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로 살아난 아름다운 공세리 팽나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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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로 살아난 아름다운 공세리 팽나무도서관
  • 취재=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8.1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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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마을공동체 만들기, 왜 어린이도서관인가? <6>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마을의 꿈꾸는팽나무도서관 전경.

공세리성당, 신유박해와 병인박해 때 순교한 32위 순교성지
공세리마을만들기 시작은 교육문제, 인주학부모협의회 결성
어린이와 청소년 위한 도서관·학교 스쿨버스의 필요성 논의
마을주민들, 교육문화 개선 위해 ‘꿈꾸는 팽나무도서관’유치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마을에는 무언가 특별함이 있는 마을이다. 공세리마을에서 돋보이는 것은 단연 ‘공세리성당’이다. 울창한 느티나무 사이로 자리 잡은 고색창연한 유럽풍의 건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선정됐다. 공세리성당은 1890년 프랑스 파리 외방전교회 파스키에 신부에 의해 예산 간양골에서 교회가 처음 시작됐으며, 5년 뒤인 1895년 에밀 드비즈 신부가 현재의 자리에 교회를 설립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성당이 들어서기 전 공세리 일대는 성종 9년(1478)부터 영조 38년(1762)까지 300년 동안 충청도 일대에서 거둬들인 세곡을 저장하던 공세 창고지였다.

공세리성당에는 신유박해와 병인박해 때 이 지역에서 순교한 32위의 순교자들을 기리는 통한의 순교성지이기도 하다.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붉은 벽돌의 본당 건물(1922년 건축, 충남 지정문화재 144호)과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이다. 이처럼 공세리마을은 오랜 역사를 가진 공세리성당을 제외하면 작은 시골마을에 지나지 않는다. 아름다운 성당으로 손꼽히는 공세리성당이 중심에 위치해 연간 20여만 명의 관광객과 순례자들이 오고 감에도 불구하고 공세리는 그저 잠깐 거쳐 가는 시골마을이었다. 하지만 시골의 작은 마을 공세리가 주민들 손에 의해 살아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머리를 맞댔고, 지난 2012년 조합원 28명이 참여해 공세리마을협동조합(이사장 한기형)을 결성했다. 공세리마을협동조합은 창립과 함께 ‘공세리 이야기’라는 북카페를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마을사업에 재투자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공세리 이야기는 원래 다방으로 운영되던 곳을 리모델링한 것이어서 마을경관을 아름답게 가꾸면서 소통공간으로 거듭나게 돼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한 이사장은 “이를 계기로 공세리마을은 노인부터 아이들까지 함께 어울리며 공감하고 대화가 어우러지는 마을로 거듭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내세울 만한 관광자원이라고는 성당밖에 없던 공세리마을이 확 달라진 것이다. 언뜻 보면 관광객을 불러오기 위해 꾸민 것 같지만 마을길 곳곳을 걷다 보면 주민들을 위한 변화라는 낌새를 쉽게 알아 챌 수 있다. 마을사람들 스스로 힘을 보태고 모아서 ‘공세리 공감마을’ 사업을 펼친 성과의 결과물이다.
 

공세뜰두부집과 북카페 공세리이야기.


■자녀교육문제 고민, 첫 단추는 도서관
공세리 마을만들기의 시작은 교육문제에서부터 싹이 트기 시작했다. 2010년을 전후해 귀농·귀촌을 통해 마을에 정착하게 된 출향인들이 한 명, 두 명 고향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열악한 교육환경에 대해 서로 문제인식을 같이 하게 되면서부터다. 이들은 ‘인주학부모협의회’를 결성해 학교주변 기업의 매연문제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지역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도서관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학교 스쿨버스의 필요성 등을 논의하게 됐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자녀교육문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학부모 특유의 근성으로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주민들의 모임이 점차 지역문제로 눈을 돌리게 됐던 발단이기도 했다. 도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농촌도 아니어서 각종 정책의 사각지대가 된 마을에서 ‘어떻게든 아이들을 제대로 키워야겠다’는 주민들의 뜻이 함께 모아진 것이다. 첫 단추는 도서관이었다. 생활밀착형 도서관인 ‘5분 걸음 도서관(아트컨테이너)’ 사업을 신청해 2011년 전국에서 두 번째로 개관하는 행운을 얻게 됐다. 그 도서관의 이름을 ‘꿈꾸는 팽나무도서관’으로 붙였다.

이렇게 시작된 마을사업이 평생학습마을 선정, 공세리마을협동조합 인가 등으로 이어지면서 활력소가 됐다. 마을 어르신들이 한글과 붓글씨를 배울 수 있는 평생학습관도 지었으며, 친환경 농업을 위해 하우스영농사업단을 만들고, 주민들이 수시로 만나 마을사업을 논의하고 공부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인 북 카페도 문을 열었다.

