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책으로 소통… 꿈·희망 ‘쑥쑥’ 꿈나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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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 책으로 소통… 꿈·희망 ‘쑥쑥’ 꿈나무도서관
  • 취재=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8.0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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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마을공동체 만들기, 왜 어린이도서관인가? <5>
꿈나무어린이도서관에는 학부모와 어린이들이 늘 함께 참여하고 있다.

동네어린이도서관, 지역사회에서 작은 교육기관의 역할 톡톡히
꿈나무도서관, 어르신·친구와 함께 책 읽고 문화예술 체험 활동
도서관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자원봉사, 주민 역량으로 진행
어린이·청소년들에게 꿈·희망 쑥쑥 키우고 펼칠 수 있는 디딤돌


 

‘우리 동네 도서관으로 나들이 가볼까.’ 최근 각 지역의 작은 어린이 도서관이 인기다. 대형 도서관처럼 장서가 많지도 않고, 대규모 시설도 없지만 집에서 가깝고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작은 교육기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30평 안팎의 자그마한 공간에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마을공동체 ‘꿈나무어린이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이곳 ‘꿈나무도서관(관장 김광원·남동작은도서관협의회장)’은 지난 2009년 11월에 개관했다. 당시 지역사회 안에서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던 벧엘교회는 도서관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설립과 지원은 교회가 했지만 운영 을 포함한 모든 일은 지역 주민들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꿈나무도서관’ 안에는 ‘교회의 목적’과 ‘작은도서관의 목적’이 함께 공존하기 때문에 다른 도서관과는 조금 다른 특징이 있다. 다른 도서관들과 마찬가지로 평생교육기관의 역할을 하면서도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고민하는 것인데 그래서 책과 관련된 활동 뿐 아니라 이용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은 다 만들고 있다.
 

책도 읽도 퀴즈도 푸는 응모함을 보여주고 있다.


프로그램을 원하는 사람이 있고, 그걸 진행할 수 있는 봉사자들이 있으면 진행하는 것이다. 도서관 운영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자원봉사자로 있기 때문에 지원 사업이 없어도 주민들 역량만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지금도 교회의 빈 강당 등을 활용해 세 곳에서 냅킨공예, 탁구, 피아노 소모임을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은 어린이 프로그램(30가지), 엄마들 프로그램(23가지) 등이 있는데, 혹자는 도서관이 무슨 문화센터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도서관의 목적에는 합당하지 않아 보일지라도 교회의 설립목적에는 합당하다. 그래서 이용하는 사람 중 원하는 사람이 있고, 그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찾아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아름아름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있으니까 문화센터 역할처럼 된 것이다. 교회가 같이 있기 때문에 공간 등을 사용하는 혜택을 얻게 된다. 교육관이나 체육관 등을 활용해 생활체육을 진행한다던가, 음악 미술 등의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환경이면 만들다 보니 프로그램이 많아졌지만 기본은 책이다.

프로그램과 도서관이 융화되는 연결 지점은 뭘 하더라도 일단 도서관 회원이 돼야 한다는데  있다. 사람들 중에는 프로그램만 이용하고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도서관 회원이기에 한 달에 한 번 씩은 책을 읽어달라고 독려를 하는 것이다. “탁구 치러 오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에 오시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월 1회씩 하는 독서모임이 만들어 졌는데, 예를 들어 ‘사금칠서(네 번째 금요일 일곱 시에 책 읽는 모임)’라든가, ‘사화사서(네 번째 화요일 네 시에 책 읽는 모임)’가 그렇다.

아이들에게도 “너는 지금 도서관에 와 있는 거고, 지금 하는 놀이는 도서관에서 하는 놀이란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프로그램을 위해 도서관에 오면서도 책을 빌리러 들리곤 한다. 물론 유도한 만큼 다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도서관은 다만 책에 초점을 맞춰 가며 접점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도서관의 목적은 ‘모든 사람이 책을 읽도록 하는 것’과 ‘책이 재미있어지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벧엘꿈나무도서관 전경.

■도서관 이용자가 봉사자, 봉사자가 후원자
김광원 관장은 처음 도서관 활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에 대해 “푸른두레생협에서 생협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러다 남동구에 지부를 만들게 되었고,  지부장을 맡게 되었는데, 남는 공간을 활용해서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하다가 나중엔 아예 도서관으로 바꾸게 됐다.

