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 희망만들기, 위기의 작은학교 특성화로 되살리자<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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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학교 희망만들기, 위기의 작은학교 특성화로 되살리자<5>
  • 취재=한기원 기자/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8.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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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외포초등학교, 폐교 위기 벗어난 비결 있었네
거제 외포초등학교 전경. 지역을 상징하는 담장의 벽화 등 지금은 학생들이 오고싶은 학교로 변모했다.

2010년에는 34명까지 학생수 줄어 폐교 논의학교 부활
전교생이 체험학습 통해 식물 재배과정 관찰, 인성교육
예산의 효과적인 운영, 1~ 6학년 전교생이 전일제 학습
무상으로 방과후학교 운영 학부모들로부터 인기와 찬사


 

폐교 위기에 내몰렸던 시골 어촌의 한 초등학교가 다시 살아나면서 폐교위기에 처한 다른 지역의 작은 학교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어촌지역 특성상 마을 인구가 고령화돼 입학생이 줄어들자 2012년 통폐합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학교가 폐교위기에서 벗어나 지금은 학생이 100여명에 이르게 됐다. 바로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에 있는 외포초등학교가 그곳이다. 마을에서 학교가 사라지게 놔둘 수 없다며 학부모와 교직원,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학교 살리기 운동을 벌였고, 지금은 오고 싶은 학교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거제시 장목면에 있는 외포초등학교는 1935년 장목초등학교 부설 외포간이학교로 설립돼 올해로 69회, 전체 322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거제 장목면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던 학교였다. 고(故) 김영삼 대통령이 외포초 간이학교를 다녔고, 김봉조 전 국회의원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곳 외포초등학교 졸업생이다. 하지만 이전의 명성과 달리 차츰 학생 수가 줄어들더니 2010년에는 34명까지 학생 수가 줄어 폐교를 논하는 단계였다. 학생 수가 늘지 않으면 더는 학교를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학교가 통폐합 대상에 포함되자 지역 주민들은 거제교육지원청을 방문해 3년 유예 결정을 받아냈고, 3년 이내 학생 수가 증가하지 않으면 폐교한다는 데도 동의했다. 7년이 지난 지금 외포초등학교는 폐교는커녕 인근 지역에서 버스를 타고 통학을 할 정도로 선호하는 학교로 바뀌었다.
 

무료로 진행되는 방과후 학습 광경.


■특색 있는 무료 방과 후 수업 운영 주효
학교가 위기에 빠지자 먼저 교직원과 지역 주민들은 학교를 살리자며 머리를 맞댔다.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학교살리기추진위원회’는 십시일반 성금을 모았다. 이렇게 모인 1억 2000만 원으로 25인승 버스 2대를 샀다. 장거리 통학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였다.

지금도 외포초는 옥포 등 거제 전역을 도는 통학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역주민과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쇠락해가던 학교와 마을에는 조금씩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특히 외포초등학교가 폐교 위기를 극복한 데는 ‘특색 있는 무료 방과 후 수업’을 운영한 게 주효했다. 외포초 교직원들은 “농사일 등으로 바쁜 학부모를 위해 방과 후 수업을 무료로 진행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과목 선정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결정했다.

대부분 학부모는 영어, 예술, 체육, 컴퓨터, 한자 등에 높은 관심을 보였고, 이 가운데 사교육 비중이 높은 영어, 관현악, 댄스, 미술을 방과 후 과정으로 개설했다. 학교 예산을 쪼개 모든 방과 후 과정은 무료로 진행했다. 1~2학년은 주당 2시간, 3~6학년은 영어프로그램을 소화하고, 1인 1악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도록 트럼펫, 트롬본, 색소폰, 클라리넷, 플루트, 바이올린, 첼로 등 관현악반도 방과 후 과정으로 운영 중이다. 관현악 수업 강사진은 매주 창원에서 이곳을 찾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의 꿈과 품성을 기르기 위해 창의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텃밭 가꾸기 체험활동을 실시했다. 전교생이 고구마 심기 체험학습을 통해 식물의 재배과정을 관찰하고 생태 학습 기록장을 기록하는 등 식물의 재배과정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또한 학생들의 인성교육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6월 12일 전 교직원이 외포초등학교 재배 관찰 체험장에서 청렴텃밭 가꾸기 활동을 실시했다. 밭을 일구고 모종 10여종을 심으며 ‘흙의 소중함’과 ‘땀의 결실’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고 “뿌린 만큼 거두고 가꾼 만큼 보답 받는다”는 농부의 진리와 자연의 이치를 경험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이처럼 학생들이 무료로 수준 높은 방과 후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 학교를 선호하는 학부모들도 늘고 있다. 또 외포초등학교는 학교 운동장 특설무대에서 지역민과 함께하는 ‘외포한마음축제’를 해마다 개최해 오고 있다. 한편 외포초등학교에서는 그동안 학교 예산의 효과적인 운영으로 1학년에서 6학년까지 전교생이 전일제 학습을 하고 있으며, 무상으로 방과후학교를 운영해 학부모들로부터 인기와 찬사를 얻고 있다.

