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공동체 문화공간, 이제 작은 책방 살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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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공동체 문화공간, 이제 작은 책방 살리기다
  • 글=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6.12.0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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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책방의 희망과 전략

공동체문화예술 소통공간을 꿈꾸다<15>
▲ 동네책방은 독자친화적 문화예술공간, 주민들의 쉼터로 거듭나고 있다.

동네책방, 사람과 소통하고 책을 보면서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동네슈퍼와 동네책방은 달라, 책방은 문화가 살아있는 나무이며 공기
동네책방을 살리는 길,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최선
지역공동체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간과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책 팔려

 

책방 주인의 취향과 개성을 듬뿍 담은 동네책방이 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오래된 골목 귀퉁이에 위치한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이다. 한때 사람들이 책방에서 책을 사던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다. 서점 주인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책도 진열대에 올렸다. 학생들은 하굣길에, 직장인들은 퇴근길에 책방에 들러 책을 샀다. 주말이면 가족들이 함께 책을 고르는 풍경도 낯설지 않았다. 책방은 동네 소식이 오가는 사랑방이었고, 아이들의 놀이터였으며, '이곳이 아닌 저곳'을 꿈꾸게 하는 보물창고였다. 누구나 가방에 책 한권쯤 들고 다녔던, 책 읽기 좋은 시절의 이야기다. 좋은 시절은 갔고, 이제 점점 서점은 사라져 가고 있다. 5~10평 규모의 작은 책방들은 특별한 타깃이나 장르에 한정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대형서점에 없는 에세이와 세계적 작가의 원서, 개인이 기획부터 제작까지 혼자서 만든 독립 출판물을 구비해 차별화하기도 한다. 그곳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책들이기 때문이다. 멀티 공간이 대세인 만큼 책방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생존의 필수조건인 셈이다. 필요한 책이 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인터넷 서점에 접속하거나 대형 서점에 간다. 이런 이유 등으로 하나둘 간판을 내렸던 작은 책방이 최근 다시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사람과 소통하고 희소성 있는 책을 보며 독서모임도 할 수 있는 작은 책방이 지역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풀뿌리 공동체의 문화공간인 작은 동네책방을 살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책방이라는 소중한 공공적 공간 재인식돼야

출판생태계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출판과 지역문화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지역서점이 인터넷서점, 초대형 서점과의 힘겨운 경쟁, 지속적인 종이책 소비 감소라는 환경에 앞으로 예상되는 디지털교과서 등장으로 인한 참고서 시장의 축소라는 3중고에 직면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동네책방이 사라지고 지역문화에 구심적 역할을 하는 대표책방이 무너지는 현실에서 위기를 돌파할 힘은 어디에 있을까? 이는 독자들을 넘어서 서점인들의 소통과 연대에서 우선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책방이라는 소중한 공공적 공간에 대한 재인식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쟁의 공정한 규칙의 정립(완전 도서정가제)도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절망스러운 현실의 개선의 힘은 서점인들의 자부심회복에서 시작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사회에 요구해야 한다. 동네 슈퍼와 동네책방은 다른 것이라고. 책방은 문화가 살아 있도록 하는 나무이며 여기에서 공기가 나온다는 사실이다. 생태계가 파괴되면 삶이 황폐화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지역의 책방이 죽으면 지역문화가 선순환할 수 없다. 대형 온라인서점과 지역의 동네책방은 가는 길이 다르기 때문이다. 동네책방이 살려면 문화의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으로 획일화돼서는 좋은 책을 뒤적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도서관이 공공적 출판문화 인프라라면 동네 곳곳에 자리한 작은 책방은 독서문화의 실핏줄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독일이나 일본 등 독서문화가 탄탄한 국가들은 여러 어려움과 시대 변화 속에서도 크고 작은 책방들이 건재하다. 이에 비해 우리의 작은 책방들의 상황은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회장 박대춘)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말 전국 서점은 2331개로 2011년의 2577개에 비해 246개로 줄어들어 10%가량이 줄었다. 그나마 이는 문구 판매를 겸한 곳을 모두 합한 수치로, 이를 제외하고 책만 파는 순수 서점을 꼽으면 1625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역시 2011년에 비해 7.2% 이상 감소한 수치로, 10년 동안 무려 27%나 줄었다. 10년 사이에 서점 4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박 회장은 “무엇보다 동네 책방을 단순히 책이라는 상품을 파는 곳으로 보지 말고, 지역 문화의 거점으로 보고, 이 관점에서 지원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작은 동네책방들의 저자 사인회, 작가 강연회, 토론회 같은 문화 프로그램을 지원해주고 여기에 지역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이것이 진정한 동네책방을 살리는 길”이라고 밝힌다. 예전의 동네책방은 어린이 독자들은 물론 중고교생, 엄마 아빠들이 자주 드나들던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면, 지금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동네책방을 살리는 길은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꾸미는 방안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 주민과의 소통공간으로 꾸민 동네책방 내부의 모습

