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독립선언서 낭독했던 삼일독립선언유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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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독립선언서 낭독했던 삼일독립선언유적지
  • 취재·글=한관우/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9.06.1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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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인사동 태화관 터

3·1운동 100주년, 만해 열반 75주년 기획<11>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옛 태화관 터에는 지금은 태화빌딩이 세워졌으며 ‘삼일독립선언유적지’라는 표지석만 있다.

서울시, 인사동 태화관 터에 올해 ‘독립선언 33인 광장’ 조성
3·1운동 알린 앨버트 테일러 한국거주 ‘딜쿠샤’ 2020년 완료
중종 때 순화공주의 궁터, 매국노 이완용 별장으로 꾸몄던 곳
한용운 등 민족대표, 을사늑약·경술국치 무효화 의미로 선택해


1919년 3월 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태화관에서 만해 한용운을 비롯한 민족대표 33인은 민족자결과 자주독립의 의지가 담긴 3·1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이날 오후 탑골공원에서도 독립을 염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대한독립 만세’를 목 놓아 외쳤다. 하루 전날 천도교 중앙대교당에 숨겨뒀던 2만1000여 장의 독립선언문과 태극기는 시민들의 손에서 손으로 퍼져나갔다. 본격적으로 만세운동을 펼쳤던 여정은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 우뚝 서 있는 회화나무 앞에서 시작한다. 이는 1919년 2월 27일 조판을 끝낸 ‘독립선언서’를 비밀리에 인쇄한 ‘보성사’가 있던 자리다. 2층짜리 근대식 벽돌 건물로 지은 보성사는 3·1운동 당시 일제가 불을 질러 없애버렸다고 한다. 지금은 보성사 바로 옆에 있던 회화나무 한 그루만이 살아 있는 표식이 돼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 서울시 독립선언 33인 광장 조성
서울시는 3·1만세운동 진원지인 서울 종로구 인사동 태화관 터에 ‘독립선언 33인 광장’을 만들어 독립운동의 정신을 기릴 계획이다. 1919년 3월 1일 만해 한용운, 손병희를 비롯한 민족대표 33인은 당시 요리집이었던 태화관에 모여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선언하는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탑골공원에서 열린 만세운동을 시작으로 독립운동의 불씨는 전국 각지는 물론 해외로 퍼졌다. 현재 태화관 터는 태화빌딩과 부설 주차장, 종로구 공영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서울시는 3·1만세운동 100주년인 올해 8월 15일까지 이 중 일부인 종로구 인사동 194번지 일대(약 1500㎡)를 공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으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종로구, 태화복지재단, 광복회는 지난해 2월 협약을 맺은 바 있다. 특히 서울시는 조선총독부 건물의 잔재를 이 광장의 주춧돌로 사용하기로 했다. 또 3·1운동이 국내는 물론 해외동포가 참여한 거국적 독립운동이라는 점에 주목해 독립운동이 일어난 국내외 지역의 돌을 수집해 광장 주춧돌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1926년 경복궁 앞에 들어선 조선총독부 건물은 1995~1996년 철거돼 일부 잔재가 천안 독립기념관에 보관돼 있다. 서울시는 조선총독부 건물에 쓰인 돌이 종로구 창신동 채석장에서 채굴된 것으로 판단, 독립기념관에서 돌을 인계받아 ‘서울 돌’로 등록하고 3·1독립선언 광장 주춧돌로 활용하기로 했다. ‘서울 돌’뿐 아니라 카자흐스탄, 하얼빈 등 해외 주요 독립운동 10개 지역의 돌도 자리를 잡는다.

3·1운동 100주년 서울시기념사업 서해성 총감독은 “조선총독부 건물 돌을 광장 주춧돌로 활용하는 건 다시는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족대표 33인의 독립선언서를 입수, 일본경찰의 감시를 피해 3·1운동을 전 세계에 알렸던 앨버트 테일러의 한국 거주지 ‘딜쿠샤’는 2020년 완료를 목표로 현재 복원 공사를 추진 중이다.

서울시가 ‘독립선언 33인 광장’으로 조성 중인 종로구 인사동의 태화빌딩 앞에는 ‘삼일독립선언유적지’라는 표지석만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원래 이곳은 조선의 임금인 중종이 딸 순화공주를 위해 지은 순화궁 터였으나 매국노 이완용이 자신의 별장으로 꾸몄던 곳이라고 한다. 1905년 일본이 을사늑약을 체결할 당시 이 조약에 찬성한 이완용·박제순·이지용·이근택·권중현 등 ‘을사오적’을 비롯해 이토 히로부미가 드나들면서 매국의 근거지로 변했다. 이후 이완용은 이 별장을 요릿집 명월관 분점인 ‘태화관’으로 바꿨다. 한용운·이승훈·손병희 등 민족 대표들은 매국 대신들이 맺은 을사늑약과 경술국치를 무효화한다는 의미로 이 자리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일본 경찰들 앞에서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 후 모두 잡혀갔다.

