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장터 재현'을 통한 시장의 부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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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장터 재현'을 통한 시장의 부활 기대
  • 전상진
  • 승인 2010.03.0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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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홍성정기시장(홍성전통재래시장) 3

▲ 이서지 화백의 풍속화 '장날'


홍성군내 재래시장들은 과연 활성화될 수 있는가. 홍성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현대화사업으로 시장의 활성화를 담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견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이미 군내에는 홍성축협하나로마트, 홍주마트, 한솔마트 등 중소마트 10여 곳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또는 적어도 내년도 상반기에는 대형마트 한곳이 군내에 입점하게 된다. 군내 소비자들의 성향이 바뀌면서 시장보다는 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형편이고, 특히 젊은 세대의 경우에는 더욱 더 대형마트 입점에 대해서 긍정적이다. 소비자들이 시장보다 마트를 더 선호하고 찾는 이유는 원스톱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곳저곳을 힘들게 돌아다니지 않아도 한곳에서 사고자 하는 물건을 대부분 구입할 수 있으니 굳이 시장 여기저기를 기웃거릴 필요가 없어진 것. 거기에다가 시장은 낡고 오래된 건물이 아직도 즐비하고 좌판을 벌여놓고 장사를 하고 있는 반면에 마트는 잘 정돈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상품, 친절한 서비스, 마일리지 적립 등으로 요즘 소비층, 특히 젊은 소비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처럼 마트상권이 시장상권의 우위에 서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형마트 입점으로 인해 침체된 시장상권을 더욱 고사 직전으로 몰아가고 있다.



대형마트 입점에 따른 지역경제의 흐름 속에서 중소마트와의 경쟁 속에서도 허덕이는 군내 주요시장들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시장이 살아남아야 한다면 어떤 전략과 비전을 가지고 마트상권을 포함한 현대화상권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활성화될 수 있는가. 이제 차별화 전략을 통한 시장 활성화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다다르게 됐다.

특히 홍성정기시장은 군내 시장 다섯 곳 중 가장 많은 점포수가 있고, 홍성의 중심상권을 형성하는 시장이다. 군내 인구가 홍성읍으로 집중되면서 더더욱 홍성정기시장은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체 지역상권의 침체 속에서 시장의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가장 중심이 되는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시장이 바로 홍성정기시장이다. 시장은 시장번영회, 시장상조회, 오일장상우회, 쇼핑타운 상가조합 등 네 곳의 상가 조직이 있어 상가 조직 결속력도 가장 불량하고, 시장의 현대화사업도 다른 시장에 비해 가장 뒤늦은 상태이다. 물론 군에서는 오는 4월부터 연말까지 마늘전과 어물전 사이의 낡고 오래된 건물을 정비하고 현대식장옥(어물전)과 옥상주차장 신축, 차양시설 및 상징물 설치, 홍성천변 도로확장 및 정비, 열린 공간(놀이마당) 조성 등 시장 현대화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홍성정기시장이 어정쩡한 시설 현대화사업만으로 살아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논의가 전개돼야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과 많은 시장상인들의 요구는 시장을 <전문특화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용봉산 등산객을 포함 홍성을 찾는 관광객을 시장 내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장터국밥, 한우식당타운 등 먹을거리타운 조성, 놀이마당 상시 운영, 이를 위해 홍주쇼핑타운을 군이 매입해 군내 비영리단체의 사무실 활용을 적극 추진할 것. 특히 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이 시장 내 놀이마당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는 것 등이 시장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이다.

또한 시장 활성화 방안의 가장 중요한 대안은 무엇보다도 특색 있는 시장을 꾸미는 일. 그 방안이 바로 <옛 장터의 재현>이다. 특히 올해 9월 개최예정인 <2010년 홍성내포축제>가 홍성정기시장에서 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은 <옛 장터 재현>의 출발을 알리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해 <큰 장날 옛 장터>를 내세우며 추진했던 홍성내포축제가 신종 플루의 여파로 전면 취소되면서 사실상 올해 축제가 큰 장날 옛 장터를 선보이는 첫 번째 축제가 된다. 여기에다가 원래 축제장소를 홍주성 일원(구 세무서, 법원 터)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올해 구 세무서 터에 <홍주성역사관>이 건립되면서 이 장소에서 축제를 개최하기는 불가능하다. 축제추진위에서는 여러 장소를 물색하는 한편 지난해 축제에 관련된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실상 축제를 홍성정기시장에서 개최하기로 거의 확정한 상태이다.