■농촌 시골마을 책방이 잘 되는 이유가 있다

경남 통영에 있는 출판사 ‘남해의 봄날’이 운영하는 ‘봄날의 책방’은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소개하며 지역공동체의 중심 역할도 하는 곳이다. 문학전문서점 ‘미스터버티고’는 전 세계 문학작품이 작가의 출신 국가별로 정리돼 있으며 책과 함께 커피, 맥주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또 아산의 10여 개 서점이 연합한 아산서점조합은 공동문화행사를 기획해 지역 서점들의 협업 문화 활동을 보여주는 곳이다. 북콘서트, 시낭송, 음악회 등 작은 문화행사도 열린다. 서점이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활용됨으로써 지역서점을 활성화하고, 지역사회의 독서 인구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듯 구불구불 골목길을 돌아들어 목욕탕과 이발소, 피아노 학원을 지나면 오래된 벽돌 건물에 다소곳이 들어앉은 시골마을의 동네책방. 녹슨 문이 끼익 요란한 소리를 내고, 한가운데 작은 석유난로가 따스하게 손님을 맞는다. 대여섯 명만 들어가도 서로 움직이기 곤란할 만큼 비좁은 공간에서 은은한 음악을 배경 삼아 낯설고 독특한 책들을 한 권씩 뽑아 펼치는 동네책방이 그리운 이유다.

▲ 주민친화, 지역밀착 전략으로 독자에게 다가가는 동네 책방

경남 통영의 봄날의 책방 이병진 책방지기에 따르면 “동네책방이 살고 또 동네책방을 살릴 수 있는 길은 그저 책만 사가는 고전적 개념의 서점은 이제 시대 변화와 함께 사라져 갈 것입니다.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시켜야 삽니다. 콘서트는 책을 찾는 고객을 끌어들이는 방편일 수 있지만, 손쉽게 음악을 접하는 공간도 됩니다. 조그맣고 아름답게 만든 동네책방이 많았지만 책 판매가 급속히 떨어지면서 지금은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는 실정입니다. 모두가 힘들어요. 하지만, 살길은 분명 있다”며 “책과 독자들, 다시 말해 지역공동체의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자주 만들어줘야 책이 팔린다”고 말한다. 그는 “책방은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가 만날 수 있는 소통의 장소여야 하며, 지역책방의 활성화는 곧 지역문화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홍성군 홍동면의 갓골마을의 그물코출판사는 오랫동안 농촌마을의 ‘면(面)’단위에서 책을 만드는 유일한 출판사이자, 혼자 책을 만드는 ‘1인 출판사’이며, 지역공동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출판사다. 홍동이 고향인 장은성 대표가 농촌마을로 돌아와 처음 한 일은 ‘책방 느티나무’를 만든 일이었다. 마을 주민의 요청으로 시작된 일이었는데, 출판사가 만든 책과 보유하고 있는 책, 그리고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들로 책방을 열었다. 책방은 운영자도 없고, 장부도 없는 무인점포인데, 수익이 남는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마을 주민들이 책을 사오라고 기금을 모아 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홍동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이 고객이라는 설명이다. 그물코출판사는 생태나 환경을 주제로 한 책을 만든다. 특히 홍동으로 돌아온 후에는 ‘농부의 길’이나 ‘소-땅과 사람을 이어주던 생명’ 또는 ‘농부는 백가지 일을 하고 백가지 작물을 기른다-백성 백작’이라든지 ‘논 생물도감’이나 ‘다시 농업을 생각한다-땅에 뿌리박은 지혜’라는 책은 물론 ‘아이들은 왜 자연에서 자라야 하는가’와 ‘농생물책받침’ 같은 농업과 농촌, 협동조합 관련 책을 발간하고 있다. 생태환경전문출판사로 소문이 나면서 농촌마을에 있어도 책을 내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꾸준하다고 한다. 그물코출판사는 베스트셀러는 없지만 죽지 않고 꾸준히 팔리는 잡초 같은 책들을 출판하고 있다. 특히 ‘재생용지만 쓰고, 양장은 만들지 않고, 신념에 맞지 않는 책은 만들지 않고, 광고하지 않는’원칙을 지키며 농촌마을에서 꾸준히 책을 펴내면서 농촌마을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과 함께 주민들의 소통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일이다. 풀뿌리 공동체의 문화공간인 동네의 작은 책방에 희망의 빛이 비치는 이유다. <끝>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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