생협의 취지에 맞게 이름을 지은 ‘콩세알 도서관’이 그것이다. 남동구 안에서의 이러한 활동들을 교회가 알게 되면서 도서관을 기획하게 된 것이다. 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하고 “도서관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봉사자가 되고 봉사자가 후원자가 되는 식이다. 교회에서도 후원을 해 주지만, 실질적인 후원자는 이용자들이다. 수많은 프로그램도 거의 자원봉사로 이루어진다.

프로그램은 재료비를 포함하더라도 3달에 3만원이 기본인데, 무료 강좌가 아닌 이상 어디에도 이정도 비용으로 교육을 받는 곳은 잘 없다. 무료라는 건 강사가 봉사를 한다는 소리다. 미술, 피아노, 발레도 전부 수강료라고 해봐야 3만원이다. 싸고 좋은걸 아니까 이용하는 사람들이 고마워서 돕고 싶어 하고, 그렇게 봉사를 하면서 같이 있다 보면 도서관 취지를 알게 되면서 기꺼이 후원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순환 과정이 바람직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넉넉하진 않더라도 이런 방식으로도 충분히 계속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봉사자들은 점심밥도 각자 도시락을 싸와서 같이 먹곤 한다. 자원봉사센터에서도 밥은 주는데, 점심도 직접 해결해 가면서 봉사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곳이 많지 않다. 그런데 꿈나무는 매주 월요일 휴관일을 제외하곤 오전, 오후, 저녁 3교대로 봉사자들이 자리를 채운다. 봉사할 사람이 많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70~80명이 역할을 나눠서 도서관 운영에 참여한다. 프로그램에서도 강사로 봉사해주는 분들이 있는데 적은 수고비라도 어쨌든 수업료를 받는 강사는 봉사자로 보진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도서관 봉사자들은 정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참여하는 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운영할 수 있다고 하니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히며, 지역공동체의 어린이도서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어린이 독서카드를 채우면 선물을 준다.


■지역에 뿌리내린 마을공동체 도서관
지난 2009년 인천 남동구에 뿌리내린 마을공동체 ‘꿈나무도서관’. 현재 남동구의 작은도서관은 공립 4곳, 사립 34곳이다. 주로 주민센터에서 만든 공립 작은도서관은 간석3동, 만수2동, 만수3동, 만수4동, 만수6동 등에 들어섰다는 설명이다.

사립은 개인이나 지역아동센터, 교회, 아파트 등이 만든 곳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중 아파트에 들어선 도서관은 구월2동 롯데캐슬도서관을 비롯해 논현동 에코메트로 5단지와 11단지, 12단지도서관 등이다. 마중물도서관(만수3동)이나 혜린도서관(구월4동 1271-9), 선향비전도서관(간석1동), 한마음도서관(간석1동), 논현문고(논현동), 성지문고(구월4동) 등은 교회에서 만든 작은도서관들이다.

꿈나무도서관도 벧엘교회에서 만든 도서관이다. 자원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진행 중인 곳이다. 미추홀도서관과 ‘북스타트’ 협약을 맺어 아기들이 처음으로 책을 접하는 북스타트 책꾸러미도 배포하고 있다. 어린이프로그램으로는 사서도우미 선생님이 그림책을 읽어주는 ‘놀아주는 그림책’, 중·고등학생들이 영어그림책을 읽어주는 ‘영어그림책’, 현장학습을 나가는 ‘얘들아! 나들이 가자’, 유치원·학교 등을 ‘찾아가는 도서관’, ‘작가와의 만남’ 등이 그것이다. 이밖에 오카리나, 미술, 매직클레이, 발레, 생활체육 등도 꾸준히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새로운 드레싱에 도전해보는 ‘만만한 드레싱’이나 직접 움직이는 그림책을 만들어보는 ‘움직이는 그림책’, 나무이름표 달기 등 마을을 가꾸는 데 참여하는 ‘마을가꾸기’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자원활동가들의 노력과 재능기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집에서 아이들만 키우던 엄마들이 자연스럽게 자원활동가가 되고, 소모임을 통해 자신만의 분야를 만들어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시 소모임을 만들어 다른 이들에게 재능기부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마을 어귀에 위치한 한 그루의 도서관에서 꿈나무들이 주민들의 예쁜 꿈과 희망을 가득 품은 채 자라고 있다. 마을공동체의 어린이도서관이 책으로 소통하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쑥쑥 키워 주고 펼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해내고 있는 곳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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