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농사 대탈출-6차 산업 도약을 위한 사고의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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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농사 대탈출-6차 산업 도약을 위한 사고의 대전환
  • 손규성(한겨레신문 부국장)
  • 승인 2009.09.0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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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규성의 홍주골 톺아보기
논농사 대탈출-6차 산업 도약을 위한 사고의 대전환


참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도는 겨우 20% 정도인데, 쌀은 엄청나게 남아돌아 쌀 재배농가들이 아우성이다. 옛날에는 곳간에 쌀이 가득했으면 인심이 넘쳐나고 풍요로운 태평성대라고 야단법석이었었는데, 정말 옛 얘기가 됐다. 오죽했으면 한 면장님이 나에게까지 고향 논에서 생산한 쌀을 소비해달라고 호소문을 보냈을까.


1970년대 초반 고등학교 시절 5월쯤 되면 쌀이 떨어져 도시락을 말 그대로 꽁보리밥으로만 싸가야 했다. 그렇게 도시락을 싸온 애들도 적지 않아 겉으로는 창피스럽게 여기지는 않았다. 더구나 정부에서 쌀보리 혼용을 장려하고, 심지어 학교에서 흰 쌀밥을 싸오면 혼내주기도 했으니 도시락을 싸온 것만도 다행일 뿐 내용물은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도시락을 열 때마다 오늘은 하얀 쌀밥만이 가득하기를 기원하기도 했고, 도시락 뚜껑을 열기가 겁났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학창시절 점심시간을 울고 웃게 했던 그런 쌀이 곳간에 가득한 사실 자체가 이제는 슬픈 일이 되어버렸으니, 시대를 탓해야 할까. 소비자를 탓해야 할까. 아니면 생산자인 농민을 타박해야 하나? 

▲ 광천새우젓·조선김 축제 당시 소비자들을 상대로 절임배추를 판매하는 모습.


쌀을 비롯한 곡물의 소비량이 줄고 있다


먼저, 나를 제외한 소비자를 탓해야 옳다. 소비자들이 해도 너무한다. 평균적으로 밥 세 끼를 안 먹기 때문이다. 술꾼인 나는 아침밥을 안 먹으면 속이 쓰려 억지로라도 밥을 먹는다. 그러니 하루 세 끼 꼬박 챙겨 먹는 셈이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님이 “너는 술을 많이 먹으니, 아침 안 먹으면 속이 깍인다”며 아침 먹기를 당부한 게 여러 번이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2008년 양곡연도(2007년 11월~2008년 10월) 우리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75.8㎏으로 전년(76.9㎏)보다 1.1㎏(1.4%) 줄었다. 1인당 하루 소비량은 207.7g(2공기가량)으로 전년(210.9g)에 비해 3.2g 줄었다. 이 통계에 따르면 한 공기분량을 한 끼라고 친다 하더라도 국민 1인당 하루 세 끼를 안 먹고, 1년에 쌀 한 가마니도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소비자를 탓할 수밖에. 그래도 일본(61.4㎏, 2007년)이나 타이완(47.5㎏, 2007년)보다는 높다니 꼭 소비자만을 탓할 수는 없다 하겠다.


소비자를 탓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쌀을 비롯한 모든 곡물의 소비량이 모두 줄고 있기 때문이다. 1인당 연간 곡물 소비량을 보면, 쌀 소비량은 1970년 136.4㎏에서 2008년 75.8㎏으로, 보리쌀(이하 같은 연도 기준으로, 단위 ㎏)은 37.3에서 1.1로, 밀가루는 5.9에서 1.4로, 잡곡은 1.7에서 0.5로, 두류는 4.0에서 2.3으로, 서류는 4.7에서 2.8로 각각 줄었다.


그러면 생산자인 농민을 탓할 수밖에 없다. 소비는 주는데 왜 그렇게 많이 생산하느냐고 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농민은 그럴 것이다. 농자천하지대본인데, 어찌 벼농사를 하지 않느냐고, 땅을 그대로 놀릴 수는 없지 않으냐고 항변한다. 또 쌀만큼 농촌에서 소득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다른 방안이 있느냐고 따진다. 쌀이 가지는 정치적, 국제적, 경제적 함의를, 또 쌀농사를 짓는 논이 갖는 환경적, 수리적 가치를 버릴 수 있느냐고. 그러니 농민을 탓할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이런 공익적 가치를 따지면 휴대전화 한 대 외국에 파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쌀값 계속 하락, 논농사에서 탈출해보자


