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과 장학재단, 배리어 프리 도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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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과 장학재단, 배리어 프리 도시 구축
  • 손규성(한겨레신문 편집부국장)
  • 승인 2010.01.25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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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위해 1명, 아빠를 위해 1명, 나라를 위해 1명"
 
이런 3자녀 낳기 캠페인을 벌인다면 애국심이 강한 국민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도 먹힐 것으로 보인다. 3자녀 낳기 캠페인은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 지난 2004년 연방예산안에 출산보너스(당시 3000달러)를 도입하면서 피터 코스텔로 당시 재경장관이 내건 슬로건이다.

이로써 2006년 오스트레일리아의 출산율은 지난 2003년의 1.72에서 1.79로 상승했는데 이는 출산율 1.2 미만인 이탈리아, 스페인, 한국, 일본, 그리고 1.5 미만인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의 출산수당은 지난 2004년 3000달러로 시작하여 2006년 7월부터 4000달러로 상향조정 됐으며, 2008년7월에는 6000달러로 증액됐다. 3자녀 낳기 캠페인을 벌였던 피터 코스텔로 재경장관은 출산보너스와 가족수당 증액, 보육원 확충 및 보육비 리베이트 등 정부가 도입한 일련의 가족친화정책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35년 만의 베이비붐이라고 한다.

'딸아이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아니 '둘도 필요 없다. 알토란같은 하나만 잘 기르자!'라고 캠페인을 벌였던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이를 받아들여 출산율을 30~40년 만에 세계 최저로 낮췄다. 애국심이 아니면 이런 기록을 달성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반대로 이제는 인적 자원의 부족은 나라를 망친다는 내용의 캠페인을 벌이면서 애국심에 호소한다면 출산율이 높아질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의 피터 맥도널드 교수(인구통계학)는 "출산수당이 경제적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자녀를 낳으면 사회에 기여함을 정부가 평가한다'는 메시지를 통해 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세계 최저 출산율 '신자유주의' 때문

한국의 세계 최저 출산율은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경쟁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는 우리 사회를 공동체 우선보다는 맨땅의 시장으로 내몰았다. 승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식이 팽배해지면서 경쟁을 첨예화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교육부문의 경쟁은 학력을 끈으로 해서 강화될 수밖에 없고, 사교육의 위력을 돈으로 사야하는 시대에 돌입했다. 사교육비를 우려해서 출산을 생각할 수 없다는 젊은 부부들의 항변은 신자유주의 피해자이기도 하고 역으로는 공교육을 책임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출산율 문제를 따질 때 가장 좋고 효과가 있는 방법은 '임신에서 출산, 양육, 대학졸업 때까지의 교육'을 국가에서 책임지고 수행하는 것이다. 물론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 모든 것을 한꺼번에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출산율 제고는 난망하다. 자치단체에서도 마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 문제는 기초자치단체에서는 고령화 문제와 곧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기초자치단체도 국가와는 별도로 출산친화적인 정책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도시 전체를 '무장애(無障碍․ Barrier Free) 도시'로, 인프라를 바꾸는 것이다. '무장애 도시'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을 구축해 어린이와 노인, 여성, 장애인 및 일시적 장애인 등이 이동과 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도시기반 시설을 계획․설계․시공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인 셈이다.

시민이 어떤 장애물을 만나지 않고 지역 내 공공건축물이나 시설물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보행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또 도로를 차도와 자전거도로, 보도로 구분해 '보행안전구역(Barrier free Zone)'을 확보하고 횡단보도의 신호체계 등을 개선해 약자들의 이동 안전성을 지켜준다. 이와 함께 보도에서 공공 및 민간 건축물에 장애 없이 출입할 수 있도록 보도와 건물 간 계단 등을 없애는 한편 공공건축물의 1층에는 여성, 노인, 장애인 등이 다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다기능 화장실을 설치한다. 아울러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여성을 위한 전용 주차장을 설치한다.

출산율이 낮으면 사회의 활력이 떨어진다
 
출산지원센터도 필요하다. 임신 때부터 태아관리를 위한 지원체제를 갖추고, 출산 이후에는 신생아를 보살피는 산모를 지원하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이후는 산모의 노동시장 진입 편의를 위해 보육시설을 갖추는 일이다. 보육시설은 주간에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운영해 편리한 시간에 보육을 맡기도록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지원체제 구축은 간호사와 보육사 등의 또 다른 인력이 필요해 새로운 일자를 창출하는 것이기도 하고 사회적 기업을 창조하는 일이기도 하다.

기초자치단체에서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은 지역장학재단을 통해 교육비의 일정 부분 또는 전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중학생 학력제고 사업으로 방과 후, 방학 중 교사들의 학교지도 수당을 전담하고, 고교생의 특별강의 지원 및 대학진학 학자금 지원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달마다 900명의 군민이 적게는 1000원에서 10만원까지 자동이체 해 장학금을 적립하는 충북 보은군의 '재단법인 보은군민장학회'의 사례는 타산지석이 될 만하다. 

출산율이 낮으면 사회의 활력이 떨어진다. 출산율 제고를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은 위에서 사례를 든 것처럼 여러 면에서 삶의 질을 놓게 해준다. 35년 만에 베이비붐을 맞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례를 홍성에서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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