또한 지난 4월 14~15일 이틀간 열린 ‘2017 경상남도 초중학생 종합체육대회’ 레슬링 경기가 양산중앙중학교 레슬링장에서 열렸는데, 초등부는 시·군부로 나눠 경기가 이뤄졌고, 그레코로만형과 자유형 두 종목에서 체급별로 시합이 이루어졌다. 이 대회에 거제시 대표로 출전한 외포초등학교 6학년 이상현 선수가 두 종목에서 모두 값진 은메달을 차지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평소 기본 훈련을 열심히 하고, 3월부터 경상남도 체육고등학교에서 레슬링 전문코치에게 지도를 받으며 열심히 노력한 결과였다는 분석이다. 한편 외포초등학교 수영부는 지난해 제21회 거제수산업협동조합장기 수영대회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해 초등2부에서 종합3위에 입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레슬링 종목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작은학교 살리기 나선 교사, 학부모 열정
2010년 34명에 불과했던 학생 수는 2011년 44명, 2012년 54명, 2013년 74명, 2014년 94명으로 꾸준히 늘어 2016년 6학급, 95명, 올해는 99명이 재학 중이다. 그동안 폐교 대상 학교라 시설 투자에는 인색했지만,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경남도교육청과 거제교육지원청에서도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학교운동장 배수시설을 완공했고, 학교 담장 벽화그리기, 대형 트램펄린 설치, 뒤뜰 자갈 깔기, 패랭이꽃 화단 조성, 어린이보호구역 단장, 교내 수목 정비, 교실 현대화 등 50여 곳의 크고 작은 공사를 진행했다. ‘작은 학교 살리기’에 나선 교사들은 농촌 지역이라는 지역 특색에 맞게 감자, 고구마, 옥수수를 직접 심어보기도 하고, 도시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밀서리 체험’ 등을 통해 아이들의 감성을 끌어올리는 데도 주력했다. 사라질 법한 폐교 위기서 벗어나려 조그만 시골 동네 한 초등학교가 부르는 노래가 조금씩 부활의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외포초등학교 이혜영 교장은 “올바른 인성을 지닌 창의적인 어린이, 사랑과 전문성을 갖추고 열정이 넘치는 선생님, 학교 교육을 이해하고 동참하는 학부모님들, 오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즐거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6학급 100여명의 어린이들과 23명의 교직원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며 “우리학교 어린이들은 매일 일기쓰기를 통해 표현력을 기르고, 텃밭가꾸기를 통해 탐구학습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으며, 선생님과 함께 하는 줄넘기를 통해 신나게 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포한마음축제 광경.


이 교장은 또 “책을 가까이 하고 함께 토론을 하며, 방과후학교를 통해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세계화 시대에 맞춰 영어 교육에 대한 학부모님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전 학년 영어회화 강좌를 개설했으며, 한자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폭넓은 어휘력 향상을 추구하고 있으며, 1~2학년을 대상으로 방과후 돌봄교실, 미술, 창의수학, 3~6학년을 대상으로 모듬북, 관악, 현악(첼로, 바이올린), 댄스, 모듬북 강좌를 개설하여 저마다의 끼를 펼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교장은 “앞으로 외포 가족 모두는 지속적으로 학교 경영과 교육활동에 관한 자료들을 공개해 외포 교육공동체 간에 교육정보를 교류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방문하시어 격려 말씀 해주시면 더욱 힘내 21세기 정보화 사회를 주도할 역량 있는 인재를 기르는데 최선을 다 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외포초등학교는 농어촌지역에 위치한 학교로 특기적성교육을 위한 주변 교육시설이 미흡한 편이다. 따라서 외포초등학교는 방과후학교를 통해 학부모의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학생들의 학업성취능력 향상과 특기적성 계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수요조사를 통해 13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강좌의 수준이 높고 전액 무료수강으로 운영돼 학부모 만족도 조사에서 90% 이상의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폐교 위기를 벗어난 비결을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취재는 2017년도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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