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슬레이트, 일가족을 무너뜨리는 죽음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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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슬레이트, 일가족을 무너뜨리는 죽음의 그림자
  • 취재=한기원/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8.2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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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아시아 최대 석면광산 충남, 안전지대일까? 〈3〉
19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농어촌 지역의 지붕재로 쓰인 슬레이트에는 14%정도의 석면이 함유돼 있다. 2009년부터 사용이 금지된 건축자재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농어촌 지역의 지붕재로 쓰인 슬레이트에는 14%정도의 석면이 함유돼 있다. 2009년부터 사용이 금지된 건축자재다.

석면으로 인해 생긴다는 ‘악성중피종’(惡性中皮腫)은 폐암과 마찬가지로 암의 일종으로 석면에 의한 요인이 90% 안팎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악성중피종이 석면과의 상호 관련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 호흡을 통해 석면가루를 마시면 폐암이나 진폐의 일종인 석면폐증, 늑막이나 흉막에 악성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밝혀져 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관련 질병 증세는 상당기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에야 발생한다. 노출이 시작되고 나서 짧게는 10년, 평균적으로 25∼30년 이상이 지나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국에 위치한 21개의 석면광산 가운데 71.4%인 15개는 충남지역(홍성 7개, 보령 4개, 서산 2개, 태안 1개, 청양 1개)에, 나머지 6개는 경기(3개), 경북(2개), 강원지역(1개)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슬레이트에 석면이 포함돼 있어 불안함을 호소하는 현실이다. 석면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면서 수십 년의 잠복기를 거쳐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충남을 석면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석면슬레이트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과 함께 농어촌지역 지붕재로 다량 사용됐다. 

환경부 통계상 농어촌지역 57만호가 석면슬레이트 건축이지만 건축물등록대장에서 누락된 창고, 축사 등을 감안하면 실제 건물 수는 이보다 2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석면슬레이트 지붕은 인체에 유해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을 함유하고 있다. 특히 석면슬레이트에는 석면함유율이 14%정도인데 석면은 인체 유해성으로 2009년 1월부터는 아예 사용자체가 금지된 건축자재다.
 

전국 21개 석면광산 가운데 71.4%인 15개 광산 충남지역 소재
석면슬레이트 1970년대 새마을운동, 농어촌지역에 다량 사용
석면슬레이트 석면함유율 14%정도 2009년부터 사용자체 금지
석면피해자 이용 의료기관 111개 확대, ‘석면피해구제법’ 개정

■충남도, 슬레이트처리 우수지자체 선정
이와 관련해 충남도의회 김홍열 의원(청양)이 지난 2015년 1월 충남도로부터 제출받은 ‘슬레이트 건축물 전수조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충남도내 슬레이트 건축물은 2014년 기준 13만485동이다. 부여군 1만6856동(12.92%), 논산시 1만4011동(10.74%), 아산시 1만3634동(10.45%), 공주시 1만1559동(8.86%), 당진시 1만 558동(8.86%) 등의 순이다. 계룡시가 308동(0.23%)으로 석면 슬레이트로부터 가장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면 슬레이트 건축물 중 주택이 6만6170동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창고 4만924동, 축사 9719동 등이다.

김홍열 의원은 “충남도내 석면슬레이트 건축물이 수십만 개에 달하고 있지만, 정작 예산이 없어 철거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실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112억 7400만원을 투입(국비 50%, 도비 15%, 시·군비 35%), 4345동을 철거했는데, 이를 평균으로 나누면 1년에 1100여동을 철거했다는 것이다. 확인된 13만동의 석면슬레이트 건축물을 철거하려면 100년 이상 걸리는 셈”이라며 행정의 미온적인 태도를 질타하기도 했다.

한편 충남도가 올해 슬레이트 처리사업 우수 지자체로 선정됐다. 이와 관련 충남도 도시재생팀 정성진 주무관은 “이번 평가는 지난해 슬레이트 처리사업 실적을 전국 17개시도 및 224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환경부에서 목표대비 철거율, 예산 집행율, 지자체 참여율, 사업비 잔액 활용 여부, 추가 예산확보 등 총 5개 항목에 대해 평가했다”며 “슬레이트는 석면이 10~15% 함유된 건축자재로 내마모성, 단열성 등이 우수해 1970년 대 새마을운동을 통해 초가지붕 개량용으로 집중적으로 보급됐다. 

이후 세계보건지구(WHO)가 석면을 폐암과 석면폐증 등 질병을 유발하는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면서 지난 2009년부터 국내사용이 전면 금지 됐으며, 지난 2011년부터 주택에 대한 슬레이트 처리 지원 사업이 실시됐다”고 설명하면서 “슬레이트는 석면이 10~15% 함유된 건축자재로 내마모성, 단열성 등이 우수해 1970년 대 새마을운동을 통해 초가지붕 개량용으로 집중적으로 보급됐다. 

