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지역특화 ‘지진대책·지진지도’ 만든다
상태바
충남, 지역특화 ‘지진대책·지진지도’ 만든다
  • 취재=한기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8.15 0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권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4>
충남도가 홍성지진 발생일(1978.10.7)에 맞춰 대규모 지진대피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충남도민의 생명·재산을 지킬 수 있는 지진재난 종합대책
시간범위 2030년, 충청남도 지진 방재대책 수립용역 추진
충남도내 복합건축물 4000개, 필로티구조 화재·지진 취약
충청권 건축물 10곳 중 6곳, 내진설계 안 돼 강진에 위험


지난 2016년 9월 경북 경주에 이어 2017년 11월 경북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하며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충남도가 지역 특성에 맞는 지진 종합 대책 수립에 나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충남도는 지난 2017년 12월 충남도청 중회의실에서 남궁영 행정부지사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충청남도 지진 방재 대책 수립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 연구용역은 지진에 따른 도민 불안감 확산, 건축물·시설물에 대한 내진 성능 파악과 보완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지진과 관련한 충남도 차원의 종합대책 마련 필요성 등에 따라 2018년 11월까지 12개월 동안 한국지진공학회와 충남연구원이 공동 수행한다.

지진방재대책 용역은 충남도내 전역을 공간적 범위로 설정했으며, 시간적 범위는 2030년으로 잡았다. 충남도는 연구용역을 통해 도내 지질 구조 및 단층대 파악, 지질 환경 분석, 국내·외 지진 발생 사례 및 인적·물적 피해를 조사·정리한다. 또 선진국의 지진 대응 정책, 지진 재난 관련 법·제도와 방재 체계 등을 조사·분석하고, 우리나라 지진 방재 정책 여건을 분석하며, 지난해 일본 구마모토 지진과 1978년 홍성지진 등 국내·외 주요 지진재난 대응 사례도 분석한다. 이와 함께 △중앙 및 지자체 차원에서의 내진설계 적용 실태 △공공시설물 내진 성능 확보 현황 △주요 민간시설물 내진 성능 확보 현황 등 도내·외 내진설계 적용 현황을 살피고, 지질 환경을 고려한 지진 취약 지역 도출, 내진 보강 우선순위 선정, 내진 성능 확보를 위한 제도적 개선 사항도 도출한다. 충남지역의 공동주택이 내진설계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충남지역 공동주택은 두 곳 중 한 곳은 내진설계가 되지 않아 지진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되기 때문이다.

남궁영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경주와 포항지역 지진을 통해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닐 뿐더러 지진은 대비시간이 매우 짧고, 발생과 함께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재난임을 알 수 있었다”라며 “지진으로부터 충남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연구용역을 계획대로 추진해 충남에 맞는 지진재난 종합대책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 지진 재난에 안전한 충남 실현
특히 충남도는 지난해 ‘지진 재난에 안전한 충남 실현’을 위해 공공시설물 내진 보강 예산 56억 원을 투입, 277개소를 대상으로 내진 성능평가를 실시하고, 8개소에 대해서는 내진 보강 사업을 실시했다. 여기에 더해 지진발생 시 총 95만여 명이 대피할 수 있는 옥외대피소 511곳, 46만 명의 이재민을 수용할 수 있는 1794곳을 지정하기도 했다.

한편 충남도내 복합건축물이 4000개가 넘고, 이중 절반은 화재·지진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이거나 가연성 외장재(드라이비트)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복합건축물 10개 중 1개는 지난해 말 화재 참사가 발생한 충북 제천스포츠센터처럼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한 필로티구조인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제천 화재참사 직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충남도내 복합건축물은 총 4313개소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필로티구조는 711개(17%), 가연성외장재 사용은 994개(23%)로 확인됐다. 필로티구조 복합건축물이 가장 많은 곳은 천안으로 205개였으며, 아산과 서산이 187개, 94개로 뒤를 이었다. 가연성외장재 사용 복합건축물은 당진 203개, 천안 193개, 아산 122개 순이다. 필로티구조에 가연성외장재를 사용한 복합건축물은 438개소(10%)로, 천안 132개, 당진 75개, 아산 71개 등이다. 충남도소방본부는 이와 함께 지난해 7월 영국 그렌펠타워 화재참사 이후 충남도내 다가구·다세대 주택 1만 6145개에 대한 현황 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필로티구조의 다가구·다세대 주택은 3417개(21%), 가연성외장재 사용 다가구·다세대는 1567개(10%)로 조사됐다. 필로티구조에 가연성외장재를 사용한 다가구·다세대 주택은 1087개로 7%에 달했다.

