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도시 군산, ‘도시재생’ 근대역사문화도시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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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도시 군산, ‘도시재생’ 근대역사문화도시로 탈바꿈
  • 글·사진=한기원 기자
  • 승인 2017.11.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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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 폐기된 공공건축물의 재활용 방안 〈3〉
군산의 근대문화 및 해양문화를 볼 수 있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전경.

관광객, 2013년 22만 명에 비해 2016년 102만 명으로 5배 늘어나
근대역사문화유산 남아 있는 원도심 개항기 주제 테마가로 조성
근대문화유산 보고 군산, 구도심 낙후지역 문화공간으로 재창조
근대역사문화유산·영화촬영지 복원 통해 관광과 문화예술 접목



전북 군산은 항구도시와 공업도시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하지만 도시재생을 통해 근대역사문화도시로 탈바꿈하며 새로운 먹거리문화를 창출하는 도시로 바뀌었다. 특히 내항의 기능 쇠퇴로 활력을 잃어가던 군산이 도시재생사업이 시행된 이후 관광객이 5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군산시를 방문한 관광객은 지난 2016년 102만 명으로 2013년 22만 명에 비해 약 5배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근대역사문화유산을 활용한 테마 등으로 도시재생선도사업을 추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군산시는 내항기능 이전으로 원도심에는 인구의 74%가 감소하는 등 공동화와 침체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2014년 군산시 월명동, 영화동 등 원도심 일대를 도시재생선도사업(근린재생형)으로 선정하고 군산시와 함께 다양한 협업사업을 추진해 왔다. 4년 동안 200억 원(국비 100억원, 지방비 1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개항이후 근대역사문화유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원도심에는 개항기를 주제로 한 테마가로가 조성됐다. 거리정비 이후 원도심 상가에 빈집·빈 점포를 활용한 다양한 업종이 입점하는 현상이 생겼다. 지난해 말 기준 점포수는 456개로 2014년(409개)보다 11.5% 증가했다고 한다. 낮은 지가와 임대료를 활용한 지역맞춤형 일자리도 창출했다. 국내 최초로 게스트하우스 협동조합(펀빌리지)이 설립되기도 했다.

숙박시설이 부족한 원도심에 내·외국인이 머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또 도시재생 청년스타트업 시범사업도 추진됐다. 쇠락한 전통시장인 ‘영화시장’의 빈 점포에 청년 창업자를 유치하는 계획이다. 사업아이템 발굴에서부터 시공·운영까지 정부와 지자체가 통합 지원한다. 도심활성화 이후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역 건물주와 문화단체,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임대료 상한협약을 맺었다. 건물주는 3년 간 보증금 200만원, 월임대료 20만원  이하로 건물을 임대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군산 근대건축관 전경.


■군산, 전국 최대 근대역사문화자원 전시
지난 2011년 개관한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해상물류유통의 중심지였던 옛 군산의 모습과 전국 최대의 근대역사문화자원을 전시하고 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의 잔영을 복원, 재생했기에 그 시절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들에게 생생한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1층 해양역사박물관, 2층 근대자료 규장각실, 3층 근대생활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3층은 근대학교와 주택은 물론 술집, 쌀집, 고무신가게, 인력거가게 등 다양한 상점이 늘어서 있는 거리로 꾸며놓아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박물관 주변으로는 옛 군산세관, 일본18은행, 조선은행 등 일제 강점기 지어진 다양한 건축물들이 들어서 있다. 현재는 미술관, 건축관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북투어패스 소지자는 이들 시설의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또한 군산에는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를 비롯해 일본인이 거주하던 히로쓰 가옥 등 다양한 근대문화역사의 유적이 보존돼 시간여행의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져 현재까지 남아 있는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이다. 대웅전은 정면 5칸 측면 5칸 정방형 단층팔자지붕 홑처마 형식의 에도시대 건축양식으로 외관이 화려하지 않으며 소박한 느낌을 준다. 지붕은 75도의 급경사를 이루고, 용마루는 일직선으로 전통한옥과는 대조를 이룬다. 처마에는 아무런 장식이 없는 특징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평화의 소녀상’이다. 소녀상 건립에는 자국의 잘못을 참회하는 일본인들이 성금을 보태기도 했다. 2015년 8월 제작된 소녀상은 단발머리에 한복을 입고 맨발로 서 있다. 앞에는 대한해협을 상징하는 작은 연못이 있으며, 고향을 그리는 모습이라고 한다.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일본식 사찰에서 뼈아픈 역사의 상징과도 같은 평화의 소녀상을 마주하면 잠시나마 숙연함을 느끼게 한다.