쌀 소비량 감소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식생활의 패턴이 변한데다 의무수입물량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쌀값은 계속 하락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비농업분야는 임금인상 등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농성 등의 단체행동에 나선다. 농민들도 생존권 보장 요구차원에서 파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논농사에서 탈출해보자는 것이다. 단 논농사에서 얻는 소득과 비슷하게 보장되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홍성군을 하나의 공간적 경제권 단위로 보자. 홍성주민들이 소비하는 쌀 소비량(외지의 자녀나 친인척에 공급하는 양도 포함한다)을 추산해 그만큼만 생산에 들어가자는 것이다. 1년에 홍성에서 100가마의 쌀이 필요하다면 100가마를 생산할 수 있는 면적에서만 쌀농사를 짓자는 것이다. 그것이 홍성 전체면적의 절반이 된다면 절반의 면적에서는 벼를 심지 말자는 것이다. 이때 문제는 대체작물이 쌀농사의 소득과 엇비슷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사실 쌀농사로 얻는 소득을 대체할 작물은 그렇게 많지 않다. 있었더라면 벌써 그런 작물로 재배전환을 했을 것이다. 대체작물만으로 쌀의 소득 대체와 소득보장을 요구한다면 해답이 없다. 1차 산업인 농업적인 측면으로는 답이 없다. 6차 산업 관점으로 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3차 산업은 서비스산업이다. 농업이 1차 산업이고, 제조업이 2차, 서비스가 3차 산업인데, 이 모든 산업적 관계를 아우르는 것이다. 그리고 생산, 유통, 판매를 더하면 농업은 6차 산업이 된다. 일본에서는 이런 6차 산업으로서의 농업에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신 성장산업으로 보는 것이다. 

▲ 홍동면에서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농민들은 매년 소비자들과 함께 오리입식 행사를 갖는다.


농업을 6차 산업으로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농업을 제조업과 접목시킨다. 쌀농사 대신에, 예를 들어 옥수수와 보리를 1년에 번갈아 심는다. 그래도 두 작목의 소출이 쌀 소득량에 못 미칠 것이다. 1차 산업인 농업적인 측면을 보면 그렇다. 여기에 제조업을 가미시킨다. 옥수수와 보리를 축산용으로 전환해 가공한다. 사료용으로 가공을 하면서 부가가치가 더해진다. 홍성의 주된 산업이 축산이기 때문에 또 가능한 일이다.


여기서 3차 산업인 관광을 끌어들인다. 농업관광이다. 농업관광을 다양한 소스를 창출할 수 있다. 1가지 소스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게 하는 것이다. 농업관광의 소재는 우선 희귀해야 한다. 그리고 광활해야 한다. 따라서 홍성군의 1개면에서 여름엔 옥수수밭, 겨울과 봄, 초여름까지 보리밭으로 꾸며진다고 생각해 보라. 농업관광의 훌륭한 소재가 되고, 영화촬영 장소가 될 것이다. 한 가지 소스를 몇 가지로 우려먹을 수는 다목적용이 된다. 6차 산업이 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쌀농사 포기로 얻는 소득보장이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있다. 쌀 소득보전직불제와 지금은 폐지된 쌀 생산조정제도가 있다. 쌀 생산조정제도는 2003~2005년 동안 한시적으로 도입해 시행한 적이 있다. 휴경과 작목 전환을 통해 쌀 재배면적이 적정수준으로 축소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다. 이 제도는 현재 재도입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위에서 말한 ‘대체 쌀농사의 6차 산업화’ 제안은 이 제도를 확대 보완하는 방식이다. 당시에는 3차 산업화 방안이 없었고, 광대한 면적으로 규모화하지 않았고, 대체작물도 농민 개인이 선정하도록 해서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없었던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 제도가 재도입되면 쌀 생산면적 조정을 광역화할 것임을 알리고, 이에 대한 재정지원을 보다 많이 해줄 것을 중앙정부와 협의해야 한다.


대규모 벼농사 탈출로 인한 소득보장의 보충적 방안으로, 최근 실경작자가 아니면서도 일부 고위공직자들이 단지 농지를 소유했다고 해서 돈을 타가 세간의 호된 비난을 샀던 쌀소득보전직접지불제도가 있다. ㏊당 74만 원 정도를 고정적으로 주는 직불제가 있고 쌀값 하락을 보전해주는 변동직불제도 있다. 쌀 소득보전직불제는 홍성군 농민에 보통 1년에 90억 원 정도가 지급된다. 이 제도도 군 단위 전체면적의 3분의 1 이상이 논농사 대신 작목전환을 할 때 계속 적용시켜 줄 것을 논의하면 직불금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농업을 6차 산업으로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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