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 독립정신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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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 독립정신의 정수
  • 취재·글=한관우/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9.06.2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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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

3·1운동 100주년, 만해 열반 75주년 기획<13>
독립신문(1919.11.4)에 실린 만해의 옥중기 ‘조선독립에 대한 대요’기사 .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 만해 독립담론 구체적 용해된 저술
만해 옥중선언서 ‘조선독립 감상의 대요’ 제목으로 독립신문에 실려
중앙학림 청년승려, 상해임시정부~국내 불교계 연결 통신운동 전개
민족대표 만해 한용운은 서대문형무소에서 치열한 항일투쟁을 전개


3·1독립운동 민족대표 33인 대부분은 일제에 피체돼 수감됐다. 만해 한용운이 옥중에서 전개한 또 다른 항일운동은 ‘조선독립의 서’라는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것이다. 1920년 9월 25일자 ‘동아일보’에서 전하는 ‘한용운의 공소 공판기’에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가 나타난다.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는 만해 한용운이 1919년 7월 10일 옥중에서 일본인 검사의 요구에 의해 작성한 옥중 독립 선언문으로 꼽힌다. 옥중에서 아무 참고서적 하나 없이 53장에 걸친 조선독립에 대한 선언을 남긴 것이다. 만해는 “조선민족이 이미 실력을 갖췄고, 군국주의를 내세운 독일의 1차 세계대전 패망과 민족자결주의를 앞세운 세계정세를 살펴보면 조선민족이 독립을 선언할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을 갖췄다” 등의 내용을 갈파했다. 다시 말해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는 만해의 독립담론이 구체적으로 용해된 저술인 것이다.

■ 만해, 세계정세 꿰뚫어보는 안목과 논리
이 선언문은 △개론 △조선독립 선언의 동기 ①조선 민족의 실력 ②세계 대세의 변천 ③민족 자결 조건 △조선독립 선언의 이유 ①민족 자존성 ②조국사상 ③자유주의 ④대세계의 의무 △조선 총독 정책에 대하여 △조선독립의 자신 등의 목차로 구성돼 있다. 깨알같이 써내려간 만해의 글을 모두 읽은 일본인 검사장도 고개를 떨구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독립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당위성, 세계정세까지 꿰뚫어 보는 만해의 안목과 논리 정연함에 말문을 잇지 못했다는 기록이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이에 대한 기록은 ‘대한불교’에 실려 있다.

대한불교는 ‘한용운 선사 옥중기, 조선독립의 서’(1969년 3월 2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이 글월은 만해 스님이 기미년 3·1운동 사건으로 투옥돼 옥중에서 일인 검사의 심문에 말로는 다 대답할 수 없다고 옥중에서 글로 대답한 옥중답서(獄中答書)로서…-중략- 일본인 검사는 스님의 답변서를 보고 탁월한 인격과 고매한 사상에 감복하고 경의를 표하면서 답변은 정당하나 일본 제국주의 방침이니 어쩔 수 없다고 밝힌 유명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는 독립선언문보다 그 내용이 더욱 심각하고 일본 제국주주의 침략 근성을 정곡으로 찔러 주는 글월입니다.”

이후 이 선언문은 김상호에게 전달돼 ‘독립신문’ 제25호(1919. 11. 4) 3~4면에 개재된다. 개재 당시 제목은 ‘조선독립 감상의 대요’였다. 서슬이 퍼런 제국 식민지 시절, 일제 체제를 비판하고 조선 독립의 당위성을 갈파한 선언문이 어떻게 상해임시정부 기관지인 ‘독립신문’에 실릴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동국대 김광식 교수는 논문 ‘한용운의 조선독립의 서 연구’에서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가 독립신문에 전해진 과정을 1971년 발간된 ‘나라사랑(만해 특집호)’와 만해 선사의 상좌 춘성 스님의 구술에서 찾는다.

‘나라사랑’에서 기술된 내용을 살펴보면 당시 스님은 옥중에서 기초한 이 선언문의 전문을 작은 글씨로 휴지에 적어 접고 접어서 종이 노끈을 만들어 형무소로부터 차출되는 의복 갈피에 삽입, 간수의 감시를 피해 유출시켰다고 한다. 이렇게 유출된 것이 원문 그대로 등사돼 만주 방면의 우리겨레에까지 전해졌다고 한다. 이를 전한 것은 춘성 스님과 불교 청년 김상호다.