민족대표들의 독립선언식이 치러진 태화관은 당초 물망에 올랐던 장소는 아니었다고 한다. 민족대표들은 2월 20일 회의를 열고 ‘독립의 선언은 3월1일 오후 2시에 파고다공원에서 거행하자’고 결정했다. 그러나 거사를 하루 앞둔 2월 28일 밤 손병희의 집에서 열린 민족대표 사전모임에서 선언식 장소가 태화관으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민족대표 권병덕 등의 법원과 경찰 신문조서에 나타나 있다. 권병덕은 “이갑성이 말하기를, 그 일(3월 1일 파고다공원 민족대표 독립선언문 발표)을 학생이 알고 있어서 다수가 집합할 모양이라고 말하니, 손병희가 학생은 난폭하기 쉬우므로 발표 장소를 변경하는 게 좋을 거라고 해서 명월관 지점(태화관)에서 발표하기로 확정했다”고 진술한데서 찾을 수 있다.

1933년에 촬영된 여자 태화관과 태화관의 모습. 1937년에 모두 철거 됐다<태화기독교 사회복관의 역사에서>.


■ 태화관 터, 삼일독립선언유적지 표지석만
그러면 ‘태화관(太華館 또는 泰和館으로 표기)’은 도대체 어디일까? 그리고 어떤 내력이 있는 장소이며, 이른바 민족대표 33인은 왜 하필 여기에서 모이기로 했던 것일까?

태화관을 찾아 가는 길은 종로통에서 인사동길을 따라 오르다가 중간쯤 인사동네거리에서 홰나무길(태화관길)을 따라 꺾어들면 곧장 ‘태화빌딩’이라는 건물이 보이는데 이곳이 옛 ‘태화관’자리다. 이 건물 앞에는 ‘삼일독립선언유적지’라는 돌에 새긴 표지석이 있는데, 이 표지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록돼 있다.

“이 집터는 본래 중종 때 순화공주의 궁터라 불행하게도 을사 경술 두 조약 때 매국대신들의 모의처로 사용되더니 삼일독립운동 때에는 그 조약을 무효화시킨다는 뜻으로 여기에서 독립선언식이 거행되었다. 즉 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탑골공원에서 터진 민족의 절규와 함께 민족대표 일동은 여기 명월관지점 태화관에서 대한독립을 알리는 식을 거행하는 동시에 미리 서명해 두었던 선언서를 요로에 발표하고 급히 달려온 일경들 앞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제창하고 일제히 사로잡혔다. 그 뒤 남감리교회는 이 터를 매수하여 태화기독교사회관 건물을 지었으며 일제 말기에는 침략의 도구로 징발되었으나 팔일오 해방과 더불어 이를 되찾아 사업을 계속했다. 그러나 도시재개발계획에 따라 새집을 짓고 여기에 그 사연을 줄잡아 둔다.”고 기록하고 있다. 1982년 8월 13일 이철경의 글씨로 세워졌던 것을 1997년 3월 1일 손경식의 글씨로 새로 세워졌다.

이 표지석의 문안은 오리 전택부가 지은 것인데, 사실관계의 오류가 많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이 집터를 “중종 때 순화공주의 궁터”라고 한 것은 아마도 순화궁(順和宮)을 가리키는 듯하지만 ‘순화궁은 헌종 때의 후궁 경빈 김씨(慶嬪 金氏, 1831~1907)가 생전에 거처하던 곳’이었으므로 “중종 때…”라는 기록은 잘못이며, 그 시절에 ‘순화공주’가 실존했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또 “을사 경술 두 조약 때 매국대신들의 모의 처로 사용되었다”고 한 것도 오류다. ‘을사조약이 있던 1905년 당시에는 경빈 김씨가 여전히 살아 있던 때’이므로 ‘순화궁이 매국대신들의 모의처’로 사용되었을 까닭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구절은 이곳이 매국노인 ‘이윤용·이완용 형제의 집터로 바뀐다’는 사실을 빗대려 하면서 발생한 오류임이 분명해 보인다. “삼일독립운동 때에는 그 조약을 무효화시킨다는 뜻으로 여기에서 독립선언식이 거행되었다”고 한 구절도 매우 과장되거나 잘못된 설명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그런 증거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독립운동의 장소에 대한 안내기록이 이렇게 오류로 기록됐다면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하루 빨리 올바르게 고쳐야 하겠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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