이후 세계보건지구(WHO)가 석면을 폐암과 석면폐증 등 질병을 유발하는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면서 지난 2009년부터 국내사용이 전면 금지 됐으며, 지난 2011년부터 주택에 대한 슬레이트 처리 지원 사업이 실시됐다”고 설명하고 “충남도는 2011년부터 슬레이트 처리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1804동을 철거하는 등 지난해까지 총 8031동을 철거 했으며, 올해도 1600동의 주택을 정비해 서민층 건강보호와 주거환경개선을 통한 도민의 삶의 질 향상 및 정주환경 조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충남도는 2011년부터 슬레이트 처리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1804동을 철거하는 등 지난해까지 총 8031동을 철거 했으며, 올해도 1600동의 주택을 정비해 서민층 건강보호와 주거환경개선을 통한 도민의 삶의 질 향상 및 정주환경 조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매년 시·군 및 읍·면·동 주민센터를 통해 신청을 받고 있으며 거주여건, 노후 정도, 면적 등을 고려해 사업대상자를 선정하여 가구당 최대 336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도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슬레이트 시설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철거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며, 환경부에 국비 지원 확대, 국비 지원율 상향등을 건의해 사업물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그동안 개인정보 보호법에 가로막혀 추적이 불가능했던 석면 피해 의심자를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부산 연제) 국회의원은 “환경부와 지자체가 개인정보 등을 확인해 석면 피해 의심자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석면피해구제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앞서 정부는 2011년 석면피해구제법을 만들어 석면 때문에 건강피해가 우려되거나 의심되는 지역에 살았던 사람 등에 대해 건강영향조사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지자체 등 관계기관은 석면 피해 의심자를 제대로 찾을 수 없었다. 석면 피해 의심자가 사는 곳을 옮긴 경우가 많았는데,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문제로 이들의 주소 추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개인정보확인 요청을 관계기관에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 전수조사 등을 통한 건강영향조사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했다. 또 환경부와 지자체는 모든 석면 피해 의심자를 대상으로 석면 관련 건강영향조사의 목적·방법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홍보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의원은 “석면피해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석면 피해 조사·추적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원을 확대해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피해자들을 신속·공정하게 구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가 지난 2011년부터 6년 동안 석면피해자의 현황을 조사해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는 전국의 석면피해자가 2334명이며 충남(903명), 경기(360명), 서울(319명), 부산(244명) 순으로 나타났다.
 

 

■석면피해자 이용 의료기관 111개로 확대
석면피해자들이 검사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기존 55개에서 111개로 늘어난다. 석면에 의해 질병이 생긴 사람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현재보다 두 배 정도 늘어난 것이다. 환경부는 석면질병 검사 의료기관을 55개에서 111개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석면피해구제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달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석면피해구제법 시행령 개정안은 충남 보령시와 홍성군 등에 사는 석면피해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석면질병 검사 의료기관에 300병상을 초과하는 특수건강진단기관인 종합병원 56개를 추가했다. 특수건강진단기관은 폐암, 악성중피종 등 암 진단을 위한 전문 인프라를 갖추고 폐기능 검사 정도관리를 2년마다 실시한다.

그동안 석면질병 검사 의료기관은 상급종합병원 등 대도시 중심으로 55개 밖에 없었다. 이에 전체 석면피해자의 41%인 786명이 거주하는 보령시나 홍성군에서는 병원 방문이 어렵고 검사대기 기간이 길어 불편했다. 석면질병 검사 의료기관이 111개로 늘어남에 따라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석면피해자들은 가까운 의료기관까지의 이동 거리가 단축될 전망이다. 의료기관 접근성이 향상되고 피해 신청 기간도 줄어들면 신청일을 기준으로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구제급여액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구제급여로는 요양급여(의료비), 요양생활수당 등이 있다.

석면피해자가 구제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석면피해구제법’에서 인정한 석면질병 검사 의료기관에서 석면질병 진단을 위한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정부로부터 석면피해를 인정받아야 한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1897명의 석면피해자와 특별유족(피해인정 전 사망한 사람의 유족) 657명 등이 환경성 석면피해를 인정받았는데, 이들에게는 548억여 원의 구제급여가 지급됐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지난달 30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석면 피해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고려대 구로병원, 보령아산병원, 순천향대 천안병원, 부산대 양산병원, 홍성의료원 등 5개 병원과 ‘석면피해자 의료비 후불제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석면 피해자는 5개 병원에 갈 경우 본인부담금을 내지 않고 석면질병을 치료받을 수 있다. 피해자는 해당 의료기관 방문 시 석면피해의료수첩을 소지해야 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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