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짱뚱이 어린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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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짱뚱이 어린이도서관’
  • 글=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7.1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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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마을공동체 만들기, 왜 어린이도서관인가? <2>
인천 연수구 청학동의 짱뚱이 어린이 도서관.

짱뚱이 어린이도서관, 늘푸른공부방 도서가 늘면서 출발
마을과 함께하기 위해 자원활동가들의 도움으로 움직여
재능 있는 회원들과 함께 청학동마을의 교육공동체 사업
북아트로 만나는 우리동네 역사, 동네의 역사부터 시작



아이들이 걸어 다니는 거리에 작은 어린이도서관이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인천시 연수구 청학동에 위치한 짱뚱이 어린이도서관이 그중 한곳이다. 올해로 문을 연지 14년째를 맞는 짱뚱이 어린이도서관은 인천지역의 작은 도서관 중에서도 긴 역사를 자랑한다. 늘푸른지역아동센터(센터장 안미숙)와 짱뚱이 어린이도서관(관장 문은현)의 만남으로 청학동 552-4번지에 둥지를 틀고 청학동마을 교육공동체의 역할과 기능을 함께 하고 있다.

짱뚱이 어린이도서관은 지난 2003년 문을 연 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도서관으로서 뿐만 아니라 ‘책 읽는 엄마 모임‘, ‘전문가 초청 부모대상 자녀교육 관련 특강’, ‘장애아동 책읽어주기 모임 오른발 왼발’, ‘행복한 어른 신나는 아이들 품앗이, 누리아해’ 등 연수구의 다른 지역에 비해 문화적으로 소외된 청학동의 문화 구심점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짱뚱이 어린이도서관은 지난 2003년 8월 늘푸른공부방(현 늘푸른지역아동센터)에서 기증을 받은 도서가 늘면서 도서관을 마련한 데서 출발했다. 조금씩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오히려 아이들 공부방에 방해가 됐고, 한 아파트에서 무상으로 제공한 곳으로 독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들만 주로 이용하는 한계 때문에 또 다시 이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이후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다가 포스코건설이 후원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인천작은도서관협의회 도움으로 지난 2009년 지금의 자리에 둥지를 틀었던 것이다.

문은현 관장은 “마을과 함께하기 위해 이곳으로 이사를 했고, 지금은 지역의 단체와 기관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짱뚱이 어린이도서관에서는 매월 둘째주 토요일 오후 2~4시에 진행하는 ‘별난 놀이터’도 도서관 프로그램 중 하나다. 지역아동센터인 ‘나눔교실’과 연수구건강가정지원센터, 영유아통합지원센터인 ‘시소와 그네’, 청학동의 ‘마을과 이웃’ 등과 함께 준비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들과 책, 전래놀이 등을 통해 가까워지는 시간이다. ‘가고 싶은 놀이터를 만드는 사람들 모임’도 만들었다.

원래는 도서관 앞 ‘이야기어린이공원 놀이터’의 리모델링을 계기로 시작해 지금은 연수구 전체 어린이공원 조사를 하는 등 범위가 넓어졌다고 한다. 짱뚱이 어린이도서관 입구에 는 자원활동가들이 만든 리본 핀 등을 팔고 있으며, 엄마들을 위한 도서관 프로그램으로는 책 읽는 엄마, 아이 나이별 엄마학교, 지역주민들을 만나는 ‘짱뚱이 도서당’ 등이 있다.

도서관에서는 ‘행복마을 만들기’라는 연수구 지원사업으로 마을해설사, 전래놀이지도사 양성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또한 자원활동가들의 모임인 ‘오른발 왼발’에서는 매월 장애인시설을 찾아 책을 읽어주거나 빛 그림, 인형극, 노래 등을 선보인다. 아이들 프로그램은 ‘별난 놀이터’ 외에도 재미있는 과학실험을 해보는 ‘책이랑 과학이랑’과 ‘애들아, 옛날로 놀러가자!’ 등이 대표적이다.

‘애들아, 옛날로 놀러가자!’는 인천문화재단 지원 사업으로 취학 전 아이들과 초등학생들이 마을 유적지를 직접 가보고 옛이야기와 신화 등을 통해 마을에 대해 알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이곳 역시 많은 자원활동가들의 도움으로 도서관이 움직이고 있다고 전한다. 늘푸른어린이도서관 자원활동가들과도 연대가 이루어져, 행사가 있을 때는 자원활동가를 지원하거나 공동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돌봄과 배움의 지역공동체 늘 푸른 교실.


