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고 이전여부, 도시재편 문제에서 다뤄야 한다
상태바
홍성고 이전여부, 도시재편 문제에서 다뤄야 한다
  • 손규성(한겨레신문 편집부국장)
  • 승인 2009.06.18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가 홍성에 놓이게 됐다. 충남도청이 홍성․예산에 이전함으로써 나타나는 이슈다. 특히 16일 도청이전 기공식을 함으로써 물밑 아래에 잠복해왔던 문제가 겉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성고등학교' 교사의 도청이전 신도시로의 이전여부가 그것이다. 이 문제가 겉으로 드러난다면 필시 홍성군민과 홍성을 고향으로 둔 출향인들 모두의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홍성고교를 다녔던 동문, 현재 다니고 있는 학생과 부모들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이 학교를 다닐 후세들의 진학, 통학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그러니 직접 간접으로 홍성사람 모두가 연관되는 문제이다.

학교는 도시계획 시설일 뿐 아니라 교육공동체의 구심점이다

학교는 도시계획 시설일 뿐만 아니라 교육공동체의 구심점이다. 이전여부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견은 크게 보면 이 두 가지 측면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지역의견을 보면, 반대자들은 도시계획 시설 쪽에 방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즉 도심공동화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찬성자들은 교육공동체의 욕구를 현실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여 진다.  

도시계획 시설물로써의 학교, 그 이전은 '있던 자리'가 비어 공동화현상이 일어난다. 공동화현상이 일어나면 그 시설에 기대어 생활을 영위했던 주민들의 타격이 심대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 그로 인해 발발했던 생활문화가 뿌리를 잃어 정체성의 굴절현상도 덩달아 나타난다. 기존의 시설물이 잉태했던 문화적 요소와, 그 시설이 발휘하는 생산적 요소를 대체할 수 있는 시설물이 들어서지 않는 한 공동화현상은 주변 주민들과 그곳을 이용하고 활용했던 많은 주민들을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폐화하게 한다. 

실제로 학교가 이전하게 되면, 현재적으로 보면 역내(域內) 균형발전문제가 제기된다. 지역 간의 갈등문제로 전이된다. 홍성에서 남북문제, 즉 신시가지와 구시가지 역내 문제로 확산되는 것이다. 신시가지가 만들어진 모든 도시에서 이런 문제는 골치 아픈 과제이다. 한번 도심의 기능이, 도시계획 시설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되면 원상회복에는 많은 재원과 시간이 들어간다. 이쯤 되면 홍성고교의 신시가지 이전여부는 주민과 동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군수와 도시계획전문가들이 나서서 숙의를 거듭해야 할 문제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교육공동체 관점에서 보면 더욱 절실한 듯하다. 우리 사회는 학연, 지연, 혈연이라는 연고주의를 벗어날 수 없고 오히려 심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학연은 어느 누구도 바꿀 수가 없다. 오죽했으면 호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는 얘기 나오겠는가. 그래서 학적은 권력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학적 또는 학력이 권력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은 󰡐맨 파워󰡑의 문제이다. 사람의 힘이 바로 권력이다. 이런 사람의 힘은 학력에 의해 다듬어지고 형성되며 집단화한다. 학력에 의해 형성된 능력이 집단화할 때 생기는 힘이 권력이다. 좋은 고등학교, 좋은 대학이라는 평가는 그 구성원들의 힘이 집단화할 때 나타나는 힘의 역학관계가 다른 학교 구성원보다 높고 강하다라는 의미다. 강한 권력은 자원의 배분문제에서 더 많은 자원을 획득하기 마련이다. 그 자원이 돈이라면 한정된 돈을 상대방보다 더 많이 가질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권한이라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 홍성읍 대교리에 위치한 현재의 홍성고등학교 전경.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자식의 인재성이 강화되는 현실

홍성고교의 도청이전 신시가지로의 이전 추진은 미래에 더 많은 권력을 획득하고 그 획득된 권력을 바탕으로 자원의 배분에서 더 많이 차지하자는 의미이다. 집단화된 힘을 더욱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홍성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선전된다. 홍성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일이라는 논리이다. 이의 전제는 이전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선점 또는 독점하자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현대사회에서 인재는 타고난, 선천적인 것만은 아니다. 길러지고 양육되는 면이 더 강하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옛말은 정말 옛말이 됐다. 부모의 사회 경제적 배경에 따라 자식의 인재성이 강화 심화되고 있는 현실이 됐다. 실제로 소위 명문대학의 입학생 분포를 보면 농어업에 종사하는 부모를 둔 입학생의 비율이 점점 감소하고 전문직, 관리직 등의 사회경제적 강자에 속하는 부모를 둔 자녀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처음부터 사람을 우수하게 양성해 인재로 만들어가는 시스템으로 변한 사회가 됐다. 

이런 현실을 본다면 홍성고교의 이전은 타당성을 가질만하다. 도청이전 신도시는 시간이 갈수록 충남도 전체를 관장하고 조정 조율하는 기능을 더해갈 것이다. 이런 지배적 기능이 쌓일수록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배경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높고 강화된 사회경제적 배경은 그 자녀의 인재성을 양성하는데 큰 거름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은 지역과 상대적인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질 것이다. 고교의 이전이 인재의 선점 또는 독점을 위한 것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홍성고 이전여부를 놓고 공론적인 토론을 벌여야 한다

이제는 홍성고교 이전여부를 놓고 공론적인 토론을 벌여야 한다. 공론화의 목적은 '이전의 백지화'냐, 아니면 󰡐이전의 합리성 부여󰡑라는 선택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홍성이라는 도시의 도시계획상 문제를 심도 있게 숙의하는 자리가 돼야한다는 것이다. 도청이 이전하고 신시가지가 도시기능을 차근차근 갖춰 가면 홍성읍 구(舊)시가지가 갖는 도시기능이 위축될 것은 뻔한 이치다. 홍성읍이라는 도시가 재편되는 현상이 곧 도래한다는 의미이다. 

홍성고교의 이전여부는 그래서 홍성주민 또는 홍성을 고향으로 둔 출향인 모두에게 직간접으로 이해를 가져오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도시재편이라는 현재의 문제이고 미래의 운명이 걸린 문제이다. 그래서 군수와 군청, 전문가와 주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닥쳐올 미래의 문제를 흉금을 터놓고 토의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군수는 업무가 정지됐고, 군청은 선장 없는 통통배가 돼가고 전문가들은 아직도 나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제, 늦었다고 하지 말고 모두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손규성(53)은 홍성에서 태어나 홍주초, 홍성중, 홍성고를 졸업했다. 충남대학교 사회학과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한겨레신문 편집부국장으로 있다. 홍주의병을 다룬 저서 <하늘의 북을 친 사람들>을 펴냈다. 

▶이 기사와 관련된 의견이나 조언을 주실 분은 uytn24@naver.com으로 의견을 보내주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