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림고뿔, 셀레늄 함유 쌀 생산으로 대처 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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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림고뿔, 셀레늄 함유 쌀 생산으로 대처 가능할 듯
  • 손규성(한겨레신문 편집부국장)
  • 승인 2009.09.2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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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인플루엔자의 공포가 스며들고 있다. 그런데, 이 신종 플루가 쌀밥을 먹으면 예방된다면, 이건 요즘 시쳇말로 ‘대박’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쌀이 곳간에서 남아돌고 곳간을 채운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사그라질 수 있을 테니까. 

1918년에 처음 발생해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2500만~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간 독감을 ‘스페인 독감’이라고 말한다. 스페인하고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인플루엔자인데도 그런 이름이 붙여져 스페인 입장에서는 억울하지만, 14세기 중기 페스트가 유럽 전역을 휩쓸었을 때보다도 훨씬 많은 사망자가 발생해 지금까지도 인류 최대의 재앙으로 불린다. 

스페인독감이 정확히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실제로 독감이 처음 보고된 것은 1918년 초여름이다. 당시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군 병영에서 독감 환자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특별한 증상이 없어 별로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고 한다. 같은 해 8월 첫 사망자가 나오고, 이때부터 급속하게 번지면서 치명적인 독감으로 발전했다. 

곧이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미군들이 귀환하면서 9월에는 미국에까지 확산됐다. 9월 12일 미국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2만4000명의 미군이 독감으로 죽고, 총 50만 명의 미국인이 죽었다. 1919년 봄에는 영국에서만 15만 명이 죽고,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2500만~5000만 명이 죽었다. 

'무오년 독감' 충남 서산에만 8만명 환자

0만 명이 감염돼 이 가운데 14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른바 ‘무오년 독감’인데, 1918년 12월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충남 서산 한 개 군에만 8만 명의 환자’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크게 실리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유행하는 독감을 ‘돌림고뿔’이라고 했다. 

미국이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스페인독감 규명 노력과정에서도 드러난다. 당시에는 바이러스를 분리·보존하는 기술이 없어 그동안 스페인독감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2005년 미국의 한 연구팀이 알래스카에 묻혀 있던 한 여성의 폐 조직에서 스페인독감 바이러스를 분리해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 재생 결과 이 바이러스는 2000년대 초부터 아시아를 중심으로 빠르게 번지는 조류독감(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5N1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스페인독감은 사람의 간에 전이될 수 있는 조류독감이라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조류독감이 변종을 일으킬 경우, 스페인독감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간에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래스카에 묻혀 있던 주검에서 독감 바이러스를 분리하려는 노력은 이미 1950년대에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바이러스를 추출까지는 했으나 재생하는데 실패했고, 근 50여년이 지난 뒤에 밝혀냈던 것이다. 이런 원인 분석 노력과 함께 이 독감의 예방 치료를 위해 치료약 개발에도 착수했다. 3만5000여종의 식물에서 항바이러스 추출물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이 때 발견한 것이 항암치료성분인 ‘택솔’이다. 항암 성분인 택솔로 항암치료제인 ‘택솔’(상품명)이 만들어져, 지금까지는 암 치료제 가운데 가장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이는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주목나무에서 추출한 생약성분이다. 주목은 항암성분 뿐 아니라, 항바이러스 효능도 뛰어나 우리나라의 민간요법에서도 독감치료제로 사용해왔다. 이번 신종 플루에도 주목의 효능이 뛰어날 것으로 보인다. 

항바이러스식물, 그것이 쌀이라면 어떨까

그렇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9월 15일 현재 충남도내 신종 플루 발생현황을 보면, 금산, 태안, 부여지역의 발생자수는 가장 많이 발생한 기초지방자치단체에 비해 50분의 1의 발생자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주, 서산, 청양 등지도 적은 편에 속한다. 당연히 인구가 많은 곳은 많은 환자가 발생하지만, 금산과 태안지역의 발생빈도는 관심을 끌만하다. 혹, 인삼과 마늘, 고추 등을 많이 재배하고 많이 섭식한 결과가 아닐까하는 점이다. 항바이러스 효능이 뛰어난 식물이 주목 이외에도 많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은 너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쌀이라면 어떨까. 이건 정말 대박이다. 암의 발생을 줄일 것으로 기대되는 영양소 가운데 셀레늄(selenium)이라는 물질이 있다. 셀레늄은 인체의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극미량의 원소로, 특유의 빛깔 때문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의 이름을 따서 셀레늄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셀레늄의 대표적인 기능은 인체 내에서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해주는 황산화작용이다. 또 항암작용도 뛰어나다. 바이러스성 질병에도 효과가 있어 에이즈 바이러스나 간염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에게 진행을 늦춰준다고 한다. 

셀레늄의 섭취량은 식품이 생산된 지역의 토양의 셀레늄 함량에 의해 결정되는데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밀집된 지역의 토양에는 함유량이 적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셀레늄 함량이 낮은 화강암이 전 국토의 70%를 차지해 국토 대부분이 셀레량 함량이 낮은 것으로 관련 학계는 보고 있다. 셀레늄은 육류, 어패류, 도정되지 않은 곡물에 많이 포함돼 있다. 

홍성에서 생산된 쌀에서 셀레늄이 검출되고 있다

에서 생산된 쌀에서 이 셀레늄 성분이 많이 검출되고 있어 쌀 농가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셀레늄은 항산화, 항암, 항염, 항바이러스 작용 등이 있어, 셀레늄이 함유된 쌀을 먹으면 이런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영동대학교 바이오지역혁신센터에서 분석한 자료를 보면 홍성지역 일부 기능적으로 생산한 쌀에서 셀레늄 함유량이 대조군에 비해 300배 이상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반 쌀에는 거의 없는 칼슘 함유량도 아주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쌀은 쌀이 아니라 보약이다. 영양성이 있는 약재이다.
 
신종 플루를 예방 가능성이 있는, 이런 중요한 영양소를 담은 쌀을 생산한다면, 그래서 이 부문이 잘 홍보된다면, 쌀 생산뿐 아니라 가격 면에서 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한다. 쌀 생산도 일반적인 방식의 쌀이 아니라 각종 기능이 풍부한 기능성 쌀의 생산으로 고도화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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