포항지진으로 문제점이 불거진 필로티구조 건물(건물 1층에 기둥만 세워 주차장 등으로 사용하고 2층 이상부터 실내공간을 짓는 방식)의 경우, 2015년 기준 충남 도시형 생활주택 338단지 중 89%(303단지)에 달한다. 필로티구조는 기둥만으로 건물 전체를 지탱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지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포항지진에서도 필로티구조의 건물이 파손된 사례가 잇따라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기술교육대 건축공학부 이승재 교수는 “이미 고베지진, 타이완지진에서도 필로티구조 건축물의 피해사례가 발생했다. 포항지진에서 발견된 기둥파괴 현상도 이전 피해유형과 같다”며 “필로티구조는 공간활용 측면에서는 유리한 건축물이지만 제대로 설계·시공이 되지 않으면 기존의 벽·사무실 구조와는 차원이 다른 피해를 입게 된다. 필로티구조 건축물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설계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충남 공공건축물 내진 설계율 20.7%

규모 3.1의(2016.2.11) 충남 금산 지진도. <자료=기상청>

한편 충청권 건축물 10곳 중 6곳은 내진설계가 되지 않아 강진이 발생한 경우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12월 당시 국토교통부가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6월까지 사용승인을 받은 건축물을 기준으로 내진설계를 해야 하는 충북지역 건축물 4만3215개 중 실제 내진설비를 갖춘 건축물은 1만7292개(40%)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은 35%만이 내진설비를 갖췄으며 충남은 44.6%, 세종은 56.1%의 내진율을 보였다. 철도 노선상 내진성능이 확보되지 않은 터널 10곳 중 7곳이 충북지역에 있으며 교량 146개 중 29개는 충북선에 위치하는 등 충북지역은 철도 터널·교량의 지진위험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6~7년 기준으로 충남도내 건물 중 내진설계가 된 시설은 10곳 중 2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공공·내진 대상 건축물 11만2506동 중 24.5%가 내진 성능을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결국 충남지역은 공공건축물의 경우 내진 설계율은 20.7%에 불과해 경북, 전남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저조한 수치라는 지적이다.

지진과 관련 충북의 ‘옥천단층대’가 지나는 대전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옥천단층대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 등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이유다. 2016년 11월 27일 오전 6시53분께 대전 유성구 남서쪽 3㎞ 지역에서 규모 2.5의 대전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전지진 진원깊이는 지하 10㎞로 측정됐으며, 대전 도심에서 지진이 발생한 건 지난 2006년 3월 19일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선창국 지진재해연구실장은 “대전은 옥천습곡대가 걸쳐 있다”며 “주변에도 여러 단층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지진 발생 가능성이 열려 있고, 이번 경주 지진과 비슷한 규모의 지진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청지역에는 홍성을 비롯해 금산, 공주에서 지진이 발생했고, 물론 대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며 “한반도에서 규모 6.0 이상의 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6.0 이하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옥천습곡대는 조산운동에 의해 지각의 어느 부분이 압축돼 지층이 휘어지는 곳으로, 습곡과 단층의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옥천단층대는 1억 년에서 5000만 년 전 사이에 남중국판이 북쪽으로 이동해 북중국판과 붙으면서 형성됐다고 한다. 옥천단층대가 한반도에서 상대적으로 지진이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지역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경주지진과 상응한 규모의 지진이 대전에서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 전북 익산시 북쪽 9㎞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3.9의 지진도 옥천단층대에서 발생했다. 익산지진은 옥천에서 군산 해안 쪽으로 이어진 옥천단층대 끝 부분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전문가들은 서해 해저에 큰 단층대가 형성되면서 잦은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로 인해 큰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동안 한반도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규모 5.0을 넘는 강진이 잇따라 발생하자 유사한 규모의 지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에 주목할 일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