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뛰어놀고 숨바꼭질도 하는 ‘알짬마을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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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뛰어놀고 숨바꼭질도 하는 ‘알짬마을도서관’
  • 글=이국환 기자/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7.2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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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마을공동체 만들기, 왜 어린이도서관인가? <3>
아이들이 뛰어놀다 다치지 않게 사서활동가들이 손수 작업한 난간의 모습.

엄마들끼리 공동으로 책을 구매하자는 취지로 시작돼
마을주민이 모여 대화 나누는 모임 장소로도 자리매김
현재 진행중인 사업으로 ‘마을신문’ 월간으로 발행중
학급수가 줄어드는 만큼 아이들도 적어지는 게 문제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이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도서관을 한 번이라도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대전광역시 중구 석교동.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벽화가 그려진 주택 하나가 시선을 끈다. 그림으로 피어난 꽃과 나무를 바라보면 가슴 속 따뜻한 싹 하나가 자랄 것 같다. 겉보기에 일반 주택과 다를 바 없지만, 이 안에는 어린이들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상상의 공간으로 데려다줄 수천 권의 책이 비치돼 있다.

석교동 골목에 있는 이곳은 명칭은 ‘알짬마을도서관’. 도서관의 대문을 열자 아직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이 밖에 나와 있었다. 알짬마을도서관이 원래 있던 곳은 중구 대종로 224번길 8(2층)이었으나, 관장 강도영(54) 씨에 따르면 얼마 전 이관했다고 한다. 내부는 가정집처럼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도서관이지만 삶의 공간처럼 따뜻함이 묻어난 곳이었다. 내부에도 역시 벽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캐릭터가 그려진 것이 눈에 띄었다.

알짬마을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마을사서활동가들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들은 기자가 방문하기 직전, 대전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체 사업 일환으로 진행된 ‘작은도서관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강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서로 웃고 담소를 나누는 이들의 모습에서 이 작은 도서관이 품고 있을 미소의 숲을 슬쩍 엿볼 수 있었다.

강 관장은 매주 한 번 사서활동가들과 자리를 갖고 의견을 나눈다고 밝혔다. 점심시간이 되자 이들은 주변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식사를 하면서 강 관장으로부터 알짬마을도서관에 대해 들었다. “알짬마을도서관은 2005년 3월에 개관했습니다. 작은 마을도서관 중에서도 오래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개관을 결심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마을에 있는 엄마들이 각자 집에 책을 많이 사놓는데 그러지 말고 모여서 공동으로 책을 구매하면 어떻겠냐는 취지였습니다. 책을 공동으로 구매해서 사용하려다 보니 같이 공유할 공간도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게 우리 알짬마을도서관입니다.”

 

알짬마을도서관 내부.

강 관장에 따르면 알짬마을도서관의 공간은 개인들의 후원으로 마련된 것이며 현재 10년 넘게 꾸준히 후원하는 사람도 꽤 있다고 한다. 강 관장은 한 달에 3000원 부터 5만원까지 다양한 후원금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개개인의 후원이야말로 알짬마을도서관 가진 온기가 어디서부터 발생하고 그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어, 알짬마을도서관이 현재 마을 주민들이 모여 얘기를 나누는 일종의 모임의 장소로도 자리매김 중이라고 밝혔다. “도서관에서 모여 얘기를 나누면 여러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마을에서 같이 할 수 있는 것이나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으면 도서관에서 얘기를 나누곤 합니다. 아이디어 같은 경우 실패를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실패를 계기로 다른 것을 계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그런 과정에서 실행에 옮긴 대표적인 사업으로 ‘아이들 교육공동체’와 ‘허준의 밥상’을 언급했다. ‘아이들 교육공동체’는 말 그대로 공동 육아와 교육의 개념으로 실행한 사업이며, ‘허준의 밥상’은 맞벌이 부부와 1인 가정에 반찬 배달하는 사업이다. 강 관장은 두 사업을 실행에 옮겼지만 현재 중단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비록 지금 와서 중단됐다 하더라도, 이들이 지닌 도전 정신과 마을에 얼마만큼 애착을 갖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어린이날 책잔치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거기에 강 관장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은 마을신문이 있다”며 “올해 3년째며 주민들의 후원으로 매달 5000부씩 발행하고 있다. 활동가들이 직접 돌아다니며 취재하고 있고, 재보도 들어오기도 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마을신문 사업에 대해 언급했다. 그렇다면 현재 알짬마을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책은 얼마나 될까. 알짬마을도서관에 따르면 현재 소유 중인 책은 6000~7000 권 정도다. 어린이·청소년 책이 대부분이지만 어른들을 위한 책도 존재한다. 부모들끼리 책을 공동 구매한다는 목적으로 시작해 이정도 규모로 성장한 것은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사실 개관 목적에서 알 수 있듯 알짬마을도서관의 원래 명칭은 ‘알짬어린이도서관’이었다. 그러나 보유 권수도 늘어나고 단순히 아이들만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는 의견이 수렴돼, 어린이에 한정된 기존 명칭에서 ‘알짬마을도서관’으로 변경됐다.