■돌봄과 배움의 지역공동체 사업, 도서관
짱뚱이 어린이도서관은 포스코건설(주)과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인천어린이도서관협의회가 주관한 ‘지역 공동체를 위한 작은도서관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이루어진 것으로 공간 리모델링은 물론 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각종 장비, 물품, 기구, 시설, 도서·비도서 등 자료 콘텐츠까지 지원받았다고 한다. 책대여 뿐 아니라 공부방과 글쓰기, 역사 강좌 등을 운영하며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는 것이다.

지역 사회와 각계각층 단체에서는 짱뚱이 어린이도서관에 책을 후원하고 있다. 도서관 책장에 꽂힌 책만 해도 1만여 권에 달하며, 이외에 CMS 계좌를 통해 정기적인 후원을 하는 후원자들도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짱뚱이 어린이도서관은 재능 있는 마을 회원들과 함께 청학동마을의 교육공동체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짱뚱이 어린이도서관 윤은영 관장은 “마을학교 교사들이 책도 읽고 마을교육공동체 강의를 들으며 마을의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일을 하고 있으며 지역의 혁신학교인 선학중학교에 방과 후 교사로도 나가고 지난 2학기에는 자유학기제 수업을 통해 마을 역사수업도 진행했다”고 설명한다.

윤 관장은 여러 논의 끝에 도서관 안팎에서 열심히 달려온 만큼 지역 주민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이용하고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마을공동체 활동의 거점 공간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자 마을을 향해 대문을 활짝 더 열었다는 설명이다. 2016년 인천시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에 짱뚱이 어린이도서관이 선정돼 ‘우리 어디서 만나요? “거기”’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북아트로 만나는 우리 동네 역사.


짱뚱이 어린이도서관은 “돌봄과 배움의 지역공동체 사업을 꾸준히 해 오다 도서관 사업을 넘어 마을로 더 들어가는 것을 고민하다가 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마을공동체 활동의 거점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마을을 향해 대문을 활짝 더 연다는 의미에서 나눔가게 들락날락도 열었다. 이곳에서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마을 축제도 하고 동아리도 만들어 재능을 나누는 사업을 꾸준히 이어서 ‘마을의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초심으로 마을교육공동체의 주체가 되는 마을의 작은 도서관으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짱뚱이 어린이도서관이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마을역사북아트 연구모임’에서 진행하는 ‘북아트로 만나는 우리동네 역사’를 열기도 했다. 마을역사 북아트 연구모임은 이름 그대로 우리 동네 역사를 ‘북아트’로 연구하는 모임이다. 역사에 관심 있는 엄마들이 모여 만든 모임으로 마을역사 북아트로 마을공동체를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역사공부는 먼 곳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능허대, 외국인묘지, 수인선, 인천항 등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의 역사부터 시작한다. 또한 외우는 역사 공부가 아니라 ‘북아트’로 표현하면서 나만의 역사책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짱뚱이 어린이도서관은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됐어요. 이제 공공도서관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짱뚱이 어린이도서관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시점이죠.” 장수진 사무국장의 말이다.

인천지역에는 이처럼 작은 어린이도서관이 10여 곳이 있다고 한다. 1998년 개관한 연수구 연수2동의 늘푸른도서관을 시작으로 작은도서관 좋은친구들(연수1차 아파트), 짱뚱이어린이도서관(청학동), 진달래어린이도서관(부평5동), 맑은샘어린이도서관(청천1동), 달팽이어린이도서관(청천2동), 신나는어린이도서관(삼산동),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산곡3동), 품앗이어린이도서관(산곡2동), 남구의 꿈나무도서관 등이 들어섰다.

이렇듯 지역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동네문화를 가꾼다는 정신은 비슷하지만 각자 운영방식은 조금씩은 다르다. 맑은샘은 어린이서점이 발전한 것이고 짱뚱이는 아파트 노인정 가운데 거의 비어있는 남자 노인실을 활용했다. 청개구리는 동네 주민들 누구라도 강사로 참여하는 활발한 강좌가 특색이다.

장애인 시영아파트에 들어선 좋은친구들은 가구마다 책을 배달하는 등 의욕을 보였으나 공간 확보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간 어린이도서관은 여러 형태의 도서관 가운데 가장 자생적인 공간이다. 주로 주부들이 자기 아이에게 동화를 읽히기 위해 동화 공부모임을 만들고, 멀리 떨어진 공공도서관 대신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끼리 작은 공간을 꾸리는 수순을 밟는다. 동네 주민들의 후원과 자원봉사로 꾸려가고 있는 어린이도서관은 마을공동체 활동의 거점 되고 마을교육공동체의 주체가 되는 꿈나무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쑥쑥’키울 수 있는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 필요한 이유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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