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식품의 신기술, 전통주와 무독화 옻 식초에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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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식품의 신기술, 전통주와 무독화 옻 식초에 걸다
  • 취재=한기원/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10.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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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발효식품, 농업농촌 신혁신 모델 되다 <4>
홍전통도가(주) 항아리에서 1년 이상 숙성하면 천연발효 현미식초인 ‘초향’이 탄생하게 된다.

시골마을에서 전통주와 식초 제조하는 농업회사법인 홍전통도가
2014년 무독화 옻식초제조법 기술이전 받아 발효식초계 선두주자
주조법 시도할 때마다 맛과 향, 분위기까지 달라지는 전통주 매력
알코올과 초산발효 분리해 전통주 담금 방식으로 식초를 제조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면서 자연 발효식초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식초 중에서도 천연 발효식초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술로 식초를 만든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모르고 있다. 술은 맛과 향이 좋고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지만 건강에는 해롭다. 반면 식초는 음식 맛을 좋게 하고 건강에도 이로운 음료이다. 특히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술과 함께 식초도 대부분 집에서 만들어 먹었다. 천연 발효 식초는 주정식초와 완전히 다르다. 식초 고유의 효능 외에 재료로 쓰인 과일이나 곡식이 가진 성분도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미용과 건강 모두를 잡을 수 있는 가장 간편한 건강식품인 것이다. 따라서 식초는 인류 최초의 조미료다. 기원전 5000년에 사용한 기록이 있다. 우리 몸에 좋은 효능도 무궁무진하다고 알려졌다. 유기산과 아미노산 등이 풍부해 피로 해소에 좋고,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여주기 때문에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식초가 건강에 좋은 가장 큰 이유는 각종 유기산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양조식초에는 유기산들이 살아있는 환경이 되지 못하며, 식초의 상큼한 맛을 내기 위해 천연식초를 흉내 낸 것에 불과하다. 시중에 흔히 판매되는 양조식초와 발효식초는 뭐가 다를까. 일반 양조식초는 초산균을 인위적으로 단시간에 배양해 하루 이틀 만에도 만들어지기 때문에 유기산이나 항산화 물질, 무기질이 거의 없는 반면 과일 천연발효식초는 긴 숙성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각종 유기산이 풍부하고, 항산화물질과 무기질이 그대로 남아 있다.

우리가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과 채소, 약초 등으로 만들 수 있는 발효식초와 효소, 초절임 등이다. 식초는 바로 현대인에게 맞는 맞춤 처방임과 동시에 장수의 기본재료이며 혈압을 낮추어 주고 노화 예방과 뇌 기능 활성화, 노폐물을 제거하는 해독작용, 스트레스 예방과 피로 회복, 소화 촉진과 식욕 증진, 비만 예방, 간 기능 강화, 살균과 방부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전통도가(주) 입구 표지판.

■무독화 옻 식초 제조법, 기술이전 받아
충남 논산시 노성면 노티리의 전형적인 시골마을에는 전통주와 식초를 제조하는 농업회사법인 홍전통도가(주)가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의 귀농·귀촌인들이 농업과 가공사업을 하면서 기관의 지원을 받지만 농업회사법인 홍전통도가(주)의 홍성희·이미자 부부는 지금까지 남의 도움을 받아본 적 없이 홀로서기로 새콤달콤한 인생 2막을 가꿔가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귀촌 이전엔 고려대학교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했다는 홍성희 대표는 1990년 교직원 시절부터 학교 부근의  땅을 매입해 배나무 300여주를 가꾸는 등 귀촌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정작 홍 대표가 결심을 굳히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술’이었다고 한다. 10여 년 전 심마니들을 쫓아 약초를 캐고 술을 담그다 전통주의 매력에 빠져버린 것이다. 이어 명품 전통주를 만들겠다는 일념 아래 전통주동호회와 양조교육기관을 다니며 내공을 쌓았고, 자신감을 얻은 그는 2013년 명예퇴직 후 논산시 노성면 노티리에 둥지를 틀었다. 귀촌해서 처음에는 머루포도로 와인을 담그기 시작한 홍 대표는 포도농사, 배농사, 매실농사 등을 지으며 농부로서의 기초도 닦았다.