그렇다면 현재 알짬마을도서관이 앞두고 있는 계획은 있을까. 강 관장에 따르면 “현재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알려졌다. 대신 강 관장은 “도서관의 역할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정기적으로 진행해온 행사는 앞으로도 이어질 예정이다. A사서활동가에 따르면 알짬마을도서관은 자체적으로 매년 5월 5일에 ‘어린이날 책 잔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학교 운동장을 빌려 진행했으며 200여 명의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책잔치놀이마당, 공예체험마당, 창의마당, 먹거리마당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편성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알짬마을도서관 전경.

이들이 말하는 알짬마을도서관은 아이들이 누워서 책을 읽거나 뛰어놀 만큼 편안한 공간으로, 이곳을 방문하는 아이들이 종종 숨바꼭질을 할 정도라고 한다. 즉, 교육과 놀이의 공간이 융합된 곳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강 관장은 방문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도서관을 사용하고 있는 가에 대한 부분도 언급했다.

“아이들끼리 놀다보면 분쟁이 생기기도 합니다. 형들과 동생들이 의견이 달라 싸우는 일이 종정 있습니다. 형들은 나이가 많으니 힘으로 누르려하고 동생들은 그런 불만에 못 견뎌 사서활동가분들에게 불만 토로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저희는 아이들을 모아놓고 서로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을 내놓게 합니다. 그 다음은 아이들끼리 알아서 하게 됩니다. 서로 자유롭게 규칙을 만들기도 하고, 또 그게 파기되기도 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 알짬마을도서관은 단순히 아이들이 책을 읽거나 놀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게 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알짬마을도서관은 새로 이관한 곳의 내·외부 인테리어를 모두 사서활동가들이 손수 진행했다고 밝혔다. 한 사서활동가는 아이들이 누워서 책을 읽는 장소를 보여주는가 하면,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게끔 목재 작업한 난간도 보여줬다. 이렇게 열정적인 사서활동가들 이끌어가는 알짬마을도서관에도 걱정거리가 있을까. 이들도 걱정거리가 없지는 않았다. B사서활동가는 “아이들의 인구가 점점 감소하는 만큼 방문하는 아이들도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녀는 “작은 도서관의 성격을 띠는 만큼 아이들이 많을수록 활기가 도는데, 학급수가 줄어드는 만큼 알짬마을도서관을 찾는 아이들도 적어지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아직까진 아이들이 알짬마을도서관을 잘 이용하고 있고, 아이들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찾는 공간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해당 구의 지원 유무에 대해 알짬마을도서관은 “뚜렷한 지원을 받은 적은 없다”고 전했다. 이어 “각 구마다 예산 편성과 운영 방침이 달라 어디는 무상으로 건물도 임대 받는다”면서 “현재 알짬마을도서관은 무상임대지원 없이 운영 중이라 어려운 부분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거기에 덧붙여 “사실 이번 이관도 후원하시는 분들의 돈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이관한 것”이라며 “앞으로 구나 기업들의 후원이 있으면 아무래도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위치: 대전 중구 석교동 64-2
□문의: 042-283-7778
□운영시간: 평 일 11:00~18:00
                 토요일 10:00~13:00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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