도시재생사업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성공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근대역사문화유산과 영화촬영지 복원 등을 통해 관광과 문화예술이 접목된 군산시의 도시재생 노력은 관광의 볼모지에서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는 관광도시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 군산시는 이러한 원도심 중심의 도시재생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도시재생의 선도지역이 국비 지원 사업 종료 이후에 어떠한 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사업으로 이어갈지,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주민주도형 도시재생사업을 어떻게 시 전역으로 확산·정착시킬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시재생의 전문가들은 “군산시가 선제적으로 이러한 고민을 한다는 것은 군산시가 도시재생 분야에 있어서 선도 주자 위치에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하며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러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군산시의 고민이 시민들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로 이어진다면 군산시는 제2, 제3의 부흥기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시 전역을 대상으로 추진하게 될 군산시의 도시재생사업이 반드시 성공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군산 근대건축관 내부전경.

미/니/인/터/뷰 -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김중규 운영계장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김중규 운영계장.

▶군산시의 도시재생사업 추진과정은?
“지난 1998~1999년 원도심에 있던 군산시청을 비롯한 법원과 검찰청 등의 외곽이전이 결정되면서 2006년부터 4~5년 동안 모든 지자체의 공통적 고민이지만 원도심 활성화에 대한 이야기와 고민이 시작됐다. 2007년에 이명박 정부 당시 공모사업으로 근대산업유산 벨트화사업을 제안, ‘군산세관, 군산은행 등 40여개를 하나로 묶어 이곳을 관광자원화하겠다’는 제안이 1등에 선정되면서 100억 원 정도의 예산으로 시작했다. 2002년도에 시작한 박물관 건립사업이 계속 사업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박물관을 짓는 것이 유행이었지만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 것인데, 당시 금강하구에 만들려고 하다가 2007년에 예정부지가 지금의 이곳으로 옮겨왔다. 2008년에 첫 삽을 떠 2011년도에 개관했으며, 벨트화 작업은 2013년도에 완성됐다. 군산의 대표 문화자산은 건축물과 도로다. 군산의 도시재생사업지구에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도로와 170여 채의 건축물이 있다. 이것은 아픈 역사이기도 하지만 해방 이후 지역민들이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며 현재까지 이뤄온 군산이 가지고 있는 근대문화자산이기도 하다. 군산시는 국토부, 건축도시공간연구소와 협력해 근대 문화자산의 체계적, 계획적인 관리·보전을 위해 사업을 추진했다.”

▶일제시대 건물을 보존한다는 것에 지역주민들의 반발도 있었을 텐데?
“군산시 도시재생사업은 2014년 국토부가 추진한 도시재생사업 선도지역에 선정되면서부터 다. 이 과정에서 일본식 건물에 예산을 투입하느냐 우리 것도 활용 못하면서라는 반론이 있었지만 근대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특화된 형식으로 추진했다. 근대기 교육장소가 많지 않아 독립기념관에만 볼 수 있다. 일제시대 분위기로 근대역사교육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가능했다. 군산시는 두 가지 방향에서 사업을 추진했다. 하나는 하드웨어라 할 수 있는 주요거점과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프트웨어 역할을 담당할 주민의 역량강화사업이다. 시는 근대건축물 보존·정비사업, 근대건축테마거리조성사업, 골목길주거환경정비사업 등 11가지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이러한 사업계획들은 전문가와 지역주민, 공사관계자 등의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했다. 도시재생사업의 기본개념은 주민이 사업의 주체로서 참여하는 것이다.”

▶조선사람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곳은 없나? 사업 계획이나 향후 발전계획은?
“조선인촌 사업을 하고 있다. 신흥동 등에는 피난민들이 생활했던 산동네가 그대로 있다. 집들을 매입해 당시의 분위기가 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등대를 만들어 원도심을 볼 수 있게 하는 계획도 있다. 일제강점기 은행 등 근대건축물의 경우 역사적 가치가 있고 문화재가 되면 문화재 보수예산을 문화재청에서 받아서 활용한다. 조선은행의 경우 물물교환 형식으로, 다른 부지를 주인에게 주고 매입했다. 등록문화재가 되면 보존보다는 내부공간의 경우 최대한 활용하는 추세다. 유명 커피숍 보다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운영하는데 의미가 있다. 그래서인지 관광객들의 재방문률이 높은 편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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