술에 관심이 많은 이들과 ‘띄움연구회’라는 전통주동호회도 결성해 활동했다. 또한 체계적인 술 제조법을 배우기 위해 양조교육기관인 ‘수수보리아카데미’에 다니며 술 전문가들과 교분을 쌓기도 했다. 그렇게 쌓은 양조기술을 기초로 전통주를 담그기 시작했다. “각각 다른 주조법을 시도할 때마다 맛과 향은 물론 성분도 달라지는 전통주의 신비를 경험하면서, 시중의 여타 술보다 더 뛰어난 품질의 전통주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홍전통도가(주)는 지난 2014년부터 ‘무독화 옻 식초 제조법’ 기술이전을 받아 생산해 온 발효식초계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단순 전통식초·발효식초를 뛰어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것이 홍 대표의 집념이다. 홍 대표는 “은은한 향과 함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우리 술의 매력에 빠져버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귀촌 초기에는 부인의 원망을 사기도 했지만, 각각 다른 주조법을 시도할 때마다 맛과 향은 물론 분위기까지 달라지는 전통주의 매력에 서로가 빠져 들어갔으며, 이로 인해 홍성희·이미자 부부가 홍전통도가를 설립하게 됐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전통주에 전념하는 도중 웰빙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들기 시작했다.
홍 대표는 2013년 우연히 방송매체에서 접하게 된 천연발효식초의 효능에서 해답을 찾았다고 한다. 곧바로 농촌진흥청을 찾아가 농가형 천연양조식초제조법 특허기술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통해 이전받았다. 이듬해엔 무독화 발효 옻을 이용한 천연발효식초제조법을 이전받아 다양성과 우수성을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무독화 옻 식초의 경우 특허기술을 이전받아 생산에 나선 것은 홍전통도가(주)가 처음으로, 지난해까지도 무독화 옻 식초를 생산·판매한 업체는 홍전통도가(주)가 유일하다. 그만큼 천연발효식초계의 선두주자라는 의미다.

농가형 현미식초는 알코올 발효와 초산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든다. 알코올 발효를 위해서는 현미를 씻은 뒤 거칠게 빻아서 백설기처럼 찐 다음 구멍 떡 을 만드는 게 먼저다. 이어 누룩과 물을 섞어서 구멍 떡과 함께 항아리에 넣고 밑술을 담근다. 5일 후에 현미로 백설기를 쪄서 다시 밑술과 혼합해 30~40일 동안 알코올 발효를 시킨다. 그다음 술을 거르는데, 이때 15% 이상의 알코올을 7~8%로 재성(물을 타는 과정)한 다음 종초(씨앗 식초·초산균)를 10% 정도 접종한다. 이를 32~37℃의 초산발효실 항아리에서 40일 정도 발효한다. 이어서 산도 7% 이상의 식초를 땅에 묻은 항아리에서 1년 이상 숙성하면, 홍전통도가(주)의 천연발효 현미식초인 ‘초향’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2015년 전국발효식품대전서 금상을 차지한 ‘초향’.

■전통주 담금방식으로 제조, 맛과 향 탁월
현재 홍전통도가(주)는 알코올과 초산발효를 분리해 전통주 담금 방식으로 식초를 제조하고 있다. ‘초향’이 시중 제품보다 우수할뿐더러 이취가 나지 않는 이유다. 식초발효실엔 홍 대표가 독자적으로 고안한 황토벽발효실이 설비돼 있다. 발효실은 자동 온도조절장치를 통해 초산균이 가장 활성화되는 온도인 30℃를 항시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에는 외부 뚜껑을 추가로 설치해 벌레의 침투를 차단하고 있다. 일정기간 발효를 마친 식초는 저장소에서 재차 발효되는 과정을 거친다. 홍 대표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양조식초와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발효의 정도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설탕, 효소와 첨가물을 섞은 식초로는 영양 성분을 풍부히 뽑아내기 힘들다는 것이 지론이다. 홍 대표의 말에 따르면 식초는 법규상으로도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한다. 또한 좋은 식초는 오래 묵힐수록 검게 변해가며 유익한 성분을 생성한다는 것이다. 특히 항암성분은 대부분 검게 변하는 화학반응 과정에서 생성된다. 홍 대표는 “천연발효식초의 경우 포도당·아미노산·유기산이 풍부해 반응이 많이 일어나는 반면, 양조식초의 경우 아미노산의 함유량이 적어 포도당과 거의 결합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홍전통도가(주)는 지난 2015년 청주에서 열린 전국발효식품대전에서 금상을 차지해 ‘초향’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이후 맛과 향을 인정받아 점차 대중들에게 친숙한 제품으로 다가서고 있다. 건강한 식초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 점차 식초에 대한 가격저항선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키위식초 등 초향의 제품군을 늘리는 한편 5년 이상을 내다보고 브랜드 가치를 더욱 제고할 계획이라고 전한다. 홍 대표는 “이제는 세계에서 통하는 식초를 만들어야 할 때인데, 아직 우리나라엔 흑초다운 흑초가 실질적으론 없다”며 “단순 전통발효·천연발효를 넘어서 우리나라만의 특색 있는 식초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홍 대표는 전통주입문서인 ‘술의 고향’ 출판을 비롯해 한국천연발효식초생산자협회 감사, 농업기술원·농업기술센터에서 전문 강사로 활동하는 등 전통주와 발효식초의 우수성을 설파하고 있다. 또한 홍전통도가(주)를 찾는 고객과 입문자들에게 식초제조기술을 기꺼이 공개하며 생산·판매·체험을 겸한 발효식품계에서 6차 산업의 성공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기획기사는 2017년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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