고은의 ‘한용운평전’에서 춘성 스님은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고 적고 있다. “그때 나는 주로 그분의 사식 따위가 아니라 바깥의 공기라든지 그분이 몰래 써준 글을 밖으로 가져오는 일이 중요했어요.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를 끈을 똘똘 말려서 내손으로 받아왔지.”

이와 관련해 김광식 교수는 춘성 스님의 증언으로 스님이 원고를 받아낸 장본인이지만 이를 내외에 알린 것은 김상호라고 설명했다. 당시 김상호는 항일단체의 성격을 가진 ‘조선불교청년회’의 발기인이자 회원으로 활동했던 청년승려였다. 김상호는 3·1운동 직후 중앙학림의 청년승려들과 연합해 상해임시정부와 국내 불교계를 연결하는 통신운동을 전개했다. 이 통신운동은 단순한 연락이 아니고 그 통신을 통해 독립운동의 정보, 군자금 전달, 불교계 인사들의 임정 망명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일종의 독립운동의 숨겨진 루트였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에 전 불교도 독립운동참모본부를 두고 임시정부와 유대관계를 갖고 있었다고 김상호가 ‘대한불교(1964. 8. 23)’에 적고 있다.

이와 관련 김광식 교수는 “춘성 스님이 만해 스님의 상좌이기 때문에 원고를 받아 김상호에게 전달하고 김상호는 자신이 관여한 임시정부를 루트를 이용해 내외로 전파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 조선민족의 독립자결 세계평화 위한 것
일본인 검사장이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게 만든 장문의 선언문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만해의 일생일대의 대 선언은 가장 먼저 자유와 평화에 대한 주장으로 시작한다. “자유는 만유의 생명이요, 평화는 인생의 행복이라. 자유를 득하기 위하여 생명을 홍모시하고 평화를 보하기 위하여 희생을 감수당하니 차는 인생의 권리인 동시에 또한 의무일지로다. 자유여 평화여 전 인류의 요구일지로다. 전 세계를 대표할 만한 군국주의는 서양에 독일이 유하고, 동양에 일본이 유하도다. 침략 또 침략 극악 또 참극의 군국주의는 독일로써 최종 막을 연하지 아니하였는가. 정의 인도의 승리요, 군국주의의 실패니라.”

‘조선독립선언 동기’에서는 △조선민족의 실력 △세계 대세의 변천 △민족자결의 조건을 들어 그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만해 한용운은 조선이 자존성이 강하고 독립국가로서 역사와 전통이 있어 능히 현대 문명을 받아들일 능력이 충분하며, 강대국들에게도 미래는 침략적 제국주의는 멸망하고 자존적 평화주의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다. ‘조선독립 선언의 이유’를 통해서는 민족의 자립과 끈질긴 투쟁, 그것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독립의 원리임을 분명히 밝히며, 민족 자결은 세계 평화의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민족 자결주의가 성립되지 못하면 아무리 국제 연맹을 체결해서 평화를 보장할지라도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말 것”이라며 “그러므로 조선 민족의 독립 자결은 세계 평화를 위한 것이요, 또 동양에 대해서는 실로 중요한 열쇠가 된다”고 정세를 정확히 분석해 갈파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광식 교수는 “만해 한용운의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는 스님의 독립정신의 핵심이 오롯이 담겨 있다”면서 “이 선언서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만해 스님의 독립정신과 민족운동을 거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는 만해 한용운의 독립사상의 정수를 보여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3·1독립운동의 민족대표였던 만해 한용운은 서대문형무소<사진>에서 치열한 항일투쟁을 전개했다. 만해는 옥중에서 자신의 지조를 지키고, 옥중에서 진행된 재판에서 의연히 자신의 독립사상을 마음껏 개진하고 3·1독립운동의 정당성과 명분을 분명하게 언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로써 한용운의 옥중 투쟁은 독립운동의 지속이라는 결과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3·1운동사, 민족운동사에서도 민족대표로서의 위상과 절개를 유지했다. 따라서 만해 한용운의 투쟁은 처절한 인간적 고통을 이겨낸 산물이었다. 만해 한용운은 자신이 추구한 독립운동에 대한 확신을 갖고, 한편으로는 자괴심과 쓰라림을 이겨내면서 얻은 인간 한용운의 족적이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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