는 애로를 전한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백화점 등에서 제품을 팔겠다는 사람이 나섰지만, 유통기한이 짧아서 성사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고 전한다. 서라벌찰보리빵은 인터파크 희망소기업몰과 직접 택배 주문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듯 서라벌찰보리빵은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태어났지만, 그 방식은 좀 다르다. 지원책 중심의 일자리 늘리기 사업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고 운영을 해 나가는 자립형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익의 증대에만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니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렇기에 판매가 부진해도 일손을 놀리지 않는다. 빵을 계속 구워야 할머니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팔지 못한 찰보리빵은 지역의 복지시설에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수익은 노인복지와 문화사업을 위해 사용한다. 노인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 기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경주시니어클럽은 찰보리빵 사업 이외에도 문화유산해설사 등 12개 사업으로 노인 500여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03년부터 시작한 문화유산해설사는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신라역사와 문화유적에 대해 설명하는 일을 하는데, 지역 노인들을 선발해서 운영하고 있으며 관광객들의 반응도 기대 이상으로 좋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번 경주지진으로 인해 경주의 골목상권 경기는 거의 반 토막이 났다고 긴 한숨이다. 서라벌찰보리빵 1호점 매상도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3분의 1이 줄었다고 한다. 추석 전에 반짝 떴던 경기는 경주를 강타한 지진에 여진이 이어지면서 또 다시 죽었다는 설명이다. 서라벌찰보리빵 이상운 점장은 “점포 중 한 곳은 올해 들어 심각한 적자 상태”라며 “더도 덜도 말고 지난해 수준의 매상만 되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면서 말끝을 흐렸다. 경북 경주시의 ‘서라벌찰보리빵’은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의 좋은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노인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과 양질의 노인 일자리가 갖춰야 할 조건 등을 잘 갖추고 있는 곳으로 뽑힌다. 고령화 사회를 지나 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대부분의 노인들이 건강과 시간이 허락한다면 사회에서 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하지만 경력을 살려 재취업을 하거나 창업에 성공하는 경우가 극소수인 가운데 단순 노동을 하는 직업을 구하기도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시점에서 노인을 위한 사회적기업 ‘경주 서라벌찰보리빵’이 노인고용의 성공사례로 관심을 끌고 있으며, 노인들의 고용활성화와 정책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한 이유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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