한편 충남도 공공디자인 공모사업(시골마을 풍경스케치)에 신청해 선정되면서 1억6000만원의 종잣돈을 들여 동네의 낡은 공공시설물이나 간판을 깨끗이 정비했고, 담장과 벽면에는 멋진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이 같은 변화와 노력 덕분에 공세리 마을의 주민이 되겠다고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났으며, 관광객도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변화가 계속되면서 마을주민 30명이 한 푼 두 푼 자본금을 모아 공세리마을협동조합을 결성했던 것이다. 마을에서 아이들이 웃고 노인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조합은 지난 2013년 마을기업으로 선정돼 북카페 ‘공세리이야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평소에는 마을사랑방으로 영화상영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인 ‘공세리이야기’에서는 자연스레 공세리마을이 이야기의 주제가 돼 대화의 꽃을 피우는 주민들의 소통공간이 됐다.
 

북카페 공세리이야기 내부모습.


■공세리마을, ‘꿈꾸는 팽나무 도서관’
공세리마을 한가운데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이름은 ‘꿈꾸는 팽나무 도서관’이다. 학생들의 꿈을 키우며,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라는 어린이들의 학습의 장이며,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마을주민들은 고구마, 감자, 옥수수 등을 삶아 가지고 와 도서관에서 나눠 먹으며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마을의 어린이들은 자유롭게 드나들며 책을 읽기도 한다. 이렇듯 도서관에서는 활발한 정보 교류가 이뤄지기도 하고, 잠시 어린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동육아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마을의 주민들이 교육과 문화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꿈꾸는 팽나무 도서관’을 마을에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공세리 성당과 신협에서 토지를 무상 대여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자원봉사로 도서관을 운영해 오고 있으며, 이곳에서는 원어민 영어수업, 수학교실, 글쓰기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마을 주민들은 농촌 주민들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평생학습프로그램도 추진했다. 아산시 공모로 추진한 평생학습마을을 통해 노인문해교실, 스포츠댄스, 풍물교실, 마을리더 양성특강, 클레이 아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결과적으로 ‘꿈꾸는 팽나무도서관’은 학교를 마친 어린이들이 귀가하면 자연스럽게 들르는 곳이 됐다. 도서관 바로 맞은편에는 하얀 벽면을 가진 신용협동조합 건물이 있는데, 한여름이면 이 벽면이 영화 스크린이 된다. 마을 주민들은 별이 쏟아지는 한여름 밤 삶은 옥수수를 나눠 먹으며 영화를 감상하기도 한다.

공세리마을협동조합 김미화 실장은 “막연한 꿈을 안고 귀농·귀촌을 했지만, 마음 놓고 아이들을 키울 수 없는 열악한 교육환경에 뜻을 같이 하는 학부모들이 머리를 맞대면서 공세리마을의 역사는 다시 짜지기 시작했다”며 “아이들의 교육문제를 고민하던 중에 탄생한 것도 꿈꾸는 팽나무도서관이었고 북카페 공세리 이야기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공세리마을 작은영화제 전경.


■아름다운 공동체로 거듭난 공세리 마을
공세리마을은 100여년 전의 골목길이 그대로 있다. 그 골목길에는 모두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져 있으며, 쉴 수 있는 의자도 놓여 있다. 버스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마을의 진입로는 승용차도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비좁다. 그런데도 버스와 승용차는 물론이고 경운기, 트랙터, 오토바이, 자전거, 손수레, 유모차 등이 아무 불편 없이 통행을 한다. 주민들은 서로의 편의를 위해 서로가 차례를 기다리지만 누구 하나 다투거나 싫은 표정이 없다고 전한다.

이러한 공동체정신으로 공세리마을 주민들은 스스로 공세리성당을 찾는 천주교 신자나 관광객들에게 마을을 상품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마을에서 재배한 콩으로 손두부를 만들어 파는 ‘공세 뜰 두부집’은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따끈하고 담백한 두부를 집 간장에 찍어 먹는 맛이 환상적이라는 평가다. 두부 가게를 운영하는 안성진(64)·유경숙(59)부부는 10년간 무상으로 북 카페 공간을 내준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러한 마을공동체 공세리마을은 마을 자체가 아기자기한 간판과 벽화로 단장했으며, 각종 스토리가 담긴 아름다운 동네다. 또 이 마을의 주민들에게는 특별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80대 어르신들이 한글을 깨쳐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해 낸 이야기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마을뿐만 아니라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을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관광지라고 하지만 마을공동체가 살아 있는 공세리마을에는 그 무언가의 특별함이 있는 곳이다. 마을 골목길을 걷다 보면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다양한 생활시설들이 눈길을 끌고, 주민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새 ‘공세리에서 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하는 곳이다. 삶의 진정한 가치를 꿈꾸게 하는 공세리마을에는 그래서 진정한 사람들의 진짜 삶의 이야기들이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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