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하며 자유롭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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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하며 자유롭게 살자!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10.2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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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청년들,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하다<28>

홍동면 금평리 이동호
농촌에서 살아가며 삶의 재미를 추구하는 이동호 씨.

기계를 공부했던 한 청년은 졸업 후 직업군인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퇴역을 앞둔 혹은 선임 군인을 보며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게 됐다. 똑같이 맴도는 일상을 되풀이하다가 아직도 일을 할 수 있는 나이에 퇴직 후 어떤 일을 할지를 고민하다가 경비직 등의 일을 찾아  다닌다. 그 모습이 잘못 되었다거나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 모습이 머잖은 미래에 자신에게도 다가올 모습이라 생각하니 직업군인이 재미없어졌다. 별다른 망설임 없이 하던 일을 그만 뒀다. 그 때가 스물일곱 살이었다. 

홍동면 금평리에 거주하는 이동호 씨는 직업 군인을 그만 둔 뒤로 배낭 하나를 들고 세계 여행길에 나섰다. 20개 나라를 9개월 동안 다녔다. 각 나라의 유명한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우리네 사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정작 시골에 가니 조금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외국의 시골이 동호 씨에게 편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계획했던 것보다 조금 더 앞당겨 서울로 돌아왔다. “정서적이고 물리적인 영역이 중요함을 알게 됐고, 나 스스로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일을 만들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이 들었다. 일이 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다.”

동호 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이런저런 일을 알아보던 중 우연히 홍동에 견학을 오게 됐고 마을활력소에서 활동가를 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짐을 싸서 내려왔다. 마을활력소에서 일하는 삼 년 동안 아주 적은 활동비로도 충분히, 행복하게, 불편함 없이 살았다. 그리고 지역에 천천히 스며들어갔다. 지난해부터는 평촌목장에서 젖소들과 하루를 함께 한다.  “젖소와 함께 더불어 같이 해볼 수 있는 방식이 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에서 시작하게 됐다.”

목장에 있는 작은 사택에서 지내는 동호 씨에게 어떤 이들 혹은 가족들은 집이 필요하지 않느냐, 결혼은 언제 할 거냐, 돈을 좀 모아야 하지 않느냐 등등의 말들을 건넨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오십만 원으로 충분히, 불편하지 않게 살아왔는데 그 이상의 많은 돈이 더 필요할까? 결혼식이라는 의례적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까? 집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 필요하지는 않은데 꼭 장만해야 할까? 그런 질문 말이다.

지금 현재 동호 씨에게 더 중요한 것은 부끄러운 자신의 작은 텃밭에서 자라나는 작물들로 밥을 스스로 해 먹고, 필요한 물건을 손수 만들고, 주변에서 무언가를 얻어먹는 재미들이 더 중요하다. 예전에는 반찬에는 늘 고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제철 감자를 얇게 채 썰어 피망과 가지, 양파 등을 얹고 치즈를 듬뿍 뿌린 후 약한 불에서 구워 먹는 재미와 맛을 알게 됐다. 벚나무를 직접 칼로 다듬어 볶음주걱을 만들며 몰입을 하는 기쁨도 알게 됐다. 물론 이제는 천원샵에서 천 원 주고 살 생각이지만 말이다.

“농촌의 장점은 마을 분들이 이웃이고 친구이기에 같이 해보기도 하고 동네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다. 또한 모든 재료들을 현장에서 직접 가져올 수 있어 누군가의 쌀로 만든 수제맥주가 가능해진다. 하나의 작은 사이클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간혹 안 좋은 점도 있다. 너무 가까이 있으니 서로가 서로를 안 좋게 보는 면도 있게 되고, 혹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또한 사람 사는 모습 중 하나니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부족한 부분은 서로 채워가며 자신의 것을 만들어가는 일, 그것이 동호 씨가 농촌에서 살아가는 재미다. “농사 자체보다는 타인에게 폐를 끼치거나 도움을 요구하는 사람으로는 살지 않겠다는 것이 지금의 내 최종 목표다.”

생활의 재미를 추구하는 삶, 아마 우리 모두가 잊고 있었던 혹은 잃어버린 삶의 이야기가 아닐까.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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