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의 공간, 한가네작은도서관·직절마을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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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의 공간, 한가네작은도서관·직절마을책방
  • 취재=한기원 기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9.08.0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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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 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길을 묻다 〈8〉


지역 문화운동, 지역헌책방·지역출판사가 지역주민과 함께해야
헌책이라는 매력을 아는 사람들, 소중하고 귀한 자료라 생각해
책이란 매개 통해 문화적 소통과 문화예술교육 이뤄지는 공간
지역출판사가 아니면 나오지 못할 책들 꾸준히 엮어야 할 과제


모든 문화에는 역사가 있고, 서점과 책방에도 유행이 있다. ‘서점’이 신간을 파는 곳이라면, ‘책방’이나 ‘도서관’하면 왠지 고색창연한 냄새가 나는 이유는 무얼까.

요즘 젊은이들이나 지역주민들이 헌책방에 시선을 두고 있다. 2000년대 헌책방은 ‘양’으로 승부하기도 하고 ‘질’로 승부하기도 한다. 그리고 질로 승부하는 커뮤니티형 헌책방에는 ‘책’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과 문화와 소통’이 있음에 주목한다. 본래 동네형 책방은 대형서점의 대안공간으로 출발했다. 책이 팔리면 같은 자리에 다시 똑같은 책이 진열되는 ‘대형서점’ 대신,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고 쉬면서 정서를 교감할 ‘공간’으로서 책방이 다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책방에서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고, 대화와 토론을 한다. 최근에는 헌책과 새책, 음료를 함께 파는 북카페형 책방이 등장하고, 헌책방에서 공연과 영화를 상영하기도 하며, 대화와 토론을 하기도 한다. 결국 지역의 문화운동 단체나 그 회원들과 연계 활동을 하는 책방과 지역출판사도 있다. 바쁜 생활 속에서 책은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지만, 책을 읽으며 떠올렸던 생각들, 책과 함께 쌓였던 추억들은 헌책과 함께 남아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이야기와 추억들이 담긴 책들 사이에서 잠시 바쁜 시간을 멈추고 삶을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지치고 무심했던 일상에 따뜻한 색을 입혀줄 것이기 때문이다.


■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골가정집 헌책방
책을 매개로 문화와 소통이 형성되는 공간, 바로 홍북읍 홍북로 573번길에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의 시골가정집인 홍북 ‘한가네작은도서관·직절마을책방(책방지기 백련화·김경대)’이 그곳이다. 아는 사람만 아는 곳,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시골동네의 문화와 소통의 공간이다. 빼곡하게 쌓이고 꽂혀 있는 5000여 권의 헌책과 새책을 판매하거나 열람하는 제도로 운영한다. 또한 인터넷 판매도 실시할 예정이다. ‘한가네작은도서관·직절마을책방’에서는 일반 문학류나 역사·교양서적류, 영문소설류 등의 책들은 판매를 한다. 하지만 고서나 희귀본 서적 등은 열람을 해 함께 공유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직접 열람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회원으로 가입해 언제든지 편리하게 책을 읽거나 자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역사, 문학, 문화, 예술이든 모든 분야의 책을 헌책방에서 찾을 수 있는 행운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은 퍽 다행이다. 인간이 평생 보고 느낀 모든 기록물이 모일 수 있는 곳이 결국은 헌책방일 수 있기 때문이다. 헌책이라는 매력을 아는 사람들은 현재에는 구할 수 없는 옛날 고서와 헌책들은 소중하고 귀한 자료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번 읽고 버려진 책들이 다시 생명을 얻는 일은 그 책이나 자료가 갖는 가치 때문이다. 헌책은 자기 자신이 자신의 경험에 의해 중요하다 싶으면 가치가 부여된다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버린 책이지만, 좋은 책을 잘 만나거나 또 잘 고르면 자신 인생을 바꾸는 책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5000원에 달하는 커피 값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보석 같은 책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헌책방이기 때문이다.

헌책방에서는 책을 가꾸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책방을 이어온 역사가 있으며, 책이란 매개를 통해 문화적 소통과 문화예술교육이 함께 이뤄지는 공간인 것이다. 오늘도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이 헌책방을 찾는 이유이다.

책에 얽혀있는 자신의 이야기, 어린 시절 읽었던 추억 등… 책은 내용과는 별개로 우리의 추억을 담고 있는 그릇이다. 과거에 소중하게 읽었던 책들을 헌책방에서 다시 만나면서 마치 그리운 추억의 물건을 찾은 듯한 반가움을 느끼게 된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지만 소장가치가 높은 고서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헌책은 시중 원가보다 저렴한 것이 헌책방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단기 4283(1950)년 한성도서주식회사 발행, 한용운의 님의 침묵(정가 500환)과 단기 4292(1959)년 교양사 발행, 소월시감상(정가 500환)
문학사상 1994년 9월 1일 발행된 창간 2주년 기념 특별 증면호(정가 450원)·농민과 사회 1992년 봄·통전체 4호·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한길사 발행(값 3800원)


■ 지역의 문화자산으로써 가치 내포돼
‘한가네작은도서관·직절마을책방’의 출발은 ‘지역출판’과 맞물려 있다. 시골 농촌마을에서 출판을 하기 위해 수집한 책과 자료를 다시 팔고 열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모든 분야의 역량과 투자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대도시에 쏠려 있다. 문화, 예술 또한 예외가 아니다.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지원과 도서관, 서점이나 책방, 박물관, 공연장 등 문화기반시설 역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대도시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에서 ‘출판’만이라도 ‘지역에 정체성을 놓고 오롯한 힘을 모아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생적으로 싹을 틔울 수 있는 가능성을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혜를 통해 중점적으로 담아내야 하겠다는 의지다. 지역 출판사가 만들었기에 잘 팔릴 수 있는 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 출판이 없으면 지역 콘텐츠가 생산되지 않는다. 지역의 콘텐츠가 없으면 지역의 역사와 문화도 사라진다는 신념과 의지에 부합해야 한다. 지역 출판사가 아니면 나오지 못할 책들을 꾸준히 엮어 내야 할 과제가 여기에 있다. 지역에서의 출판 작업은 지역에서 문화 자생력을 키우는 토대를 쌓는 것과 같은 일이다. 책의 보물섬, 낡은 책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공간인 헌책방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야 할 일이다. 결국 ‘지역 출판’은 ‘지역 향토사의 보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향토사와 지역의 향토문화에 관심이 많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방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희귀한 도서를 헌책방에서 찾는다면 마치 보물창고에서 보물을 찾은 느낌일 것이다. 따라서 만약 “내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물건이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중고제품을 사고파는데도 거부감이 없어야 할 일이다. 헌책은 단순히 낡고 오래된 책이 아니다. 이슈 중심의 베스트셀러와 시류에 따라 기획된 책들이 주를 이루는 온·오프라인 대형서점과는 분명히 다른 맛이 있기 때문이다. 헌책방에는 획일성을 탈피한 다양성이 존재하고 사람들의 삶과 흔적이 공유된다. 개중에는 분명히 후세까지 전할 수 있는 소중한 지식과 축적된 문화와 경험이 있다. 나아가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재탄생시킬 수 있는 지역의 문화자산으로서 가치 또한 내포돼 있다. 이제 지역에는 얼마 남지 않은 헌책방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헌책방과 함께 지역출판을 활성화하고자 크고 작은 활동이 이어지는 공동체가 기대되는 이유다. 다른 지역처럼 우리 지역에서도 소멸해가는 지식, 지역의 문화유산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움직임이 필요한 때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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