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잊고 싶은 이름 ‘석면’ 위험성·대책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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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잊고 싶은 이름 ‘석면’ 위험성·대책이 필요한 이유
  • 취재=한기원/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10.2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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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아시아 최대 석면광산 충남, 안전지대일까? 〈8〉
일본 오사카 센난지역 석면공장의 노동자들 모습. 金(김) 씨 등 한국교포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일본 오사카 센난지역 석면공장의 노동자들 모습. 金(김) 씨 등 한국교포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한국의 석면 문제는 일제의 대한제국 침탈과 궤를 같이 한다. 1910년 한반도를 집어삼킨 일본 제국주의는 1930년대 후반 중일전쟁에 이어 제2차 세계대전에 뛰어들면서 한반도 곳곳에서 전쟁, 전략 물자로 엄청난 가치를 지닌 석면 광물을 캐내기 위한 치밀한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당시 석면광산에서 일했거나 광산 인근에 거주했던 많은 조선인들의 폐에는 죽음의 먼지가 가득 쌓였던 것이다. 하지만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 때문에 죽는지조차 모른 채 그냥 폐병, 암, 결핵 등으로만 알고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1945년 일제가 패망한 뒤 석면광산의 문이 닫히자 광산 일을 잠시 접었다가 1960년대 후반부터 재가동에 들어간 광산에서 다시 석면을 캐거나 가공하는 일을 해왔다. 2000년대 후반에서야 비로소 자신들이 앓는 병이 석면 먼지에 다량 노출돼 걸린 석면폐증과 악성중피종, 폐암 등임을 알게 됐던 것이다.
 

석면 먼지에 다량 노출돼 걸린 석면폐증·악성중피종·폐암 걸려
일제가 석면 재앙의 씨를 뿌려, 한국의 석면 문제 시한폭탄 돼
슬레이트, 국가차원 결단 필요·지원요건 완화·실효적 대책 요구
‘일본국가 vs 센난석면마을’10여년 투쟁과정 기록한 다큐멘터리

■아시아 최대 규모의 ‘광천석면광산’
일제가 석면 재앙의 씨를 뿌렸고 196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한 이른바 ‘조국 근대화’의 일환으로 널리 사용된 석면제품과 석면제품 생산 공장 가동 등으로 한국의 석면 문제가 시한폭탄이 돼 우리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석면 문제가 불거진 뒤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석면관리 제도를 정비하고 관련법 제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석면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석면 문제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국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제도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석면 해체업체와 석면감리, 석면 함유 가능물질 관리, 자연발생 석면지역 안전관리 등을 둘러싸고 행정의 미숙함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주민과 정부, 지역주민과 석면지역 개발업체(기관) 간 갈등과 분쟁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밖에도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 산재한 노후 석면슬레이트 안전 관리와 해체 제거, 재건축 재개발 등 때 석면이 사용된 건물에 대한 안전 철거, 학교나 학원을 비롯한 다중 이용 시설과 공공건물 내 쓰인 석면 자재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문제, 옛 석면광산의 친환경적 복원 문제 또한 우리가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석면문제에 대한 현안이다. 

지질학적으로 석면이 발달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 즉 자연발생 석면지역에 대한 관리는 우리나라의 경우 그 어느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법으로 잘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석면안전관리법에 따른 석면 안전 관리 대상 지역은 전국적으로 매우 넓게 분포돼 있고 그 시행을 둘러싸고 지역주민과 정부, 지역주민 간 이견과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위치한 ‘광천석면광산’은 1930년대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백석면 광산이다.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된 광천석면광산의 문제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홍성군에서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장항선 2단계 개량공사로 광천지역의 ‘광천역’ 이전을 둘러싼 철도노선 문제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주민들 간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석면이 발달한 광천지역 철도노선을 석면광산이 있던 곳을 터널 굴착 또는 암반 절개 등의 공법으로 공사를 벌이기로 하면서 석면 비산을 최소화할 수 있는 노선과 공법을 요구하는 주민과 공단 쪽이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또 청양군에서는 석면광산이 있었던 바로 그 자리에 청양군이 민간업체에 건설폐기물 중간 처리업 허가를 내줘 오랫동안 이 업체가 영업을 해오다 업체 쪽이 최근 다시 이곳을 산업체에서 나오는 일반폐기물을 처리하는 매립지로 대규모 개발하겠다고 나서면서 청양군청과 지역 주민들 사이에 갈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일본 오사카 센난지역 석면공장의 내부에는 아직도 석면이 가득차 있다.

■정부 슬레이트 철거요건 등 완화 필요
정부는 한국광해관리공단을 앞세워 옛 석면광산 지역과 인근의 석면 오염지역을 대상으로 대규모 복원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복원과정에서 친환경 복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거나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식 복원을 하면서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수천억 원의 비용을 쏟아 부으면서도 주민들이 만족해하지 않고 오히려 정부를 비난하는 일이 증폭됐던 것이다. 오히려 복원사업이 석면안전 관리에 걸림돌이 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석면슬레이트 문제는 1960년대 박정희정권 시절 잉태된 것으로 현재 전국에 130만 동이 넘는 가옥이나 축사, 창고 등이 20~50년 된 낡은 석면슬레이트 지붕으로 돼 있다. 이를 안전하게 해체, 제거하는 것이 전 국민의 관심사이자 한국 사회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등장한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슬레이트를 철거하고 새로운 지붕과 건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 필요성을 알면서도 정부의 철거지원과 지원요건이 까다롭고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원인으로 더디게 이루어지면서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며 지원요건의 완화와 함께 실효적인 지원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끝>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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