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 모시지만 너무 편하게 해주셔요”
상태바
“시부모님 모시지만 너무 편하게 해주셔요”
  •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8.20 0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함께 홍성 사람, 다문화 가족 만세 <11>

금마면 부평리 이하나·이한경
최근 롯데마트 4층으로 이전한 사진사랑 가게에서 이하나·이한경 부부.

홍성읍 롯데마트 4층에서 ‘사진사랑’을 운영하는 이한경(46) 씨, 그의 가게에 진열된 사진의 모델은 거의 모두 자신의 가족이다. 아내 이하나(29) 씨를 비롯해 어린 3남매까지 정말 한경 씨가 모델로 삼을 만큼 모두 인물이 좋다. 요즘 전 국민이 사진사여서 사진관이 어려울 것 같은데 한경 씨는 나름대로 틈새시장을 개발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편집해주고, 오래 전 옛날 퇴색한 사진을 가져오면 새롭게 만들어 주기도 하며, 사진으로 선물용 액자를 만들기도 한다.

원래 사진을 좋아했던 그는 사진을 찍기 위해 2010년 필리핀에 가서 인형같이 예쁜 아내를 만났다. 하나 씨는 당시 음식점에서 일하다가 한경 씨를 만났다고 한다. 먼저 프러포즈를 한 쪽은 한경 씨, 당시 30대 후반의 나이로 미혼이었던 그는 20대 초반의 필리핀 처녀에게 반해 4개월간 교제한 후 결혼했다. 그 후 먼저 한국에 온 한경 씨는 이듬해 2011년 필리핀에 다시 돌아가서 아내를 데리고 고향 홍성군 금마면 부평리로 왔다. 하나 씨는 이해심이 많은 시부모님을 만나 큰 갈등 없이 한국생활에 잘 적응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지만 자녀들한테 너무 잘 하셔요. 늘 아이들 먼저 챙기라고 하시며 너무 편하게 해주십니다.” 그러나 처음 시집에 왔을 때 설날을 앞두고 음식을 많이 준비하느라 힘들었다고 하나 씨는 고백한다. 말도 통하지 않았지만 홍성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나가 배우면서 한글을 쉽게 습득했다. 하나 씨가 필리핀에서 한국 드라마를 자주 시청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또 당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다문화가족들로 구성된 합창단을 운영하기도 했는데 하나 씨는 단원으로 참여하면서 노래를 배웠던 것도 한국말 습득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2년 후 합창단이 없어져 지금도 아쉬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한경 씨가 필리핀에서 연애할 때는 한영사전을 늘 끼고 의사소통을 했다고 한다. 하고 싶은 말을 위해 핵심이 될 만한 영어단어를 찾아 몸짓과 함께 표현하면 하나 씨가 알아듣는 식이었다. 하나 씨는 남편이 속 시원하게 의사전달을 하지는 못해도 자신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사전의 도움을 받아가며 무척 노력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끼고 그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지금 아이 셋을 기르는 하나 씨는 틈나는 대로 남편에게서 사진 편집기술을 배우며 가게 일을 돕는다. 벌써 큰 딸이 내년에는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둘째 아들과 셋째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데 하나 씨가 직접 영어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엄마가 한국말이 서툴러도 아이들은 시부모님과 함께 지내면서 자랐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나 씨는 금요일마다 홍성군사회복지관에 가서 댄스 강사로 일하며 필리핀 전통춤을 필리핀 출신 친구들에게 가르친다. 또 다문화가족들끼리 구성된 난타동아리 활동도 한다. 하나 씨는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이모 집에서 자랐다고 한다. 골프장 음식점에서 일하며 돈을 벌어야 했던 상황에서 한경 씨를 만난 것이다. 그녀가 한국으로 시집을 간 후 이모가 남동생을 계속 돌보며 공부를 시켰다.

“3년 전 남동생이 졸업할 때 필리핀에 다녀왔습니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이모들이 많아요.” 한경 씨는 아내가 노래를 잘 한다며 자신이 반했던 이유라고 말했다. “한번은 대형마트에 가서 아내에게 기타를 사준 적이 있어요. 그런데 바로 가로등 아래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는데 너무 잘 부르는 거예요. 그 모습에 반했습니다.”

한경 씨는 4년 전 대교공원 부근에서 ‘사진사랑’을 시작해 3년을 하다가 월계천 부근으로 가게를 옮겨서 다시 1년을 하다가 지난 6월 롯데마트 4층으로 이전했다. 버스터미널과 대형마트가 있는 빌딩의 4층 주차장 입구 구석이지만 오르내리는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다. 작지만 아담하고 아름다운 가족들이 운영하는 가게, 그 동안 매우 힘들었다는 한경 씨 부부에게 반전의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