이제 홍성정기시장은 충남도 유망축제로 선정된 홍성내포축제의 가장 중심축으로 거듭나야 된다. 어쩌면 올해의 축제와 더불어 시장의 부활도 함께 꿈꿀 수 있는 원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늘의 장터에서 옛 장날 축제가 펼쳐진다. 무엇보다 다행인 점은 아직 시장에는 옛 장터의 아련한 기억들을 담고 있는 시설들과 원홍주등육군상무사 홍성본소(임소)와 대장간, 장터국밥집 등 <옛 장터>를 재현할 수 있는 기능을 보유한 사람들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또 시장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한 미륵불도 남아있다.

홍성정기시장이 다른 현대적인 상권들과 비슷비슷한 현대화사업으로 부활할 수는 없다. 무언가 독특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축제와 더불어 <큰 장날 옛 장터>를 재현해내자. 홍성군민 8만8000여명으로 시장 상권이 살아나기는 힘들다. 외지에서 관광객들이 즐겨 찾아오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옛 장터> 재현 속에 답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전통적인 옛 장터의 모습 재현, 그리고 현대적인 내부시설 마련, 철저한 서비스 실시 등이 홍성정기시장의 부활을 예고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홍성군과 시장, 군민 모두의 지혜가 모아져야 한다.

장터 사람들

홍성정기시장 대장간 모무회·강복자 씨 부부




지난해 7월 1일 충남도 대장장 기능장이 돼 대장장 인증서를 받은 홍성시장 대장간 모무회(64) 씨. 여전히 화로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호미’를 만들고 있다. 부인 강복자(62) 씨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 더 정성껏 더 세심하게 호미를 날을 세우기 위해 ‘쩡 쩌엉 쩡 쩌엉’ 불에 달궈진 호미를 내리치고 있다. “중국산하고는 다르지. 사람들이 알아. 농기구를 많이 만들지 못하니까 감춰놓고 팔지. 그래도 사람들은 알지. 내가 만든 것만 찾아”라며 “가급적이면 직접 만들어줘야 마음 편하지. 돈도 많이 받지 않아. 어디 시골 인심이 그런가. 정성껏 만들고 팔 때 보람도 있지”라고 말하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시장에서 축제가 열린다면 여기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장인 솜씨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모무회 씨. 부여 백제역사문화관에 자신의 작품 15점이 전시돼 있다고 말하는 모 씨는 “전국에서 많이들 찾아오지. 대장간을 체험하고 싶은 학생들부터 옛 대장간을 사진이나 카메라에 담고 싶은 사람들 까지”라고 말하며 이 일을 자녀들에게 억지로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홍동집할머니 장옥순 씨


“국밥 한 그릇 맛나게 들고 가요.”
장날이면 장터국밥 한 그릇 먹는 게 소원이었다. 예전 장날이면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먹을거리를 찾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그러면 어머니는 뚝딱 장터국밥 한 그릇을 아이에게 내민다. 살림이 넉넉지 않으니 한 그릇이 전부다. 어머니와 아이는 한 그릇을 가지고 나눠먹지만 거의 아이 몫이다. 지금도 그 풍경을 만들 수 있을까. 시장 마늘전 앞에는 소머리국밥집이 여러 군데 있다. 그중 홍동집할머니 장옥순(79) 씨는 3년 전에 시장 국밥집에 들어왔다. “장사가 잘 안 돼. 장날에도 사람이 없으니 국밥집 찾는 사람들이 없지”라며 “장사를 붙들고 하기도 뭐하고 안하자니 그렇고”라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지난 50년 세월동안 안 해본 장사가 없다는 장 씨 할머니 국밥이 맛 나는 이유가 여기서 비롯된 것일까. 세월의 정성을 국밥 안에 듬뿍 담아내놓았으니 말이다.

부기상회 박종국 씨, 부기방앗간 박상훈 씨



40년째 부기상회에서 쌀과 잡곡을 팔고 있는 박종국(67) 씨.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몇 년 전부터 부기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는 아들 박상훈(41) 씨. 박상훈 씨는 “방앗간에만 있다 보니 시장 사정이 어떤지 잘 모르겠다”며 “그래도 아직 시골이다 보니 방앗간 손님들은 꾸준하다. 쌀은 이미 바닥을 쳤고, 쌀보다는 잡곡위주로 상회를 운영한다”고 말한다. 기름 냄새가 가득한 방앗간에 삼삼오오 아주머니들이 수다를 떨고, 시장을 ‘옛 장터’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질문에 박 씨는 “옛 장터 재현은 참 좋은 의도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위생문제, 서비스 등에 시장 상인들이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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